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내놓고 한껏 자랑해도 손색이 없는 이 좋은 한글을 500년씩이나 천대하는 것을 보면, 한글의 운명이 참 기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글이 기구한 운명에 처한 이유 중에서 대표적인 것인 한글을 모아쓰게 한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글은 모아쓰기 때문에 한글의 우수함이 살아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를 잘못 알고 풀어쓰자는 엉뚱한 주장을 한 사람이 더러 있었다. 모아쓰기야 말로 한글의 장점 중의 장점이며, 특성 중의 특성이다. 그런데 이날까지 이 좋은 장점을 학문적으로나 기계화로나 제대로 살리지 못함으로써 도리어 단점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적잖다.
한글의 모아쓰기는 하늘이 우리 민족에게 준 커다란 숙제이다. 이 숙재를 올바로 푸느냐 못 푸느냐에 따라서 한글의 사활이 걸리게 된다. 묘하게도 모아쓰기는 열등생에게는 고난의 멍에가 되고, 우등생에게는 영광의 면류관이 돤다는 사살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일부 사람들은 한글을 풀어써야 한다느니, 언젠가는 풀어쓰기로 가야 한다느니, 기계를 위해서는 풀어쓰기가 이상적이니 하는 잘못된 주장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도 한글 기계화에 대해서 모를 시절에는 풀어쓰기를 주장하고, 또 학생들에게 틈이 있을 때는 풀어쓰기를 가르치기도 하였다. 특히 내가 1974년 무렵에 서라벌 고등학교에 국어선생 노릇을 할 때까지만 해도 학생들에게 풀어쓰기를 소개하고 또 칠판에다 풀어쓰는 시범까지 보이기도 하였다. 그 시절에 나는 '글자의 혁명'에서 최현배 박사가 주장한 풀어쓰기에 심취해 있었다. 그 때 나는 한글 기계화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랐고 한글 타자기도 칠 줄 몰랐다.
그 후 공속도 한글 타자기를 배우고, 마침내 한글 기계화를 위해서 교직을 떠나, 공병우 한글 기계화 연구소로 가서 공병우 박사로부터 모아쓰기 한글 기계화의 우수함과 한글 기계화에 대한 전반전인 공부를 하면서 풀어쓰기가 한글을 모독하는 것이라는 중대한 사실을 뉘늦게 알게 되었다. 한글의 장점은 모아쓰기에 있고, 또 한글을 풀어쓰면 안 된다는 중대한 사실을 알고, 그동안 풀어쓰기를 주장한 것이 얼마나 경솔하고 잘못된 것인가를 깨닫고 매우 부끄러워하였다. 내가 한글의 장점은 모아쓰기에 있다는 것을 뒤늦게라도 알게 된 것이 정말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글에서 한글을 풀어쓰는 것이 얼마나 잘못인가 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서 몇가지 분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자 한다.
모아쓰기냐, 풀어쓰기냐?
그동안 한글을 모아써야 하느냐, 풀어써야 하느냐를 놓고 지민을 통해서 논쟁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1977년의 주요한 박사와 송현관의 논쟁이다. 이 논쟁은 두 사람이 자기의 주장을 두 차례에 걸쳐서 서면으로 발표를 함으로써 본격적인 논쟁이 되어 당시 관계 전문가들이 관심을 크게 모은 바 있다.
그 뒤 1986년 월간 '광장'에서 한글 풀어쓰기에 관한 찬반 양측의 글을 실어서 다시 한번 관심을 고조시킨 적이 있었다. 이 때 풀어써야 한다는 쪽은 서울 대학교 교수 이현복씨였고, 풀어쓰기를 반대하는 쪽은 한글 기계화 연구가 임종철씨였다.)임종철, 1986년, 광장 10월호)
1. 주요한 박사와 송현의 논쟁
주요한 박사는 세종대왕 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하는 '세종문화' 창간호(1877.1.1)에 "한글기계화 글자판 혼란"이란 글에서 한글 풀어쓰기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해서 송현은 "한글을 풀어쓰자는 주장을 반박한다."(내책, 한글 기계화 운동)를 발표하였다. 그러자 주요한 박사는 "송현 선생에게 대답한다"라는 반론을 발표하였다. 그러자 이에 대해서 송현은 "한글 모아쓰기 과학성을 올바로 알자"(위의 책)라는 발론을 발표했다.
