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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5. 22. 선고 2012도7190 전원합의체 판결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위반][공2014상,1265]
【판시사항】
[1]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5조 제5호 위반죄 또는 제86조 제6호 위반죄의 주체로 규정된 ‘조합의 임원’ 또는 ‘조합임원’의 의미 및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여서 처음부터 같은 법 제13조에서 정한 조합이 성립되었다고 할 수 없는 경우, 그 성립되지 아니한 조합의 조합장, 이사 또는 감사로 선임된 자가 위 ‘조합의 임원’ 또는 ‘조합임원’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임원이었던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총회의 결의 없이 철거감리업체를 선정하거나 정비사업 시행과 관련한 자료 등을 공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조합에 대한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여서 처음부터 조합이 성립되었다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은 같은 법 제85조 제5호, 제24조 제3항 제5호 및 제86조 제6호, 제81조 제1항의 각 위반행위에 대한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2. 2. 1. 법률 제11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8조 제1항, 제13조, 제20조 제1항 제5호, 제21조 제1항, 제85조 제5호, 제86조 제6호를 종합하여 보면,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위반죄 또는 제86조 제6호 위반죄는 각 규정에서 정한 행위자만이 주체가 될 수 있고, 여기에서 그 주체로 규정된 ‘조합의 임원’ 또는 ‘조합임원’이란 구 도시정비법 제13조에 따라 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되어 설립된 조합이 구 도시정비법 제21조에 따라 둔 조합장, 이사, 감사의 지위에 있는 자이다.
(나) 구 도시정비법 제18조에 의하면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되어 정비사업을 시행하려는 조합은 제13조 내지 제17조를 비롯한 관계 법령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추어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은 후에 등기함으로써 성립하며, 그때 비로소 관할 행정청의 감독 아래 정비구역 안에서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행정주체로서의 지위가 인정된다. 여기서 행정청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은 조합에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행정주체(공법인)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의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되는 조합이 그 설립과정에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지 아니하였거나 설령 이를 받았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조합설립인가처분으로서 효력이 없는 경우에는, 구 도시정비법 제13조에 의하여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행정주체인 공법인으로서의 조합이 성립되었다 할 수 없고, 또한 이러한 조합의 조합장, 이사, 감사로 선임된 자 역시 구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조합의 임원이라 할 수 없다.
이러한 법률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보면, 정비사업을 시행하려는 어떤 조합이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여서 처음부터 구 도시정비법 제13조에서 정한 조합이 성립되었다고 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성립되지 아니한 조합의 조합장, 이사 또는 감사로 선임된 자는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위반죄 또는 제86조 제6호 위반죄의 주체인 ‘조합의 임원’ 또는 ‘조합임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며, 따라서 그러한 자의 행위에 대하여는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위반죄 또는 제86조 제6호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 반대의견]
(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2. 2. 1. 법률 제11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조 제3항, 제81조 제1항, 제84조, 제85조 제5호, 제86조 제6호를 살펴보면, 조합원 등과 조합의 법적 이익이 정당하게 보호될 수 있기 위해서는 조합의 최종적인 운명에 관계없이 조합설립인가의 시점부터 조합이 공법상의 지위를 상실하는 확정적인 판단을 받는 시점까지, 또는 목적달성으로 그 지위가 소멸되는 시점까지 조합임원에 대한 법적 명령이나 금지가 유효하게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위 규정들은 조합설립인가처분에 의하여 법적 실체를 갖게 된 조합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목적에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나) 조합임원이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임에도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그에 관한 사업을 임의로 추진하였다면 그 시점에서 범죄가 성립된다. 그리고 조합임원이 정비사업 시행과 관련한 서류 및 자료를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지 아니하거나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의 열람·등사 요청에 응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시점에서 범죄가 성립된다. 또한, 조합임원이 시공자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그 시점에서 범죄가 성립된다.
위 각 행위 시점에서 그 행위자가 객관적으로 조합임원이었고 자신이 조합임원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한 상태에서 조합임원에게 주어진 법적 명령이나 금지를 위반한 이상 그 행위 당시의 형벌규정에 의하여 처벌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점은 범죄가 성립된 시점 이후에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 또는 취소의 판결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범죄행위가 기수에 이른 시점 이후에 생겨난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 또는 취소라는 사정을 반영하여 이미 성립된 범죄를 그에 관한 재판의 시점에서 달리 평가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죄형법정주의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2]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임원이었던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총회의 결의 없이 철거감리업체를 선정하거나 정비사업 시행과 관련한 자료 등을 공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2. 2. 1. 법률 제11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조합에 대한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여서 처음부터 구 도시정비법 제13조에서 정한 조합이 성립되었다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은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제24조 제3항 제5호 및 제86조 제6호, 제81조 제1항의 각 위반행위에 대한 주체가 될 수 없고, 피고인들이 위 각 위반행위를 하였더라도 위 각 규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2. 2. 1. 법률 제11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 제13조, 제18조, 제20조 제1항 제5호, 제21조 제1항, 제24조 제3항 제5호, 제81조 제1항(현행 제81조 제1항, 제6항 참조), 제85조 제5호, 제86조 제6호 [2]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제30조,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2. 2. 1. 법률 제11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 제24조 제3항 제5호, 제81조 제1항 제2호, 제6호, 제8호(현행 제81조 제1항 제2호, 제6호, 제8호, 제6항 참조), 제85조 제5호, 제86조 제6호
【참조판례】
[1]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다60568 판결(공2009하, 1735)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두4845 판결(공2010상, 434)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08다95885 판결(공2012상, 625)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두518 판결(공2013상, 60)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윤영현 외 1인
【원심판결】 서울북부지법 2012. 5. 23. 선고 2011노161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2. 2. 1. 법률 제11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85조 제5호는 제24조 제3항 제5호에 따라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임의로 추진하는 ‘조합의 임원’을 처벌하고, 제86조 제6호는 제81조 제1항을 위반하여 정비사업시행과 관련한 서류 및 자료에 관한 조합원의 열람·등사 요청에 응하지 아니하는 ‘조합임원’(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토지등소유자가 단독으로 시행하는 경우 그 대표자)을 처벌하는 것으로 각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구 도시정비법 제8조 제1항은 주택재개발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시행자로서 위 조항 이하에서 말하는 ‘조합’이란 ‘제13조의 규정에 의한 조합’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제13조에서 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되는 조합의 설립 요건 및 절차 등에 관하여 정하고 있다. 또한, 구 도시정비법 제20조 제1항 제5호는 위 조항 이하에서 말하는 ‘조합임원’이란 ‘제21조의 규정에 의한 조합의 임원’을 각 의미한다고 하면서, 제21조 제1항에서 조합은 그 임원으로 조합장 1인, 이사, 감사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위반죄 또는 제86조 제6호 위반죄는 각 규정에서 정한 행위자만이 주체가 될 수 있고, 여기에서 그 주체로 규정된 ‘조합의 임원’ 또는 ‘조합임원’이란 구 도시정비법 제13조에 따라 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되어 설립된 조합이 구 도시정비법 제21조에 따라 둔 조합장, 이사, 감사의 지위에 있는 자라 할 것이다.
