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폐지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지금, 일다는 ‘우리말, 우리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글을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필자 최은경님은 평택 오성초등학교 교사입니다. -편집자 주>
동화 속 우리말의 역사를 찾아
초등학교 4학년 읽기 책에 나온 손연자님의 <꽃잎으로 쓴 글자>를 읽고 주인공이 되어 말하기를 하며 주제를 찾아보았다. 등장 인물은 승우, 다나카 선생, 승우 아버지, 승우 어머니고 줄거리는 이렇다.
일제 강점기 무서운 다나카 선생이 가로 3센티미터, 세로 10센티미터 정도의 위반 나무패를 반장에게 준다. “쉬는 시간에 조선말을 쓰는 동무가 있거든 즉시 주어라. 그걸 받은 자는 조선말을 하는 동무가 눈에 띄는 즉시 다시 넘겨주어라. 맨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는 자는 무조건 손바닥 열 대이다. 자 서로서로 잘 살피도록. 알았나?”
종례시간 마지막 위반 나무패를 돌리기 위해 가만있는 재득이의 뺨을 꼬집은 명서에게 “비겁한 놈!”이라고 외친 승우를 보고, 재득이는 좋아라 나무패를 쥐어 준다. 다나카 선생에게 맞아 피멍이 든 승우의 손을 보고 온 가족은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아버지의 복사꽃 이야기와 어머니의 꽃잎으로 쓴 하늘, 바람, 달을 보며 승우는 우리말을 가슴에 새긴다.
이야기를 읽고 나서 승우와 다나카 선생, 부모님의 역할을 맡아 솔직하게 말하기를 했다.
아이들: 다나카 선생은 왜 재미있는 놀이라고 했나요?
다나카: 아이들에게 겁을 주려고 그랬다.
아이들: 승우의 손바닥을 10대나 때렸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다나카: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벌칙이니까 그렇게 했다.
아이들: 아이들에게 왜 위반 패를 주었나요?
다나카: 교장선생님이 하라고 했으니까 그랬다.
다나카를 맡은 호성이의 말을 듣고 아이들은 자기의 생각을 막 쏟아냈다.
“선생님, 다나카나 일본 사람들이 왜 아이들에게 위반 패를 주었는지 알겠어요. 조선말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그랬어요.”
“아이들이 서로 미워하도록 해서 우리말을 못 쓰게 했어요. 어릴 때부터 그런 마음을 가지면 커서도 남을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요. 예를 들면 군인이 되잖아요. 그런데 같은 민족끼리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나라를 지키거나 일본이 다시 쳐들어왔을 때 서로 힘을 합치지 못 할거예요.”
“맞아요. 같은 반 친구끼리 미워하게 되는 건 일본사람들이 바라는 거잖아요. 약아빠졌어.”
아이들 말을 다 듣고 나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여러분 생각이 정말 훌륭해요. 미워하는 마음도 그렇지만, 남의 것을 더 좋게 생각하고 내 것을 무시하는 마음도 깊이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시와 그림으로 배우고 쓰는 우리말
우리말 사랑4
서정홍,『58년 개띠』 보리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 죽으면
사망했다 하고
넉넉하고 잘 배운 사람들 죽으면
타계했다
별세했다
유명을 달리했다 하고
높은 사람 죽으면
서거했다
붕어했다
승하했다 한다
죽었으면 죽은 거지
죽었다는 말도
이렇게 달리 쓴다, 우리는
나이 어린 사람이면 죽었다
나이 든 사람이면 돌아가셨다
이러면 될 걸
아이들과 시를 읽고 이야기를 나눈 다음, 내 생각 쓰기를 하고 발표하게 했다.
제목: 우리말 공부
오늘 선생님께서 한글에 대한 시를 두 편 뽑아 주셨는데 그 중에서 사람이 죽었을 때 한자로 어렵게 표현한 시를 읽어주셨다. 뜻을 알 수 없고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말 중에서 외래어를 우리말로 고쳐보았다. 칠판에 꽉 차고도 더 있었다. 내 머리 속도 외국말로 꽉 찬 느낌이었다. 이런 공부를 했으니 나는 앞으로 우리말을 쓰도록 실천할 것이다. 그리고 한글을 공부하고 한글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한글날은 정말 소중하다. (공아름)
제목: 한글 엽서 만들기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미술을 하는 날이다. 2교시가 끝나고 미술을 했다. 한글날에 대한 생각을 그림으로 그렸다. 나는 마스크를 하고 있는 여자 아이 모습을 그렸다. 알고 보니 우리 나라에서 쓰고 있는 외래어가 너무 많았다. ‘우리가 외래어를 좋아하지 않았으면 외래어보다 우리말을 많이 쓸 수 있을 텐데…. 이게 다 유행 탓이다. 영어나 한자를 좋아하는 유행. 이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희선)
삶을 담은 교과서로 국어활동 가르치는 꿈
아이들은 놀이처럼 ‘스스럼없이’ 말하고 듣고 읽고 쓸 때 행복하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 갈수록 국어활동을 힘들어한다. 이제는 그 원인을 찾아내고 삶을 담은 교과서를 만들어 제대로 된 국어활동을 가르쳐야 할 때다. 이를 위해 겨울 방학 동안 전국의 초중등 선생님들과 교대 교수님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로 했다.
<우리 손으로 만드는 국어교과서>를 주제로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교육과정을 연구실천 하는 길을 찾고, 지역에서 국어교과모임을 만들어 토박이말 살려 쓰기와 동화, 이야기, 시와 연극을 공부하고 있다. 나는 이런 꿈을 꾼다. 펄펄 살아 숨쉬는 우리말을 가르치고, 아이들의 힘든 가슴 따뜻이 안아 줄 수 있는 희망의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