주요한 박사는 "한글 기계화 글자판 혼란"이란 글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글자판의 단일과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우리 한글이 소리 글자이면서도 이른바 모아쓰기로 표기 되었다는데, 훈민정음 발표 당시의 한문 글자 영향을 원망스럽게 생각한다. (중략) 지금부터라도 로마자와 같이 풀어쓰기로 개혁할 것을 민족적 과업으로 설정하기를 희망하고 싶다.
이에 대해 송현은 "한글을 풀어쓰자는 주장을 반박한다"라는 글을 통해서 풀어쓰자는 주요한 박사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세계적인 음성 언어 학자인 영국 런던 대학 핸드슨 교수는 한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한글학외 기념 논문집에서 피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미 오백년 전에 음성 문자인 한글을 만들었고, 이를 모아쓰는 슬기를 보였다는 사실을 알고 지극히 반가웠다. 동시에 만약 서구에서도 일찍이 모아쓰기를 했더라면 얼마나 더 문자 생활이 발전했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한글 학자 정인섭 박사는 다음과 같이 모아쓰기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내가 풀어쓰기를 반대하고 모아쓰기를 주장하는 데 더 깊은 이유가 있다. 그것은 모아쓰기가 형태학적으로 가장 우수한 철자법이라는 점이다. 첫째 '밥'이라고 쓰면 '밥'이라는 이름씨가 시각적으로 뚜엿이 하나의 행태로서 눈에 보여진다. 또 '밥'이라고 그 아래 토를 달면 시각적으로 '밥'의 형태소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시각이 청각성을 통해서 고정되어 뜻을 인식시키면서도 발음은 자연히 '바비' 로 된다. 만일 '바비'라고 쓰면, 과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 즉 두 개의 형태소의 구분이 안 보인다. '밥이'이라고 쓰면 어원 뜻, 문법, 발음 세가지의 목적을 말할 수가 있지만은 '바비'로 쓰면, 발음은 같을지 모르나, 어원, 뜻, 문법의 세가지는 잃어버린다.'(정인섭, 국어 음성학 연구)
또, 정인섭 박사는 국제 언어 학자 대회 석상에도 한글도 풀어쓸 수 있다고 자랑했다가 크게 망신을 당한 일화를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습니다.
'내가 1952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었던 제7차 국제 언어학자대회에 참가하여 한문글자와 일본 가나 글자에 비교하여 한글을 자랑하면서 로마자와 비슷하게 풀어쓰기가 가능하여 기계화하는데 편리한 글자라고 강연했더니, 거기에 참석했던 학자들 가운데는 한글의 풀어쓰기를 반대하고 모아쓰기라야만 한글의 형태소와 발음과의 관계가 합리적으로 되고, 또한 문법이 비로소 성립되는 유일한 글자라고 했다. 나는 이 반론을 듣고 깨달은 바가 많았으며, 무조건 서구 문명을 모방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느꼈다.(위의 책)
김성 교수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글을 풀어쓴다면 풀어쓰기에서 얻는 것이 글자판에서 자수가 줄어든다는 이익뿐, 속도에서나 판독에서나 용지 등 경제면에서 잃는 것이 더욱 많다. 그리고 풀어쓰면 음성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발음형태가 있고, 문법이 무너지며, 소리글자이면서도 어원을 나타날 수 있는 한글만이 지닌 우수성 등은 일조에 없어지며, 풀어쓸 때 표기 상태에서의 혼돈을 해소하기 위하여는 몇 가지의 글자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등의 어려움이 뒤따라야 한는데, 이렇듯 한글듸 우수성을 파괴하면서까지 풀어쓰기를 해야 하는가? 풀어쓰기가 기계 제작의 편리를 위한 것이라면 그 속도가 우수하여야 할 것인데, 속도는 도리어 느리게 되므로 풀어쓰기로서의 글자의 혁명은 타당성보다 불합리성을 많이 지니고 있기 때문에 혁명이 지닌 문화의 반역 행위가 될 것이다.'
