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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두 번씩 모임을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것도 20년이 넘는 세월을 만나야할 시기에 한 번도 빠짐없이 계획하여 만났으니 이번으로 50회를 넘겨 함께해준 친구들이 고맙다. 사는 곳도 서울 부산 창원 순천 진주 등 전국에 흩어져 있지만 모임 일정은 한두 달 전에 서로의 의견을 참조하여 편한 날을 선정하여 공무나 사무에 전혀 지장이 없으니 세월이 흐를수록 정이 깊어지고 편하여 좋다. 올해는 인삼의 고장인 충남 금산에서 일정을 약속했기에 모임 장소에 오면서 주변에 가보고 싶은 곳을 답사하고 온다면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될 것 같아 모두 좋아했다.
옛날부터 나는 금산에는 많이 다녔는데 진주·대전 간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무주IC를 빠져나와 아름다운 금강변을 따라 가면서 마침 선명하게 뜬 무지개를 바라보며 찾아간 곳이 적벽강이다. 적벽강은 전북 장수군 장수읍 수분리 뜬봉에서 발원하여 유유히 북쪽으로 흐르다가 충남에 들어서서 동남쪽에 물굽이를 틀어 서쪽 금산군 부리면 방우리에 들어선다. 여기서부터 층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산 사이를 뚫고 금강이 흘러 수통리에 이르면 그 앞의 넓은 시야로 좌측으로 기암을 이루는 절벽이 있으니 이 절벽으로 이루어진 산을 적벽이라 부르고 그 아래에 흐르는 금강을 “적벽강”이라 한다. 적벽을 찾아가는데 강물위에는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적벽은 바위산이 붉은 색이란 데서 유래된 것으로 30m가 넘는 장엄한 절벽에는 강물 아래로 굴이 뚫어져 있으며, 이산에는 또한 아름다운 꽃과 풀이 있어서 더욱 신기한 산으로 알려져 있다. 가을에는 불 타는 듯한 단풍이 강물에 비쳐 절경을 이루므로 저녁노을이 질 무렵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적벽절경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적벽아래 흐르는 금강은 마치 호수와 같이 잔잔히 흐르며 모래사장이 길게 펼쳐져 더욱 운치를 더한다. 일설로는 중국양자강 상류에 있는 천의절경 적벽강과 흡사하다 하여 적벽, 적벽강이라 부르게 되었다고도 하는데 봄철에 해가 뜨면 춘화가 여름에는 푸른 소나무잎이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설화가 강물에 비쳐 비단에 수놓은 푸른 물결과 함께 절정을 이룬다. 요즘 여름철에는 적벽강 모래사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피서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금산의 수려한 절경을 둘러보고 모임장소로 향한다. 식당을 둘러보니 온몸에 전율을 느낄 정도로 아름답다. 건물은 식당이라기보다는 펜션에 가까운 이미지를 준다. 마당에는 항아리가 가득하고 내부는 아기자기한 소품이 전시되어 있다. 경기도 가평에는 청정한 조무락계곡이 있는데 그곳과 이름이 같으면서 우리를 덩실덩실 춤추게 만드는 한정식집이다. 사장이 당뇨병을 앓아왔는데 부인이 음식으로 병을 치유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약재를 이용한 먹거리를 개발한 것이다. 요리사인 딸은 시각적인 효과를 더하여 맛이 있는 음식을 만들어 손님상에 내오면 근사한 먹거리작품 하나를 대하는 것처럼 화려하다. 거기다 인삼의 고장 금산답게 음식마다 인삼을 많이 넣은 것이 특징이다. 요리명은 '인삼 한정식' 가격도 가히 비싸지도 않으면서 푸짐하다. 상에 올리는 요리는 비슷한 수준의 음식으로 수시로 바뀐다. 종업원이 새로운 접시를 가져올 때마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튀어 나온다.
반찬은 장아찌와 더덕, 방풍나물, 질경이 등 천연재료를 사용한 것들이 많아 웰빙식탁으로 보면 된다. 색깔도 조화롭게 어울리고 예뻐서 입에 넣기도 아까울 정도이다. 핑크빛이 나는 더덕무침은 백련초를 사용했는데 노란 것은 원래 더덕색이고 초록은 쑥으로 색을 낸 것이다. 화학조미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효소를 이용한 웰빙식이다. 쇠고기, 수삼, 계란, 버섯, 청포묵으로 만든 탕평채는 맛도 절묘하지만 소고기와 수삼이 어우러져 좋은 식감을 준다. 고구마와 검은깨로 만든 묵, 두부를 으깬 양송이, 새우 얹은 해파리, 고추장 장떡, 쑥떡, 맛살을 끼운 전 등 4명이 하나씩 먹으면 된다. 닭가슴살샐러드는 소스가 감칠맛이 나고 노랑 빨강의 피망을 사용하여 음식 인테리어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시식은 노란 호박죽부터 했는데 다른 곳보다 걸쭉하다. 나오는 음식을 빨리 먹지 않으면 다음 요리가 밀린다. 사장님께서 음식의 재료와 효능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소고기 당근 양배추 버섯을 수삼으로 싼 소고기수삼말이는 쌉쌀한 수삼과 육즙이 가득한 고기와 채소가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참치를 길게 썰어 고추장으로 버무려온 참치회무침도 한 맛 난다. 튼실한 인삼을 가운데 얹은 삼계탕은 엄나무로 육수를 만들어 국물 맛이 유난히 진하다. 30여 가지 요리 중 가장 극찬을 받은 수삼샐러드다. 수삼을 잘게 썰고 밀전병을 섞어놓았는데 바삭바삭한 밀전병과 아삭아삭한 수삼이 절묘한 궁합을 이뤄 오묘한 맛을 낸다. 테두리는 검은깨로 만든 소스를 둘렀으며 수삼 위에 놓인 시커먼 것은 홍삼액이다. 보약 중에 보약인 인삼을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가 있을까? 정성이 이런 요리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아주 맛있는 인삼주를 한 모금하고 샐러드를 잘 섞어 한 입 넣으니 너무 맛있다. 다음에는 보쌈과 오리고기가 등장했는데 좋은 것들이 많이 나오니까 별로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 직접 재배한 신선한 상추로 싸서 먹는 맛이 아삭하니 좋다. 배는 부르지만 끝으로 밥과 아욱국이 나와 오늘의 만찬을 마무리 한다. 그래도 맛을 보고 소개를 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먹어보니 역시 최고다. 후식으로는 진한 수정과와 경단 수삼절편이 나와 끝까지 우아하게 먹었다.
