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Assassination, 2015
액션, 드라마한국139분 2015.07.22 개봉
감독 : 최동훈
주연 : 전지현(안옥윤), 이정재(염석진), 하정우(하와이 피스톨)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가치관, 즉 대의를 위해 살아간다. 표방하든 안 하든 자신만의 인생관들이 있고 그것에 의해 살을 살아가기 마련이다. 어떤 이는 돈이 인생의 최고 가치일 수 있고, 다른 이는 사랑일 수 있다. 조금 달리 표현하면 어떤 이는 지독히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는 반면, 다른 이는 지극히 이타적으로 살아간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국가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는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자가 있는 반면, 누군가는 국가를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자가 있다. 그 궁극적 가치는 인생관에 달려 있지 않을까?
1933년, 조선은 사라지고 조선인들은 일제에 의한 치욕과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간다. 이에 분연히 일어난 자들이 만주와 간도, 상해 등에서 치열하게 일본과 싸웠다. 그들은 상해에 임시정부를 세우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그 어간, 임시정부 주요 인물이었던 김원봉은 조선총독부 총독 데라우치와 그와 야합해 조선을 팔아 이익을 챙기는 대표적 친일파 강인국을 암살하고자 계획을 세우고, 세 명의 요원을 선발한다. 최고의 저격수 안옥윤, 폭약 전문가 황덕삼, 그리고 속사포다. 이들을 찾아오는 임무가 염석진에게 주어지고, 염석진은 이들을 찾아 상해임정으로 데려온다.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의문의 사나이 하와이 피스톨과 영감이 이 작전에 개입되고, 이어 작전비밀이 들통 나자, 임시정부 수장이었던 김구는 김원봉에게 염석진을 경계하라 하고, 만약 그가 밀정이라면 가차 없이 없애라 명한다. 이들은 과연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임무는 조선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기폭제가 될까?
영화를 보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세 인물에게 집중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영화에서 가장 비중 있는 인물은 안옥윤이다. 그녀는 만주 독립군 소속 저격수다. 여성의 몸이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과 판단력을 갖췄다. 무엇보다 작전 앞에 한 치도 흔들림 없는 확고한 의식을 갖추고 있다. 영화가 전개되면서 안옥윤은 자신의 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잠시 흔들리게 된다. 그녀는 만주에서 김좌진 장군의 활약 후에 일본군이 저지른 만행을 경험한 터다. 그 대 학살의 현장에 있었고, 자신의 어머니도 끔찍하게 목숨을 잃었다. 하여 그녀는 일본인에 대한 본능적 반감이 있다. 그것이 그녀의 임무를 끌어가는 내적 힘이요 요인이다.
허나, 그녀는 이 작전을 통해 민감한 변화를 겪게 된다. 자신의 출생의 비밀, 결국 자신이 죽이고자 하는 강인국이 자신의 아버지였음을 알게 되고, 자신에게 쌍둥이 언니가 있음을 알게 된다. 쌍둥이 언니는 강인국 밑에서 미쯔코 라는 이름으로 곱게 자랐다. 이 냉혹한 현실 앞에서 안옥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녀는 아버지를 죽일 수 있는가?
안옥윤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그녀는 거침없이 일본군을 암살해 왔다. 한 치 망설임 없이 적들을 제압하고 제거해 왔다. 거기에 일말의 양심 같은 것은 없다. 그녀는 대의를 위해 자신의 명분을 세웠고 조국의 적을 처단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아왔다. 거기에 판단유보나 망설임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자신이 적으로 알았던 그가 자신의 아버지이며, 또한 자신의 쌍둥이 언니의 아버지다. 그렇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우여곡절 끝에 강인국도 죽고 미쯔코도 죽는다. 사실상 안옥윤은 자신을 죽인게다. 자신의 존재의 근원을 죽이고, 자신의 분신을 죽인게다. 그것은 곧 자신을 죽인 것에 다름 아니다. 암살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 죽는 게다. 자신 안의 분노를 죽이고, 자신 안의 적대감을 죽이고, 자신 안의 원망을 죽인 게다. 그리고 안옥윤은 다시 태어난다. 고로 암살은 타인을 죽이는 게 아니라 자신을 죽이는 것이다.