나. 그런데 구 도시정비법 제18조에 의하면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되어 정비사업을 시행하려는 조합은 제13조 내지 제17조를 비롯한 관계 법령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추어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은 후에 등기함으로써 성립하며, 그때 비로소 관할 행정청의 감독 아래 정비구역 안에서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행정주체로서의 지위가 인정된다. 여기서 행정청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은 조합에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행정주체(공법인)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의 성격을 가진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다60568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두484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되는 조합이 그 설립과정에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지 아니하였거나 설령 이를 받았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조합설립인가처분으로서 효력이 없는 경우에는, 구 도시정비법 제13조에 의하여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행정주체인 공법인으로서의 조합이 성립되었다 할 수 없고(대법원 2012. 3. 29. 선고 2008다95885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두518 판결 등 참조), 또한 이러한 조합의 조합장, 이사, 감사로 선임된 자 역시 구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조합의 임원이라 할 수 없다.
이러한 법률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보면, 정비사업을 시행하려는 어떤 조합이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여서 처음부터 구 도시정비법 제13조에서 정한 조합이 성립되었다고 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성립되지 아니한 조합의 조합장, 이사 또는 감사로 선임된 자는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위반죄 또는 제86조 제6호 위반죄의 주체인 ‘조합의 임원’ 또는 ‘조합임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며, 따라서 그러한 자의 행위에 대하여는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위반죄 또는 제86조 제6호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 할 것이다.
2.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 한다)의 조합장이었던 피고인 1과 이 사건 조합의 총무이사였던 피고인 2는 공모하여, ① 2009. 12. 16. 조합총회의 결의 없이 철거감리업체인 △△건축사무소를 선정하고, ② 2009. 1. 28. 조합원 공소외 1이 조합과 관련된 사건의 변호사 비용을 공개하여 달라고 신청하였으나 이를 거절하고, ③ 2011. 1. 18. 조합원 공소외 2, 3이 △△건축사무소 선정에 따른 선정일자와 선정방법에 관한 자료, 감리비 지급내역, 철거비 지급내역, 석면관련 지급내역을 공개하여 달라고 신청하였으나 이를 거절함으로써,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제24조 제3항 제5호 및 제86조 제6호, 제81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나. 그런데 이 사건 조합의 조합원들인 공소외 1, 4는 서울특별시 동대문구청장을 피고로 하여 서울행정법원 2009구합44478 사건으로 “피고가 2006. 10. 24. 이 사건 조합에 대하여 한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2010. 6. 25. 이 사건 조합에 대한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판결이 선고되었고, 그 후 2011. 2. 17. 서울고등법원 2010누23011 사건에서 항소가 기각되고 2013. 5. 24. 대법원 2011두7656 사건에서 상고가 기각됨에 따라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합에 대한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여서 처음부터 구 도시정비법 제13조에서 정한 조합이 성립되었다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조합의 조합장 및 총무이사로 선임된 피고인들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제24조 제3항 제5호 및 제86조 제6호, 제81조 제1항의 각 위반행위에 대한 주체가 될 수 없고, 설령 피고인들이 위 각 위반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을 위 각 규정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각 공소사실 기재 각 구 도시정비법 위반행위를 하였는지 등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피고인들이 위 각 위반행위의 주체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여 이 사건 구 도시정비법 위반의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위반죄 및 제86조 제6호 위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의 보충의견과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은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판결이 확정되는 경우만을 전제로 하여 의견을 밝히고 있으나, 조합설립인가처분 취소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그 조합설립인가처분은 처분 당시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 의견을 갖고 있다고 보이므로, 두 경우를 모두 포함하여 살펴본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조합이 설립인가처분을 받아 정비사업을 시행하다가 그 설립인가처분이 무효나 취소로 확정되는 경우 그 설립인가처분은 당초부터 없었던 것과 같은 결과가 되고, 따라서 조합임원이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이나 제81조 제1항에 의하여 부과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그 행위가 이미 범죄로 성립되었다 하더라도 종래 조합임원에게 부과되었던 의무는 더 이상 유효하게 존재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그 결과 이미 범죄로 성립되었던 위 각 규정의 위반행위가 소급하여 범죄가 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또한, 조합임원이 시공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함으로써 이미 뇌물수수죄가 성립된 경우라도 소급하여 뇌물수수죄의 성립이 부정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해석은, 법익보호의 기능을 수행하는 형법(이하 특별형법을 포함하는 의미에서 사용한다)의 관련 조항을 부분적으로 사문화시킴으로써 그 기능을 중대하게 훼손하고, 동시에 행위 시점에서의 범죄의 성립과 처벌이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것이 되게 함으로써 행위규범으로서의 형법의 본질 또한 명백하게 훼손한다. 이는 형법이 갖는 독자적 성격과 기능을 도외시한 채 공법이론을 형법의 해석에 무분별하게 투영시킨 결과이다.
