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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소설에 등장하는 지명, 인물, 단체, 사건 등은 실제와 전혀 무관한 허구입니다
륜아이 님 표지 제공♡
쁘띠망크림 님 캘리그라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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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 검은 절벽
Writer . 쁜틳♡
Start . 12. 01. 10
불펌. 도용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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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절벽 > 07
반 년 전 폭풍처럼 등장한 지방선거 기대주에서 일순 갑작스런 스캔들로 인해 모래성처럼 허물어버린 그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관심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족조차 외면했을 정도니 그가 어느 정도 충격을 입고 세간에서 종적을 감춘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지방선거가 창조당의 참패로 막을 내린지 이제 반 년, 이미 정치적 수명이 다 한 그를 이제 와서 회상한다는 것은 그에게 잔인한 일일 수도 있으나, 생각해보면 그를 둘러싼 의혹이 완전히 다 해명이 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개중 가장 의문스런 부분이라 한다면 단연코 한창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던 그가 왜 그리도 갑작스럽게 후보직을 내놓았느냐에 대한 것에 있다고 하겠다. 부하 여직원과의 문란한 스캔들이 그쪽으로 예민한 이 나라 정치바닥에서 더 이상 발붙일 틈을 주지 않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으나, 뒤집어서 생각을 해보면 그것도 그것대로 이상스러운 처사였다. 비록 불건전한 스캔들로 인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긴 했으나 그것이 승리를 목전에 둔 선거를 포기하고 이날 이때까지 은둔 생활에 들어가게 할 정도로 치명적이었을까? 그가 후보직에서 물러나고 지방선거가 보수당의 완승으로 결판난 후, 그에 대한 이러한 의문들이 한동안 몇 차례 제기된 일만 봐도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음에는 틀림이 없어보였다. 그러니까, 마치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한 것처럼 그토록 서둘러 꼬리를 뺀 것이 오히려 의문을 눈덩이처럼 불려놓은 셈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이번 서인석의 난데없는 폭로도 갑작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일어나야 했을 일이 순리대로 일어난 것뿐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선거 이후 당의 참패에 책임을 지고 가정도, 지인들도, 속세의 모든 얼룩도 닿지 않는 초야에 묻혀 지내던 서인석이 이렇듯 갑작스럽게 귀환하자 정계는 물론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사퇴 이후 서인석의 뒤꽁무니를 줄기차게 쫓아다니던 의혹들이 놀랍게도 전부 맞았던 것이다. 오후 나절 조심스럽게 경찰 측과 접촉한 서인석은 지난날을 눈물로써 회상하며 그간 자신이 입었던 모든 고통과 그 원인에 대해 상세히 털어놓았다. 자신이 반 년 전 후보직에서 사퇴를 한 것은 자의가 아닌 외압에 의해서였으며, 최근까지도 갖은 협박에 시달리며 상당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시간 관계상 그 외압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밝히는 것은 내일로 미뤄진 가운데, 경찰 측은 아직 정확한 배후는 알지 못하나 서인석이 현재 정계 입문을 준비 중인 거물급 인사라고 귀띔을 해주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잠잠하던 정계가 난데없는 폭탄을 맞았다. 배후가 누구인지 저들끼리의 추측이 난무하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이제야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정치계의 음지가 이번 폭로로 말미암아 수면 위로 올라오리라고 기대했다. 아무튼 큰 파란이 예고된 셈이었다. 약속된 발표 시간까지 앞으로 약 20시간, 또다시 하루를 준비하던 온 나라가 파란을 대비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이 중 외압 배후 용의자 1순위로 암암리에 꼽히고 있는 강종우는, 이 모든 것을 전해 듣고는 입 끝만 냉소적으로 살짝 올렸다 내렸을 뿐이었다.
ㅡ 남은 인생이 아까워 살려둔 게 화근이었지. 역시 목을 매달아 숨통을 끊어놨어야 했던 건데.
숨통을 끊어놨어야 했다는 잔인한 말을 얼른 입 속으로 되삼킨 것은 함께 저녁 식사를 들고 있던 이에게 뒤늦은 생각이 미쳤던 탓이다. 이미 말은 뱉어졌다. 흘린 물을 주워 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는 것처럼, 지금 그와 마주 앉아 있는 이도, 힐난하는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ㅡ 민아.
다정스레 부른 이름에 고개를 들었다. 그 흔한 웃음도, 대답도, 끄덕임도 없이 그저 바라보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스무 해를 함께 살아왔으나 아직 그에게 저 창백한 얼굴은 낯설었다.
ㅡ 탓하는 건 아니다. 마저 들자꾸나.
검은 눈동자가 다시 제 앞에 놓인 그릇으로 향했다. 시곗바늘이 6시를 지나치고 있었지만 하늘은 아직도 밝았다. 강종우는 도시의 밤하늘이 모조리 저 애의 눈동자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 눈동자가 저리도 새까맣기 그지없는 거라는 생각도.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으나, 일이 그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졌다. 거기엔 쥐 죽은 듯 숨어만 있던 서인석이 기어 나와 반 년 전의 일들을 모조리 폭로하려고 드는 것이나, 서인석 외압의 배후에 강종우가 유력한 용의자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 한 몫을 했다. 지금부터 총선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도 모자랄 판에 귀찮은 일로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서인석이 스스로 그런 대담한 계획을 세우고서 이렇듯 세상에 다시 나왔을 리는 없다. 누군가 서인석을 뒤에서 부추긴 것일 테지. 누구일까. 유력한 용의자들을 빠른 속도로 훑어내던 중, 생각의 자취가 어디엔가 닿았다. 그리고 그는 마주 한 검은 눈동자가 또다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았다.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ㅡ 민아.
그는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는 것 대신 따뜻한 음성으로 그녀를 불렀다. 그녀라는 호칭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민의 얼굴은 아직도 열일곱 소녀만 같았다. 그의 눈엔 꼭 그랬다. 언젠가부터 웃는 법을 잊어버린, 그래서 이제는 그조차도 웃는 얼굴을 쉽게 기억해내지 못하는 인형 같이 창백한 소녀.
ㅡ 전에 환영회에서 말이다, 그 녀석을 만났어.
그는 거기서 말을 멈추었다.
애써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그 녀석’의 얼굴은 생생히 기억이 났다. 사진에서 봤던 것보다 조금 말랐고, 더 날카로워진 눈매로 그를 바라보던 사내였다. 민은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반 년 전의 기억을 자연스레 더듬는 것도 불필요하다는 얼굴로 그저 다음에 이어질 말만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반 년 전…….
