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부시가 사주 '美지도층도 긴가민가 '경제위기는 유대인 작품' 중국 중심으로 널리 퍼져
지난 6일 미 백악관의 녹색 일자리 담당 차르(czar)였던 밴 존스(Jones)를 자진사퇴로 몰고 간 주(主)원인은 2004년 그가 서명한 한 청원서였다. 존스가 '부시 행정부가 9·11테러를 미리 알고서도 방조했으니 이를 의회에서 조사해야 한다'는 청원서에 서명한 것이 드러나면서 보수파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 청원서에 서명한 인사 중에는 소비자보호운동가인 랄프 네이더(Nader), 전 하원의원인 신시아 매키니(McKinney), 영화배우 찰리 신(Sheen)도 포함됐다.
미국의 지도급 인사들조차 설득력이 있다고 믿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9·11테러 사주론'이다. 얼핏 황당해 보이는 이런 음모론은 사람들의 불안감과 호기심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생명력을 유지한다. 9·11 테러 발발 8주년을 맞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인터넷판이 '세계에서 가장 끈질긴 5대 음모론'을 소개했다.
'미 정부의 9·11 사주론'은 테러 직후 한 아랍 위성방송이 "사건 당일 세계무역센터가 직장이었던 유대인 4000명은 미리 고지를 받고 결근했다"는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리면서, 더욱 힘을 받았다. FP는 "최근 17개국 여론 조사 결과, 많은 이들은 여전히 (이슬람 테러집단) 알 카에다의 책임설에 대해 확신을 갖지 않는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때맞춰 '전 세계 금융시스템을 지배하는 유대인이 자신들의 배를 불리려고 경제위기를 일으켰다'는 '유대인 금융가론'도 고개를 들었다. 2007년 중국에서 발간된 책 '화폐전쟁'은 '소수 유대인 은행가들이 중국 금융시장을 삼키려고 호시탐탐 노린다'는 주장을 담아 이 같은 음모론에 불을 지폈다. 중국 지도층에서도 경제 상황에 대한 해법을 얻으려고 이 책을 탐독한다.
'국적을 초월한 극소수의 엘리트들이 새로운 글로벌 정부를 세우려 한다'는 '글로벌 엘리트의 막후실세론'도 있다. 18세기 비밀결사단체인 프리메이슨과 일루미나티가 아직도 존재하며, 정부 뒤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내용이다. 내주 발간될 댄 브라운(Brown)의 신작 소설 '잃어버린 상징(Lost Symbol)'에도 프리메이슨이 등장한다. 음모론자들은 빌더버그 그룹·삼각위원회·뉴욕의 싱크탱크 외교관계협의회·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 등 여러 단체가 핵심 멤버들의 중복 가입을 통해 은밀하게 내통한다고 본다.
'에이즈(AIDS)는 미 정부가 흑인을 말살하려고 만든 바이러스'라는 음모론도 사그라지지 않는다. 1980년대 중반 동독 생물학자인 야콥 세갈(Segal)이 제기했다. 2005년의 한 여론 조사에선 미 흑인 중 25%가 이 음모론을 믿는다고 답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 대통령 타보 음베키(Mbeki) 등이 "에이즈는 가난하면 걸린다" "마늘을 먹으면 낫는다"는 등 비과학적인 주장을 계속하면서 과학적 실체가 흐려졌다.
최근에는 '오바마는 미국 땅에서 태어나지 않아, 대통령 당선은 무효'라는 '오바마 외국태생론'이 확산됐다. 이들은 오바마가 케냐 혹은 인도네시아 출생이라고 주장한다. 백악관이 하와이 출생증명서를 인터넷에 공개했으나 "출생 당시 원본 증명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한다. 오바마가 미국 출생이라고 믿는 이는 3분의 2에 불과하다는 지난 7월 여론 조사 결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