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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청 아카데미 通 靑 Academy | 334회 | 주제: | 도덕경 80장 | 발표자: | 이태호 (통청아카데미원장 / 철학박사) | ||||
일시: | 2016. 12. 14 (수) pm 7:00~9:00 | 장소: 대구시립수성도서관 시청각실 | 문의 | 010-3928-2866 | |||||
h.p. | cafe.daum.net/tongchungd | ||||||||
통청아카데미는 서로 소통하여 사고의 틀을 좋게 바꾸려고 하는 공부모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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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 읽기 80장
(1) 제80장 원문
小國寡民. 使有什佰之器而不用. 使民重死而不遠徙. 雖有舟輿, 無所乘之. 雖有甲兵, 無所陳之. 使民復結繩而用之. 甘其食, 美其服, 安其居, 樂其俗. 隣國相望, 鷄犬之聲相聞, 民至老死, 不相往來.
소국과민. 사유십백지기이불용. 사민중사이불원사. 수유주여, 무소승지. 수유갑병, 무소진지. 사민부결승이용지. 감기식, 미기복, 안기거, 낙기속. 인국상망, 계견지성상문, 민지노자, 불상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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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寡) : 적다. 나. 임금이 자신을 가리키는 말.
사(使) : 하여금. 시키다. 쫒다. 가령. 만일. 설사.
십(什) : 열. 열사람.
백(佰) : 백. 일백. 백사람.
기(器) : 그릇. 그릇으로 쓰다. 그릇으로 여기다.
사(徙) : 옮기다. 이주하다. 넘기다. 한도를 넘어서다. 귀양 보내다.
수(雖) : 비록. 그러나 ~라 할지라도.
주(舟) : 배. 술통을 받치는 쟁반. 술을 치는데 쓰이는 예기(禮器).
여(輿) : 수레. 수레에 사람이나 물건을 싣다.
갑(甲) : 차례나 등급의 첫째. 갑옷.
진(陳) : 늘어놓다. 늘어서다. 펴다. 펼치다.
부(復) : 다시. 되풀이하다. 돌아오다. 덮다.
결(結) : 맺다. 맺히다. 매듭. 잇다. 매듭을 짓다. 묶다. 동여매다.
승(繩) : 줄. 새끼. 먹줄. 법도.
감(甘) : 달다. 맛이 있다. 맛 좋은 것. 맛의 중심이 되는 것.
인(隣) : 이웃.
망(望) : 바라다. 바라보다. 기대하다. 멀리 내다보다.
계(鷄) : 닭.
견(犬) :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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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번역
작은 나라 적은 백성(의 상태가 가장 좋다. 왜냐하면 그 나라에는) 수많은 물건이 있다 하여도 사용할 필요가 없고, 백성들로 하여금 죽음을 무겁게 여기도록 하여 먼 곳으로 이주하는 일이 없다. (그러면) 비록 배와 수레가 있어도 그것을 타는 일이 없고, 비록 갑옷과 무기가 있어도 그것을 펼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백성들로 하여금 (옛날처럼) 다시 새끼줄을 묶어 사용하게 한다. (그러면) 자기의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자기의 의복을 아름답게 입고, 자기 집을 안식처로 여기고, 자기네 풍속을 즐기게 된다. (그리고) 이웃나라를 서로 바라보고 닭과 개의 소리가 서로 들린다 하더라도 (그 나라) 백성들은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
(3) 해설
80장은 노자의 이상국가(理想國家) 즉 유토피아(utopia)가 작은 나라 적은 백성(小國寡民)임을 나타내고 있다. 그 이유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의식주(衣食住)에 불편함이 없이 만족하며 자신들의 풍속을 충분히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甘其食) 비록 그 음식이 보리밥에 한두 가지 나물반찬이라도 괘의치 않고 꿀맛처럼 달게 먹는다. 그러면서 부자들의 산해진미(山海珍味)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의복을 아름답게 입는다.(美其服) 비록 그 의복이 낡고 변변찮은 무명옷이라 할지라도 천사의 날개옷을 입은 것처럼 멋진 옷이라 생각하고 아름답게 여긴다. 그러면서 고관대작(高官大爵)의 화려한 옷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집을 안식처로 여긴다.(安其居) 비록 그 집이 초가삼간(草家三間)이라 할지라도 기와집 못지않게 튼튼하고 안전하게 여기면서 편안히 잠을 잔다. 그러면서 구중궁궐(九重宮闕)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의식주의 만족에 더해 자신들이 정답게 오순도순 사는 생활을 귀중하게 여기며, 여러 가지 세시풍속(歲時風俗)을 충분히 즐기고(樂其俗)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떠한 삶도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웃나라를 서로 바라보고 닭과 개의 소리가 서로 들린다 하더라도 (그 나라) 백성들은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隣國相望 鷄犬之聲相聞 民至老死 不相往來) 여기서 이웃나라와 왕래하지 않는 데는 이웃나라와의 교류가 없어도 충분히 자립자족(自立自足)한다는 의미가 있다. 자립한다는 것은 이웃나라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이며, 자족한다는 것은 이웃나라와 비교해서 자신들의 삶을 부족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굳이 이웃나라에 갈 일이 없다. 따라서 비록 이웃나라에 갈 때 쓰이는 배와 수레가 있다하더라도 타는 일이 없게 된다.(雖有舟輿 無所乘之)
