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사기가 전국을 덮치고 있다...
* 지난해 강서구 화곡동 '빌라왕' 김모씨 사건으로 촉발된 전세사기가 전국을 덮치고 있다. 임대인이 집값 상승을 기대하면서 신규 보증금으로 돌려막기를 하다가 집값 하락이 이어지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결국 파국을 맞은 것이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에 재작년 전세값 급등 시기 매물의 계약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더 큰 피해가 닥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구에 이어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 오피스텔 250채를 소유한 임대인이 파산 절차를 밟으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전세사기를 일으킨 이른바 '건축왕'의 경우 수도권 일대에 보유한 주택만 2700여 채에 달하는데 이 중 2000채 이상이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사기 피해액만 500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건축왕이 공인중개사와 짜고 조직적으로 전세사기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건축왕이 자금 사정 악화로 집이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데도 무리하게 전세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건축왕은 2009년부터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등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 토지를 매입한 뒤 자신이 운영하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소규모 아파트‧빌라 등 주택을 지었다. 전세보증금과 주택담보대출금을 모아 공동주택을 신축하면서 부동산을 늘려왔다.
인천 미추홀구 사태가 봉합되기도 전에 동탄에서도 전세사기 사태가 불거졌다. 지난 18일부터 화성동탄경찰서에는 '동탄신도시 일대에서 오피스텔 250여 채를 소유한 임대인 부부가 파산해 피해자 수십 명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고 주장하는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다.
임대인 부부는 세입자에게 '세금체납 등의 문제로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우니 오피스텔 소유권을 이전받아 가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입자들은 소유권을 이전받더라도 세금 문제로 2000만~5000만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부산에서도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본인과 법인 명의 부산 부산진구와 동래구 일대 오피스텔 100여 채의 세입자들을 상대로 80억원 상당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전세 사기를 벌인 혐의로 30대가 구속됐다. 경남 창원에서는 부동산 중개인과 짜고 세입자 15명으로부터 보증금 5억여원을 가로챈 오피스텔 건물주가 기소됐다.
전세사기에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이 쓰였다. 무자본 갭투자란 임차인이 지불한 임대보증금으로 해당 주택을 매입하는 계약을 동시에 진행해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주택 소유권을 취득하는 방식을 말한다.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애초에 없었지만, 막연히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면서 '보증금 돌려막기'를 한 것이다. 공인중개사도 전세사기에 개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평균 1억~2억원 정도의 원룸‧오피스텔을 시세보다 비싸게 계약하도록 유도하고 임대인에게 통상의 수수료보다 높은 금액을 받는 식이다.
특히 전세사기는 2030세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전세사기 피해로 상담받은 사람 중 20대가 20%, 30대가 52%로 2030세대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피해 금액은 1억원에서 2억원 사이가 35.7%로 가장 많았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바지임대인과 건설회사,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인, 부동산컨설팅 업체들이 짜놓은 덫을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잘 짜여진 조작으로 부풀린 시세, 임대인의 수십억대 세금 체납 사실도 미리 알 수 없는 허술한 제도로 인해 누구도 개인적인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