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잠자리에 들어 티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보니
바둑티비에서는 스피드 초점국이 하더군요.
그리고 돌려진 또다른 채널에선
Inside stuff(?)라는 프로그램이 마침 시작하고 있었고
그 프로그램은 저의 눈을 번뜩 뜨이게 했습니다.
Inside stuff는 온게임넷에서 가끔 해주는
프로그램 입니다.
이번의 내용은,
바로 전주에 했던 스타크래프트 게임 스타리그 결승전,
임요환 대 최연성의 결승 경기의 이면을
보여주는 것이더군요.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각오,
또 준비,
그리고 감독, 코치들의 움직임과
동료들의 이야기...
여기에다 하나의 경기가 끝난 직후
나타난 두 선수의 표정, 소감 등등을
보여주었습니다.
실제 경기 장면은
경기 흐름과 결과를 알 정도로만
완전 축소해버렸고,
주로 두 선수의 심리상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결승 5경기를 보여주고,
끝난 뒤에 나타나는 두 선수의 환호와 좌절...
이번에는 임요환의 눈물이 가세하여
이 프로그램이 하나의 드라마를 형성하더군요.
게임에 진후
의자에 걸터앉아 고개를 숙이며
정지해버린 듯이 흐르는 적막과 고요.
뭐랄까...
선수들의 인간적인 면이 극명하게 나타났다고 할까요.
다른 프로그램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였습니다만,
저는 바둑 티비에서
바로 이런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기껏 보여주는 것은
기사들의 대국 장면과 주변 풍경 스케치를
대국 중간에 아주 잠시 내비치는 정도.
그들이 오늘 아침을 잘 먹었는지,
점심을 먹었는지,
또 심리 상태가 어떤지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대국 내용입니다.
얼마나 멋진 승부를 벌였는가 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솔직히
저같은 하수는,
프로기사가 멋진 수를 두었는지,
아니면 악수를 두었는지 잘 모릅니다.
단이 아닌 급 정도의 실력이라면
솔직히 구분할 능력도 없고,
형세 판단도 거의 못합니다.
단지 해설자가 누가 우세하다 라고 말해주어야
알 정도일뿐입니다.
여러 종류의 시청자가 존재하겠지만,
그들 중 많은 수가
바둑 기력을 올리기 위해
바둑 티비를 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목적이라면
EBS 학원 강의와 같은
공부하는 채널이지, 오락 채널이 아니지요.
현재 대부분의 바둑 프로들은
하나같이 기력향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강좌 프로그램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대국 해설까지 오로지 수에 대한 설명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그 대국이 농심배이든, 엘지배이든,
아니면 국수전이든 다른 타이틀 명을 붙여도
전혀 어색할 것이 없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지요?
어떤 경기가 끝나고 나면,
그 뒤에는 무수한 이야기들이 남아있습니다.
팬들은... 경기의 내용 못지 않게
그 뒷이야기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라고 해서 뒷이야기가 많고,
바둑이라고 해서 없을 리는 없지 않을까요.
그 inside stuff 프로그램과 비교하여
왜 바둑 티비는
좀더 새로운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지 못하나..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오늘 이곳 게시판, 바둑칼럼에 적힌
박치문씨의 글을 보았습니다.
제목에 바둑티비 ... 어쩌구라고 되어 있으니
이것이 바둑 티비에 방영된 것인지 아닌지
저는 모릅니다만...
그 글에 나온 내용을 보면
참 놀랍습니다.
얼마전에 있었던 이세돌과 구리의 대국 이야기이고,
두 사람의 성격에서 부터 기풍,
그리고 당일의 대국 모습과 심리 상태까지
잘 집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는 순간,
바로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글을 티비 화면에 옮긴다면...
밥을 굶는 이세돌(존칭 생략)의 이야기와
3국을 지나면서 보여지는 이세돌의 기풍과
심리...
거기에다 국가대항전이니
중국의 관심 (그들의 취재열기 등)등등...
그런 것을 화면에 담는다면
한편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어떤 사람들은,
동적으로 움직이는 스타크래프트와
정적인 바둑은,
성격이 다르다 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이런 프로에서는 실제 경기모습은 그리 없습니다.
