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과 같이 무더운 여름에는 그저 시원하게 얼린 수박 한 쪽으로 더위를 쫓는 것이 최고의 피서법이다. 그런데 이 제철 과일이 속살에 생기는 소용돌이 모양의 무늬 때문에 때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바로 ‘수박 모자이크’라는 이름의 전염병 때문이다.
소용돌이 무늬가 선명한 수박의 과육. 그러나 해당 무늬가 감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instiz.net
‘수박 모자이크병(WMV)’은 진딧물에 의해 감염되는 일종의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이 병에 감염된 수박을 먹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설사를 동반한 배탈 증상을 보이거나, 심하면 구토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아직은 예방이 최선
수박 모자이크병은 어제 오늘에 생긴 병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재배 농가를 중심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던 전염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거의 괴담처럼 번지고 있는 이유는 네티즌들이 이 병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글과 함께 과육에 나타난 기괴한 소용돌이 모양의 사진을 퍼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실어 나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이를 읽는 사람들이 수박 모자이크병에 대해 막연한 공포감을 가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게제된 내용이 전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일정 부분 맞는 사실도 있고, 틀린 점도 있지만 틀린 점이 훨씬 많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박 모자이크병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재배 농가들을 어렵게 만들고 전염병이 더 확산되도록 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병에 대한 정확하게 알아야 이를 예방하고 전염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박 모자이크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전염 매개체는 진딧물이다. 목화진딧물과 복숭아혹진딧물 등 모두 19종의 진딧물에 의해 옮겨지는 이 전염병은 한 번 발생하게 되면 주변 경작지 전체를 순식간에 오염시킬 정도로 전염력이 강하다.
수박의 꼭지 상태로 모자이크병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 SBS
아직까지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예방만이 최선의 방법인 상황인데,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식물용 바이러스 진단 키트를 사용하거나, 수박을 잘랐을 때 발생하는 특유의 냄새로 판단한다. 이 외에도 수박 잎에서 나타나는 황색 반점을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감염이 확인되면 열매와 잎, 그리고 줄기 및 뿌리를 모두 뽑아서 건조시킨 후 소각해야 한다. 특히 건조 후에는 관리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건조가 되고나서 그냥 방치하게 되면 수십년이 지나도 감염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수박 모자이크병에 감염된 수박을 먹으면 설사나 구토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바이러스 자체보다는 바이러스로 인해 과육이 변질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동물바이러스가 아닌 식물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자체가 배탈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로 인해 변질된 수박을 섭취하면서 발생하는 증상이라는 의미다.
소용돌이 무늬가 있다고 감염된 것은 아냐
수박 모자이크병이 최근 이슈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수박을 잘랐을 때 과육에 소용돌이가 치는 듯한 모양이 나타난다는 점 때문이었다. 일부에서는 이 기하학적인 무늬 때문에 모자이크(mosaic)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감염이 되었을 때 잎의 모자이크 부분이 오그라지는 현상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평소 수박을 잘랐을 때 소용돌이 무늬가 나타나는 것이 분명 흔한 경우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무늬가 나타난다는 이유만으로 수박 모자이크병에 걸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농촌진흥청의 관계자는 “소용돌이 모양은 원래 정상적인 수박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무늬”라고 밝히며 “정식 명칭은 ‘태좌’로서, 수박씨가 있는 자리에서 만들어진 과육이 생육하면서 그런 무늬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아무 무늬가 없는 수박처럼 정상적인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박 과육에서 보이는 무늬는 사람으로 치면 혈관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긴 현상으로 봐야한다”라고 덧붙였다.
수박 모자이크병의 감염 여부는 무늬보다 수박의 잎과 냄새 등으로 파악한다 ⓒ 농촌진흥청
이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종종 내부가 비어있는 것처럼 갈라진 수박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수박도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숙성 기간이 오래되었거나 수입산 수박에서 주로 나타나는 과육종의 하나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수박 모자이크병에 걸린 수박의 주요 증상은 무늬가 아니라 색깔과 냄새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감염된 수박의 과육은 씨앗 주변이 적자색을 띠고, 곳곳에 황색 섬유상의 줄이 생기면서 냄새가 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물론 수박 모자이크병에 걸린 수박에서도 소용돌이 무늬를 띄는 것이 있다”라고 설명하며 “다만 무늬만 보고서 무조건 의심하지 말고, 색깔과 냄새를 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우려와는 달리 업계는 소비자들이 모자이크병에 걸린 수박을 먹을 확률은 극히 드물다고 자신하고 있다. 수박이 농장에서 출하 될 당시 농부들이 검사하여 일차적으로 수박 바이러스에 걸린 수박을 거르는 과정을 진행 후, 시장에 유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염병에 걸린 제품들이 출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업계 관게자는 “간혹 직접 밭에서 수박을 매입하여 트럭으로 판매하는 경우는 모르지만, 백화점이나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수박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