러시아로 돌아온 민이 보기에도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고 민을 통해 그 때 있었던 모든 일들을 전해 들었음에도 민의 목소리에는 어떠한 흥분이나, 감정이나, 일말의 느낌조차도 들어있지 않았다. 단지 목표대로 서인석 측에 접근을 했고, 의도치 않게 수상한 남자를 만났으며, 그를 감시한 끝에 그의 정체가 정치인 밑에서 살인청부만을 주 업무로 수행하는 로비스트 B라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했을 뿐. 덕분에 예상치 못한 방해가 있었지만, 결국 서인석을 떨어뜨리는 데는 성공했다는 그 이야기들을, 마치 남의 이야기 하듯 풀어냈을 뿐이다. 아물지 않고 목에 남은 상처를 쓰다듬으며 강종우가 더 자세히 물었으나, 민은 고개만 가로젓고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ㅡ 모 회장 밑에서 일을 돕고 있었더군. 서인석과 너 사이의 일을 아는 건 그 녀석뿐이다. 믿고 싶진 않지만…… 지금으로썬 서인석을 부추긴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그 녀석 말곤 짐작조차 가지 않아. 만약 내 추측이 맞는다면…… 그 녀석이 이 일을 어디까지 발설했고,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 지가 제일 문제이겠군. 분명 민이 너의 목을 노리고 있을 거다. 반 년 전 일을 들먹거리며 어떻게든 네 발목을 잡으려고 하겠지.
ㅡ 제가……
굳게 닫혀있던 민의 입술이 스르륵 열렸다.
ㅡ 제가 다녀오겠어요. 이 일의 원인은 저니까, 마무리도 제가 지어야 해요.
ㅡ 어딜 다녀오겠단 소리냐?
ㅡ 그 남자에게,
ㅡ 네가 갈 곳은 러시아다.
민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무언가 항의를 하기 위해 얼른 입술을 벌렸으나 그보다도 강종우가 더 빨랐다.
ㅡ 위험한 상황이야. 이런 말 하고 싶진 않았지만, 어쩌면 모든 계획이 어그러질 수도 있어. 이런 상황에서 네가 그 녀석을 만나러 가겠다고? 서인석을 상대로 그런 뒷 공작을 펼친 것도 모자라 거짓말까지 하고 국내에 입국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일이 더 잘 풀릴 것만 같아? 네가 그 녀석을 찾아가면 그 녀석이 너를 잡고는 곧장 경찰서로 끌고 갈 거다. 그 녀석, 충분히 그럴 만한 녀석이야.
ㅡ 그럼 이사님은,
ㅡ 지금 중요한 건 내가 아니라 너라는 걸 명심해라!
민의 입술이 할 말을 잃고 굳었다. 이런 식으로 두 사람 사이에 언쟁이 오고 간 것도 드문 일이었다. 강종우를 바라보는 민의 검은 눈동자가 천천히 떨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으나, 강종우가 일부러 그것을 무시했다. 그는 민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로 말을 내뱉었다.
ㅡ 내일 사람을 시켜 러시아로 돌려보낼 테니 그리 알아라. 쓸 데 없는 일을 벌였다간 아예 러시아에 가둬놓고 못 돌아오게 할 거다.
침묵이 흘렀다. 무거운 침묵. 시곗바늘이 잰 걸음으로 움직이는 소리만이 냉랭하게 식은 식탁 위를 걸어 다니고 있었다. 민의 시선이 여전히 자신에게 향한 것을 알았으나 강종우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눈을 마주쳐주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식사를 계속할 뿐이었다. 무엇을 먹는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입 속으로 뭔가를 꾸역꾸역 밀어 넣기만 할 뿐이었다.
툭, 시곗바늘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넓은 식당으로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렀다. 강종우의 핸드폰이 울어대는 소리였다. 그는 일부러 느릿한 손길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발신자를 확인했다. 액정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이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클래식 음악은 그의 손에서 계속 울려 퍼졌다.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이 꽤 오래 되었으나 발신자는 인내심 깊게 두 번 세 번 계속 그에게 전화를 걸어댔다. 낯선 번호……. 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마주 앉은 민을 바라보고 말았다.
검은 눈동자와 눈을 맞추고 말았다.
ㅡ 강종우입니다.
상대방은 잠깐 침묵했다. 강종우 역시도 침묵하며 재촉하지 않았다. 민의 눈동자가 조금 일그러졌다. 무슨 일인지 알고 싶어 하는 눈치였으나, 애써 모른 척 했다. 시계 초침이 반 바퀴 정도 돌았을 정도의 시간 뒤에, 침묵이 깨지고 목소리가 건너왔다.
ㅡ 살고 싶습니까?
젊은 사내의 목소리였다. 낮고, 은근하며, 노골적인 조롱이 섞여있으나 그걸 애써 감추려고 하지도 않는다. 얼굴을 볼 수는 없겠지만 강종우는 아마도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으면 이 사내가 보란 듯이 냉소하고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의 목소리를 맞닥뜨리고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거였다. 아니다. 이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이 사내가 누구인지. 아마 전화를 받기 전 모르는 번호를 접했을 때부터. 시계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멈춰 섰던 후부터.
ㅡ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ㅡ 그 몹쓸 반토막병은 여전하십니다그려?
ㅡ 에둘러 말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라. 넌 누구냐. 용건이 뭐야.
ㅡ 내가 누구인지는 이미 그쪽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남들이 그러더군요. 내 목소리가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아서 목소리만 듣고도 금방 나를 기억해낼 수 있다고. 댁도 이미 내 목소릴 들었잖아요? 귀머거리가 아니라면 벌써 눈치 챘을 텐데. 아,
ㅡ …….
ㅡ 잘난 유도균의 외손녀가 실은 반 년 전 한국에 있었다는 거, 아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나?
사내는 소리 내어 웃었다. 소리가 바깥으로 새어나갈까 두려워 강종우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식당을 나가려는 순간 등 뒤에 꽂히는 시선을 느꼈다. 그는 억지로 발을 움직여 간신히 복도 구석 쪽으로 숨었다. 점점 뜨거워지는 머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잇새로 숨을 뱉어냈다.
ㅡ 네놈이었구나. 역시 네놈이었어. 평생 그대로 없는 사람처럼 살다가 그나마 제 수명 다 누리고 죽을 수 있었던 서인석 꼬드겨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들인 게 모조리 다 네놈의 치졸한 머리에서 나온 수작이었어!
ㅡ 치졸?
사내가 냉소적으로 되뇌었다.
ㅡ 말은 바로 합시다. 나는 단지 순리대로 벌어져야 했을 일을 바로잡았을 뿐이에요. 태종 건으로 먼저 뒤통수를 친 건 그쪽이니까, 우리도 그냥 앉아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잖습니까? 그래서 머리를 굴렸죠. 문득 서인석 그 인간이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반 년 전 품었으나 곧 기억에서 잊혀져버렸던 그 인간에 대한 무수한 의혹들도. ……시간이 지나니 그 일도 더욱 객관적이고 냉정한 시선으로 볼 수가 있더군요. 여러 가지 의혹들을 조합해 새로운 가정 하나를 세워보았습니다. 당선이 거의 확실시된 거나 다름없던 서인석이 왜 그토록 갑자기 후보직을 내놓고 초야에 묻혀 살게 된 것일까. 물론 스캔들 파문이 치명적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정치 생활에 사형 선고를 내릴 정도로 결정적인 건 아니었죠. 서인석은 아직 젊고, 유능하고, 재기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그래서 서인석에게 다른 외압이 있었을 거라고 추측한 겁니다. 전도유망한 정치인이 그런 비극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든 외압이 있었을 거라고. ……뭐, 이 상황에서 짐작 가는 용의자라고 해봐야 하나밖에 없잖아요?
ㅡ …….
ㅡ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니 뭐, 예상이 적중했더군요.