숙소로 들어가 오늘 둘러본 곳과 음식 얘기로 웃음꽃을 피우며 한 참 즐거운 시간을 보대다 보니 취기가 가시는지 인삼막걸리를 좀 마시잖다. 늦은 시간이라 가까운 곳에 가서 사다가 연료를 보충하니 더 재미있는 얘기로 시간 가는 줄도 모르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역시 오랜 친구는 허물이 없어 좋은 것 같다. 아침식사는 우거지를 많이 넣은 올갱이해장국과 기찬라면으로 했다.
아침식사를 하고 나니 계획하지 않은 대둔산을 가자고 한다. 케이블카도 타고 등산도 하자고 하여 준비가 부족하지만 모두 함께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까마득하게 내려 봐야 하는 벼랑 끄트머리에 길게 다리를 늘어뜨린 구름다리를 건너니 바람 따라 다리가 출렁거리면 몸이 함께 출렁거리고 마음은 철렁거린다. 몰아치는 바람이 시원한데 마음에서는 진땀이 난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릴 정도인 902m의 삼선계단을 올라 드디어 대둔산 정상인 마천대에 올랐다. 주변의 경치를 보기에 참 좋은 날씨라 가까이는 마이산, 멀리는 지리산천왕봉까지도 눈에 들어와 주변을 편안하게 조망을 하고 하산한다. 올라가면서 인삼튀김을 하는 아주머니에게 맛 좀 보여 달라고 농을 했던 집으로 들어가, 그 말하면서 바로 인삼튀김과 산채비빔밥, 동동주를 시켜서 먹는데, 도토리묵을 몇 접시나 서비스하여 맛있는 산채비빔밥을 푸짐하게 먹었다.
이제는 다시 헤어질 시간이다.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며 손을 흔든다. 돌아서는 모습에 못내 아쉬워하며 금산읍으로 들어가 금산인삼관으로 들어간다. 금산인삼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홍보하기 위하여 새롭게 개관하여 1층은 풍수인관과 금산인삼축제시 인삼왕 선발대회에 입상한 인삼병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금산인삼의 설화 및 효능을 설명해 놓은 건강생애관과 인삼약초관, 3층에는 조선시대의 거상 임상옥을 그린 상도관 과 인삼을 이용한 먹거리 등이 전시되어 있는 인삼음식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어서 금산인삼약초시장을 둘러본다.
인삼․약초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인삼의거리’는 전국인삼생산량의 80%가 거래되는 국내 인삼유통의 중심지이며 세계적 규모의 인삼시장이다. 인삼시장에서 평소 즐겨먹는 질 좋은 수삼을 사서 개삼터로 향한다. 인삼이 최초로 나온 지점 이라 하여 개삼터라 하는데, 이 공원에는 금산인삼랜드마크, 개삼각, 처음 인삼을 심은 강처사 설화, 강처사 집, 삼장제 조형물, 연근별 인삼모형과 개삼터 광장과 산책로, 놀이터, 잔디광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휴식과 산책을 즐기면서 인삼의 유래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며 이곳에서는 매년 인삼축제를 알리는 ‘개삼제’를 지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오는 길에 보석사에도 들렸다. 보석사는 금산군 남이면 석동리 진악산 남동쪽 기슭에 있는 절로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이다. 신라 때 조구가 창건했는데, 당시 절 앞산에서 캐낸 금으로 불상을 만들어 절 이름을 보석사라 했다고 한다. 문화재로는 보석사 대웅전과 천연기념물 365호인 은행나무가 있는데, 이 은행나무는 1000년 이상의 수령으로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울음소리를 내는 영험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아직 금산에서 둘러보고 맛볼 것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아쉬움을 간직한 채 전라북도 진안의 용담댐을 드라이브하며 즐거운 금산에서의 여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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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ㅎ
희운이 살찌겄네^^
살은 안찝니다!
틈만 나면 운동으로 빼니까...?
자연과 어울리는 정갈한 손맛,
한상가득 보약같은 밥상..
깨끗한 자기그릇에
정성스레 담긴 음식 하나하나가
주인장의 깊은 손맛이 배어있는 듯 하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
만드는 이의 정성과 맛,
적당한 가격이 한데 어우러지니
가히 감동적이라 할 만 하다.
충남 금산의 '조무락 한정식'..
기회를 만들어 꼭 한번 들러보고 싶다.
좋은 글과 사진을 담아
훌륭한 맛집을 소개해 준 친구에게도 감사 ~
미리 연락하시어 꼭 예약하시고 가시길...
음식 예술이라고나 할까...?
울진 얘기도 다시 보세요!
섬세하게 표현을 잘 해서 그런지
마치 내가 금산여행을 갔다온 기분이다.
덕분에 구경 잘 했다
글솜씨가 향토작가 이상이네
등단해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