이렇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풀어쓰는 것이 비과학적인 글자가 된다고 강조하고, 모아쓰기 때문에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무시하고, 주 박사님께서 한글을 풀어쓰는 것이 이상적인 것처럼 주장하시는 것은, 한글 전용은 물론 한글 기계화 발전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글이 모아쓰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우수한 글자라는 점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풀어쓰기에 대한 공상에 사로잡혀서 글자판 통일 과업을 할 때마다 두벌식을 기본으로 삼았기 때문에 글자판 통일이 이룩되지 못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문교부, 상공부, 한글학회에서 시도한 글자판 통일 작업이 모뚜 실패한 근본 원인은 당시에 참여했던 주동이 된 최현배 박사가 두벌식 풀어쓰기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서 일을 한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자 교육뿐 아니라 한글 기계화 분야에서도 권위자인 임종철 씨는 "한글 기계화 약사"라는 글에서 글자판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은 원인이 바로 두벌식을 주장하는 사람 때문이라고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두벌식 글자판으로 간편하고 저렴한 모아쓰기 타자의 기계화 개발이 거의 불가능하며, 설사 기계가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속도가 매우 느려 타자기 발명 사상 가장 비능률적인 기계로 개발돨 수밖에 없는데, 이런 타자기는 타자기라 할 수도 없다. 두벌식 글자판을 주장하는 이들은 궁여지책으로 풀어쓰기를 주장하지 않으면 발전된 이론을 펼칠 수가 없게 된다.그런데 과거에 두벌식을 바탕으로 한 글자판의 타자기가 선을 보이기는 했어도 비능률성으로 자유 경쟁에서 모조리 도태되고, 반대로 두벌식글자판과는 원리가 전혀 다른 타자기는 강력히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갈 수 있었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임종철, 1977년, 한글 기계화 약사, 세종문화 12)
그리고 1969년에 과학기술처에서 정한 엉터리 표준판도 바로 두벌식 풀어쓰기를 염두에 두고 일한 사람들이 만든 졸작이란 점만 보아도 풀어쓰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잘못이 얼마나 큰 것이며, 이 때문에 한글 기계화의 글자판 통일이 되지 못하고 한글 기계화의 발전이 마비되어 한문자가 다시 늘어나게 된 것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명박한 현실적 사정을 무시하고 주 박사님께서는 글자판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은 원인이 한글을 모아쓰기 때문에 있다는 등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처음 만들 때에 모아쓰기로 한 것을 원망스럽게 생각하는 견해에 대해서 저로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는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모아쓰기로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자랑스럽운 민족적인 보배를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요한 박사는 체신부의 전보문이 풀어쓰기로 인출되는 점을 다음과 같이 예를 들었다.
"우연히도 체신부의 전신 타자 통신이 풀어쓰기로 인출 되어 있는 만큼 그것을 유지 육성 함으로써 한글의 혁신이 이루어질 수도 있겠는데......"
송현은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반박하였다.
체신부에서 전보문의 풀어쓰기를 버리고 모아쓰기 방침으로 모아쓰기 기계를 대체하기 때문에 풀어쓰기 기계가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박사님께서는 너무나 어두우신 것 같습니다.
제가 지난 1976년 12월 24일자로 풀어쓰기 전보문은 한글의 과학성을 근본에서 파괴하는 행위이고 또 한글 기계화를 망치는 행위라고 항의문을 체신부 장관에게 보냈을 때, 다음과 같은 체신부 장관의 답변을 받은 바 있습니다.
풀어쓰기 전문에 관하여
첫째, 전보 통신 방식의 기계화를 처음 시도하던 당시에는 인쇄전신기가 영문자식으로 풀어쓰기 조작밖에 할 수가 없었으므로, 체신부는 한글 풀어쓰기를 인쇄 전신기에 도입 운용해 왔으나,
둘째, 그 후, 한글 모아쓰기로 나타내는 데 성공하여, 계속적인 모아쓰기 인쇄 전신기를 보급함으로써, 76년 말 현재 70%이상의 모아쓰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기설 풀어쓰기 인쇄 전신기에 대하여서도 앞으로 연차 계획에 의거 전량 대체될 것입니다.
