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 저게 뭐야?!"
멀찍이서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오는 크리처를 피해 요리조리 잘도 도망가는 아이들.
"왼쪽으로!"
환의 지시에 모두들 왼쪽 골목으로 돌아섰고 환은 신수를 불러 골목에 세워둔 돌 담긴 통들을 엎었다. 라루만들의 빠른 달리기를 이용한 전술. 어느새 그들은 도시 외곽에서 크리쳐와 달리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크와아."
비록 환의 노력이 가상했지만 신이 만든 완벽함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크리처는 그런 돌무더기 따위는 아랑곳 않고 돌진했으며 아이들은 라루만들보다 달리기가 느렸다.
"언제까지 달려야 해?"
"글쎄. 나도 몰라. 따돌릴때까진 뛰어야지!"
이 전술은 발이 빠른 사람이 쫒기다가 큰 무기를 가진 라루만들이 일격으로 기습해서 보내버리는 패턴이지만 길도 잘 모르는 아이들이 저런 무지막지한 크리처를 일격에 토막을 내줄리가 없을 뿐더러 설사 성공하다 쳐도 크리쳐는 다시 재생을 시도해 버리면 그만이다.
"이런! 막혔어!"
게다가 업친데 덮친격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아이들. 뒤로 다시 돌아가려고 몸을 돌린 그들에게 크리처는 길을 막아주는 친절함을 보였다.
"크르르르"
한 발짝씩 다가오며 음침한 울음소리를 흘릴 때마다 아이들은 마치 크리처에게 물리기라도 한 듯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가람아! 기운을 폭파시켜!"
환은 공중에 부유하면서 크리쳐를 노려보던 가람이에게 갑자기 명령을 내리자 가람이는 그의 말에 따라 기운을 모아 한번에 터뜨렸다.
"캬오오!"
폭파시킨다는 방법이 입으로 기운을 쏘는 방법인지 가람의 사자후는 주위를 웅장하게 울리며 퍼져나갔다.
"괴물 울음소리다!"
"괴물? 가람이?"
시렌은 가람이가 누구고 괴물은 도 누군지 몰랐으나 사루시안은 그 의미를 알았기에 단과 같이 소리가 들려오는 카노에 외곽 빈 건물 밀집지대로 달려나갔다.
"쳇, 활이 있었다면 쉽게 밀리지 않을 텐데."
일단 구조요청을 보냈으나 과연 도움의 손길이 얼마나 빨리 올지는 미지수였기에 환은 매우 초조했다.
크리처는 아무래도 시간을 너무 끄는 것 같다고 생각한 듯 마녀가 죽기전에 주문한 '카르에제 꼬마의 죽음'을 기억하고 루나를 쳐다보았다. 피빛 광기에 물든 눈동자와 마주친 루나는 그만 다리가 풀려버렸고 아이들이 그에 동요하는 순간 크리쳐는 몸을 날렸다.
"크아아!"
"캬오오!"
그런 크리쳐를 저지하기위해 달려든 가람이가 목덜미를 물어뜯었지만 크리쳐는 아랑곳않고 그 커다란 발톱을 들어 카르에제의 마지막 후손을 내리치려 했다.
"안돼!"
모두들 크리쳐의 기세에 눌려 제대로 몸도 가누지 못하고 있을 때 환이 그들 사이를 양팔을 벌린 채 가로막았다.
푸학. 훙훙훙 쿵.
"크아아악!"
어디선가 날아온 칼에 크리처의 앞발이 베였고 잘린 발은 흉흉하게 날아서 환의 옆을 스치고 벽에 처박혔다.
"후우. 큰일 날 뻔했군. 얘들아 괜찮니?"
환은 내심 겁이 났었는지 용감하게 벌린 팔과 꿋꿋이 버티고 있는 다리가 떨고 있었으나 그 뒤에 있던 아이들은 모두 환을 대견하게 쳐다보았다.
"아... 라루만 아저씨들?"
"어라? 쟤 단 동생이잖아?"
"과연. 지 형 닮아서 담력은 큰 모양이지?"
한 마디씩 하며 지붕위에서 라루만들이 내려와 크리처를 앞 뒤로 포위했다. 목에 매달려 있던 환수를 왼쪽 앞다리로 쳐내버린 크리쳐는 재생을 시도했다.
"오케이! 틈이다!"
"재생하도록 내버려둘 성 싶으냐!"
두 사람다 거대한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렀고 그 기세에 크리처는 재생도 포기하고 위로 훌쩍 뛰어올라 달아나려했다.
"그렇게 느려서 어디 도망이나 가겠나!"
두 라루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채찍을 날려 크리처의 발을 휘감아 그 거대한 존재를 바닥에 내동댕이 쳐버리고는 칼로 마구 난자하기 시작했다. 피와 살이 튀는 그 광경에 아이들은 눈을 찔끔 감았고 환도 고개를 돌리다가 루나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얼굴을 붉혔다.
"후우. 더 이상 재생하지 않는 군."
"식후 운동치고는 격렬했어."
곧 크리처는 다시 화해 없어져 버렸고 라루만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바깥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환이 이 녀석 용기하난 가상하군."
