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벤스의 <비너스와 아도니스>
사랑에 붙이는 저주(셰익스피어의 비너스와 아도니스 중에서)
사랑하는 아도니스 그대가 죽었으니
나 사랑의 신 비너스는 다음처럼 저주의 예언을 하노라
이후의 사랑에는 슬픔이 따르리라
사랑에는 언제나 질투가 따를 것이고
시작할 때는 좋겠지만 끝은 불쾌할 것이로다
사랑은 변덕스럽고 거짓되고 기만투성이고
싹트자마자 단숨에 시들어버리리라
밑바닥에는 독이 차 있으면서
외양은 진실한 눈을 속이는 꿀이 발려 있으리라
매우 강한 자도 약하게 만들 것이고 현명한 자는 벙어리로
어리석은 자는 능변이 되도록 가르치리라
사랑은 인색하면서 동시에 방종이 지나칠 수도 있으리라
노쇠한 늙은이에게 춤추는 것을 가르칠 것이고
잔인한 악한도 얌전하게 만들리라
부자를 허물어뜨리고
가난한 자를 부유하게 만들 수도 있으리라
또한 미친 듯이 사나워지고 바보같이 온순하게 하며
젊은이를 늙은이로 늙은이를 어린애가 되게 하리라
사랑은 걱정할 이유가 없는데도 의심하고
가장 못 믿을 경우에도 걱정하지 않으리라
자비롭기도 하고 지나치게 냉혹할 때도 있으리라
가장 정직하게 보이지만 가장 기만적이리라
겉보기에는 온순하면서도 괴팍스러울 것이고
용기 있는 자에게는 두려움을
두려운 이에게는 용기를 주리라
사랑은 전쟁이나 여러 재앙의 원인이 되리라
부자지간에도 불화를 만들고
모든 불평불만에 휩쓸리기 쉬운데
그것은 마치 잘 타는 물건이 불에 휩쓸리는 것 같으리라
죽음이 청춘인 나의 연인을 파멸시켰으니
가장 큰 사랑을 나누는 자들도 그 사랑을 즐기지 못하리라
출처: 대구수필가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조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