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장르가 된 버디 무비는, 두 명의 개성 있는 주인공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사건 자체보다도 서로 상이한 캐릭터가 충돌하며 갈등을 빚고 화합하는 과정이 더 흥미를 끈다. 2인 1조로 움직이는 경찰들은, 버디 무비의 재미를 펼치기에는 딱 맞는 대상이다.
호송 중인 죄수와 경찰이 한 팀을 이루며 사선을 넘나든 영화 [48시간]을 버디 무비의 원조로 꼽지만, 사실은 70년대 후반 TV 시리즈물로 인기 있었던 [스타스키와 허치]를 꼽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양지운 배한성의 목소리로 기억되는 [스타스키와 허치]는 당시 많은 청소년들에게 개인기 모방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므로 이미 PS2에서 게임 소프트웨어로도 만들어졌지만 [스타스키와 허치]가 스크린으로 다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올드 팬들이 추억에 젖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1975년부터 4년동안 미국에서 방영되며 전국적인 인기를 모았고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 초까지 큰 인기를 누리며 방영되었던 [스타스키와 허치]의 자리에 새로 등장한 배우는 벤 스틸러와 오웬 웰슨이다.
버디 무비의 원조답게 스타스키와 허치는 전혀 다르다. 우선 흑인처럼 뽀글뽀글한 파머 머리의 스타스키와 금발의 핸섬한 허치는 생김새부터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스타스키는 성급하며 원칙적이고 날카롭다. 반면에 허치는 느긋하며 유들유들하고 낙천적이다. 사건을 해결해가는 방법론에서도 두 사람은 늘 의견 차이를 보이며 티격태격한다.
서로 다르다는 것, 이것이 [스타스키와 허치]의 최대의 묘미다. 서로 다르지만 그들은 한 팀이다. 각각의 개성을 죽이고 서로 화합하지 않으면, 자신과 전혀 다른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강력한 적 앞에서 생존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들이 베이 시티 최대의 악당인 마약 중개상 리즈 펠드먼을 어떻게 붙잡는가 하는 것은 큰 주목거리가 되지 못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어떻게 화합하고 서로를 인정하는가 하는 문제다.
토드 필립스 감독의 연출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일부러 70년대적 감각으로 영화를 만들려고 했지만, 새로움 대신 진부함으로 비춰진다. 영화를 끌고 가는 리듬의 완급도 구태의연하다. 다만 재주 많은 두 명의 주인공, 각각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로도 맹렬하게 활동하고 있는 벤 스틸러와 오웬 웰슨의 조화가 그렇게 나쁘지 않기 때문에 영화 보는 재미는 있다.
그러나 스크린으로 리메이크 된 [스타스키와 허치] 최고의 스타는, 까메오로 깜짝 등장하는 줄리엣 루이스도 아니고 경찰 정보원으로 사건 해결의 결정적 공을 세우는 허기베어 역의 스눕 둑이다. 래퍼인 스눕 둑은 70년대적 분위기가 아니라 현대적 감성을 화면 가득 채우며 등장한다. 미국에서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라간 것은 전적으로 스눕 둑의 활약 때문이다.
이 영화의 보너스, 70년대적 상황이 재현되면서 TV 드라마에서도 주인공 못지않게 관심을 끌었던 포드사의 빨간색 토리노가 성질 급한 스타스키의 차로 등장해서 도심을 질주한다. 마지막 장면에는 원조 스타스키와 허치, 중년의 폴 마이클 글레이지와 데이비드 소울이 깜짝 모습을 보인다. 역시 원작을 뛰어넘는 리메이크를 찾아보기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