셋째, 전보 수신인에게 배달되는 모는 국내 전보는 모아쓰기 전문으로 배달하도록 77년 1월 1일 이후 강력히 단속하고 있습니다.
위의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전보문에서 한글을 풀어쓰기 방식으로 했던 것은 풀어쓰기가 과학적이고 쓰기 가 편리해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기계 자체가 풀어쓰기로 밖에 조작할 수 없었던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전보문에서 한글을 풀어쓰기로 실시해 보았지만 한글을 풀어쓰면 온전한 문자생활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간단한 전보문조차도 실용가치가 없어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고 주 박사님께서는 어떤 근거로 아직도 풀어쓰기를 주장하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맹인용 점자 한글을 말들 때에도 두벌식 풀어쓰기로 시도했지만 두벌식 풀어쓰기는 앞에서 정인섭 박사가 지적 한 바와 같이 어원, 뜻, 문법이 없어지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 불가능하여 부득이 세벌식 풀어쓰기로 점차 한글을 만들어서 어원과 뜻과 문법을 갖춘 글자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보아도 두벌식 풀어쓰기가 얼마나 비과학전이며, 실용성이 없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과거에 체신부를 비롯한 여러사람들이 풀어 쓰기 한글을 실용해 보려고, 각종 기계를 만들어 특히 해외에 있는 연구가들이 각종 문자 생산 기계를 만들기 쉬운 풀어쓰기 한글로 만들어 보급에 힘써 보았지만 실용가치가 없어서 모두 실패하였고, 또 과거에 풀어쓰기를 주장하는 책도 만들어서 계몽도 해 보았지만 모두 다 한결같이 실패한 사실은 풀어쓰기가 얼마나 비과학적이고 비실용적인가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풀어쓰기 주장은 한글을 모독하는 행위요, 문화의 파괴 운동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주 박사님께서 모아쓰기 한글의 과학성과 모아쓰기 한글 기계화의 우수성을 비교적 과소평가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 생각딥니다. 만약 주박사님께서 한글 모아쓰기의 과학성이나 모아쓰기 한글 기계화의 우수성을, 특히 그 속도와 능률에 있어서 제대로 인식만 하신다면 누구보다도 열렬하게 한글 모아쓰기, 한글 기계화의 우수성을 예찬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젊은 사람들이 뛰고 싸우고 있는 이유도 민족의 보배인 한글이 아직 빛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또 제2의 세종업적으로 평가받는 고성능 한글 기계화가 당국의 무지한 과학 행정 때문에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고,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힌실을 무척 안타깝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 박사님 같이 기계화에 이미 공헌이 많으시고 영향력이 미치는 훌륭한 분께서 한글과 한글 기계화를 위해서 좀더 과학적으로 근거 있는 발언을 신중히 해 해 주셨으면 하는 것이 우리들의 희망입니다. 비전문가들의 견해를 무시하는 엉뚱한 발언을 삼가하지 않는한 자판 통일도 어렵고, 한글 전용도 이룩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의 주박사님의 발언 특히 한글을 풀어쓰자는 주장에 대허 참으로 실망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최근 전화번호부가 다시 한문자 원칙으로 돌아가고 있는 현실은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만일 한글을 풀어서 로마자만도 못한 글자를 써야 할 사정이 있다면 그 때에 가서 현재 중공과 갈이 차라리 로마자를 쓰는 것이 언어학적으로 기계화로서나 국제성으로 훨씬 현명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로마자보다도 우수한 한글을 또 로마자와 같은 고성능 기계화희 가능성이 타자기와 텔레타이프, 미니 컴퓨탸 등에서 입증된 오늘에 한글을 버리고 로마자를 쓰자고 주장할 수 도 없다는 것이 우리들의 견해입니다.