나. 조합설립인가처분에 무효 또는 취소사유가 존재함에도 아무도 그 법적 효력을 부정하지 아니하면 그 조합설립인가처분은 실체가 있는 행정처분으로 작용하면서 그에 기초한 공법질서를 형성하게 된다. 또한, 그렇게 형성된 공법질서는 공법상의 실체를 갖는다는 점도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 또는 취소의 확정적 판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판단 시점 이전에는 그 조합설립인가처분은 실체가 있는 행정처분으로 작용하면서 그에 기초한 공법질서를 형성하고 그렇게 형성된 공법질서는 공법상의 실체를 갖는다는 점도 분명하다.
위와 같은 각 경우에 실체를 갖고 존재하였던 공법질서에 대하여 공법적 보호가 어느 정도 범위에서 주어질 수 있느냐 하는 점과는 별도로, 실체를 갖고 존재하였던 공법질서에 대하여 형법적 보호는 주어질 수 있다. 형법은 그 규범목적에 따라 사법이나 공법의 효력과 일치시키지 아니하고 형법적 보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은, 조합설립인가처분이 판결에 의하여 취소되거나 무효로 확인된 경우에는 조합설립인가처분은 처분 당시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고 이에 따라 당해 조합 역시 조합설립인가처분 당시로 소급하여 도시정비법상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행정주체인 공법인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한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두518 판결 등 참조)는 공법상의 논리를 형법의 해석에 그대로 받아들인 다음, 조합이 공법인으로서의 지위를 소급하여 상실한 이상 조합임원 또한 그 지위를 소급하여 상실한다고 전제한 후, 조합임원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한 자에 대하여 조합임원임을 전제로 한 형벌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해석한다.
이러한 해석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조합설립인가처분에 무효사유가 존재함에도 아무도 그 무효사유를 주장하지 아니함으로써 정비사업이 진행되어 준공인가를 받은 후 목적의 달성으로 조합이 소멸한 경우 그 조합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고 그 조합의 임원이라는 지위도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인가? 이 같은 경우 위 각 규정위반이나 뇌물수수에 관한 수사절차 또는 형사재판에서 조합설립인가처분의 무효가 주장된다면 수사기관 또는 법원은 무효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수사 또는 심리하여야 하고, 무효사유가 인정된다면 위 각 규정위반이나 뇌물수수의 죄에 대하여 수사기관은 불기소처분을 하여야 하고, 법원은 무죄의 선고를 하여야 하는 것인가? 무효사유의 주장은 불복기간에 제한을 받지 않으며 반드시 행정소송의 방법으로 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행정소송 이외의 다른 소송의 선결문제로도 주장될 수 있기 때문에 제기될 수 있는 의문이다. 나아가 조합임원의 위 각 규정위반이나 뇌물수수의 죄가 유죄로 확정된 후에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 또는 취소의 판결이 확정되면 재심의 사유가 되는가? 만약 재심이 가능하다면 피고인이 구금을 당하였거나 형 집행을 받은 경우 재심절차에서 무죄가 선고된 후 형사보상도 허용하여야 할 것인데, 이는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러한 의문들은 행정처분 무효의 개념이 다수의견이 생각하는 것처럼 형법의 적용이나 해석의 영역에서도 예외 없이 관철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형법은 법익을 보호하는 기능, 자유를 보장하는 기능과 행위규범 및 재판규범으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다. 형법의 해석에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 그에 대한 해결의 열쇠는 이 같은 형법의 기능에 비추어 찾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된다.
다. 다수의견에 의한 해석은 형법의 법익보호 기능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은 정관의 변경,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율 및 상환방법, 제61조의 규정에 의한 비용의 금액 및 징수방법, 정비사업비의 사용,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 시공자·설계자 또는 감정평가업자의 선정 및 변경,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및 변경, 조합임원의 선임 및 해임, 정비사업비의 조합원별 분담내역, 사업시행계획서의 수립 및 변경,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 청산금의 징수·지급과 조합 해산시의 회계보고, 그 밖에 조합원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사항 등 주요한 사항을 결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 또는 정관이 정하는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는 제24조의 규정에 의한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동조 제3항이 정한 사업을 임의로 추진하는 조합의 임원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하여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보장을 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1429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구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은 조합임원은 정비사업시행에 관하여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및 정관 등, 설계자·시공자·철거업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 용역업체의 선정계약서, 추진위원회·주민총회·조합총회 및 조합의 이사회·대의원회의 의사록, 사업시행계획서, 관리처분계획서, 해당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공문서, 회계감사보고서, 그 밖에 정비사업시행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류 및 관련 자료를 조합원·토지등소유자 또는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여야 하며,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의 열람·등사 요청이 있는 경우 즉시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구 도시정비법 제86조 제6호는 제81조 제1항을 위반하여 정비사업시행과 관련한 서류 및 자료를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지 아니하거나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의 열람·등사 요청에 응하지 아니하는 조합임원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합임원은 조합을 대표하면서 막대한 사업자금을 운영하는 등 각종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합임원과 건설사간 유착으로 인한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크고, 도시정비법상 정비사업과 관련된 비리는 공사비 증액, 불평등한 계약체결 등과 같이 그 조합 및 조합원의 피해로 직결되어 지역사회 및 국가 전체에 미치는 병폐도 크므로, 정비사업의 투명성·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하여서는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 및 자료의 공개가 필요하다. 또한, 조합원이 적시에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 및 자료를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서는 직·간접적으로 정비사업시행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조합임원 모두에게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 및 자료의 공개의무를 부과하고 그 요청에 불응하는 조합임원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헌법재판소 2011. 4. 28. 선고 2009헌바90 결정 등 참조). 이러한 이유에서 위와 같은 형벌규정이 생겨난 것이다.
