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을(?) 잃은지 반년이 지난 어느날, 수년 동안 인연 맺었던 파주출판도시 활판공방에서
제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이미 30여년 전에 사라졌던 활판인쇄를 다시금 살려놓은 공방!
우리나라에서 오직 한 곳 밖에 없는 활판인쇄소이자 활판시선집을 만들어내는 출판사입니다.
활판인쇄는 활자를 만들어내는 주조, 원고의 글자를 찾아내는 문선, 본문을 만드는 조판,
그리고 인쇄의 과정까지 아주 느리게 진행됩니다. 요즘 디지털 인쇄로 비교하면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일하시는 분들도 여든 전후의 고령(그러나 젊은 시절에는 촉망받는 인쇄기술자였던 분들)입니다.
일 년에 시집 서너권을 만들어 내기에도 버거운 환경이지만 오늘도 기계는 멈추지 않고 돌아갑니다.
나름대로 기업의 철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금속활자 종주국이라고는 하나
이제는 박물관에서밖에 금속활자를 볼 수 없는 현실... 활판공방을 세운 사장님은 30대 젊은 나이에
타이포그래피 석사 논문을 쓰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활판인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는 첨단의 기술이 출현했다고 해서 어느날 갑자기 과거의 방식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새로운 인쇄기술에 밀려 활판인쇄술이 인쇄소 뒷골목으로 밀려나다 고물상으로 향하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사장님이 어렵게 기계를 사모으고 옛날 신문사 등에서 활판인쇄 기술자로 일했던
어르신들을 수소문해서 활판공방을 차리고 중진 시인들의 활판시선집을 펴내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부터 시작한 활판시선집은 현재 36권이 발간됐고, 교보문고나 온라인서점에서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활판인쇄술을 직접 체험해 보기 위해 학생들이 찾아옵니다.
활판인쇄술이 아주 사라지기 전에는 족보와 같이 오래 보존해야 하는 인쇄물을 이 방식으로 제작했다고 합니다.
공방의 주간님은 활자가 종이에 꾹 눌리면서 잉크가 스며든 자국을 봉숭아물을 들인 것과 같다고 표현하셨지요.
매니큐어로는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멋~^^
파주출판도시에 오시면 활판공방에 놀러오세요. 031-955-0085 http://cafe.daum.net/hwalpan
첫댓글 반갑습니다. 아지매..
새로운 일터에서의 활약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활판인쇄 보존하시는 사장님과 장인들 존경스럽습니다.
역사 지키는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과 모범을 보이는 것이지요.
젊은 분이 어떻게 그런생각을 했을까요...
활판으로 찍은 시집 바로 하나 사고싶네요, 교보문고 뒤져 볼랍니다.
그리고 국대후보 축구선수 근황도 알려주세요...
국대후보는 요즘.... 제가 바쁘다는 핑계로 관심을 덜 쏟았더니... 좋은 소식 있으면 즉시 알려드리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무엇보다 조판이란 단어를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제가 대학 신문사 기자시절 광화문의 신아일보사란 곳이 있어 한달에 두 번씩은 그곳에 가서
신문을 인쇄해 오곤했는데, 위의 사진이 그때 그 모습이기에 감회가 깊습니다.
아지매의 재취업을 축하드리며 그곳에서의 멋진 활약을 기대합니다.
네네.... 감사합니다~^^ 지나는 길에 들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