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종다리’가 온다기에 현관 앞에 둔 화분을 실내로 옮겼습니다. 장미가 심긴 화분이 제일 크고 무거운데 급하게 들다가 그만 허리가 삐끗했습니다. 밤새 통증을 느껴야 했습니다. 다음날 한의사를 찾아가 침을 맞고 누워있는데 옆 환자와 의사의 대화가 들렸습니다. “할머니, 어디가 아프세요?” “어깨와 팔이 너무 아파예. 침 좀 놔 주이소” “뭘 하셨기에 이렇게 아픕니까? ”창선에 있는 멸치쌈밥집에서 알바하느라 그랬지예.“
여기까지 듣는데 저는 살짝 웃음이 나왔습니다. ‘저 할머니도 애써 번 돈을 의사에게 갖다 주는 구나.’ 그런데 이어지는 한의사의 대답이 제 귀를 의심하게 했습니다. ”남해 식당들은 맛도 없는데 비싸기만 하고, 게다가 양도 적고 불친절하기까지 한 것을 자기들만 몰라요.“ 한의사가 환자만 잘 진단하는 줄 알았는데 식당도 정확하게(?) 진단하다니 정말 놀랐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을 교회와 비교해보았습니다. 음식 맛이 없듯 설교에 은혜가 없다면? 양도 적게 주듯 교회도 베푸는 것에 인색하다면? 비싸기만 하다고 했는데 헌금 강조만 한다면? 불친절하다고 했는데 거만하여 섬길 줄 모른다면? 식당이나 교회나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네 가지를 다 만족시킬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두세 가지만이라도 흡족하도록 힘써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