"어떻게 무모한건 네 형이랑 그렇게 판박이냐?"
제 나름대로 한 마디씩 해주는 라루만들의 말에 환은 다시금 얼굴을 붉힐 수 밖에 없었다. 아루민은 씨익 웃으면서 환의 어께를 툭툭 쳤고 이즈는 '그러는 너는 뭘 했냐?' 면서 아루민의 귀를 잡아당겼다.
"응? 저기 네 형온다."
마침 그들이 건물더미를 빠져나올 무렵 단과 사루시안 시렌이 도착했다. 라루만들은 '동생교육 하난 잘 시켰다' 라는 뜻 모르는 말만 남기고 아이들을 넘겨준 채 가버렸다.
"얘들아 괜찮니?"
"루나야."
"짜식 걱정했다."
5명의 아이들을 전부 걱정해주는 사루시안과는 달리 시렌과 단은 각자의 아이들을 먼저 챙겼다.
"쩝. 참으로 어수선한 축제였군."
일단 사루시안은 아린과이즈와 몇번 구면이 었고 아루민은 같이 있던 친구였으니 그 셋을 집에 데려다 준다며 먼저 가버렸고 그 자리엔 시렌과 루나 단과 환이 남아있었다.
"휴우, 돌아가죠. 아줌마."
"누가 아줌마야!"
서로를 잘 아는 듯한 시렌과 단. 이 둘과는 달리 서먹서먹한 환과 루나는 서로 눈치만 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고개를 돌려버렸다.
"단~!"
그 때 멀리서 헤레나가 나타났고 단은 아까 홀로 남겨두고 혼자 뛰어간게 생각나서 그녀에게 미안해 했다.
"뭐야? 혼자 가버리고? 어. 여긴 누구야?"
"여기? 도서관 사서 아줌.."
"도서관의 사서 인페르나 시렌치움이라고 해요."
아줌마 어쩌고 하려는 단의 말을 끊으며 재빨리 자기 소개를 하는 시렌.
"아하. 안녕하세요? 헤레나라고 해요. 그런데 단. 나 바래다 주지 않을 거야?"
"뭘."
"집."
별로 위험한 것도 없어보이는데 왠 엄살이냐는 단과 그런것도 안챙겨준다며 떼쓰는 헤레나. 그리고 남자친구가 그 정도는 해줘야 한다며 등떠미는 시렌.
"알았어요! 쳇. 가자."
"히힛. 고마워요 언니. 가자~"
반 강제적으로 끌려가다 시피 하는 단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시렌에게 눈을 찡긋하는 헤레나에게 답례로 웃어주는 그녀.
"환이는 내가 책임지고 데려다 줄테니까 걱정마."
그렇게 둘 마저 가버리자 셋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자, 그럼 가볼까?"
서로 삐죽베죽 어색해하는 둘을 바라보며 시렌은 아무래도 둘에겐 계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어떻게 하면 그 계기를 마련해 볼까 머리를 굴리며 쾌활하게 푸근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거리를 걸어갔다.
"사루시안... 오빠라 불러도 되죠? 어쨌든 고마워요."
"그럼 다음에 뵈요."
"아저씨 잘가요."
꼬마 셋에게 각자 개성있는 작별인사를 들은 사루시안은 이제 슬슬 돌아가기 위해 왔던 길을 되짚어 가기 시작했다.
"저녁이 되니까. 축제하는 곳 이외의 장소는 황량하구나."
밤바람을 벗삼아 흥얼거리며 마나등에 비춰지는 자신의 그림자로 장난을 치며 단의 집으로 향하는 사루시안은 문득 멈춰서더니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제 슬슬 나와 보시죠? 아이들도 다들 들어갔으니."
과연 그의 말이 끝나자 마자 아무도 없어서 고요했떤 거리의 어둠사이로 칼이 걸어나왔다. 그의 얼굴은 장난스런 사루시안과는 달리 매우 침울했다.
"자네. 성격이 조금 변한 듯 하군."
"후후. 축제인데 모처럼만의 나들이에 바람이 좀 들었죠."
하지만 칼의 굳어진 얼굴은 펴질줄을 몰랐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다음 만월까지 협조할 것인지를 결정해라."
순간 그들 사이로 정적이 흐르며 봄의 향취가 싸늘한 냉기에게 자리를 내주는 듯 했다.
"만약 그때 거부한다면?"
"즉결 처분권 발동. 네 녀석을 억류 혹은..."
잠시 뜸을 들이던 칼은 차갑게 말을 내 뱉었다.
"사살."
function moreOpen40034609415(){document.getElementById('btnhead40034609415').style.display='none';document.getElementById('btntail40034609415').style.display='';document.getElementById('moretail40034609415').innerHTML=document.getElementById('moretail40034609415').innerHTML;document.getElementById('moretail40034609415').style.display=''; }
function moreClose40034609415(){document.getElementById('btnhead40034609415').style.display='';document.getElementById('btntail40034609415').style.display='none';document.getElementById('moretail40034609415').style.display='none'; }
첫댓글 사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