하와이 피스톨은 어떠한가? 그는 이유 없이 사람을 죽여 온 청부살인자다. 돈을 받고 특정인을 죽이는 일을 했다. 이유야 어쨌든지 그는 살인기계와 다름없는 자다. 그랬던 하와이 피스톨이 변한다. 사랑에 눈멀고 대의에 눈먼다. 자신이 의뢰 받은 인물들이 실은 임시 정부 요원이며 독립군임을 인지한 순간 그의 목적에 혼동이 생긴다. 돈인가? 대의인가? 결국 하와이 피스톨이 선택한 것은 대의다. 이것 역시 자신을 죽인 것에 다름 아니다. 자신을 죽이고 타인을 살리는 자로 거듭난다. 돈을 위해 살았던 자, 자신의 안락을 위해 살았던 자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사랑을 위해, 대의를 위해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주고 타인을 살린다. 자신을 죽인 자, 타인을 살리는 게다.
염석진은 어떠한가? 그 또한 대한독립이라는 대의가 있었다. 그러나 죽음의 공포 앞에서 그는 변절한다. 내 한 목숨 죽으면 조국은 무엇이며, 독립은 무엇인가? 그는 살아남고자 한다. 자신이 살아남지 않으면 대의가 무슨 소용인가? 살아남기 위해 그가 선택한 길은 처절하다. 못할 게 없다. 자신이 살고자 하는 그가 선택한 길은 타인을 죽이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자신이 살고자 하는 자 타인을 죽인다. 염석진들이 얼마나 많은가?
예수께서 분명히 말씀하신다. “인자가 온 것은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자신을 타인을 위해 내어주셨다. 죽음으로 생명을 주신다. 그 분이 예수시다. 하여, 예수를 따르는 자, 부단히 자신을 죽이는 자다. 자기 십자가를 지는 자다. 자신을 죽이고 타인을 살리는 자다. 자신을 죽이지 않고선 타인을 살릴 법이 없다. 사울이 죽고 바울이 태어난다. 시몬이 죽고 베드로가 살아난다.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 앞에 질문이 던져진다. 영화를 보고 이 한 마디 질문하지 않으면 헛것이다. 자신을 죽이고 대의를 따를 것인지, 대의를 죽이고 자신을 따를 것인지 둘 중 하나다. 암살은 곧 자신을 죽이고 타인을 살리는 일에 다름 아니다. 그런 삶을 살아내 보자.
p.s. 한 가지 영화 말미 염석진의 자기변명이 서글프고 두렵다. 독립을 위해 살았단다. 자신도 조국을 위해 살았단다. 자기 몸에 일본군에 의해 박힌 상흔이 있단다. 너희들이 무엇을 아냐고 조국을 위해 평생을 바친 내 마음을 아냐고 항변한다. 어설픈 자기변명이요,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요, 마크 트웨인의 잘못된 확신에 사로잡혀 사는 자에 다름 아니다. 왠지 오늘날 염석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 두렵다. 잘못된 자기 확신, 비뚤어진 애국심은 오히려 타인을 죽인다. 엄히 경계할 일이다.
첫댓글 아, 이렇게 친절한 영화평이라니요. 전 지금 막 영화보고 읽으니 더 조은데...
목사님 엄청난 스포일러 ㅡ십니다 ㅎㅎ
안 그래도 스포일러 될 것 같아 엄청 망설여졌어요 ㅋ
크~ 역시~ 울목사님!멋진 글입니다~ 암살영화 다시 봐야겠어요~ 페이스북에 공유함다~~^~^
그리 봐 주셔서 감사해요^^
좋아용 ♥ 홍홍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