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text-align: left;">열심히 살 때는<br>세월이 총알같다 하고 쏜 화살 같다 하건만<br>할 일 없고 쇠하니<br>세월 가지 않는다 한탄이 시더이다<br><br>정신 맑으면 무엇하리요...<br>자식 많은들 무엇 하리요...<br>보고픔만 더 하더이다<br><br>차라리 정신 놓아버린 내앞에 있는 저 할매처럼<br>세월이 가는지... 자식이 왔다 가는지..<br>애지중지 하던 자식을 보아도 몰라보시고<br>그리움도 사랑도 다 기억에서 지워 버렸으니<br>천진난만하게 주는 하루 세끼 간식만이<br>유일한 낙이더이다<br><br>자식 십 여 남매 있음 무엇하리요<br>이 한 몸 거할 곳 없더이다<br>아들 딸 자식들 유명 인사 무엇하리요<br>이 한 몸 갈 곳 없어<br>여기까지 흘러 흘러 왔더이다<br><br>허리띠 졸라매고 최고학벌 자랑하며<br>고생도 보람으로 알고<br>자식 뒷바라지 했든 들<br>무엇 하리요 작디작은 이한 몸,<br>자식 아닌 사람 손에 매인 것을<br><br>인생 종착역인 이곳 까지가<br>멀고도 험하였으리<br>종착역에 벗은 많으나<br>마음 나눌 곳 없어 외롭더이다<br>앞을 못 보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 속에<br>맑은 정신은 외롭기만 하더이다<br><br>치매로 정신을 망각함은<br>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br>방법일지도 모릅니다<br><br>몸은 쇠하고 정신 맑으면<br>무엇 하리요<br>괴로움만 더 하더이다<br><br>가는 마당에 야속함도 사랑도<br>그리움도 추억도<br>정신에서 모두 내려놓으니<br>차라리 마음이 홀 가분..<br>모진 비바람도 다 지나간..<br>조용히 흐르는 저 호수같은 마음으로..<br><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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