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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조아라에서 연재중이에요..
다른거라곤 편당 제목이나 그런거밖에 없으니까 여기서 보셔도 되요.
http://www.joara.com/view/book/bookPartList.html?book_code=168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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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라할이 서서히 서산으로 넘어가면서 종을 칠 수사를 부르기 시작할 무렵. 광장의 사람들은 이제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가 먹을 따뜻한 저녁을 기대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검은 로브를 걸친 여린 몸의 한 사람이 라할의 종 앞에 서 있었다.
"아직 칼은 안온건가?"
로브사이로 여린 목소리가 흘러나왔으나 주변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열심히라 그녀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때 저 멀리서 그녀가 기대한 칼이란 사람은 오지 않고 대신에 종을 칠 갈색 로브의 수사가 걸어나왔다.
수사는 천천히 걸어오다가 느긋하게 수녀에게 가벼운 목례를 남기고 종 옆으로 가서 종을 울릴 준비를 했다.
"라할의 종은 항상 당신이 울립니까?"
"아뇨, 저희들끼리 서로 순서를 정해 하루씩 돌아가지요."
심심했는지 수녀는 수사에게 가볍게 말을 걸었다. 붉은 빛에 물든 그들의 로브는 한층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여기 석양이 참 멋있네요."
"봉사를 하면서 얻는 기쁨중 하나지요."
그리고 그들은 아무말도 없었다. 그저 저 멀리 세상에 마지막 불꽃을 던지듯 화려하게 타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는 일외엔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 이제 종을 울려야 겠군요."
정신없이 석양에 취해있었지만 자신의 본분은 잊지않고 꼬박꼬박 챙기는 수사. 그는 자신의 옆에 놓여있던 붉은 밧줄을 힘껏 아래로 잡아당겼다.
뎅~~~ 뎅~~~ 뎅~~~
낭랑하게 울려퍼지는 종소리가 도시를 가득 매웠다. 장인의 혼이 담긴 종의 소리는 그렇게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져감을 알리며 서서히 사그러져들어갔다.
"저녁 바람이 매서우니 감기 조심 하십시오."
자신의 할 일을 마친 수사는 저녁을 먹는 가족들의 행복한 웃음소리와 밥짓는 연기를 헤치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그만 나오시죠. 칼."
그녀의 이 말에 종 뒤편에 서있던 거한의 사나이 칼이 걸어나왔다.
"왜 먼저 나타나지 않으셨죠?"
"모처럼의 평화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해는 이제 완전히 산 뒤로 넘어가버리고 그 빈 자리를 별과 달이 채우고 있었다.
"카노에와 지니안이 같은 하늘에 떠 있기 시작하는 가룸다... 아직까지 이른 시간에는 보이지 않는군요."
"네. 카노에는 지니안이 거의 질 무렵에 나타나죠."
지니안. 백색의 검. 보는 이의 혼마저 빼앗아 가버릴것만 같은 숨막히는 월광을 바라보던 수녀가 로브자락을 펄럭이며 몸을 돌렸다.
"이제 약속장소로 가봐야지요."
"안내하겠습니다."
어둠이 깔린 거리에 마나등이 하나 둘 밝혀지고 그 빛을 피하려는 듯 수녀와 칼은 흰 언덕을 향해 걸어갔다.
"이제 슬슬 가봐야겠군."
"뭐냐? 오늘 약속있냐?"
사루시안은 창밖의 지니안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지만. 식탁에 앉아 칼을 손질하던 단에게는 다 들렸는지 단이 무심하게 대꾸를 했다.
"뭐... 일이지."
"일이라... 너 과외선생말고 다른것도 해?"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사루시안. 그는 자신이 입고있던 평상복을 검은 사제복으로 갈아입고 목에 걸고있던 펜던트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뭐, 그렇다고 해두지."
단은 칼 손질이 끝났는 듯. 찰칵 소리를 내며 칼을 칼집에 집어넣고 사루시안에게 물었다.
"내가 따라갈 필요는?"
"없어."
옷 매무새를 마저 정리한 사루시안은 이제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문을 열자 바깥에서 기분좋은 바람이 불어왔다. 싱그러운 봄의 채취... 너무 오래 있었어...
"늦게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먼저 자라."
"오냐."
따사로운 봄바람을 만끽하며 거리를 걷는 기분은 날아갈 것만 같다고 해도 되겠지만 지금 사루시안이 가는 곳에는 정체도 모르는 수도회가 파견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으니 썩 좋지많은 않겠다.
"쩝.. 죽기야 하겠나."
