자식기언(自食其言)
스스로 그 말을 먹어 버린다.
약속한 것을 스스로 어긴다.
自 : 스스로 자
食 : 밥 식
其 : 그 기
言 : 말씀 언
우리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을 보고
'식언(食言) 잘하는 사람',
'한 입으로 두말하는[一口二言] 사람'이라고 비판을 한다.
자기가 한 말을 먹는다는 것은
자기가 한 말을 없었던 것처럼
도로 삼켜 버리기 때문이다.
식언이라는 말은 서경(書經)에 처음 나온다.
중국 상고시대 은(殷)나라의 탕(湯)임금은
하(夏)나라 폭군 걸왕(桀王)이 백성들을 괴롭히는 것을
참다 못해 제후(諸侯)의 신분이면서 천자(天子)인
걸왕을 치기 위해서 군사를 일으켜
자신의 근거지인 하남성(河南省) ‘박’ 땅을
출발하면서 백성들에게 이렇게 맹세했다.
"공을 세운 사람에게는 큰 상을 내리겠소.
내 말을 의심하지 마시오.
나는 내가 한 말을 삼키지 않을 것이오.”
공자(孔子)의 제자인 증자(曾子)가 어릴 때,
하루는 어머니가 칼을 갈고 있었다.
“무엇하려고 칼을 갑니까?”라고 하길래,
증자 어머니가 무심코
“저 돼지를 잡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자식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장차 나쁜 영향을
미치겠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정말로
그 돼지를 잡아 자식에게 주었다고 한다.
거짓말은 우선은 모면하지만 그 끼치는 해악이 크다.
거짓말 잘하는 부모 밑에서
올바른 자식이 자랄 수 없고,
거짓말 잘하는 스승 밑에서
훌륭한 제자가 나올 수 없다.
교육을 하는 사람은 모르면 “모른다.
다음에 알아 오겠다”라고 해야지 모르면서
적당하게 거짓말로 넘어가면 학생들이 다 안다.
학생들이 당장 모른다 해도 나중에라도
그 교사가 거짓말한 것을 안다.
또 교사가 거짓말로 수업한 것을 믿은 학생은
언젠가는 낭패를 당할 수가 있다.
조선 초기에 어떤 승려가 예언하기를 좋아하였으나,
잘 들어맞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당신 왜 그렇게 거짓말을 자꾸 하는 거요?”라고 꾸짖자
그 승려는
“부처님께서 거짓말 구천구백 가지를 가지고,
풍수에게 천 가지, 점쟁이, 무당, 의원, 장사꾼,
중매쟁이, 기생에게 각각 천 가지씩 나누어 주고,
시인에게 삼백 가지, 주석가에게 삼백 가지,
천기(天機) 보는 사람에게 삼백 가지를 나누어 주었다.
나머지는 제가 지금까지 애용하고 있지요”라고
넉살 좋게 이야기했다.
풍수 점쟁이 무당 등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믿을 수 없는 말을 많이 하지만
그러나 거짓말 잘하기로는
정치가만 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양심적인 정치가도 적지 않겠지만
대부분의 정치가들이 거짓말을 잘하는 편이다.
평소에 정치가들의 말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혀끝에서 나오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가 그런 말을 한 것을 잊어버린다.
말을 먹는다는 의미를 가진
식언(食言)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식언'이란 한번 입에서 나온 말을
다시 입으로 들여보낸다는 것이니,
거짓말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고대 중국의 정치를 기록한 유교경전인 '서경' 탕서에
탕왕이 걸왕을 칠 때 박땅의 백성들에게 맹세하면서
"그대들은 나를 도와 하늘의 벌을 이루도록 하라.
나는 그대들에게 큰 상을 내릴 것이다.
내 말을 불신하지 말라. 난 말을 먹지 않는다"라고
말한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한편 주 성왕이 오동잎을 어린 동생에게 주면서
장난으로 "이것으로 너를 후에 봉하리라"고 하매
주공이 들어와 치하하니
성왕이 "장난이었다"고 하였지만,
주공은 "천자는 농담을 할 수 없다"라고 하여
끝내 어린 아우를 당에 봉해주었다고 한다.
우리는 주위에서 식언(食言)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말, 실행하지도 않을 거면서
무심코 말을 던지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조만간 만나 소주 한 잔 합시다",
"더러워서 내가 사표 쓰고 만다",
"내가 밥 한 끼 살게" 등
입으로만 하는 헛소리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
말 한마디의 무게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 정치권의 식언은 가관이다.
요즘 매스컴을 시끄럽게 하는 것도 이런 식언 때문일 것이다.
공언(公言)을 공언(空言)으로
식언을 떡 먹듯 하는 정치권인 것 같다.
리더들의 말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꼭 지킬 수 있는 말만 해서
'식언 과식'으로 비대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나만의 욕심일까?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