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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숨어 있는 바다산책길(이기대바닷길-문탠로드)
2박 3일 모처럼 가족나들이에 나섰다. 6학년인 정수와 1학년인 성수는 학교까지 쉬게 했다. 길에서 배우는 학교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깨닫게 하고 싶은데 아이들은 아빠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아름다운 풍경앞에서 핸드폰만 만지작거리지를 않나 비온다고 차안에 틀어박혀 pmp로 만화를 보면서 키득키득 웃고 있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아이들이 디지털증독이다. '나는 기계치야.' 디지털 마니아보다 차라리 이것이 훨씬 더 나아보인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이 심각한 병의 치유는 바로 상반된 아나로그에 있다. 서정적 풍경을 많이 접할수록 심성은 고와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부산은 취재 때문에~, 대구는 상 받으러 부곡온천은 온천욕하러 함안은 가야고분군을 걷기 위해 의령은 순전히 망개떡과 메밀소바를 먹기위해 길을 나섰다.
특히 의령은 나의 여행작가의 기나긴 여정(10년)중에 마지막 화룡정점을 찍는 곳이기도 하다. "전국에 안가본 데가 없겠네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속시원하게 "예"라고 답변해야 하는데 딱 한군데 의령때문에 기어가는 목소리로 "아니요" 라고 답변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전업으로 나섰을 때 5년이면 우리나라 전부를 섭렵할 줄 알았다. 내심 서둘러서 3년에 손을 털려고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둘러보는 것은 양파껍질 벗기는 일처럼 벗길수록 무궁무진했다. 봄 풍경을 접하고나면 여름, 가을, 겨울이 차례로 기다리고 있었고 4계절을 완성해 놓으면 그 속에 담겨진 숨은 이야기들이 서운하다고 심통이 나 있고~이러다가 평생 끝을 보지 못하고 길 위에서 세월만 보낼 것 같았다.
함안 군북에서 남강을 건너 의령 넘어가는 정암대교 위에서 이제 모든 것을 쟁취했다는 만족감이 들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원대한 목표를 상실해 버린 허탈감이랄까. 앞으로 내가 무슨 목표로 길위에서 서성거려야 할까?
짧은 시간에 이 사연 많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전략을 짰다. 무기력한 식구들과 여행길에 나서면 도저히 이 일정을 소화할 수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해 지면 숙소로 들어가서 빨리 잠을 청하고 새벽에 홀로 나와 따로 취재를 다닌다는 전략이다. 새벽부터 뛰어 다니다가 오전 10시쯤 숙소로 돌아오면 그제서야 아내가 눈꼽을 떼고 피곤한 가장을 맞이한다. 여행가서도 난 이렇게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새벽 6시 서울 집을 나섰다. 아내와 번갈아가면서 운전해 부산까지 4시간 30분. 참 먼길이다. 그러고보니 레오/카메노님은 정말 대단하다. 그 먼곳에서 1년내내 강원도니 전라도니.....빠지지 않고 답사에 나타났으니 아마 뭔가에 홀렸음이 분명하다. 나는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해~
원래 해운대로 직행하려고 했는데 아무 생각없이 광안대교에 올라탔다. 영화 '해운대'에서 자동차가 다리위로 날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니 웬지 기분이 묘하다. 다리옆 남천동 삼익비치아파트는 내가 중고등학교때 살았던 장소인데 지금은 벗겨진 페인트가 말해주듯 높이도 낮아졌고 기력이 쇠한 모습이 역력하다. 다시 해운대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내 마음을 송두리채 끈 이정표 '이기대'가 내 목덜미를 잡는다. 언젠가 모놀회원 레오님이 게시판에 올렸던 사진에서 그 좋았던 이기대 풍광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큼직한 산 하나 넘어가 굽이길로 닿았던 추억의 섬 오륙도는 완전히 딴 세상이었다. 나환자촌의 닭농장은 온데 간데 없어졌고 그 자리는 바벨탑같은 높은 아파트가 오륙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륙도 마저 부자들의 전유물이 된 것이 못내아쉬웠다. 고급 아파트답게 엘리베이터 달린 육교의 난간은 파도를 형상화한 조형작품이었다. 이곳에서 바라본 오륙도 풍경이 볼 만하다.
갑지기 비가 쏟아져 육교위에서 비를 피한채~ ㅣ
우리나라 사람치고 오륙도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조용필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에 나왔기에 은근히 한번은 가보고 싶은 곳. 평소 5개였다가 만조때는 6개의 섬처럼 보이는 섬. 이종무의 대마도 정벌시 대마도를 향한 징검다리처럼 보인다면 일본사람들이 싫어하겠지.
이기대 산책로의 시작은 오륙도 SK아파트부터 섶자리부두까지 5km, 쉬엄쉬엄 2시간이면 족하다. 제주도 올레길을 걷는 것처럼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타박타박 걷는 환상의 걷기코스.
곳곳에 낚시포인트가 있다.
파로를 내려다볼 수 있는 구름다리가 놓여 있다
예전엔 군부대의 초소였다가 얼마 전에 시민들에게 돌려주었다고 한다.
영화 해운대에서 소방관 이민기와 서울아가씨 강예원의 대화속에서 이기대가 나오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다. "와~ 경치죽이네, 여기 이름이 뭐라구요?" "이기대요!" "이기대? 사람 이름이예요? 이름 죽이네요." "사람이름이 아니고요, 옛날 임진왜란때 기생 두명이 적장을 껴안고 여기서 투신을 했다해서 이기대라고 하는거거든요~" "근대요?" "이기, 둘이, 기생기 이기"
초병들이 순찰했던 철책길도 예전그대로 만들어 놓았고 안전한 다리도
정수는 차안에서 pmp본다고~ 나오지도 않았다. '나쁜X'
해운대쪽 마천루와 광안대교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바로 이기대다.