어차피 선수 장면은
모니터 앞에 앉아 있으나
바둑판 앞에 앉아 있으나
마찬가지이며
경기 화면은,
그리 나오지 않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해도 그리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따져보면,
스타크레프트 선수들이 서 있는 모습(모니터 앞 외에 있는 모습들) 등은
많이 본 것 같은데,
저는 이창호나 이세돌 프로기사가
바둑판 앞에 앉은 모습 이외에는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바둑리그만 해도,
어느 팀에 누구 누구 라고 적혀 있어서 알지,
실제로 그들이 함께 모여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솔직히 왜 팀이 필요한지 알기 어려울 정도지요.
유니폼이 같은 것도 아니고, 같이 연습하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같은 시각에 서로 응원하며 경기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같이 밥을 먹지도 않을 겁니다.
신라면 국가대항전이
요즘 화제입니다만,
마지막 주자인 이창호 사범님이
이기면 정말 드라마가 되는 것이고,
지더라도 충분히 뭔가 소재거리가 될 겁니다.
과연 티비에서는 그런 것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신라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 이미 시합을 한 우리나라 대표들은
현재 무슨 생각을 하는지..
또 그러한 것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영향을 미쳐왔고,
앞으로 미칠 것인지..
그리고 승부를 위해 무슨 노력을 기울이는지...
그런 것을 방송 프로화 시킬 때
우리는 프로기사들의 승부에 대한 집념과
열정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들이 둔 멋진 대국 기보 또한 중요하지만,
그보다 오히려 그들이 그것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같이 호흡하고 싶은 것이
바로 팬들입니다.
티비 화면에서,
장엄한 음악 소리를 바탕에 깔고..
승부에 환호하고 실망하는 그 모습들을
여과 없이 담아낼 수 없는 걸까요.
바둑 티비 관계자들은
저같은 하수가
오늘 이창호 사범님이 대국 중 둔 묘수를 배워
다음에 직접 둘 때 써먹기 위해
티비를 시청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카페 게시글
● 바둑 이야기
나는 바둑 티비에서 이런 것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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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공감합니다~ 현장의 분위기나 뒷얘기들을 원하는 시청자들도 충족해야하구요^^ 너무 전문적이기 보다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었음면 하는 바램이...
저도 저런 생각 가끔 해 봤습니다. 저는 스카이 바둑을 보는 데, 거긴 대국자를 직접 초청해서 복기해주는 프로가 있던데, 바둑 TV에는 그런 것이 없나보군요... 자전 복기해설 꽤 재미있던데... ^^ 바둑 외적인 이야기도 하고, 어떤 수를 착수할 당시의 심정에 대해서도 물어보곤 해서, 초점국이랑은 다른 분위기가~ ^&^
좋은 의견 같습니다.. 담당하시는 분들도 그런 생각 안하시는 건 아니겠죠.. 다만 이런저런 이유가 있어서 실현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방송 환경이 좀더 나아지면 좋을텐데..
저는 개인적으로 스피드 초점국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려운수와 좋은수만 집중적으로 설명해주시고 정작 중요한곳 아마추어가 꼭 알아야할곳들은 빠르게 넘어가는것 같습니다.그래서 잘 안보게 되더라구요.
예전에 바둑 티비에서 이런 비슷한 종류로 반상이외의 프로기사 일상을 보여준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잠시 봤었는데 아! 저런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죠 ^-^;
아, 대단히 좋은 의견이네요. 감탄 +_+ 한판의 바둑에도 드라마적 요소가 굉장히 많은데 그걸 소홀히 하고 있는 건 사실인듯 해요.
스타의 시청자는 10-20대로서 매우 젊기 때문에 그들의 관점에서 프로를 제작하다 보니 그런 프로도 나오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바둑티비 시청자는 고연령층이라 숨가쁜 승부의 현장, 기사들의 이면세계 같은것 보다는 권경언의 바둑이야기 (한자 풀이 시간이죠 ^^;;) 같은 프로가 오히려 먹힌다고 봅니다.
하지만 시청자층이 젊어지기 때문인지 바둑티비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있습니다. 생생바둑 한게임이나 전면에 배치된 김성룡 해설, 바둑리그 중간에 나오는 대기실 표정 같은 것들이 그런 노력이겠죠. abus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지금은 이정도 노력에도 박수를 보내는 중입니다. ㅜ.ㅜ
버스님...역시나.. 올만에 또 멋진글을...^^
정말 좋은글이ㅔㄴ요...... 홧팅
very very good!!!!
좋은 글 입니다. 이 글 바둑티비 홈피에도 옮겨주시죠. 정말 좋은 글이에요!!!!
정말 좋은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