반 년 전 민이 공작을 위해 위장입국을 하기로 결정이 났을 때, 이를 두고 위에서 말들이 많았다. 물론 정치계의 떠오르는 별로 급부상한 서인석을 쳐내는 것은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이었다. 서인석을 이대로 내버려두면 훗날 그들의 목표에 큰 차질이 벌어질 게 분명했으므로. 그러나 그 방법을 두고서 마찰을 빚게 되었다. 고작 불길한 싹을 잘라내기 위해 유도균의 외손녀라는 폭탄 급 히든카드를 쓸 필요가 있느냐부터, 급기야 서인석을 쳐내는 데 개입해 벌써부터 꼬리를 내놓고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그러나 강종우는 이것이 그들에게도, 그리고 민에게도 더없이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부터 민에게 이 나라 정치판에 대해 체감토록 하여 훗날을 위해 큰 힘을 쓸 수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민 역시 강종우의 말을 납득했고 순순히 자기를 희생하여 서인석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성공을 향해 달리는 일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일은 반년이 지난 후에 와서야 비로소 본색을 드러냈고, 성공의 지름길이 아닌 파멸의 도화선이 되어 지금 그와 민을, 그리고 유도균의 재건을 부르짖으며 민의 아래 결집한 비호 세력 모두 나락의 구렁텅이로 몰아내고 있었다.
내준 것은 꼬리뿐만이 아닌 몸통 그 자체였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 꼬리에 불을 붙이고 몸 전체를 다 태우려하고 있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함정을 파놓고, 어서 들어가라고, 너희에게 남은 선택은 그것뿐이 없다고.
ㅡ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이런 식으로 네놈이 범인이란 사실을 내게 드러내봤자 좋을 거 하나 없을 텐데? 보복이 두렵지 않은가봐?
ㅡ 글쎄, 워낙 원망을 많이 받고 자란 놈이라.
사내가 킥킥거리며 웃고는 불현듯 어조를 바꿨다.
ㅡ 살고 싶나?
ㅡ …….
ㅡ 지옥불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지 않아도 될 기회를 주겠단 소리야.
강종우는 숨을 죽이고 다음에 이어질 사내의 말을 기다렸다. 상대방의 초조함을 감지하기라도 한 건지 사내는 일부러 뜸을 들였다. 어떻게 말을 해야 더욱 효과적이고 확실하게 의중을 전달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ㅡ 지금 당장 총선 출마 선언을 번복해. 정치는 네가 갈 길이 아니라고 밝히고,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숨죽이고 조용히 살아.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럼 서인석 외압 배후에 고귀하신 유도균 외손녀가 있었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겠어.
ㅡ 만일 내가 거절한다면……
ㅡ 아아, 물론 선택은 자유야. 그것까지 내가 간섭할 생각은 없어. 거절하고 싶으면 거절하면 되지. 이제까지 네놈이 하고 싶었던 대로 계속 하면 된다고. 그럼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니까.
사내가 잠깐 말을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
ㅡ 왜 내가 범인인지 밝힌 거냐고 물었나?
ㅡ …….
ㅡ 왜냐하면 나는 네놈이 범인을 알아도 고발하지 못할 거란 걸 알거든. 내가 고장 난 시한폭탄 같은 놈이란 사실은 이제 뼈저리게 알았을 테니, 그런 식으로 나를 건드려봤자 좋을 거 하나 없을 거란 것도 알았을 테니까. 고발하고 싶어? 어디 해 봐. 나와 유도균 외손녀 중 누가 먼저 신문 1면을 장식하는지 한 번 두고 보자고.
강종우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으나 사내는 이제 더 이상 통화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사내는, 내일 약속 시간 전까지 대답을 가져오라는 말을 남겨놓고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강종우는 끊어진 핸드폰만 귀에 갖다 댄 채 망연한 얼굴로 서 있기만 했다.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복도 저 끝에 긴 그림자가 나타났다. 민이었다. 복도 저 끝에 서서 다가오지도 못한 채 그저 그를 바라보고만 있는 민을 보았다. 강종우는 핸드폰 쥔 손을 내렸으나 얼굴 표정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아니라고, 그러면서 웃어줬어야 했는데, 마음과는 달리 점점 얼굴이 일그러졌다. 분노와, 초조함과, 막막함이 뒤섞여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이었다.
ㅡ
다음날.
태라는 무시무시한 얼굴로 복도를 통과하고 있었다.
ㅡ 이 멍청한 새끼가…… 대체 무슨 일을 벌인 거야! 플랜 B? 하!
곧장 복도를 가로지른 태라는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오피스텔 문을 열어제꼈다. 구두도 벗지 않고 냅다 안으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소파에 느긋하게 기대고 앉아 허공에서 리듬 타듯 까딱거리고 있는 얄미운 놈의 발이었다. 현관문이 열려있든 말든 누가 구둣발로 집안에 들이닥쳤든 말든 나는 읽던 신문이나 마저 읽겠다는 투다. 태라의 눈에 불꽃이 팍 튀었다.
ㅡ 이 개자식!
온갖 욕설과 함께 태라의 손에서 스테이크용 나이프가 맹렬히 날아갔다. 나이프는 신문을 뚫고 곧장 날아가 영운의 얼굴 바로 옆에 정확히 꽂혔다. 그제야 영운이 신문을 내리고 집에 들이닥친 불청객을 바라보았다.
ㅡ 왜?
ㅡ 왜? 왜에에? 왜라는 말이 아주 잘도 나오는 구나. 네놈이 지금 무슨 일을 벌인 건진 알기나 해!
태라의 손에서 또 다른 흉기가 튀어나올까봐 영운도 그쯤에서 꼬리를 내려주기로 했다. 신문을 비단 이불 접듯 정성스레 접는 손길이 또 태라의 심기를 확확 돋우게 했다. 영운이 테이블 위로 휙 던진 신문 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태라도 잘 알고 있는 반 년 전 서인석의 얼굴이었다. 영운은 어디 해볼 거면 해보란 듯이 팔짱을 끼고는 거만한 얼굴로 태라를 올려다보았다.
ㅡ 이거, 네 놈 짓이지? 그치?
ㅡ 아니라고 하면 나갈 거야? 그럼 그러고.
ㅡ 이게 그 비장의 플랜 B였니? 그 땐 온갖 폼은 다 잡고 말하더니 고작 계획이 숨어있는 서인석 부추겨서 강종우 뒤통수나 날리는 거였어?
한가롭게 손목시계만 흘끗거리던 영운이 시선을 움직여 태라를 흘끗했다.
ㅡ 나한테 도와달라고 했던 게 바로 그거였잖아? 그래서 이 킬러 B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데 이번엔 또 뭐가 불만인 거야? 설마 네 입으로 먼저 꺼낸 거래를 까먹은 건 아니겠지. 내가 도와주면 너도 그 여자 잡는 데 일조하겠다던 약속 지켜. 주제넘게 간섭하고 설치다가 일 그르치게 하지,
ㅡ 멍청아, 그렇게 되면 뒤에!
