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밀교시 8호 ☆
- 군령의 신성성 및 무오류성 -
우리는 김일성 주석의 1974년 비밀교시를 철저히 준수했다. 바로 '진지전' 교시였다. 맨 처음 단행한 것이 신림동 고시촌에서의 서울대 법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학금 지급이었다. 그 대상자들은 어떠한 데모에도 참여를 못 하게 하고 공부에만 전념하게 했다. 첫해에 합격생이 배출되었고 전국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선별하여 범위를 확대하자 1년에 10여 명 이상 합격하는 쾌거를 이루게 되었다. 당시에는 지방 학생들의 생활이 궁핍하여 선발하는 데 별문제가 없었고 합격생들은 검찰, 경찰, 법원 등에 임용되어 쉽게 진지를 구축하고 결정적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도록 하였다.
그 시기가 무르익어갈 즈음에 10·26사태가 발생하였다. 서울의 봄은 절호의 기회였다. 우리는 모든 역량을 결집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면서 시해의 주범 김재규 재판을 면밀히 주시했다. 김재규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때까지 주장한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군령의 신성성 또는 무오류성'이었다. 비서실장 박흥주와 의전과장 박선호를 살리기 위한 주장으로 군에서 지휘관의 명령은 오류가 없는 것으로 신성시되어야만 전쟁 수행이 가능한데 만약 이 원칙이 깨지면 '전쟁은 살인'이라며 총을 든 군인들이 거부할 시 국가는 패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군보다 더 지휘 체계가 엄중한 중앙정보부 직원은 부장의 명령에 절대복종해야 하므로 박흥주와 박선호는 무죄라는 것이었다.
1936년 2월 26일 일본에서 발생한 소위 2·26사건에 관련된 판례가 그 논거였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승리한 일본 군부는 통제파(統制派)와 황도파(皇道派)가 나뉘어 대립 양상을 띠게 되면서 파벌적 대립이 격화되어 갔다. 1936년 2월 26일, 겨울이 끝나갈 무렵에 내린 폭설로 수도 도쿄가 은세계로 변한 새벽 미명에 황도파 계열의 육군 청년장교들이 1,400여 명의 병력을 이끌고 쿠데타를 단행하였다. 수상과 정부 요인의 공관 및 도쿄 경시청 등을 습격하여 대장상(大藏相)을 비롯한 각료들이 살해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바로 2·26 사건이었다.
사태는 격분한 젊은 혈기의 쇼와(昭和) 천황이 이 사건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을 명령하여 계엄령이 내려진 가운데 결국 군부에 의해 진압당했다. 반란의 주모자들은 비밀 군법 재판에서 사형이 집행되었지만, 대법원에서는 군에서 군령이 지켜지지 않으면 전쟁 수행이 불가하다며 군령은 신성하고 오류가 없는 것으로 상관의 지시가 부당하더라도 부하는 이를 거절할 수 없다고 하면서 쿠데타에 가담한 청년장교들을 전원 구제하여 관동군에 배치하였다. 읍참마속, 군령을 어긴 마속을 참수한 재갈량의 역사적 관통이었다.
박정희는 만주군관학교에서 관동군에 배치된 일본의 청년장교들로부터 군령의 신성성과 무오류성에 대한 합법성을 수없이 체득하였다. 그는 5·16혁명 당시 김종필에게 지시하여 혁명군에게 책자를 만들어 이 내용을 학습하게 하였다. 5·16혁명이 성공하게 된 요인이 된 것이다.
당시 동아일보에 도쿄발 호외로 판례가 보도되었지만, 우리는 지금부터 철저히 이를 은폐시켜야 한다. 마침, 12·3 사태에 가담한 지휘관들조차 국방장관의 명령이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따르지 않았다고 국회에서 증언해 계엄의 정당성이 부정되고 있으므로 비록 재판에는 회부할지라도 우리는 그들을 살려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차후에라도 군이 쿠데타를 감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물론 윤석열을 탄핵으로 퇴임시키고 우리가 정권을 잡게 되면 문제는 다르다.
사실 우리들끼리만의 얘기지만, 상관의 지시에 반하는 행동이 군에서 발생한다면 그게 무슨 군대냐. 시쳇말로 당나라 군대 아니겠는가. 육군소장출신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이 군령을 어긴 육사출신 똥별들을 앞에 세워놓고 너희들이 어찌 사내대장부로서 군인이냐고 질타한 것은 맞다. 이틈을 타 우리는 육사를 폐교시켜야 한다.
이제 모든 상황이 완벽해지고 있다. 우려했던 선관위 문제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국민의힘당에서 한동훈이 우리를 도와줘 탄핵안이 가결되었는데 부정선거가 들통이 난다하더라도 아니라고 우기면 된다. 식물대통령이 무슨 수를 쓴다 해도 우리를 따르는 국민들이 많아 배겨낼 도리가 없을 것이다. '군령의 신성성 및 무오류성'은 그때그때 사용하기에 달렸다.
자, 이제야말로 속전속결이다. 헌법재판소에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 잘못하면 너희도 죽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거대한 쓰나미, 이는 시류다. 우리는 모두 시류에 따라야 한다. 다음 차례는 헌법개정이다. 이 또한 시류다!
2024년 12월 16일
나오라, 시류에 역류하는 자 누구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