이 나라는 자립자족이 되기 때문에 이쪽에서 먼저 이웃나라를 침범하는 일은 없다. 그리고 이웃나라와 교류가 없기 때문에 이웃나라에 원한을 살 일이 없다. 이웃나라에서는 이 나라에 와 보겠지만, 탐낼 만한 물건도 없고 교류해서 얻을 것도 없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작은 나라는 자신들을 위협할 만한 나라가 아님을 확실히 알게 된다. 왜냐하면 이 나라 사람들은 새로운 것이나 더 발전된 것들을 소유하려고 하지 않고 자신들이 가진 것 안에서 충분히 만족하면서 살고 있어서 이웃나라를 넘보는 일을 생각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의 땅은 잘 사는 나라(富國)가 보았을 때는 쓸모없는 곳이다. 잘 사는 나라는 넓은 평지에 대집단을 이루어 살 수 있는 곳을 선호하지만, 이 나라 땅의 대부분은 골짜기(溪谷)를 개간(開墾)하여 이룬 곳이다. 왜냐하면 이 나라 사람들은 남보다 앞서는 일이 쓸모없다(不敢爲天下先)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국과민을 지향하는 이 나라와 달리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지향하는 나라들은 다른 나라보다 더 부자나라가 되고, 더 병력이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큰 병력을 집결시키고, 큰 시장을 이룰만한 넓은 땅을 차지해야 한다. 그래서 굳이 이 작은 나라를 침범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병력을 지닌 큰 나라가 소병력만 지닌 작은 나라를 침범하지 않는 다른 이유는 골짜기 전투에서는 지리적 여건을 잘 아는 소병력으로도 대병력을 물리칠 수 있어서 자신들이 오히려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자신들을 침범하지 않음이 확실하고, 침범해서 얻을 것도 별로 없으며, 침범해서 승리하기에는 희생이 많이 따를 수 있다면, 큰 나라가 어리석게 작은 나라를 도모하지 않는다. 그래서 작은 이 나라에서는 비록 갑옷과 무기가 있어도 그것을 펼칠 일이 없다(雖有甲兵 無所陳之)고 노자는 말한다. 그러니 이 나라 사람들은 가장 안전한 곳에서 즐겁게 사는 것을 선호하지, 위험하게 목숨을 걸고 다투는 곳으로 가지 않는다. 이 작은 나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나라들은 부국강병을 지향하고 있다. 부국강병을 지향하는 나라들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더 부유하고 더 강력한 군대를 지녀야 한다. 그리고 그런 힘을 지니기 위해서 혹은 지니고 나서 전쟁을 불사(不辭)한다. 전쟁을 불사하니 그곳은 전쟁터가 되기 쉽고 백성들은 제명대로 살기가 어렵다. 안전한 곳에 있는 작은 나라의 백성들은 자신의 죽음을 무겁게 여기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 이주하지 않는다. 따라서 작은 나라의 통치자는 백성으로 하여금 죽음을 무겁게 여기도록 하면 백성들은 이주하지 않는다.
그래서 노자는 “백성들로 하여금 죽음을 무겁게 여기도록 하여 먼 곳으로 이주하는 일이 없다”(使民重死而不遠徙)고 말한다. 통치자가 백성들로 하여금 죽음을 무겁게 여기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75장에 나와 있다. “백성들이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것은 그 위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삶을 두텁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성들이)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것이다. 이 말은 ‘위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삶을 두텁게 여기지 않는다면 백성들은 죽음을 무겁게 여긴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위의 사람이 자신의 삶을 두텁게 여긴다는 말은 남보다 비교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권력, 지위, 재산, 명예 등을 키우는 것이다. 이들은 이것을 출세성공이라고 한다. 이 국가에서 출세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무시당한다. 이렇게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면 죽음을 가볍게 여길 수밖에 없다.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성공에 매진하거나 자포자기(自暴自棄)한다. 어느 쪽 길을 택하거나 둘 다 인간답게 대접받는 길이 아니다.