거기까지 말하고는 태라가 덜컥 입을 다물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영운이 태라를 곁눈질했으나 태라는 입을 조개 마냥 꽉 다문 채 영운의 시선을 피했다.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 때 테이블에 올려뒀던 영운의 핸드폰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영운은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다시 픽 웃었다. 그리고 울어대는 핸드폰을 태라 보란 듯이 여유롭게 흔들어보였다.
ㅡ 잘 봐, 이쪽에서 알아서 기어 나오게 해줄 테니.
영운은 통화 버튼을 누르고 시간을 확인했다. 12시 40분. 서인석의 공식 발표 시간까지 약 한 시간 이십 분 남았다.
ㅡ 열여덟 시간 만인가? 그래서, 대답은?
상대방은 잠시 침묵했다. 대답이야 이미 정해져 있을 것이니 영운은 일부러 서두르지 않고 인내심 깊게 기다리기로 했다. 시곗바늘은 쉼 없이 움직이고 있고 태라의 혼란스러운 시선은 여전히 영운에게 붙박여 있었다. 모든 것은 완벽했다.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짜릿한 승리였다. 문득 테이블에 올려 둔 신문에 눈길이 닿았다. 영운은 어쩐지 사진 속 서인석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윽고 대답이 떨어졌다.
ㅡ
ㅡ 속보입니다. 정치인 외압 폭로로 충격을 주었던 서인석 씨가 오늘 오후 거주하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외압 배후로 강종우 전(前) 미래물산 명예이사를 지목한 지 불과 하루 만의 일입니다. 수사 측은 서 씨에게서 치사량의 청산가리가 발견되었고 몸에 별다른 징후가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자살인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서 씨의 책상 위에서 유서로 보이는 장문의 글이 발견되었는데, 총 A4용지 네 장 분량의 글은 이전 지방선거 때 강 씨가 서 씨에게, ‘보수당에 위협이 되니 알아서 잘 처신해라’라며 협박을 한 뒤 선거 이후에도 수차례 비밀 누설을 막기 위해 협박을 가해왔다고 밝히며 그간의 고통을 토로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서 씨의 자살에 강 씨의 외압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불구속 수사 중이던 강 씨에게 구속 영장을 신청……
ㅡ 어허, 말세로다, 말세야. 연말에 한번 불이 제대로 붙었구나. 태종에 이어서 이번엔 강종우인가?
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친목 동호회 ‘상록수’의 회장 구연탄 씨는 나이 마흔셋에 변변찮은 직업 하나 없는 남자였으나 이런 식으로 식견 높은 척 하는 걸 즐겨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정기 모임은 빈곤한 자금 사정으로 인해 길바닥 아니면 공원 정자쯤에서 가졌는데, 오늘처럼 편의점에서 각자 라면까지 물고 만나는 날이면 그나마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었다. 저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 밖에 나갔으면 아마 뼈도 못 추리고 꽁꽁 얼어버렸을 거다.
ㅡ 회장, 그럼 강종우도 이제 끝인 거예요? 포스트 유도균이니 어쩌고 말 많을 땐 언제고 이렇게 일 터지니까 무슨 헌신짝 버리듯이……
ㅡ 아둔한 놈! 아직 서인석의 말 말고는 분명한 증거가 없지 않느냐? 강종우가 순순히 자백하지 않는 이상에야 몰락은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다.
ㅡ 와, 역시 회장. 똑똑해요!
초록색 추리닝 차림에 한심하게도 알랑거리는 저 만년 백수 인간이나 칭찬한다고 또 은근히 좋아하는 회장이나…… 둘 다 꼴불견이군. 인아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먹던 라면에나 온 신경을 집중하기로 했다.
ㅡ 커흠, 거, 신문 몇 장 뒤적거리면 다 알게 될 거…… 큼큼, 거, 부회장도 먹지만 말고 나처럼 얘기 좀 해보란 말이야? 한 여덟 끼는 굶은 사람처럼 완전히 걸신이 들렸구먼?
갑자기 불똥이 이쪽으로 튀어서 먹던 라면이 다시 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빌어먹을. 두 사람이 한심하단 눈빛으로 인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결국엔 두 사람 눈초리에 못 이겨서 아까운 라면도 못 먹고 밖으로 쫓겨났다.
ㅡ 빌어먹을, 이놈의 동호회 빨리 탈퇴하든가 해야지. 부회장은 무슨 얼어 죽을 부회장. 회원도 달랑 네 명밖에 안되면서…… 어, 그래, 민우야. 어디야? 지금 회장하고 다 기다리고 있어. 어, 우리 집 근처 편의점. 알지? 그래, 빨리 와.
전화를 끊고 슬쩍 편의점 안을 들여다보니 저 두 인간은 부회장이 밖에 나가든 말든, 아직 안 온 회원을 챙기든 말든, 인아가 남겨둔 라면까지 맛나게 먹으면서 또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도로 들어가 봤자 아까처럼 빈정만 상할 게 뻔하니까 민우나 마중 나가려고 슬슬 걸었다. 으, 칼바람. 인아는 잔뜩 몸을 웅크렸다.
한 달 전……
그래, 막 신문사에서 잘리고 분노와 막막함에 나날이 술로 연명해왔던 지난 시절을 떠올려보면 그 때 동호회에 가입한 건 참으로 잘 한 일이었다. 홀몸일지라도 정의를 위해 투쟁하고자 굳게 마음먹었던 인아에게 그 당시 동호회 가입은 천군만마라도 생긴 양 든든했다. 비록 회원 수도 극소수고 자금상태도 엉망인지라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으나…… 그 땐 한창 이슈화 되고 있는 시사에 대해 열렬히 토론을 벌이고 이 시대의 정의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가슴 깊이 느껴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인아에게는 마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래, 분명 그 땐 그랬다.
천군만마인 줄로만 알았던 이들이 실은 실속은 없는데 허세 부리기나 좋아하는 속 빈 강정, 뭘 해보려는 의지도 없이 그저 높은 사람한테 알랑거리기나 하는 아첨꾼, 꿈도 생각도 없이 한심하게 휘둘려 사는 고등학생인 줄 알았다면 그 때에도 그렇게 좋아했을까?
생각하면 뭐 해.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자조적으로 한숨을 푸욱 쉬었을 때였다.
추운 날씨에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인파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무기력하게 걷고 있는 인아를 별안간 누가 뒤에서 잡아챘다. 너무 놀라서 괴성을 지르려고 했지만 다음 순간 입이 막혀버려서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인아에게 다정한 척 팔짱을 끼는 여자를 곁눈질로 확인하고 나서는 더더욱 놀라서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ㅡ 조용히.
여자가 속삭이는 소리는 기억에 있던 것과는 다르게 날카롭고 쇳소리가 섞여있었다. 놀라움이 진정되자 인아는 그제야 등 뒤에서 그들을 쫓아오고 있는 이들의 인기척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한참 여자를 곁눈질하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인아가 여자를 팔로 감싸 안았다. 그러고는 조심조심 골목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집이 주변에 있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인아는 재빨리 문부터 걸어 잠갔다. 바깥에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이 여자의 모습을 제대로 살펴볼 수가 있었다. 신발도 벗지 않고 서서 인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는 저 여자, 좀 마르긴 했어도 전에 버스에서 만났던 그 여자가 맞았다.