평일임에도 트레커들이 엄청 많다. 언젠가 모놀의 부산답사가 있다면 꼭 한번 걷고 싶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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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을 때는 빠지지 않는 정수. 두루치기와 김치찌개 맛이 끝네준다. 누룽지 용호동점 051-622-1820
부산에서 5-6년을 살았음에도 UN기념관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남의 나라 전쟁터에 와서 귀한 목숨까지 잃은 우리는 지금 이들을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불과 60년도 되지 않았다.
이곳에 와서 라디오 컬트쇼를 듣고 웃다가 아빠한테 혼났다. "정수야 이런 곳에 와서는 최소한 예의를 지켜야지" 고학년이 되었다고 ~~아이고 애 키우기 힘들어
그래도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마눌과 아내 그리고 집사람 밖에 없어.
이렇게 가위질 한 정원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자유를 위해 돌아가신 군인들이 주로 서양사람들이니 그들이 취향에 맞춰야지
아빠한테 혼나 입이 삐죽~그래도 딸이니 용서해주자.
부산박물관도 이번이 처음이네. 정선의 그림 원본과 동래순절도를 볼 수 있다. 피난시절 부산의 모습도 ....은근히 볼만하다.
이곳에서 단풍을 만날 줄이야.
우리나라는 꽃이 지지 않는 나라라고 자부한다. 겨울이 되면 동백이 활짝~특히 동백섬에 가면 원없이 본다.
동백섬 바로 앞은 마천루다. 옆은 광안대교가 길게 내뻗고 특히 야경이 예쁜 곳이다. 인천대교 때문에 요즈음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고 있지만 주변 경관은 광안대료를 따라갈 수 없다.
달맞이길에서 내려다본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 광안대교
달맞이길에서 바라본 광안대교
해운대 달맞이길은 문탠로드라는 이색길이 만들어졌다. moontan road. 즉 '달빛그울음'이란 뜻이다. 햇볕을 쬐는 것과 반대로 달빛을 받으며 걷는 길이다. 인근 해월정에서 달을 반갑게 맞이했다면 문탠로드에서는 달빛을 벗 삼아 오솔길을 걷게 된다.
해기 지면 달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탁 트인 바다와 파도소리 소나무 사이로 달빛이 비치면서 정열적인 마음은 편해진다. 갑자기 동해남부선 기차가 지나가면서 기적소리와 함께 긴 여운이~ 구덕포까지 총 4.7km 2시간 동안 솔향 그윽한 바닷길을 거닐게 된다. 옆에 조명이 잘 되 있어 달밤에 체조하기 좋다.
달모양의 조명이 들어온다.불을 밝힌다. 달맞이길과 걸맞는 명소다.
바다를 보며 잠시 휴식
부산에서 해를 가장 먼저 맞이한다는 해마루정자에서 바라본 해운대 일대.
해마루정자에서 바라본 오륙도 그 뒤가 영도다. 끝자락은 태종대.
7시쯤 홀로 나와 송정해수욕장을 거닐었다. 기대했던 일출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노을을 볼 만했다.
松日亭. 해를 맞이하는 소나무 정자. 솔향과 바다내음이 좋다.
바다경치 끝내주는 해동용궁사.
바다밑 용궁을 옮겨 놓은 곳. 소박한 절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리 맞지 않는 절이다. 부처님을 향한 신도들의 정성으로 이해하고자 한다지만 매번 이곳을 찾을 때마나 새로운 건물이나 조형물 때문에 나를 적지 않게 놀라게 했던 절. 모든 리스크를 포괄 담보하는 보험사같은 느낌이 든다.
'발복'이야 평소 자신이 행한 만큼 얻는 것이 아닐까?
등용문. 이 굴다리를 건너면 입신출세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황금돼지라고 하는데
포대화상은 건물의 처마 높이까지 올랐다.
학업성취불. 부처님은 구도를 얻으러 순례를 했고 참선을 한 것 같은데~
득남불. 배를 어루만지면 아들을 낳는다고 하던데~ 남아선호사상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경상도 사람들을 위한 부처가 아닐까..득남녀불..이렇다면 조금 이해가 가는데~
타이어 모양의 탑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교통안전기원탑.
깊은 바다 생물을 볼 수 있는 수산과학관
대변항까지는 동백꽃길이 이어진다. 파란 바다와 빨간 동백이 대비되는 곳.
"정수야 아침에 멸치회 먹으러 갈까?" "나 비린내나는 것 싫어." "항구가 참 예뻐" "항구이름이 뭔대?' "대변항" "기분 나뻐...안 가" "똥 아니야...설사 똥이면 어때? 똥 안싸고 사는 사람 봤어? "
아침이 되자 멸치배들이 속속들이 도착한다. 씨알도 굵다. 이 많은 멸치를 어디서 잡아왔데~
눈이 휘둥글~
여인네의 손길이 맛깔스런 멸치회로 거듭난다.
씨알 좋다.
가자미까지~좌우로 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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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용궁사에 이상한 것들이 많이 생겼네요.
내 몸뚱아리에 금빛은 어울리지도 않는데 ㅋㅋ
오륙도 너머로 보이는 안개에 쌓인 영도...바라만봐도 가슴이 찡하네요...잘 봤습니다. ^^
10월중순에 부산가려고 했는데 정보 감사합니다.
5월 중순에 2박3일 부산여행 계획이 있어 잠시 정보보러 왔다갑니다.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