나아가 조합임원에게 생겨날 수 있는 위와 같은 비리를 예방하기 위하여, 구 도시정비법 제84조는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의 적용에 있어서 조합임원을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함으로써, 조합임원이 시공자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할 경우 뇌물죄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2) 위에서 본 규정들을 살펴보면, 조합원 등과 조합의 법적 이익이 정당하게 보호될 수 있기 위해서는 조합의 최종적인 운명에 관계없이 조합설립인가의 시점부터 조합이 공법상의 지위를 상실하는 확정적인 판단을 받는 시점까지, 또는 목적달성으로 그 지위가 소멸되는 시점까지 위와 같은 조합임원에 대한 법적 명령이나 금지가 유효하게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위 규정들은 조합설립인가처분에 의하여 법적 실체를 갖게 된 조합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목적에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 또는 취소의 판결이 확정된 조합에 있어서는 더 이상 위와 같은 규정들에 의하여 조합원 등과 조합의 법적 이익이 보호되어야 할 필요성이 없다는 점이 긍정된다면 다수의견과 같이 해석하여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조합원 등에 의하여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 또는 취소의 소송이 제기되는 조합이 그렇지 아니한 조합보다 조합의 설립이나 운영에 더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고, 그러한 경우에 조합원 등과 조합의 법적 이익을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하는 규범이 바로 위에서 살펴본 형벌규정들이다. 다수의견의 해석에 따른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는 조합의 임원에 대하여는 위 형벌규정들이 적용되는 반면, 문제가 많은 조합의 임원에 대하여는 위 형벌규정들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조합에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된 조합원이 조합임원에게 구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에 의하여 관련 자료의 공개나 열람·등사를 요청하였음에도 조합임원이 그 같은 문제점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여 이에 응하지 아니함으로써 처벌을 받을 사정에 놓이게 되었는데, 그 후 그 조합에 대하여 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 또는 취소의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다수의견에 의하면 그 조합임원은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이 사건이 그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작 관련 자료의 공개나 열람·등사가 긴요한 상황에서 행하여진 가벌적인 행위가 처벌 밖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또한, 조합임원이 시공사와 유착하여 도시정비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고자 조합설립인가에 필요한 동의율 충족을 위한 동의서 조작 등의 행위를 통하여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다음 시공사로부터 뇌물을 수수하였는데, 그 후에 뇌물수수로 처벌받게 될 사정에 이르자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동의율 미달로 무효이거나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경우 다수의견에 의하면 그 조합임원은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처벌이 더욱 강하게 요구되는 상황에서 법은 침묵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다수의견에 의한 해석은, 위 형벌규정들이 수행하는 법익보호의 기능 중 핵심적인 부분을 유린하고, 이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위 형벌규정들의 부분적 사문화를 초래한다.
라. 다수의견에 의한 해석은 형법의 행위규범 및 재판규범으로서의 기능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그리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형법의 기능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1) 형법은 본질적으로 행위규범이라는 점을 전제로 해석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당시의 법률에 의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형법 제1조 제1항), 행위 당시의 사정을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행위 당시에 그 행위가 명령규범이나 금지규범을 위반한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그 행위는 범죄로서 성립되는 것이며 가벌적인 것이다.
조합임원이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임에도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그에 관한 사업을 임의로 추진하였다면 그 시점에서 범죄가 성립된다. 그리고 조합임원이 정비사업 시행과 관련한 서류 및 자료를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지 아니하거나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의 열람·등사 요청에 응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시점에서 범죄가 성립된다. 또한, 조합임원이 시공자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그 시점에서 범죄가 성립된다.
위 각 행위 시점에서 그 행위자가 객관적으로 조합임원이었고 자신이 조합임원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한 상태에서 조합임원에게 주어진 법적 명령이나 금지를 위반한 이상 그 행위 당시의 형벌규정에 의하여 처벌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점은 범죄가 성립된 시점 이후에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 또는 취소의 판결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범죄행위가 기수에 이른 시점 이후에 생겨난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 또는 취소라는 사정을 반영하여 이미 성립된 범죄를 그에 관한 재판의 시점에서 달리 평가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죄형법정주의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2) 그런데 다수의견에 의하면,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 또는 취소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는 경우 위 각 행위의 시점에서 그 행위자는 객관적으로 조합임원이었다고 할 수 없고 그 행위자가 자신을 조합임원으로 인식하였다 하더라도 행위 당시 조합임원에게 주어진 법적 명령이나 금지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행위 당시의 형벌규정에 의하여 처벌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범죄행위 이후의 수사기관 또는 법원의 사후적인 공법적 평가에 따라 이미 객관적으로 존재하였던 과거의 실체를 소급하여 다른 모습으로 재해석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해석의 관점이 형법의 관점과 갈등을 초래한다. 형법은 행위규범으로서 행위자에게 행위 당시의 실체 그 자체를 전제로 하여 금지나 명령을 한다. 따라서 형법은 행위 당시의 실체 그 자체를 전제로 하여 적용되고 해석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은 이러한 형법의 성격을 간과함으로써 행위 당시에 존재하였던 실체를 사후적 평가에 근거하여 의제된 실체로 대체하는 잘못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이미 살펴본 것처럼 법익보호에 실패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또 다른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조합설립인가처분에 취소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적법한 제소기간 이내에 취소소송이 제기되어 취소의 확정판결이 있은 때에는 그 취소의 효력이 조합설립인가처분 당시에 소급하므로 그 조합임원으로서의 지위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되어 이미 성립된 도시정비법 위반죄나 뇌물수수죄 또한 행위 당시에 소급하여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다. 반면에, 취소소송이 제기되지 아니한 채 제소기간이 경과함으로써 그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유효로 확정되는 때에는 조합임원으로서의 지위가 유효하게 존속하는 것이 되어 이미 성립된 도시정비법 위반죄나 뇌물수수죄 또한 행위 당시와 마찬가지로 성립되어 처벌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수의견의 해석에 의하면, 행위 시점에서 이미 성립된 도시정비법 위반죄나 뇌물수수죄는 잠정적인 것이고, 범죄로서 확정적으로 성립되어 처벌되느냐의 여부는 그 후에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이 제기되어 취소의 판결이 확정되느냐의 여부에 좌우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범죄의 성립과 처벌이 행위 당시의 시점에서 결정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불합리한 사정은 무효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더욱 현저하다. 왜냐하면,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은 기간의 제한 없이 제기될 수 있으므로 조합설립인가처분에 존재하는 하자로 인하여 언제 조합임원으로서의 지위가 부정될지 그 누구도 분명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다수의견에 의하면 행위자가 조합임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를 행위 당시에 확정적으로 알 수 없다는 것이 된다. 이는 형법이 금지나 명령을 담은 행위규범으로서 행위자에게 행위 당시에 자신의 행위가 어떤 금지규범이나 명령규범을 침해하는 것인지를 명료하게 제시하여야 한다는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뿐만 아니라, 재판규범으로서도 같은 문제점을 갖는다. 왜냐하면, 피고인이 임원으로 있는 조합의 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 또는 취소의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장래 제기될 가능성이 남아있는 이상 도시정비법 위반죄나 뇌물수수죄로 공소 제기된 조합임원인 피고인에게 재판규범으로서 도시정비법 위반죄나 뇌물수수죄를 적용하여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가 재판시점에서 명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행위 시점에서 행위자의 행위가 범죄로서 성립되어 처벌대상이 되는지 여부 자체가 확정적일 수 없다는 점은 형법이 범죄의 성립과 처벌의 한계를 행위 시점 이전에 분명하게 제시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기능 또한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다수의견에 의한 해석은 범죄가 성립되어 처벌되어야 하고 또한 처벌할 수 있는 행위자에 대하여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그러한 결과는 행위자의 기본권을 보호한다는 가치를 갖는 것도 아니고 법치국가의 이상을 고양시키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정의의 관념을 현저하게 훼손할 뿐이다.