ㅡ 저기, 일단 들어와요. 거기 계속 서 있지 말고.
여자는 인아를 따라 바닥에 앉으면서도 단 한 번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두 다리를 끌어안고서 이따금씩 두 어깨를 가늘게 떨었을 뿐이다. 뭐라도 말은 걸어야겠는데 여자의 표정이 말이라도 걸면 죽일 듯이 달려들 것만 같아 보여서 그러지도 못했다. 아까부터 민우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지만 일부러 받지 않았다. 결국엔 배터리까지 분리해버렸다.
ㅡ 저기……
역시나 대답이 없다.
ㅡ 나 기억나죠? 왜, 전에 버스에서……
거기까지 말을 하고 보니 잊고 있었던 일이 불현듯 떠올랐다. 얼른 고개를 가로저어 잊어버렸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뉴스에 테러미수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이 여자를 떠올렸었던 것이다. 고작 목도리 하나 가지고 죄 없는 사람을 테러 사건 범인으로 몰다니, 게다가 범인은 일찌감치 잡혔잖아?
ㅡ 저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아까 그 사람들 쫓아오는 거 알고 그런 거예요?
ㅡ 말 걸지 마.
ㅡ 하하, 잘 못 들었네요. 뭐라고요?
ㅡ 말 걸지 마. 금방 나갈 테니 다가오지도 마!
갑자기 여자가 홱 고개를 쳐들어서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칠 뻔했다. 인아를 쏘아보는 여자의 눈빛이 거짓말처럼 매서웠다. 인아가 기억하는 버스에서의 그 여자와 지금 이 여자가 동일 인물인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혹시 다른 사람을 착각한 거 아닐까? 그런 생각에 겁을 집어먹고 잔뜩 찌그러져있는데, 갑자기 여자가 벌떡 일어나서는 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인아가 저도 모르게 냅다 여자 옷자락을 잡아버렸다.
ㅡ 어딜 가려고요! 설마 지금 그 꼴로 나가려는 거예요?
여자가 매정하게 인아 손을 뿌리치고 가려하니까 이번엔 두 다리를 덥석 끌어안았다.
ㅡ 누가 잡아먹는대요? 그 꼴 해서 나갔다간 당장에라도 붙잡힐 거라고요. 하다못해 좀 씻고라도 가요. 지금 그쪽 꼴이 얼마나 가관인 줄 알기나 해요?
한참의 실랑이 끝에 결국엔 여자가 졌다. 여자가 씻으러 욕실로 들어간 동안 인아는 갈아입을 옷을 챙겼다. 여기저기 찢어진 여자의 옷이 눈에 밟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절대 대답해주지 않을 것 같지만 꽤나 험한 꼴을 당한 것만은 틀림이 없어보였다. 아까도 그렇게 서슬 퍼런 얼굴을 해갖고 쏘아보던 것이나 건드리지 말라고 앙칼지게 소리치던 것만 봐도…… 도대체 어느 것이 그 여자의 진짜 모습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씻고 나온 뒤에도 여자는 고맙다는 말 한 마디도 없이 생각에 잠긴 얼굴로 거실 구석에 앉아있기만 했다. 같이 밥 먹자고 했는데도 무참히 무시당했다. 그 덕분에 라면 2인분은 몽땅 인아 차지가 됐다. 굶어 죽기라도 할 것처럼 결사적으로 있는 여자가 자꾸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인아도 결국엔 똑같이 무시하기로 했다.
ㅡ 진짜 안 먹을 거죠?
ㅡ …….
ㅡ 좋아요, 맘대로 해요. 나 혼자 다 먹음 되지.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말아요.
라면은 결국 모조리 인아 뱃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설거지를 한 뒤엔 할 게 없어서 텔레비전이나 틀었다. 인아는 남산 만해진 배를 쓰다듬으면서 흘끗 여자를 곁눈질했다. 여태까지 자세 한 번 바꾸지 않고 있는걸 보면 어지간히도 독종인가 싶었다. 비록 지금은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우스꽝스런 티셔츠를 입고 있긴 하지만……. 그러고 보니 여자의 몸 곳곳에 난 상처 같은 것들이 이제야 눈길을 끌었다.
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야?
ㅡ 전에, 고마워요.
나직한 인아의 말에 여자가 조금 고개를 들었다.
ㅡ 왜 있잖아요. 전에 버스에서…… 더 멀리 가서 내리라고 했던 말. 덕분에 그 날 테러 사건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서 내려서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않게 됐거든요. 그것 때문에 고맙다고요. 처음엔 왜 그런 말을 했는지도 모르면서 그 말에 따른 내가 이상했지만…… 생각해보니 그게 오히려 나한테 득이 되는 말이었더라고요.
아무 미동 없던 여자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인아를 보았다. 비록 부른 배를 쓰다듬고 있는 웃긴 꼴이었지만 여자는 웃지도 않고 잠자코 인아가 말을 잇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ㅡ 그 날 이후로 쭉 다시 한 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우연이란 것도 참 신기하죠. 오늘 같은 날, 하필 그런 데서 그쪽을 다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쪽 정체가 뭐고 지금 그쪽이 왜 누구한테 쫓기고 있는 건진 여전히 궁금하지만…… 일부러 묻진 않을게요. 더 이상 그쪽한테 귀찮게 군다고 미움 받고 싶지는 않으니까.
여전히 여자의 시선이 옆얼굴에 닿아 있는 것을 느꼈지만, 인아는 일부러 돌아보지 않았다. 계속 생각을 해보지만 왜 자꾸만 저 여자에게 관심이 가는지는 알 수가 없다. 처음 버스에서 느꼈던 그 신비로운 분위기에서 아직까지 헤어 나오지 못했기 때문인가? 헤어지기 전 여자가 남겼던 의미심장한 말과 미소 때문에? 아니면, 그 때보다 더 마르고 안쓰러워진 모습으로 나타난 여자에게 까닭모를 연민의 감정이 샘솟았기 때문인지.
ㅡ 왜…… 도와준 거죠?
여자가 물었다. 갑자기 인아가 코웃음을 쳤다. 처음 한다는 소리가 그런 우스운 물음이라는 게 어이가 없었다.
ㅡ 왜 웃어요?
ㅡ 너무 바보 같은 물음이라서 그렇죠. 아니 그럼 그쪽은 내가 그 때 그쪽 여기 있다고 동네방네 소리쳐주길 바랬어요? 그런 거 바라고 나한테 도와달라던 거 아니잖아요? 이럴 때 그쪽이 할 말은 따로 있죠. 왜 도와줬느냐가 아니라, 도와줘서 고맙다고.
젠장, 낯 뜨거운 소리를 하고 보니 얼굴이 홍당무가 따로 없다. 멀리 떨어져 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괜히 민망해진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아무 채널이나 돌려버렸다. 잘 하고 있던 쇼 프로그램 아래로 ‘긴급속보’라고 쓰인 자막이 뜬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강종우 전(前) 미래물산 명예이사 혐의 대부분 인정…… 오늘 구치소 수감’
이 때 왜 여자에게 시선이 갔는지는 알 수가 없다.