혹시 저의 견해에 잘못이 있으면 저를 꾸짖어 주시고, 저의 글이 본의 아니게 실례되는 점이 있으면, 주박사님께서 사랑으로 용서해 주시면 더욱 공부하고 한글 기계화를 위해서 더 힘차게 일하겠습니다."(1978.1.9)
2. 풀어쓰기의 흠
(가) 가독성이 낮다.
타자 석학 임종철 선생은 풀어쓰면 가독성이 낮아진다고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긴 단어보다 짧은 단어가 읽기 편하다. 이는 공리다. 여기서 두 가지에 대해여 자문자답한다. 첫째, 한자를 풀어써 놓은 것과 모아 써 놓은 것과는 어느 쪽이 읽기 편한가? 후자다. 한글도 이 원리와 다를 바 없다. 둘째, 같은 낱개일 망정 묶음으로 구분짓지 않은 것과 지은 것과는 어느 쪽이 읽기 편한가? 후자다. 보기를 을어 보면, '14725869'처럼 단위 구분을 하지 아니한 것과, '147,258,7369처럼 단위 구분을 한 것과는 후자가 알기 쉽다 이는 바로 풀어쓰기는 전자의 방식과 같고, 모아쓰기는 후자의 방식과 갈기 때문이다."(임종철, 1986년, 풀어쓰기는 백해무익, 광장 10월호)
(나) 받침의 상징성이 떨어진다
풀어쓰면 받침의 표의와 상징성이 떨어진다. 이 점에 대해서 임종철 선생은 "풀어쓰기는 백해무익"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아쓰기에 있어서 받침이야말로 모아쓰기의 특징이며, 한글 자형의 특성을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것이다. 받침이 글자 아래에 붙기 때문에, 음절구분을 명백히 하며, 단어가 길게 되는 것을 짧게 하고, 형태를 달리하게 하고 표의성도 띠게 해 가독성을 높인다. 풀어쓰면 이런 특성이 사라진다. 이는 골격을 바꾸는 것과 같다."
(다) 기계화상으로도 풀어쓰면 안 된다
풀어쓰기를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기계화 때문에 풀어쓰기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모아쓰기 한글 기계화에 대허서 잘 알지 못한 탓이라고 짐작된다.
"한글을 풀어쓰자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이야기의 하나가 기계화이다. 즉, 고성능 기계화를 위해서 풀어쓰자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는 모아쓰기 기계화의 우수성과 잠점을 모르기 때문이다. 한글의 특성과 우수함이 모아쓰기 때문인 줄 모르기 때문에 저지르는 잘못이다. 풀어쓰면 한글의 자소가 적어지고 자소가 적어지면 글자판이 간단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글자판이 간단하다고 해서 기계화가 고성능으로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만약 풀어쓰기를 하면 자음 한 벌과 모음 한 벌로 된 두벌식기계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자모의 숫자가 모아쓰기를 하는 경우보다 12개 적은 것은 사실이다. 이 12개 적다고 해서 기계화가 갑자기 고성능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풀어쓰기를 하면 자모의 숫자가 12개 적다고 해서 처음에 배울 때 자모 외는 데 드는 한 두시간의 이익을 위해서 잃는 것은 열이요, 백이다.
이를 팽개치고 자음과 모음의 두벌식으로 기계화하는 경우, 실용적인 모아쓰기 타자기가 개발이 안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풀어쓰기가 정착이 될 때까지의 과도기간의 가교적 기능 담당 능력이 없어 절름발이며, 또 두벌식 글자판으로 풀어쓴다고 해도 세벌식으로 모아쓰기 글자판보다 문자 생산 속도마저 느리다."(위의 글)
(라) 소릿값 없는 '■'은 보배이다
풀어쓰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풀어쓰기를 할 경우에는 소릿값없는 ■을 쓰지 말자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분이 최현배 박사이다. 소릿값 없는 ■을 쓰지 말자는 최현배 박사의 주장은 한글 기계화에 대해서 특히 입력의 중요함에 대해서 잘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설득력있게 먹혀들었던 적이 있다.
최현배 박사는 '글자의 혁명'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소릿값 없는 ■은 없이할 것이니, 그 까닭은:
■) 소릿값이 없음.