마.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설령 이 사건 조합에 대한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사후에 무효로 확인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조합이 행정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아 법인으로 등기한 이상 피고인들은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및 제86조 제6호의 ‘조합의 임원’ 또는 ‘조합임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총회 의결 없이 철거감리계약을 체결한 것이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위법성조각사유 또는 책임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원심판결에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5호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주장은, 피고인들이 이를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지 아니한 것을 상고심에서 비로소 주장하는 것이어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들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상고는 모두 기각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은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여서 처음부터 구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행정주체인 조합이 성립되지 아니한 경우이다. 따라서 일단 조합이 유효하게 성립되었다가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취소되어 사후적으로 조합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는 경우와는 다르므로, 서로 구별되어 논의되어야 한다.
아래에서는 이 사건과 같이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인 경우에 관한 다수의견의 법리적인 정당성을 살펴보고,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취소된 경우에 관하여는 마지막에서 간략히 덧붙이기로 한다.
가. 어떠한 행정처분이 무효라는 것은 외형상 행정처분으로 성립하였으나 그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여 처음부터 아무런 법적 효력이 발생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무효인 행정처분은 행정처분에 대하여 부여되는 공정력이 인정되지 않으며, 민사소송절차에서도 그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2010. 4. 8. 선고 2009다90092 판결 등 참조).
행정소송법 제4조 제2호는 행정처분의 무효확인소송을 항고소송의 한 형태로 규정하고 있지만, 무효확인판결은 문언 그대로 행정처분이 무효임을 확인·선언하는 확인판결에 불과하며, 행정처분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형성판결이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무효확인소송은 어떠한 행정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어야 비로소 그 행정처분의 효력이 소멸되는 형성적 효력이 발생하는 취소소송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일반적으로 대법원 판례에서 행정처분의 무효를 당연무효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무효인 행정처분은 처음부터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것을 표시하려는 것으로서 무효인 행정처분의 효력에 대한 대법원의 견해는 확립되어 있으므로,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지 아니하는 한 이와 다른 해석을 할 수 없다.
한편 행정소송법 제38조 제1항은 취소판결의 효력에 관한 제29조를 무효확인소송의 경우에 준용하여 행정처분의 무효확인판결이 확정되면 그 효력이 소송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 대하여도 미치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공법상 법률관계를 통일적으로 규율하고 절차적 안정을 기하기 위하여 행정처분에 대한 무효확인판결의 기판력을 대세적으로 확장함으로써 그 행정처분의 유효를 주장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지, 무효확인판결에 의하여 행정처분의 효력이 상실되는 새로운 효과가 생긴다는 취지는 아니다. 다시 말하여 무효확인판결은 아무런 효력이 없는 행정처분에 대하여 그 무효를 선언함에 불과한 것이며, 따라서 무효확인판결이 이루어짐으로써 종전의 행정처분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거나 당초부터 없었던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는 해석론은 무효인 행정처분에 의하여 어떠한 효력이 발생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나. 앞에서 본 것처럼,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되는 조합의 조합설립인가신청에 대한 행정청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은 단순히 사인들 사이의 법인설립행위에 대한 보충행위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처분이 아니라, 법령에서 정한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공법인으로서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행정주체의 지위를 부여하는 설권적 처분이다.
그러므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인 경우는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기 위하여 정관을 작성하고 창립총회를 마쳤으나 아직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지 아니한 경우와 법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으며, 구 도시정비법 제13조에서 정한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되는 공법인으로서의 조합의 실체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처럼 조합으로서의 법적인 실체와 지위가 인정될 수 없는 이상, 그러한 조합의 임원으로서의 실체와 지위가 인정될 수 없음은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및 제86조 제6호는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된 조합이 정비사업을 시행하면서 그 조합의 업무와 관련하여 구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사항을 지키지 아니한 경우에 그 행위를 담당한 조합임원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구 도시정비법 제13조에 따라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되어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진 조합이 성립되어 행정주체인 공법인이라는 특수한 지위에서 정비사업에 관한 업무를 수행함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되는 조합을 설립하기 위하여 정관을 작성하고 창립총회를 마쳤으나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지 못하여 공법인으로서의 조합이 성립되지 못하였다면 법적인 실체를 갖추지 못한 그 조합은 위 규정들의 적용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그 조합의 성립을 예정하여 임원으로 선임된 사람들 역시 조합임원으로서의 법적인 실체나 지위가 없어 위 규정들에 의한 처벌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여서 처음부터 효력이 없음에 따라 조합이 성립되지 못하고 조합으로서의 법적인 실체가 인정되지 못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위 규정들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이고 나아가 그 무효확인판결이 확정되기까지 하였음에도 과거에 무효인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있었다는 이유로 유효한 조합의 존재를 전제로 한 어떠한 법률 효과를 인정하는 것은 무효의 법리에 어긋난다. 행정법적인 법률관계에서 조합 및 조합임원으로서의 지위가 인정될 수 없다는 점에서 무효인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전후에 아무런 차이가 없음에도, 외형상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있었다는 이유만을 들어 특별한 근거 규정도 없이 유효한 조합 및 조합임원과 마찬가지의 지위를 인정하여 형사처벌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으며, 이는 행위자의 개별적인 인식 여부에 좌우될 것도 아니다.