ㅡ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강종우가 왜 서인석을 건드렸는지도 설명이 되질 않지만 그런다고 강종우가 얻는 것도 별로 없을 텐데 왜 굳이 그런 짓을……. 그보다도 어쩐지 누가 악의적으로 강종우한테 없는 죄를 뒤집어씌운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데. 아, 그럼 강종우는 왜 자기가 했다고 인정을,
거기까지 말을 하다가 황급히 방정맞은 입술을 잡아챘다. 속으로 생각하던 것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 되어 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여자는 인아의 말은 듣고 있지도 않았는지 뚫어져라 텔레비전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바라보고 있는 표정은 그저 하얗게 굳어있기만 했으나 인아는 어쩐지 아까 자기를 쏘아보던 그 서슬 퍼런 얼굴보다도 더 섬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별안간 여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마치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여자가 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인아가 재빨리 여자를 붙잡았다. 또 위험하다고 붙드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ㅡ 밖에 추워요. 그 꼴로 나갔다간 얼어 죽는다고요.
인아가 가지고 온 것은 여자의 옷이 담긴 쇼핑백과 두꺼운 겉옷이었다. 여자가 선뜻 손을 내밀지 않자 인아가 손수 쇼핑백도 손목에 걸어주고 옷도 단단히 입혀주었다. 인아를 바라보는 여자의 눈이 어쩐지 조금 떨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인아는 여자의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씩 웃었다.
ㅡ 나중에 내 옷까지 다 해서 돌려줘요. 음, 혹시 내가 집에 없을 수도 있으니까 전화 하고 와요. 어디보자, 전화번호가……
마땅히 종이가 없어서 되는 대로 여자의 손바닥에 번호를 적어주었다. 소매 안으로 언뜻 손목 위를 가로지르는 끔찍한 흉터가 보였으나 일부러 못 본 체 했다. 여자는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손바닥에 적힌 번호를 보다가, 문 쪽을 봤다가, 마주 선 인아를 한 번 보았다.
ㅡ 아차, 그러고 보니 서로 통성명도 안 했네.
ㅡ …….
ㅡ 난 인아에요. 주인아.
여자가 문고리를 잡았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 전 인아를 한 번 돌아보았다. 무언가 말하기 위해 입술을 달싹였으나, 곧 생각을 고쳐먹고는 흐릿하나마 입가에 미소를 걸었다. 전에도 한 번 본 일 있는 그림 같이 아름다운 미소였다.
ㅡ 민이에요. 유민.
여자는 그렇게 말을 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ㅡ
ㅡ 알아서 제 발로 돌아왔더군요. 예, 전에 말씀하셨던 거기입니다. 네, 그럼.
영운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속력을 올렸다.
서인석이 외압 배후로 강종우를 지목하자마자 강종우는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로 불려갔다.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경찰서 앞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했다. 유도균 외손녀 따위의 얘기가 함께 거론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영운은 아직 그 여자가 붙잡히지 않았으리라 확신했다. 강종우가 미리 손을 써 그 여자를 러시아로 빼돌린 게 틀림없다고. 애들을 풀어 공항 주변을 샅샅이 수색하도록 했다. 잡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한 건 아니었지만 그 여자는 놀랍게도 너무나 쉽게 붙잡히고 말았다. 전해들은 바로는 억지로 러시아에 끌려가던 여자가 사람들을 뚫고 도망가다가 그리도 쉽게 걸려든 것이라고 했다. 아침부터 약에 취해있던 영운은 애들로부터 그 말을 다 전해 듣고는 혀 꼬인 목소리로 도망가지 못하게 미리 손 좀 봐두라고 해 놨다. 약이 깨고 오후 나절에나 슬슬 가려고 했던 것인데 막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그 여자가 다시 도망쳤다는 소릴 들었다. 지금 뒤쫓고 있으니 너무 심려치 말라는 말도.
그러던 게 반나절 만에 다시 그 여자가 잡힌 것이다. 잡힌 게 아니라 그 여자 스스로 잡혀줬다고 했다. 도망가지도 않고 얼굴 가득 싸늘한 조소를 짓고는 순순히 따라왔다고 했다.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살갗을 뚫고 뼈가 튀어나오리라 생각될 만큼. 고통스럽기는커녕 아주 작은 혈관 하나하나까지도 희열이 가득 차올라 그야말로 쾌락으로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성진과의 통화를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기쁨과 열은 배가 되어 기하급수적으로 그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살인을 하고 피가 분수처럼 얼굴에 튀어야만 움직이던 심장이었다. 그것이 고작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미친 듯 날뛰게 하다니. 아, 아. 그는 비명을 지르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목을 가다듬었다. 이미 속도 계기판이 제한 속도를 훨씬 넘었으나 그는 아직도 느리다고 생각했다. 스피드가 온몸으로 체감될수록 초조함의 농도가 짙어져만 갔다. 성욕과도 같은 본능이 바깥으로 튀어나오기 위해 요동을 친다. 검은 밤하늘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그와 가장 가까운 친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저 새까만 어둠마저도 낯설게만 느껴졌다. 왜일까.
무시무시한 굉음을 뱉어내며 도로 위를 질주하던 그의 차는 곧이어 빛 한 점 스며오지 않는 으슥한 벌판에 멈춰 섰다. 그는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벌판 구석에 있는 컨테이너 쪽으로 걸어갔다. 컨테이너 쪽에 성진이 서 있는 게 보였다. 성진이 그를 발견하고는 얼른 그에게 달려왔다.
ㅡ 그년은?
ㅡ 안에 있습니다. 아침 일 때문에 묶어두긴 했지만 도망갈 염려는 안 해도 될 듯합니다. 아참, 그리고……
ㅡ …….
ㅡ 낮에 여자를 숨겨줬던 자가 있었습니다.
그가 걷던 것을 멈추고 성진을 바라보았다. 말투를 보아하니 전혀 처음 보는 인물이었던 듯하다.
ㅡ 처리할까요?
ㅡ 알아서 해.
그는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천천히 계단에 올라섰다. 문은 굳게 닫혀있고 철창 쳐진 창문 안으로는 어둠 밖에 보이는 게 없었으나 그는 자꾸만 차가운 웃음을 소리 내어 흘렸다. 낡은 계단이 발을 디딜 때마다 을씨년스런 울음을 토해냈다. 그는 그것이 그 여자의 비명소리라도 되는 양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들어서기 전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위에 환한 달만이 얼굴을 비추고 있다.
문은 육중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등 뒤로 문이 닫혔다. 캄캄한 어둠에 바로 발 앞까지 먹혀버렸으나 그는 익숙하게 몸을 감싸오는 어둠을 즐겼다. 열린 창문으로부터 희미한 달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바닥에 철창 무늬의 그림자가 졌다.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갔다.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도 그의 날 선 감각은 금세 낯익은 인기척을 기억해냈다. 인기척뿐만이 아니라 체취, 눈빛, 숨결. 그 모든 것들을. 수면 아래 처박혀 있다가 일제히 잠에서 깨어나 그의 머리를 아찔할 정도로 뒤흔들어대는, 강렬한 기억들을 선명하게 되살려냈다.