■) 공연한 수고를 많이 하는 것.
■) 이것을 두면 '아이'(■■■■)와 '애'(■■■), '오아'(■■■■), '와'(■■■) 따위의 구별이 됨은 이점이라 하겠으나, 그것 때문으로 해서 맞춤법의 불편을 여전히 아니, 도리어 많이 감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 그 이점이 된다는 구별은 다른 방법으로써 변통할 수 있을 것이다.
■) ■은 모양이 아름답고 또 잘 보인다 할 수도 있지만은 그 잘보이는 것이 값어치는 조금도 없으니, 이는 실용의 원리에 아주 어그러진 것이다. 곧 아무리 잘 보이더라도 아무 소용의 값이 없으니까, 그 보람이 조금도 없게 돼 버린다.
■) ■은 그 꼴이 꼭지있는 이응과 비슷하기 때문에 그 실상 꼭지가 있는 이응의 잘보이는 성능을 감쇄하는 불리가 있다.
■) '아이'와 '애', '어이'와 '에, '오이'와 '외'따위를 구별하기 위하여 옛날부터 써 오는 딴이(■)를 따로 둘 것이다. 곧 딴이(■)가 따로 있을 것 같으면, ■이 없더라도 '아이'(■■)와 '애'가 절로 분간 될 것이다.
■) '오아'와 '와', '우어'와 '워'를 분간하기 위하여, 이 때의 '우'는 반홀소리이니, 그 위에다가 무슨 표를 하면 좋을 겁이다."
(최현배, 글자의 혁명, 정음사)
최 박사는 위와 같은 일곱 가지 이유를 들어서 소릿값 없는 ■의 불필요함을 역설하였다. 사실 최현배 박사는 글자의 중요함, 글자 생활의 기계화의 중요함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셨고, 그랬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한글 전용과 한글 기계화를 주장하싰다 그런데 위에서 주장한 일곱 가지 이유가 설령 타당하다고 해도, 소릿값없는 ■을 쓰지 않으면 입력에서 오는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이다. 소릿값이 없는 ■을 쓰지 아니하면 ■의 숫자만컴 타수가 즐어들 것은 사실이나 다음과 같은 불리한 점이 생기게 된다.
1. 연타가 많아진다 연타는 입력속도를 저하시키는 치명적인 요소이다. 미국이 그동안 110년동안 써오던 표준 글자판이 1984년 연방표준국에서 새로운 표준판으로 정한 드보락 자판보다 속도가 무려 30%나 느린 큰 원인의 하나는 연타이다. 로마자로 WATER를 칠 때는 한손 연타가 5번이고, GREATEST를 칠 때는 무려 8번이나 된다. 연타 중에서도 왼손 연타인다, 이 왼손 연타는 악성 연타에 속한다. 이러한 악성 연타가 많기 때문에 타자의 입력 속도가 저하된다.
2. 80%양손 교대가 무너진다 한글을 모아쓸 때, 입력 속도를 극대화시킬수 있는 첫째 이유는 바로 오른손과 왼손 교다가 무려 80%가 되기 때문이다. 곧 한글의 첫소리는 반드시 자음이고, 그 다음은 반드시 모음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소한 80%는 반드시 양손으로 교대로 글자를 치게 된다. 이 점이 한글의 입력 속도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첫째 요인이다. 그런데 최 박사님의 주장처럼 소릿값 없는 ■을 없애면 입력속도에서 연타가 많아서 고성능 한글 입력이 불가능하다. 80%나 되는 양손 교대가 가능한 것도 소릿값 없는 ■을 쓰기 때문이다.
3. 자음, 모음, 받침 출현의 공식이 무너진다 입력할 때 최초에는 반드시 자음이 출현하고 그 다음에는 반드시 모음이 출현한다는 원칙도 바로 이 소릿값 없는 ■ 때문에 가능해진다. 그런데 소릿값 없는 이을 쓰지 않으면 이 공식이 무너진다.