다. 대법원은 종래 형사처벌의 전제가 되는 행정처분이 무효인 경우에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혀 왔다. 즉 대법원은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에 의한 소방시설 등의 설치 또는 유지·관리에 대한 명령이 무효인 경우에 위 명령에 따른 의무위반이 생기지 아니하므로 행정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1109 판결 참조), 또한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의 조세포탈죄는 납세의무자가 국가에 대하여 지고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일정액의 조세채무를 포탈한 것을 범죄로 보아 형벌을 과하는 것으로서, 조세포탈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세법이 정한 과세요건이 충족되어 조세채권이 성립해 있어야 하므로, 세법이 납세의무자로 하여금 납세의무를 지도록 정한 과세요건이 구비되지 않는 한 조세채무가 성립하지 않음은 물론 조세포탈죄도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89. 9. 29. 선고 89도1356 판결, 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3도5631 판결 등 참조).
이처럼 형사처벌의 전제가 되는 행정처분이 무효인 경우에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법리는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여서 조합이 성립되지 못한 이 사건의 경우에도 그대로 타당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여서 행정주체인 조합이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행정주체를 대상으로 한 구 도시정비법 규정들에 대한 위반을 인정하여 처벌하는 해석론은 구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규범목적과 보호범위를 벗어난 것일 뿐 아니라, 그동안 대법원에서 밝혀 온 법리에도 배치된다.
그리고 앞서 본 것처럼 행정처분의 무효사유를 주장하는 것에 아무런 절차적인 제한이 없음에 따라 민사소송절차에서도 당연히 무효로 취급되어 법적인 효력이 부정되는 행정처분에 대하여, 형사소송절차에서는 외형상 행정처분이 있으므로 이를 유효한 것과 마찬가지로 취급하여 무효 주장을 제한하여야 하며 그 무효사유의 수사·심리에 대한 부담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의 해석론은 받아들일 수 없다. 행정처분의 무효는 취소와 달리 어떠한 행정처분에 하자가 있어 위법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로 제한되므로 그 무효를 주장하기 쉽지 않고, 또한 조합설립인가처분에 무효사유가 없음에도 조합임원으로 활동하는 피고인이 스스로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므로, 그 부담의 정도가 크다고 할 수 없다. 더욱이 이 사건과 같이 무효확인판결을 통하여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임이 대세적으로 확인되어 이를 심리함에 아무런 부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무효라는 법적 효과를 부정하는 것과 같은 결론을 취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절차와는 달리 무죄추정의 법리가 적용되고 더욱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는 형사소송절차에서는, 무효인 행정처분에 의하여 피고인이 억울하게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그 무효사유에 대한 심리·판단의 실질적인 부담 여부를 떠나 그에 대한 심리·판단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그동안 대법원에서 형사처벌의 전제가 되는 행정처분이 무효인 경우에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견해를 취한 것은 이러한 법리적인 판단에 기초한 것이다.
라.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이루어진 경우에 조합으로서는 인가처분이 유효함을 전제로 정비사업을 추진할 것이므로, 그 인가처분의 무효 여부를 떠나 그 추진 과정에서의 절차적인 적법성 내지 투명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에는 수긍할 만한 점이 있다.
그렇지만 법률이 어떠한 행위에 대하여 이행·금지를 명할 것인지, 그리고 나아가 그 의무위반을 처벌할 것인지 여부는 모두 입법정책의 문제에 속한다. 따라서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효력과는 무관하게 절차적인 적법성 내지 투명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구 도시정비법에서 요구하는 법적인 의무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구 도시정비법에서 그와 같은 행위의 이행·금지를 명하는 규정을 두어야 하며, 나아가 그 의무위반 행위를 형사처벌하기 위하여는 그에 관한 명확한 규정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 위에서 본 것처럼 위 구 도시정비법 규정들은 성립되기 전의 조합이나 조합임원을 그 규율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입법자는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되는 조합이 성립되어 행정주체인 공법인으로서의 지위를 가짐을 고려하여, 공법인으로서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일정한 행위의무를 부과하고 나아가 민법상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 등과는 달리 그와 같은 행위의무위반에 대하여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성립되지 아니한 조합에 대하여는 이를 위 구 도시정비법 규정들의 적용 대상 내지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그리고 설령 어떠한 행위를 이행하도록 하거나 금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행위규범 등이 가지는 법익보호 등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반드시 그 위반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즉 명령규범이나 금지규범을 위반한 행위에 대하여 어떠한 제재를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입법자가 선택할 문제이다. 입법자는 명령규범이나 금지규범 위반행위에 대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이나 이행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고, 과태료 등 행정벌을 규정할 수도 있으며, 사회생활에 불가결한 법익을 보호하는 것이 형사처벌 이외의 수단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이라는 강력한 제재수단을 동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이기 때문에 피고인들이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한 행위 및 자료 등에 관한 열람·등사를 거부한 행위를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하여, 피고인들의 이러한 행위가 아무 제한 없이 허용된다거나 그에 대한 제재수단이 모두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즉 조합이 성립되기 전이라도 조합임원으로 선임된 사람들은 정관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조합이나 조합원들에 대한 관계에서 일정한 의무를 지므로, 조합임원으로 선임된 피고인들의 이러한 행위는 조합이나 조합원들에 대한 관계에서 민법상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조합임원은 이러한 행위 등을 이유로 총회에서 해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조합의 정관에는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5호 및 제81조 제1항과 유사한 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조합원들은 피고인들이 정관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한 것에 대하여 그 의무이행을 요구하는 등의 민사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마.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1도7725 판결 등 참조).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및 제86조 제6호에서 정한 ‘조합의 임원’ 또는 ‘조합임원’은 범죄성립을 위한 구성요건이고, 그러한 구성요건의 존부는 원칙적으로 개별 법령의 해석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형사법에 독자적인 개념이나 판단 영역이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조합임원으로 선임된 자라도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여서 구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조합 및 조합임원이라는 법적 지위가 인정될 수 없는 이상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및 제86조 제6호에서 구성요건으로 정한 수범자가 될 수 없으며, 형사처벌을 위하여 달리 볼 수는 없다.
