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사리 모유 수유를 해오다가도 때가 되어 단유를 하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젖을 말려야 할 때 엄마들은 한 차례 진통을 겪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젖이 마르는 사람도 있다지만, 모유량이 많은 엄마들일수록 젖몸살로 고생을 하게 되는데….
출산 6주째를 맞은 김수미(29세) 씨는 심한 유선염으로 인해 모유 수유를 중단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유방이 발갛게 부어오르고 단단할 뿐만 아니라 열이 나고 춥고 떨리는 몸살 증세까지 겹치다 보니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는 유선염에 산후풍 기미까지 있다면서 모유 수유를 중단할 것을 권했다. 아기에게 모유 수유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 지경에 놓이게 된 데야 다른 방도가 없다는 김씨. 가뜩이나 유방 트러블로 고생을 하고 있어서 어떻게 하면 쉽게 그리고 아프지 않게 젖을 말릴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옛 여인들은 이렇게 젖을 말렸다 붕대로 동여매기_ 오래 전부터 젖 말리는 데 사용된 방법은 천이나 붕대로 가슴을 둘둘 말아 압박하는 것이다. 젖을 먹이지 않고 그대로 두면 유방에 젖이 고이게 되고 그 압박이 유선을 압박하여 유선의 기능이 떨어지고, 젖 분비 호르몬 역시 줄어들어 저절로 젖을 마르게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때 아기에게 잠깐이라도 젖을 물려서는 안 되며, 얼음찜질로 혈액순환을 억제하면 도움이 된다. 젖이 너무 심하게 불어 있는 경우에는 한 번 정도 유축기로 짜주는 것도 괜찮다. 단, 붕대로 감았어도 겨드랑이와 유방 주변에 전기가 오듯 뻐근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여전히 젖이 불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젖 말리는 약을 먹어야 한다.
엿기름 먹기_ 한방요법으로, 소화제로 많이 쓰이는 맥아(보리 싹을 틔운 것)라는 약제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바로 식혜를 만들 때 쓰는 '엿기름'이다.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엿기름을 넣고 약간 노릇해지도록 볶아서 가루를 낸 뒤 따뜻한 물에 타서 먹거나, 사물탕(숙지황, 당귀, 백작약, 천궁)을 달인 물에 타서 먹으면 모유가 끊어진다. 또 맥아유로 유방을 마사지해 주는 것도 효과가 있다. 인삼을 끓여서 먹으면 모유가 줄어든다고도 하는데, 이는 체질에 따라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므로 반드시 한의사와 상의를 한 후에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 방법은 100% 젖을 말리는 방법이기보다는 보조요법이므로 생각처럼 젖이 마르지 않는다면 약을 먹는 것이 좋다.
빠르고 확실하게 말리고 싶다면… 유즙 억제 주사 맞기_ 분유로 아기를 키워야 한다면 출산 직후 유즙 억제 주사를 맞고 젖이 불지 않도록 24시간 탄력붕대로 가슴을 동여매 두면 몽우리가 작아지고 임신 전의 상태로 쉽게 돌아간다. 그러나 젖꼭지에 자극을 주면 젖이 다시 분비될 우려가 있으므로 한 달간은 조심해야 한다. 또한 사람에 따라 젖 말리는 약을 병행해서 사용하기도 하므로 의사와 상의한다.
젖 말리는 약 먹기_ 젖 말리는 약은 젖이 나오기 시작한 후에도 효과가 좋으며, 자연적 방법으로 젖을 말리다가 젖이 너무 심하게 불었을 때 쓰면 된다. 과거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단독으로 쓰거나 남성호르몬을 같이 사용했으나, 요즘에는 혈전증 같은 부작용이 있어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뇌하수체에 작용하여 젖 분비 호르몬인 '프로락틴'의 생산을 막는 약을 사용한다. 처음에는 하루에 반 알씩 한 번 먹다가 두 번으로 늘리고, 괜찮으면 하루에 한 알씩 두 번 먹는 점증요법을 쓴다. 어지럼증이 심하면 사용량을 반으로 줄여서 식사 중간이나 자기 전에만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이렇게 며칠간 먹어봐서 적응이 되면 용량을 정상으로 올리는데, 약을 조금만 먹어도 젖이 다시 불지 않으면 더 많이 복용할 필요는 없다.
젖 말리는 약의 사용 기간은 대개 2주인데, 젖이 마르는 정도는 개인차가 있다. 어떤 산모는 2주일을 먹었는데도 약을 끊은 후 다시 젖이 불어 더 먹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젖 말리는 약을 먹다가 그치면 다시 젖이 불어 나오는 것을 '반동성 젖 분비'라고 하는데 전체의 약 30%에서 나타난다. 그 중에서는 젖이 다시 불어서 통증이나 열이 나는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는 젖을 짜지 않으면 젖이 나오지 않거나 조금 나오는 정도이다. 전자의 경우라면 약을 더 먹고 젖을 꽉 묶어두어야 되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젖을 만지거나 짜지 말고 그냥 두거나 젖을 꽉 묶어두면 된다. 약을 끊으면서 젖을 며칠 꽉 묶어두면 반동성 젖 분비가 줄어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