우리가 시내 버스를 탈 때는 앞문으로, 내릴 때는 뒷문으로 내린다. 이러한 기준이 정확하게 지켜질 때 질서가 생기고, 질서가 생김으로 해서 운전자나 승객이 다 함께 편리함을 누리게된다. 이런측면에서 볼 때, 자모의 출현 순서가 일정하지 아니하고 또 처음에 반드시 자음이나 모음이 출현하지 않는 로마자보다 한글이 얼마나 기계화에서 유리한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유리함은 소릿값 없는 ■을 쓰지 않으면 잃게 된다.
4. 소팅과정이 복잡해지고 그만큼 프로그램이 복잡해진다. 소리값 없는 ■을 쓰지 않으면, 입력에서 연타가 많아서 입력에 결정적이 지장을 주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컴퓨터에서 소팅을 할 때도 역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소팅 과정이 복잡해진다.
5. 데이터 처리속도가 늦어지고, 비용이 비싸게 먹힌다. 소릿값 없는 ■을 쓰지 않응으로 해서 프로그램이 복잡해지면, 데이터 처리속도도 또한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고 , 또 늦어지는 만큼 비용도 비싸게 맥히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입력에서는 풀어쓰기 방식으로 하지만 입력된 데이터가 어떤 의미와 질서를 가지기 위해서는 일단 소팅이란 과정을 통해서 모아쓰기를 하게 된다. 이럴 때도 역시 소릿값이 없는 ■이 없다면 막대한 지장을 주게 된다.
소릿값이 없는 ■을 사용할 경우에는, 입력된 데이타가 사전적인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 음절 단위로 구분이 명확해지는데, 소릿값없는 ■을 쓰지 아니하면 음절단위의 구분이 불가능하고, 다만 단어 단위로 의미가 형성되게 된다. 입력된 데이터가 의미 있는 데이터로 가공된는 데는 음절 단위로 명확한 구분이 불가능하고, 다만 단어 단위로 의미가 형성되게 된다. 입력된 데이터가 의메있는 데이터로 가공되는 데는 음절 단위로 명확한 구분이 되는 쪽이 합리적이고 또 빠르다. 그런데 소릿값 없는 ■을 쓰지 아니하면 입력된 데이터가 단어 단위로 의미의 구분이 되기 때문에 데이터 처리속도가 느려지고 또 그 과정이 복잡하게 된다.
최현배 박사는 한글 기계화의 중요성은 잘 아셨지만, 기계화의 실제적인 면은 모른 탓에 소릿값없는 ■을 쓸모없이 생각하고 없애자는 주장을 하였지만, 나는 정반대로 생각한다. 즉 소릿값없는 ■이 한글 기계화에 주는 이점은 실로 엄청나다. 한글 창제 중에서 소릿값없는 ■이야말로 압권이다!
지금 나는 이 글을 공병우식 워드프로세서로 치는데, 만약 소릿값 없는 ■이 없는 경우를 상상하니, 아찔한 생각이 든다.소릿값 없는 ■을 쓰지 않으면 타자치는 데 얼마나 불편한지에 대해서 최현배 박사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하기야 최현배 박사께서 일본 유학생들 하기 순회 강좌에 참가하여, 한글 가로 글씨에 대한 사안을 강연한 것이 1922년의 일이니, 그 시대야 말로 삼국 시대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 때 최 박사는 한글 타자기 한 줄 칠 줄 몰랐으니, 그런 주장을 한 것이 한편으로 이해는 간다. 그런데 이런 전■누의 사정도 모르고,■ 요즘도 최 박사의 영향을 받은 순진한 사람들 중에서는 풀어쓰기를 주장하고, 거기다가 한 술 더 떠 소릿값 없는 ■을 쓰지 말자고 하는 사람이 있으니, 참 딱하다.
결론
한글 타자 석학 임종철 선생은 풀어쓰기의 결점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하면서 망국의 불장난이라고까지 혹평하였다.