최근 대법원은 구 도시정비법에서 정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주식회사인 경우에 같은 법 제84조에 의하여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임원’은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에 해당하는 수뢰행위 당시 상업등기부에 대표이사, 이사, 감사로 등기된 사람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하며, 설령 실질적 경영자라고 하더라도 해당 주식회사의 임원으로 등기되지 아니한 사람까지 구 도시정비법 제84조에 의하여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임원’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형벌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유추하거나 확장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3도9690 판결 참조). 또한, 대법원은 구 도시정비법 제86조 제6호 위반죄의 범행주체 중 하나인 ‘조합임원’은 구 도시정비법 제21조, 제24조 제3항 제8호에 따라 정비사업조합 총회의 의결에 의하여 선임된 조합장 1인, 이사, 감사를 의미하므로, 구 도시정비법 제27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민법 중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에 따라 해산된 정비사업조합의 청산사무를 집행하는 기관인 ‘청산인’을 구 도시정비법 제86조 제6호, 제81조 제1항에서 정한 ‘조합임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형벌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0도17145 판결 참조).
이처럼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따라 구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한 대법원 판결들의 취지는 이 사건의 경우에도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앞서 본 것과 같이 유효하게 성립되지 아니한 조합의 경우에 그 업무 추진 과정에서 절차적인 적법성 내지 투명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필요성을 반영하여 도시정비법에 새로운 규정을 두어야 한다는 입법론은 별론으로 하고,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및 제86조 제6호의 구성요건인 ‘조합의 임원’ 또는 ‘조합임원’을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여서 조합이라는 법적 지위를 전혀 인정할 수 없는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형벌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 할 것이다.
바.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인 경우와 달리, 조합설립인가처분에 취소사유가 있는 경우에 당해 조합설립인가처분은 행정처분의 공정력으로 인하여 취소되기 전까지 유효한 것으로 취급되고, 행정청이 조합설립인가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어야 비로소 그 효력을 상실한다. 그런데 취소의 효력에 소급효가 인정되어 그전까지 유효한 것으로 취급된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므로, 그 처분을 전제로 하는 법률관계에서 발생된 행위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지 문제 될 수 있다.
우선 이와 같이 행정처분 취소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취소 전까지 행정처분이 유효한 것으로 취급되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행정처분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행정처분 무효의 경우와는 다르므로, 행정처분이 무효인 경우에 관하여 앞에서 살펴본 법리가 취소의 경우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고, 이에 관하여는 취소라는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행정처분이 취소된 경우에 그 취소된 행정처분에 관련된 의무를 위반한 행위가 형사처벌될 수 있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를 부정하는 견해를 취한 사례가 있다. 대법원은 영업의 금지를 명한 영업허가취소처분 자체가 나중에 행정쟁송절차에 의하여 취소되었다면 그 영업허가취소처분은 처분시에 소급하여 효력을 잃게 되어 그 영업허가취소처분에 복종할 의무가 원래부터 없었음이 확정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그 영업허가취소처분 이후의 영업행위를 무허가영업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고(대법원 1993. 6. 25. 선고 93도277 판결), 피고인이 행정청으로부터 자동차 운전면허취소처분을 받았으나 나중에 그 행정처분 자체가 행정쟁송절차에 의하여 취소되었다면 그 운전면허취소처분은 처분시에 소급하여 효력을 잃게 되어 그 운전면허취소처분에 복종할 의무가 원래부터 없었음이 확정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행정행위에 공정력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하여 행정소송에 의하여 적법하게 취소된 운전면허취소처분이 단지 장래에 향하여서만 효력을 잃게 된다고 볼 수는 없으며, 따라서 운전면허취소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기 전의 운전행위가 무면허운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대법원 1999. 2. 5. 선고 98도4239 판결 참조).
이러한 대법원 판결들에 비추어 보면,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여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행정주체로서의 공법인인 조합 및 그 조합임원의 지위가 인정되고 그에 따른 일정한 행정법적인 의무가 부과되었다고 하더라도,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취소에 의하여 그 처분 당시로 소급하여 조합설립인가처분이 효력을 잃게 되면 당해 조합 역시 그 처분 당시로 소급하여 도시정비법상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행정주체인 공법인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므로(위 대법원 2008다95885 판결, 위 대법원 2011두518 판결 참조), 그 조합임원의 지위를 전제로 하는 행정법적인 의무 내지 이에 복종할 의무가 원래부터 없게 되었음이 확정되었다고 할 수 있어, 그 행정법적인 의무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해석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형벌법규가 명령이나 금지를 담은 행위규범으로서 기능하는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 여부는 형사재판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확정되는 것이고, 형사재판에서는 공판절차에서 최종적으로 드러난 법률관계 및 사실관계에 의하여 유죄 여부를 가려야 함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행위 당시에는 행정처분에 의하여 위법성 내지는 가벌성을 가지더라도 그 후 행정처분이 취소되어 최종적으로 위법성 내지는 가벌성이 없는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 행위 당시에 존재하였던 과거의 행정법적 의무 및 그 의무위반을 근거로 처벌할 것인지 아니면 이미 행정법적 의무 및 그 의무위반이 없는 것으로 확정된 상태에 기초하여 무죄로 판단할 것인지 문제 될 수 있지만, 과거에 존재하였던 행정법적 의무를 위반한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나 근거가 명확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과연 이를 처벌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타당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죄형법정주의의 원칙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에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들과 같은 취지의 해석론이 타당하다는 견해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며, 이는 앞으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취소되어 문제 된 사안에서 결론이 맺어질 것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7.