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fe-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Elysium
그리스 신화에 ‘행운의 섬’ 또는 ‘축복받은 자들의 섬’이라고 하는 낙원이 하나 등장한다.
곧 ‘엘리시움’(Elysium)이다.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이라고 하는 위키 백과에서는 그 ‘엘리시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엘리시움(Elysium), 엘리시온(Elysion) 또는 엘리시온 평야(그리스어: Ἠλύσιον πεδίον, Ēlýsion pedíon, 엘리시온 페디온, Elysian Fields)는 고대 그리스 종교와 철학의 특정 분파 또는 학파들이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해 온 사후 세계의 개념이다.
엘리시움은 하데스와는 구분되는데, 처음에는 엘레시움으로 들어갈 자격이 있는 사람은 신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과 영웅들이었다. 나중에는 신에 의해 선택된 자들, 바르게 산 자들, 영웅적인 행위를 한 자들로 범위가 넓혀졌는데, 이들은 사후에 엘리시움에서 축복되고 행복한 삶을 살며 삶 속에서 즐겼던 일 또는 직업을 계속 마음껏 즐기며 산다고 생각되었다. 호메로스(기원전 8세기경)에 따르면 엘리시온 평야는 대지(가이아)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강인 오케아노스에 면한 서쪽 가장자리에 있었다. 헤시오도스(기원전 7세기경)의 시대에서 엘리시움은 서쪽 바다에 있는 행운의 섬(Fortunate Isles) 또는 ‘축복받은 자들의 섬’(Isles of the Blessed)이라 알려져 있었다 축복받은 자들의 섬은 처음에는 복수 개의 섬이었는데 테베의 시인 핀다로스에 의해 한 개의 섬이 되었다. 그는 이 섬에는 그늘이 드리워진 공원들이 있는데, 이 섬의 거주자들은 이 공원들에서 음악과 운동 등의 취미 생활을 한다고 하였다.
엘리시움의 지배자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저자에 따라 견해가 다르다. 핀다로스와 헤시오도스는 크로노스가 엘리시움의 지배자인 것으로 말하고 있다. 반면 호메로스는 자신의 저서 <오디세이아>에서 후에 현명하고 공정한 왕의 대명사가 된 그리스 신화의 지혜로운 왕인 라다만티스가 엘리시움에 거주하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나라 굴지의 건설회사인 GS건설이 그 ‘엘리시움’을 연상하면서 현실에서 세워놓은 낙원 같은 곳이 있다.
강원도 강촌에도 있고, 제주도에도 있지만, 바로 ‘엘리시안’(elysian)이라는 이름의 골프장들이 곧 그곳이다.
그 이름을 맨 처음 인용한 이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엘리시움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바로 그런 낙원 같다는 엘리시안 강촌CC를 찾았다.
2016년 5월 27일 금요일인 어제 아침의 일이었다.
내 검찰수사관 선배인 이명구 법무사님과 부부동반으로 골프라운딩을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이 선배는 나와 1948년생인 동갑의 나이면서도, 나보다 4년 먼저, 그것도 두 단계나 계급이 높은 국가공무원 7급인 검찰주사보로 일찌감치 검찰수사관이 되신 분이다.
그리고 내가 대검찰청 총무과에서 검찰수사관 초임으로 이 거친 세상에 첫 발걸음을 내디디기 시작했을 때 그때, 같은 부서에 상관으로 근무하면서, 실무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내게 큰 도움을 줬다.
그런 남다른 사연이 있어, 그 이후 43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지금껏, 끈끈하게 그 인연이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좀 서둘러, 오전 8시 30분 티업 시간보다 한 시간 전에 여유롭게 그곳 골프장 클럽하우스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 선배 부부는 이미 우리부부보다 앞서 도착해서 현관에서 기다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품격 있는 그 하루의 어울림이 시작됐다.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비용 아낀다가 골프장에 이르기 전의 어느 허름한 음식점을 찾아, 5,000원짜리 해장국으로 아침끼니를 때웠을 것이다.
그러나 어제만큼은 그러지를 않았다.
그런대로 여유롭다는 품격이 부부동반의 그 어울림에서는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 아침식사에서는 품격을 버렸다.
참기름에 고추장으로 비빔밥을 해서, 주위 온통에 냄새를 풍기면서, 그 아침을 때웠다.
많이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아침 밥상이었음에도, 밥도 한 그릇 더 시켰다.
더 시킨 그 밥 한 그릇은 먼저 비빈 그 밥에 더 보태서 또 비볐다.
자칫 딱딱해질 수도 있는 선배와 후배의 부부동반 모임분위기를, 고추장 비빔밥처럼 훌 섞고, 그래서 더 정겨운 분위기로 이어지게 하려는 내 속셈이었다.
함께 자리를 했던 이 선배 부부도, 또 내 아내도, 아마 내 그런 속셈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내 그 속셈은 딱 맞아떨어졌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허튼 말이라고는 좀체 잘 하지 않는 이 선배도, 어제만큼은 사뭇 달랐다.
농담도 슬슬 했고, 파안대소로 웃기까지 했다.
더욱 짙게 물들어가는 초록과, 그 틈새 틈새를 아름답게 물들인 지천의 야생화 풍경을 즐기면서, 우린 어제의 그 하루를 정말 낙원에서의 그 하루인양 정말 행복감에 빠져들었다.
우리들의 그 행복감은 골프라운딩을 끝내고 장소를 옮겨 점심을 같이 하는 그 자리에까지 계속 이어졌다.
내 중학교 동기동창인 김용균 친구가 까마득한 지난날에 소개를 했었던, 경기 가평의 막국수집인 ‘송원식당’이, 이날의 우리들 부부를 끝까지 행복하게 한 바로 그 ‘엘리시움’ 같은 현장이었다.
7,000원짜리 보통 한 그릇으로는 부족해서, 1,000원 더 비싼 곱빼기 막국수를 주문했다.
주먹만 하게 말아 담은 막국수 두 덩어리, 이미 행복한 어제의 나를, 배까지 부르게 한 끝장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