어둠에 숨어 있던 여자가 그제야 달빛 아래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꿇어앉은 채 손과 발이 묶여 있고 고개를 떨구고 있어 긴 머리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움직이던 것을 멈췄다. 여자와 몸을 나눌 때도 한 번 느껴본 일 없는 쾌락이 절정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곧 그것이 틀렸음을 알았다. 그의 모든 감각은 쾌락에 비명을 지르고 있던 것이 아니라 멈춰버린 거였다. 모든 생각과 감각의 회로가 끊기면서 오로지 달빛 아래 천천히 드러난 얼굴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낯익으나 전혀 낯익지 않은.
기억하고 있으나 기억 속의 것과는 전혀 같지 않은.
달빛 아래 드러난 기괴하고도 창백한 얼굴이, 천천히 미소를 그렸다.
ㅡ 안녕, 살인마.
쪼꼬맛리본 님 이름표 제공♡
거참.. 또 와버렷네요
오늘은 진짜 예정에 없었는데 왜 왔느냐! 하시면..
기쁜 일이 생겻거든요.. 네.. 대학합격햇네요.. 허허
암튼 기분이 좋아서 또 한편 올려놓고 갑뉘다
자! 드디어 두 주인공이 만났습니다
예고 한편 때리자면 8편은 광기의 끝을 달립니다요
손가락이 아파서 이만 쓰고 물러갈게옇ㅎㅎ
검은 절벽 애독자분들께 하트애정백만개를 날리며!
8편 가지러 갑니다!
업쪽 = B 또는 댓글!!
( 전편에 댓글 달아주셔도 전 업쪽 보냅니다..ㅎ )
SeeYou 님 코멘창 제공♡
첫댓글 B 우와 축하드려요!!!! 쁜틳님은 소설도 잘 쓰시면서 공부도 잘 하시고 부럽네요ㅎㅎ 인아는 스쳐지니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저의 추측을 한방에 날려버리시네요ㅋㅋㅋ 좋은사람인것 같던데 영운아 건들이자 마ㅠㅠ 그리고 역시나 이제 볼일 없을거라 생각했던 서인석도 다시 등장했어요!!! 결국 영운이와 강종석에게 놀아난거니까 조금 불쌍하네요ㅋㅋ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죠 드디어 영운이와 민이가 만났다고요!!!! 얼씨구 좋아라ㅎㅎ 몇개월 만의 재회치고는 좀 많이 살벌하지만 너무 좋아요!!!
축하 감사드립니다 예민님!! 허허 칭찬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겟습니다..ㅎㅎ 네 제가 첨에 인아를 등장시킬 때 스리슬쩍 노린게 그거엿져 뭔가 그저 엑스트라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비중있는 캐릭터였어? 하고 깨달을 때 느껴지는 그 느낌..ㅎㅎ 뭔가 서인석 다시 등장시킬 때도 얼마 못가 죽어버렸으니 조큼 불쌍햇습니다만.. 허허 그렇죠 이편에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져 제가 2장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었던내용이 슬슬 나오고 있는 겁뉘당!!!!! 8편에서 본격 맞장 뜰 주인공들을 기대해주셔욯ㅎㅎ 그럼 8편에서 뵙겟습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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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잉 동생!!!ㅎㅎ 수고햇단 말이 딱 가슴에 와닿는구나..ㅠ.ㅠ 하.. 이번편은 뭔가 댓글에 인아 얘기들이 많으신 것 가튼데.. 허허 나름 주연급인 아니니께.. 많이 등장할 것이다!! ㅎㅎ 언제나 응원해주는 빛과 소금 고맙소!! 동생도 언니가 해줬던 말 꼭 기억하고 열심히 하시게!! 퐈이팅!><
일단 대학합격 축하부터 ^^ 완전 축하드려요
일편부터 질주하느라 밤을 꼴딱새고있는 뇨자에요ㅋ
아 완전 흥미진진 홀딱 빠져버렸음!
무엇보다 좋은건 한입으로 두말하고 자주 찾아오려는 쁜틳님 쵝오 ㅋ
축하 감사드립니더^ㅇ^ 아아아 검은 절벽을 밤새 달려주셧다니 영광이에여..ㅠ.ㅠ 이게 참 뭐랄까 어두운 분위기의 소설인데 밤에 읽으시니까 안무서우셧는지...ㅋㅋ 이생각부터 드네옄ㅋㅋㅋ 암튼! 앞으로도 종종 한입갖다 두말하겟습니닼ㅋㅋㅋㅋㅋㅋ 8편에서 뵈어요!
B. 우왕 대학합격!!!! 지짜 축하드립니당 ㅠ.ㅠ 그 덕에 폭풍업뎃되는 검은절벽을 보며 전 기쁨에 허덕이고 이씀니닼ㅋㅋㅋ요로케 빨리 찾아오실줄이야......ㅠ.ㅠ 항상 분량에 엄마미소 짓는거 아시져?!ㅋㅋㅋㅋ 핳 그나저나 드디어 두 사람이 마주쳣네요 ㅎ.ㅎ 아니, 마주쳣다기보단 일방적으로 끌려온거지만요........! 왠지 만감이 교차할 것 같아요. 그래도 약간의 호감을 가진 상대에게 배신(?)을 당했던 만큼 증오하는 마음이 더 크겟지만, 꼭 증오만 있는건 아니겟다 싶네요 ㅋㅋㅋㅋ 그리고 인아! 처음에 상록수? 구연탄은 또 누구? 막 이러고 있었는데 인아와 연관된 사람이엿네요 ㅋㅋㅋㅋ 말뿐인 사람들이라....현실에는 그런 사람들
참 많은거같아요.....뭐 저도 그렇지만 말이죠 ㅠ.ㅠ 어쨋거나 인아와 민도 이제 인연이 생겼으니, 앞으로 또 어떤식으로 만나게 될지 기대됩니당 ㅎ.ㅎ 핳 검은절벽은 뭔가... 보면 볼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되옄ㅋㅋㅋㅋ 엎치락뒤치락하거나 하루아침사이에 판도가 바뀌어버리는 것들을 보니까 참......그렇네옄ㅋㅋㅋㅋ 다음편기대할께요! 춫!
축하 감사드려요 엘렌님!! 오오 역시 우수독자 엘렌님!! 이번편도 매의눈으로 관찰해주셧군뇨..ㅠ.ㅠ 제가 이번 소설에서 두 미치광이? 를 주인공으로 데리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 어려웠던 것중 하나가 주인공들 감정상태를 제대로 종잡을 수가 없어서 그걸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엘렌님이 그 감정선을 잘 잡아주신 것 같아서 저로써는 기쁘기 그지없습니당..ㅠ.ㅠ 1장에서 지호경한테 흔들렸던 영운이는 배신감에 치를 떨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자꾸만 민이가 잊혀지지가 않아서 혼란스러워햇습죠.. 그러다 이렇게 두 사람이 만나버렷으니 영운이 맘이 어떨지.. 엘렌님께 잘 전해진 것 같아서 내심 뿌듯하네여! 촤하하
구연탄 씨를 비롯한 상록수 동호회 회원들은.. 적당한 표현을 찾지 못했는데 엘렌님 표현이 딱 맞는 거 같아효 말만 앞서는 사람들.. 거참 저도 저 상록수 회원들과 별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 고개가 숙여지네여.. 허허 아무튼! 오늘도 우수독자 엘렌님의 폭풍 관찰력에 감동하며 이만 물러갑뉘당 8편에서 뵈어요!!