첫째, 모아쓰기 자형이 지닌 한 글자 한 모양의 특징을 허물어 버리고 비슷비슷한 얼굴들을 한 줄로 늘어놓았으므로 식별하는 시간이 걸려 가독성이 낮다. 둘째, 풀어쓰기에 알맞은 자형 변경론의 대두는 불가피하며, 이럴 바에야 로마자를 쓰자는 말이 나올 것은 다만 시간 문제일 수 있다. 후유■으로 과도기의 이중 문자 생활의 부담과 혼■란, 신구 세대간의 의사소통의 불충분 문화 단절 및 역사 망실은 필연적 결과다 이는 한 마디로 말하여 망국의 불장난과도 같다. 셋째, 한글 기계화에 있어서 자음, 모음 받침의 세벌식으로 능동적으로 일원화된 모아쓰기 및 풀어쓰기 양용 타자기의 개발이 자유자재롭다."
서울 사대의 김영수 박사는 풀어쓰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영어를 위한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한글을 풀어 써야 한다는 둥 우리 한글을 컴퓨터에 맞게 컴퓨터화해야 한다는 둥 떠들어 대고 있다. 우리 한글에 알맞는 컴퓨터를 개발할 생각은 안 하고 쓰다 남은 남의 것을 얻어 우리 좋은 것을 망쳐 갈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이는 실로 훌륭하고 과학적인 우리 한글을 모독하는 비애국적 망언이며 무지의 소치라고 밖에 할 수 없다.(겸영수, 1988년, 컴퓨터교육과 컴퓨터의 한글화, 과학교육 6월호)
재미 컴퓨터연구가 김일수 씨는 "병든 한글 기계화"란 글에서 한글은 모아써야 한다고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한글의 진정한 발전은 모아쓰기의 장점은 제대로 살려야만 한다. 이것이 입력, 처리 출력 전반에 걸쳐 제대로 구사될 적에 한글의 진정한 기계화, 전산화가 실쳔되는 것이다. 얼마 전필라델피아에 계신 공병우 박사의 세벌식 쓰기를 레이저 프린터에서 시도해 보압다. 이를 세공식이라고 하는데 한글을 자, 모,받침별로 각기 하나씩만 두고 모아쓰기 인쇄하는 방식으로 뿌리깊은나무의 제호와 같은 꼴의 한글 형태이다. 본인이 무엇보다 달갑게 생각한 것은 영상이나 인쇄용폰트 제작에 현재 방식에 비하여 거의 시간이 들지 않는 점, 프로그램이 훨씬 간단하다는 점, 그리고 처리속도의 향상으로 꼽을 수 있으며, 세벌 입력 방식에 세벌코드, 세벌 출력으로 영문 처리보다 더 간단해져 개발보급 사용에 있어서 한글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한글 기계화에 있어서는 세종대왕 다음가는 아이디어라고 느꼈다."
한글은 모아써야 한다. 한글을 풀어써야 한다는 주장은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을 제대로 모르거나 모아쓰기 한글 기계호바의 우수성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허황한 주장일 뿐이다.
최현배 박사께서 한글 기계화의 중요성은 누구보다도 잘 아시고 또 이를 위해서 많이 애를 쓰셨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주장한 풀어쓰기가 끼친 해독으로 도리어 한글 기계화를 더디게 하고, 한글 기계화를 더디게 하니 자연히 한글 전용도 더디게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즘도 이따금, 오래 전에 죽은 외할아버지의 귀신이 나타난 것처럼, 난데없이 풀어쓰기를 주장하는 사람이 더러 나타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궁여지책으로 반풀어쓰기라는 해과망칙한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정말 딱하고 한심한 사람들이다.
한글과 한글의 기계화에 대한 총체적인 배려를 하지않고 일부분만 보고 무책임하게 풀어쓰기 주장을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한글 전용과 한글 기계화를 방해하느 처사이다. 뿐 아니라 한글을 굳이 풀어쓰면 로마자보다 못한 글자가 되기 쉽고, 그럴 바에는 아예 한글을 버리고 로마자를 쓰는 것이 더 이익이 많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한글을 풀어쓰자는 무책임하고 허황된 주장은 삼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한글은 입력도 세벌로, 코드도 세벌로, 출력도 세벌로 통일하는 '세벌식 일원화방식'으로 하는 것이 한글의 장점도 최대한 살리고 모아쓰기의 장점도 극대화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둔다.(1989.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