"어떻게 되었습니까?"
작은 방. 불빛이라고는 거의 없는 암흑으로 뒤덮인 방. 그 방에 대여섯명 정도가 되는 사람들이 망토를 뒤집어쓰고 옹기종기 모여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모두들 하나같이 미인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얼굴이었지만 그 내용이 썩 건전하진 않은것 같다.
"안넘어오더군요. 덕분에 저도 큰 상처를 입고 도망쳐 올 수 밖에 없었지요."
"과연. 아직도 옛 애인을 잊지 못한거군요? 그러고도 마녀라는 이름을 받길 원했다니. 같은 마녀로서 화가 나는건 어쩔수 없군요."
키 작은 마녀가 하는 말을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마녀가 요염하게 받았다.
"이번 기회에 그 마녀 같지도 않은 마녀를 처치하는게 어떨까요? 보라 마녀가 이 정도 상처를 입었다는 것은 곧 그 상대도 그만한 상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상처를 입을리가 없다는걸 의미하니까요."
"시렌치움은 특별하다. 우리같은 보통 고위급 마녀와는 차원이 틀려. 비록 그 힘을 운용하진 못해도 숨이 당장 떨어지지 않는 한 지금쯤 이미 회복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회색머리의 마녀가 붉은머리의 마녀에게 반박을 가하자 붉은 머리의 마녀는 뾰룽퉁하게 대답했다.
"흥, 우리처럼 이름을 버린 마녀는 자신의 별을 버린 마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는건가요?"
"그녀는 스스로 기운을 타고났다. 그래서 자신의 별의 도움따윈 필요가 없지. 하지만 우린 그런짓을 했다간 금새 기운이 고갈되어 말라버릴것이야. 이 차이를 아직도 모르겠나?"
노란 금빛머리의 마녀가 나름대로 타일렀지만 여전히 그녀는 강경했다.
"그래요! 모르겠어요! 내 언니를 죽인 마녀. 애초에 나에겐 복수의 대상일뿐. 회유의 대상은 아니라구요!"
점점 사나워져가는 분위기를 보다못한 푸른 머리 마녀가 그녀들을 중재하기 시작했다.
"자, 자, 그만들 하시지요. 어쨌든 시렌치움은 우리를 거부했습니다. 마녀의 불문율에 따라 이제 어찌 되었든 그녀를 처벌해야겠지요."
"그럼요. 감히 카르에제 가문의 아이를 키우려 들다니.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었죠."
눈치없이 끼어드는 붉은 머리 마녀에게 잠시 따가운 눈총을 보낸 푸른 머리마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모두가 정면 승부로 그녀와 싸워서 이길 순 없으니 그녀의 처리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죠."
"다른 사람이라뇨!"
화를 내는 붉은머리. 하지만 푸른머리는 차갑게 대답했다.
"아직 말 안끝났소."
푸른머리가 가장 연장자였는듯 붉은 머리는 뭔가 반항하려 했지만 주변 마녀들이 무언의 압박을 해오자 결국 한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마나 파괴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누군가가 카노에로 들어갔소... 이 정도면 그대들은 알아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오."
음흉한 미소로 좌중을 둘러보는 푸른머리. 모두들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린듯 씨익 웃었고 붉은머리도 불만이 해소되지 않았지만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럼 모두들 동의한것으로 생각하고 계획을 실행하겠소."
말을 마친 푸른머리는 방을 나섰고 다른 마녀들도 딱히 할 말이 없는 듯 그녀를 따라 모두들 일어섰지만 붉은머리 마녀는 아직 방에 홀로 남아있었다.
'다른사람? 웃기지마. 너희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나 혼자라도 하겠어... 시렌치움...'
"으.. 갑자기 오한이.."
"왜 그래? 아까 다친 상처가 덧나기라도 한거야?"
책 잘 읽고있던 시렌이 갑자기 오한을 느끼며 몸을 움츠리자 태평하게 책상위에서 뒹굴던 루시가 조금 걱정이 된듯 물어보았다.
"글쎄.. 그건 아닌것 같은데..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무지 미움받고 있나봐."
"언니, 나 다 씻었어."
젖은 머리를 타올로 감싼 루나가 샤워 가운을 입고 나타났다. 처음에 둘 사이는 식모와 집 주인이었지만 어느새 그런 관계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이제는 언니와 동생사이나 다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 알았어."
"그럼 나 자러갈게."
루나는 자신의 방으로 자러 올라가고 시렌은 도서관 어디에 붙어있는지 불가사의하기까지한 욕실로 찾아갔다.