부국강병을 지향하는 나라 사람들은 비교우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출세성공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을 인간취급하지 않아서 스스로는 인간답게 산다고 우쭐댈지 모르지면 실제로는 인간답지 못하다. 그리고 출세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을 스스로 인간답지 못하다고 여기니 인간답지 못하다. 여기에 비해 이곳의 작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즐겁게 사니 모두 인간답다. 이들은 남과 비교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을 시기하거나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보다 덜 가진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이들은 소위 부국강병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출세성공을 바라지 않는다. 출세성공은 결국 자신이 남보다 잘났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들은 이것에 대해서 먹다 남은 잔밥(餘食)으로 여긴다. 그러니 이들은 남보다 앞서려고 하지 않으니 출세성공을 바라지 않는다. 출세성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출세성공한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나라에 갈 리가 없다.
노자가 보기에 출세성공을 높이 평가하는 나라는 부국강병을 지향하는 나라이다. 이 나라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다른 나라보다 새롭고 강한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무기개발에 필요한 부를 축적해야 한다. 무기의 개발과 부의 축적은 많은 분야의 발전을 선도한다. 그래서 소위 선진국이 된다. 즉 출세성공한 국가가 된다. 출세성공한 나라는 그렇지 못한 나라에 대해 우월감을 갖고, 출세성공하지 못한 나라가 열등감을 갖는다면 세계는 평화롭지 못하다. 마찬가지로 한 나라 안에서 백성들이 출세성공의 정도에 따라 우월감과 열등감을 갖는다면, 백성들 사이에 갈등과 불만이 고조된다. 국가 간에 경쟁이 심해지고 우월감과 열등감이 고조되면 전쟁으로 치닫게 되고, 개인 간에 경쟁이 심해지고 우월감과 열등감이 고조되면 폭동이나 내란으로 연결된다. 이 모든 근본원인을 노자는 비교우위에 서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이것을 해결하는 지름길로 제시한 노자의 문장은 “감히 천하에 앞서지 않는다”(不敢爲天下先)이다. 노자는 천하에 앞서지 않고 오히려 뒤로 물러서는 것을 근원적 해결 길로 보았다. 그래서 “백성들로 하여금 (옛날처럼) 다시 새끼줄을 묶어 사용하게 한다(使民復結繩而用之)고 하였다. 비교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신상품(新商品)을 지녀야 한다. 그러나 작은 나라의 통치자는 오히려 백성들에게 구상품(舊商品)을 선호(選好)하도록 만든다. 물론 구상품이 신상품보다 세련이 덜 되고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불편함과 투박함을 만족하면서 즐길 수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즐겁게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백성들에게 알려, 욕심 없이 서로 위하며(慈) 검소하게(儉) 살 때 진정한 행복이 있으며 이상국가도 있다고 노자는 말한다.
(4) 문제 제기
1. 백성들이 신상품을 선호하지 않으면 경제가 발전하지 않아 나라가 망해서 백성들 모두 거지가 되지 않는가?
2. 출세성공을 목표로 하지 않으면 무엇을 목표로 인생을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그 목표로 살면 정말 즐거운 인생이 되겠는가?
3. 부국강병을 하여 힘을 키워가지 않고 반대방향인 소국과민을 하면 과연 그 나라는 열강들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 다음 주 강의 예고 >
통청 아카데미 通 靑 Academy | 335회 | 주제: | 노자 도덕경 81장 | 발표자: | 이태호 (통청아카데미원장/철학박사) | ||||
일시: | 2016. 12. 21(수) pm 7:00~9:00 | 장소: 대구시립수성도서관 시청각실 | 문의 | 010-3928-2866 | |||||
h.p. | cafe.daum.net/tongchungd |
◎ 2016.12.21. (335회) : 노자 도덕경 80장, 이태호(통청아카데미 원장/철학박사) ◎ 2016.12.28. (336회) : 생활 속의 노자 도덕경(통청아카데미 원장/철학박사) ◎ 2016년 1월 : 겨울 휴강 ◎ 2017.2.1. (337회) : 티벳 사자의 서(1), 고목(유식사상연구회 지도법사/신유식학 저자) ◎ 2017.2.8. (338회) : 티벳 사자의 서(2), 고목(유식사상연구회 지도법사/신유식학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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