B 아아아악 너무 재밌어요 ㅠㅠ 드디어 만났군용 ㅎㅎㅎ
감사합뉘당!! 네 드뎌 만났어요!! 이제부터 로맨스 시작...ㅋㅋ
B 담편 기대할게요!!
언제나 감사드려요^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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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 감사합니다!! 저도 머리 아픈 정치얘기보다 영운이랑 민이 나올 때가 좋아옄ㅋㅋㅋㅋ 지금까진 전개 내용이라 두 사람 썸씽이 별로 없었지만.. 점점 진행될수록 두 사람 얘기가 질리도록 나올 계획이랍니닼ㅋㅋ 강력한 로맨스에 허덕일 준비가 되셨습니까!! 그럼 8편에서 뵙겟습니다!!ㅎㅎ
B/대학합격축하드려요!! 부럽내요 ㅎㅎ
서인석을죽인건 영운인가요?ㅎㅎ 두 주인공이 드디어 만났네요!! 다음편에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요
축하 감사드립니다!! 오.. 빨갱이님 뭔가 중요한 단서를 찾아내셧습니더.. 허허 빨리 8편 갖고와야것네요 8편에서 뵙겟습니다!!
B대학합격..많이 힘든걸로 알고..잇는데..ㅠ.ㅠ 저도 원하는 대학 가는 꿈이..//_// 와웅..ㅠㅠ부러버요.. 6편에 댓글을 남기지 못했는데 업쪽주신게 너무 감사해요..흐긔..오메오메 지금 완전 ...어떡해요 너무 잼써요 인아와의 인연은 의외로 질기군요...!! 드뎌 만났어요 완전 고대했던 순간이잖아요.. 흐미 ㅠㅠㅠ.. 제발 다음편.. 흨흨.. 쫌더 이해를 하고 해야 될것같아요.. 정리를 거의 못해놔서.. 죄송해요..1빠 8편에선꼭 하고 싶어요 춫춫춫ㄴ
내사랑너의사랑 우는님!!! 우선 축하감사드립니다!! 대학.. 참.. 생각보다 어렵드라구요.. 허헣헝..ㅠ.ㅠ 그치만 저에겐 검은 절벽과 검은 절벽을 사랑해주시는 우는 님 같은 독자분들이 계셔서 괜찮습니다!!촤하하 드디어 민이랑 영운이가 만났습죠 자기도 모르는 집착에 허덕이던 영운이가 드디어 민이를 만났다구요!!!! 우는님을 위해 예고를 하나 하자면 8편 쓰다가 가슴이 찌잉.. 햇어여 영운이가 죠아서..ㅋㅋㅋㅋ 암튼! 괜히 기대감만 부풀려드려서 나중에 실망하실까봐 두렵긴 하지만.. 암튼 8편 가지러 얼른 가겟습니당!! 8편 올려놓자마자 우는님 1빠하실 때까지 기다리고 잇을거에옄ㅋㅋㅋㅋ
어어어허허어어우ㅜㅠㅠㅠㅠㅠㅠㅠ영운이 너무 무서워여ㅜㅠ이건 밉고 자시고를 떠나서 걍 미친놈 가태ㅜㅠㅠ아 그전에 민이 담뱃불로지지고 뺨갈간거 볼때마다 진짜 영운이의 머리에 구멍을 내주고싶었어여ㅜㅠㅠㅜㅜㅠㅜㅜㅠ남주고머고 걍 지가 그동안 여자들한테 했던것처럼 난도지...아 제가 영운이한테 쌓인게 넘 많아서ㅜㅠ아니 왜 죄없는여자들한테 그래 진쨔ㅜㅠ아 진챠 무서워 죽게써요 아주 막 영운이가 민이생각하면서 복수심 막 어쩌구 할때마다 민아..제발 살아서 조용히살아라ㅜㅠ이렇게얼마나빌었는데요ㅜㅠ저 원래 어두운소설 그리 좋아하지않는데 이건 왜케 끌리는지ㅜㅠ8 편이 광기의 끝을 달린다고 하는데....제가 상상하는그
ㅋㅋㅋㅋㅋㅋㅋ 아죄송해여 댓글보고 빵터졋네옄ㅋㅋㅋㅋ 검은 절벽을 본 제 친구가 하는 말이랑 똑같아섷ㅎㅎㅎ 친구도 영운이보고 때려주고싶다고 하더라구옄ㅋㅋㅋㅋ 원래 나쁜남자.. 아니 미친남자의 숙명이란 미움 받는 거져.. 그치만 나쁜남자의 매력은 앞에서의 그 거친 행각을 반성하고 내 여자에게만 따뜻한 남자로 돌변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허헣 뭔가 은근히 끌리는 검은 절벽의 매력에 더더더 빠져드시길 바랍니다!! 오잉 댓글이 중간에 짤린 건가요? 그래도 폭풍댓글과 애정 넘 감사합니다^ㅇ^ 곰사탕 같으신 분들 덕분에 제가 소설 쓸 맛이 나요!! 그럼 영차영차 힘내서 8편 가지러 가겟슴당 8편에서 뵈어요!!
광기가 막 설마 민이를 막 발로 밟고 때리고..,이..이런건 아니겠쬬???^^::: 뭐 떄리는것은 그렇다쳐도 워낙 영운이쉑이 변태라...제가 생각하는 그것만은 아니길 빌면서 ㅠㅜㅠㅜㅋㅋ 제발 살살해 줬으면 하는 ㅠㅜㅠㅜㅠㅜㅠㅜㅠ 아 민이 넘 불쌍ㅎ ㅐ 아무리 착한 남자가 된다헌들 그전에 기억땸시 영운이는 걍 나쁜놈^_^ ㅋㅋㅋㅋㅋㅋ 아 암툰 영운아 제발참고 나쁜짓하면 안되ㅠㅜㅠㅜㅠㅜㅠ 내가 꿈에서 찾아갈꺼야 ㅠㅜㅠㅜㅠㅜㅠ
B 우와진짜재미잇어요ㅠㅠㅠ인아죽는거아니죠?ㅠㅠㅠㅠ도와준게죄인가ㅠㅠㅠ드디어민이랑만낫네요ㅠㅠㅠㅠ
감사합뉘당!!! 우오오오로오롱저도만나서기뻐효!!!ㅠ.ㅠ
ㅎㅎ추천글 보구 왓는데 무지 잼잇어영~~~!!!!!!!!
감사합뉘당!! 완결까지 함께 달려봅시당!ㅎㅎ
B 정주행했습니다. 내용이 무거워서 더 재밌는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론 얼른 둘의 달달함이 그려지길 원하기도 하지만요ㅎㅎ진짜 눈을 못떼겠어요!!다음 편도 얼른 보고싶습니다♥
달달.. 하.. 시동 거는 게 너무 힘들군뇨..ㅠ.ㅠ 아무튼 응원 받고 열심히 노력해보겠습니다!! 곧 8편 들고 올게요!!!
우와 ~ 축하드립니다 ~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 ㅋㅋㅋ
축하감사드립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