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조합이 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 또는 취소 판결로 공법상 지위를 상실하면 그 조합은 설립인가처분 시점부터 공법상 실체가 있었다고 할 수 없으며 그 결과 그 조합임원은 설립인가처분 시점부터 도시정비법 위반죄 또는 뇌물수수죄에 규정된 행위주체인 조합임원의 지위에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해석은 법적 평가의 문제와 법적 실체의 문제를 혼동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조합이 설립인가처분을 받은 후 정비사업을 진행하여 공법상 실체를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설립인가처분의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공법상 지위가 부정될 수 있으나, 공법상 지위가 부정된다고 하여 그로 말미암아 설립인가처분 이후부터 그 확정적인 평가의 시점까지 형성된 공법상 실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법적으로는 이미 형성된 공법상 실체를 어떻게 원상회복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을 것이나, 그 기간 동안 공법상 실체를 갖고 존재하였던 조합의 임원에게 향하여졌던 형벌규정에 의한 금지나 명령이 해제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근거는 없다. 조합이 공법상 지위를 상실함과 동시에 형벌규정의 규범목적도 더 이상 실현될 필요가 없게 되었다고 할 수 있어야만 달리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 또는 취소 판결이 있는 조합의 임원을 구성요건상의 행위주체인 조합임원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형벌규정의 규범목적을 살펴본 다음 판단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형법 해석에 있어서 보호법익이 무엇이냐를 규명하고자 하는 것은 규범목적을 분명히 하여야만 정당한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조합이 불공정하게 운영되고 비리로 얼룩지면 그 결과가 다수의 조합원과 조합에게 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형벌규정에 의한 금지나 명령으로써 그러한 결과를 억제하고자 한다. 이러한 형벌규정은 설립인가처분을 받은 조합이 목적을 달성하여 소멸하는 경우이든 중도에 설립인가처분 무효나 취소로 공법상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이든 어느 경우나 규율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전자의 경우에 한하여 규율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후자의 경우가 규율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설립인가처분 무효나 취소로 조합이 중도에 공법상 지위를 상실한다 하더라도 그 시점까지 조합이 부담하고 있던 의무는 조합원이나 조합의 부담으로 남거나 그 누군가의 부담으로 남게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조합의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에 대한 요구는 존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형벌규정에 의한 법적 금지나 명령을 하여야 할 필요성 또한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조합임원에게 향하여진 형벌규정의 규범목적은 조합이 유효하게 존재하는 경우만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판결은 당연무효인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그 처분이 당초부터 효력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선언하는 확인적 효력을 갖는 것이고 취소판결과 같이 형성적 효력을 갖지 않는다는 점을 논리의 기초로 삼아,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판결의 효력을 형법의 적용이나 해석에까지 절대적으로 관철하고자 한다. 당연무효의 논리에 따라,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그 조합이 설립인가처분이 있은 후 무효확인판결이 확정되는 시점까지 조합으로서 공법상 행위를 하여 왔다 하더라도 조합으로서의 외관만을 갖고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조합으로서의 공법상 실체를 갖고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으며, 따라서 설립인가처분을 받지 못한 조합과 마찬가지로 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러한 논리의 연장선에서 그러한 외관만을 갖는 조합의 임원은 설립인가처분을 받지 못한 조합의 임원과 마찬가지의 법적 지위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이해는, 첫째로, 행정처분 무효확인소송의 확인소송으로서의 성격만을 과장하고 민사소송이나 당사자소송으로서의 확인소송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항고소송으로서의 성격을 충분히 살펴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둘째로, 처분 상대방에게 1회적인 의무를 부담시키는 행정처분과 달리 처분을 통하여 공법인을 형성시키고 이에 기초하여 정비사업이라는 단체법적 질서를 형성하는 조합설립인가처분이 갖는 의미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먼저,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판결은 그 기능이나 효력이라는 측면에서 취소판결과 그다지 큰 차이를 갖지 않는다는 점을 보다 분명하게 인식하여야 한다. 조합설립인가처분에 어떤 하자가 존재하는지, 그 하자가 무효사유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취소사유에 해당하는지는 확정적인 판단이 이루어지기까지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따라서 설령 조합설립인가처분에 무효사유가 존재하더라도 그 점에 관하여 확정적인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취소사유가 존재함에도 그 점에 관하여 확정적인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나 어떤 하자도 존재하지 않는 경우와 쉽사리 구별될 수 없으며, 그러한 경우들과 마찬가지로 그 조합은 공법상 지위를 향유한다. 조합설립인가처분에 취소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소송을 통하여 확정적인 판단을 받음으로써 비로소 사실상 조합설립인가처분 시점에 소급하여 공법상 지위가 상실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무효확인소송도 취소소송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형성적 효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점 때문에 행정소송법은 행정처분 무효확인소송을 행정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항고소송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대법원은 이전고시의 효력발생으로 이미 대다수 조합원 등에 대하여 획일적, 일률적으로 처리된 권리귀속 관계를 모두 무효화하고 다시 처음부터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 이전고시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정비사업의 공익적·단체법적 성격에 배치되므로, 이전고시가 효력을 발생하게 된 이후에는 조합원 등이 관리처분계획의 취소뿐만 아니라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2. 3. 22. 선고 2011두640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같은 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소송 또한 정비사업의 공익적, 단체법적 성격에서 오는 제약 때문에 사실상 제소기간에 제한을 받게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조합설립인가처분에 무효사유가 존재하더라도 일정 시점을 지나면 그 무효확인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 되고, 그 시점 이후에는 공법상 지위가 부정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소송은 다른 무효확인소송의 경우와는 달리 취소소송에 더욱 접근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조합은 그 설립인가처분에 무효사유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당연무효의 법리에 따라 당연히 공법상 지위를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무효확인소송을 통하여 확정적인 판단을 받지 않는 이상 공법상 지위를 보유하고, 무효확인판결이 확정됨으로써 공법상 지위가 사후적으로 부정된다 하더라도 이미 존재하였던 공법상 실체는 남게 되며, 그 공법상 실체에 대하여 형법이 적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형벌규정의 규범목적에 의하여 판단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 이인복 이상훈 김용덕(주심) 박보영 고영한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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