욕실의 위치는 2층 복도 제일 끝방이었는데 바깥에서 보면 과연 이 방이 욕실일까? 하고 의문을 가질 정도로 다른 방문과 다를바가 없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욕실 맞구나.' 하고 생각할 그런 방이었다.
"후우.. 요즘 정신이 없단말야."
빨래 바구니에 자신의 옷을 벗어서 아무렇게 던져놓고 그녀는 욕실로 향했다. 욕실이라 해도 별반 특별할거 없는 곳이었기에 그녀의 샤워는 보통 사람이랑 다를바 없이 샤워기를 틀어 나오는 뜨거운 물로 씻었다.
'그런데 사루시안 녀석 도데체 어떤 녀석이지?'
막상 당했을때는 몰라도 시간이 지나고 기력이 회복되자 이제 서서히 호기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시렌은 아까를 회상했다. 분명 그는 성직자. 그의 기운이 몸에 들어왔다면 십중팔구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까무러쳤어야 정상이었다.
마치 몸속에 타입이 다른 피가 들어와 피끼리 엉겨붙는 것 처럼. 하지만 그의 기운은 순화되어서 그녀의 어둠과 어울렸다. 한마디로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하여튼 웃기는 녀석이야.'
결국 그녀는 더 이상 생각해봤자 확답을 얻을 수 없을거란 결론을 내리고 괜히 머리아프게 생각하는걸 포기했다. 그리고는 기분좋은 샤워를 시작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녜스라고 합니다."
"칼이라고 하오."
흰 언덕으로 찾아간 사루시안. 그들은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지나칠 만큼 민감하게 반응하여 그를 노려보았지만 그가 입고있는 사제복을 보고는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고 자기 소개를 했다.
"사루시안 스테파노라고 합니다."
흰 언덕. 과거 마녀 사냥의 흔적을 지닌 상처받은 언덕. 지금도 가끔 그 날 억울하게 죽은 파스마티(마녀의 원혼)들의 울부짖음이 들려오기 때문에 대낮에도 사람이 다니는걸 꺼리는 장소기에 이런 만남을 갖기에는 딱 좋았다.
"조사에... 성과는 있습니까?"
"뭐, 나름대로 성과는 있었습니다."
"그럼 들어보도록 하지요."
칼의 웅후한 목소리가 들린후 사루시안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말을 이었다.
"우선 북쪽 카노에에서 조금더 위로 올라가다보면 있는 검은 언덕. 그곳에서 두 마녀의 싸움이 원인이었습니다."
사루시안은 아직 알려져서는 안되는 시렌치움을 감춰야 했기에 적당히 이야기를 바꿨지만 시렌의 직접적인 등장만 가렸을 뿐 자신이 아는 내용은 그대로 서술했다.
"그러니까 결국. 마녀들이 저지른 일이군요."
'그게... 그렇게... 설마? 아냐.. 아니겠지...'
아녜스 수녀의 차가운 추궁에 사루시안은 섬뜩함을 느꼈다. 철저하게 이단심판을 위해 키워진 어두운 존재들... 사루시안은 그런 그들에게 연민을 가졌다.
"어차피 원인이 된 마녀는 죽었잖습니까? 에.. 또.. 그래서 저 어둠의 마나를 중화할 방법을 찾으려고 몇가지 조사를 해 봤..."
사루시안은 말을 끝까지 이어나가지 못했다. 그 둘의 시선.. 마치 자신을 하나부터 열까지 해부하는 듯한 싸늘한 그들의 행동... 저들에게 자비란 없다... 내가 지켜줘야 한다... 그렇게 사루시안은 생각했다.
"보고는... 이만 하도록 하죠..."
얼음장 같은 그녀. 사루시안은 뭐라 하려고 했으나 곧 칼의 말에 막혀버렸다.
"앞으로는 우리가 행동하도록 하지. 자넨 이만 손떼."
'죽음의 냄새... 그들에게 맡겨선 안된다. 그들은 루나도 용서가 없을것이다... 시렌이 잡혀가거나 죽임을 당하면 루나가 가만히 있을 것인가? 내가 나서야 한다.. 내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 그게... 내가 이곳에 맡겨진 이유다.'
지니안이 져가며 카노에가 떠오른다. 카노에의 광기에 가득찬 빛이 흰 언덕을 비추며 파스마티들의 노래가 들려온다. 너의 죽음. 정해졌다. 이미 오래전에. 그랬듯이. 앞으로도. 끝남을 알리는 라할의 종이 들려오면.
첫댓글 손 떼라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