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살면서 문단속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지금은 CCTV 카메라를 세대나 설치했다니까.”
충남 부여군 석성면에 사는 남궁봉분 씨(62)는 얼마 전 간담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했다. 고추밭에서 오전 일을 마치고 일꾼들과 점심 먹으러 다녀온 잠깐 사이 집에 도둑이 든 것이다.
“집에 있던 현금하고 마누라 목걸이, 그리고 통장이 없어졌어요. 경찰에 신고했지만 떨리는 마음이 진정이 안돼요. 마누라는 지금도 밤에 자다 깨고 자다 깨고 한다니까.”
곰곰이 생각한 끝에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를 달기로 했다. 안 그래도 요즘 주변에서 고추며 마늘을 도둑맞았다는 이야기가 흔하게 들려오던 참이었다. 전기가 들어가기만 하면 비닐하우스 앞에도 CCTV를 설치한다고들 했다. 전해듣기로는 다른 마을에서도 CCTV 설치하는 집이 늘었다고 하니 이참에 달자 했다. 비슷한 시기, 윗집에 사는 임보영 씨(64)도 집에 CCTV를 설치했다.
“불안하지. 애들은 다 도시에 나가고 두 내외만 있는데. 나는 네대를 달았어. 거실에 있는 CCTV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든든하더라고.”
아랫집도 조만간 CCTV를 설치한단다. 그러면 30여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에 CCTV를 설치한 곳이 네농가나 된다. 마을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전북 고창의 한 마을은 네집 건너 한집꼴로 CCTV를 설치했을 만큼 농가의 CCTV 설치는 흔한 일이 됐다. 인터넷에도 ‘시골 부모님 댁에 CCTV를 설치해드렸다’는 자녀들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부모님만 계시니까 항상 걱정이었는데 CCTV를 달았다고 하니까 많이 안심이 되더라고요.”
임씨 며느리의 말이다. 도둑도 도둑이지만 나이 든 부모님만 계시다가 혹시 나쁜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던 자식들이 나서서 CCTV 설치를 권하는 것이다.
이는 개별농가만의 일이 아니다. 정부도 농촌지역의 생활안전 향상을 위해 마을별 CCTV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2016년 현재 전체 행정리(3만6216곳)의 43%인 1만5654곳에 설치했고, 2019년까지 설치율을 60%로 높일 계획이다. 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 불경기 등 현대의 사회문제들이 얽히며 만들어낸 요즘 농촌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