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들이 모여사는 곳이 시끄럽고 지저분하다고요?
한국사회•언론의 反정서가 우려된다
[노트북을 열며] /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편집국장
[약력]1997년~1999년 환경운동 (월간 신문고 기자), 1999년~2002년 월간 사상21세기 편집부장으로 활동하던 중 2000년 초 서울조선족교회를 통해 중국동포를 접하고 동북아신문 창간과 동시에 2003년 3월까지 기자로 활동, 2003년~2011년 가리봉동에 거주하며 중국동포타운신문 창간 및 편집국장 활동을 펼쳐오다가 2011년 8월부로 <동포세계신문> 창간 및 편집국장 활동 개시
한국에서 생활하는 중국동포 인구가 50만 명 이상을 초과하자 한국사회에 마치 비상이 걸린듯한 인상이다. 한국경제도 좋지 않은데 중국동포들마저 한국에 계속해서 들어오게 되면 서민경제에 큰 타격을 받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들이 일고 있는 것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중국동포 인력을 너무나 필요하다. 당장 귀에 들려오는 것은 건설현장이다.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려면 방문취업 체류자격을 부여받고 별도로 건설업취업교육을 받아야 한다. 건설현장에서 일할 사람은 필요하고, 일하러 오는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라 동포들이지만 건설업취업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라 건설현장에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동포인력을 써야 할 입장이다. 건설업취업교육 대상을 더 이상 넓혀주지 않고 오히려 축소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곧 식당도 동포인력이 많이 빠져나감으로 인해 인력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동포들이 범죄자로 몰려 벼랑끝에 서 있는 것같다.
최근 뉴스를 보면 중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한국으로 이주해 오는 중국인들이 계속 보도되고 있다. 이들도 보면 한국국적을 취득한 부모가 있거나 친척이 있는 중국동포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에서 어떻게 하다가 범죄자로 몰렸는지는 모르지만 범죄인으로 낙인찍혀 한국으로 도망오다시피 해 그나마 의지해 살아보고자 하지만 이들이 설곳은 한국에도 없는 것이다.
또 계속 지적되는 것은 새로운 시스템 도입으로 입국시 지문과 얼굴을 찍는 검열이 이루어지자 현재는 자기 진짜이름으로 방문취업 체류자격을 부여받고 한국에 왔는데, 과거에 위조여권으로 입국했던 사실이 들통나 강제추방을 당하거나 아예 입국허가를 받지 못하는 중국동포들의 문제이다.
법무부 출입국에서는 지문과 얼굴을 인식하는 새로운 시스템 도입으로 안전한 국경관리 시대를 열었다며 실적 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0.9. ~ 2011.12 적발통계치를 보니 당연 중국이 576명으로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적발인원 대부분은 중국동포들임을 부인할 수 없다. 중국동포들은 지금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심지어 방문취업 체류중인 젊은 연인이 지난 1월 26일 수원 모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다 준비해놓고 나서 신랑이 설명절을 맞아 중국 친척에 인사차 출국했다가 입국불허 되어 신랑 없는 결혼식을 올리는 헤프닝도 생겼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인천공항 출입국에서 입국을 허용해주지 않았다. 아수라장이 된 예식장에서 급기야 신랑과 신부가 떨어져서 화상결혼식을 올리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중국동포 상업거리 이곳은 성수공단을 낀 노유거리로 과거 한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곳이었지만 성수공단의 공동화현상으로 오랫동안 침체된 지역이었다. 2009년부터 중국동포 상인들이 양꼬치점 등을 대거 투자해 들어오면서 활기찬 중국동포 거리로 탈바굼한 대표적인 곳이다. 현재 이곳에는 50여개의 중국식당 등이 들어섰으며 평일에도 한국인 손님들이 즐겨찾는 명소로 변화발전하고 있다.
우려되는 한국언론의 反정서
이런 가운데 동포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한국언론들의 중국동포에 대한 접근방식이다. 이젠 동포라는 포용적인 표현은 좀처럼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중국인 조선족’을 더욱 분명히 하고 중국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차이나타운’으로 규정지으며 접근하고 있다.
그 사례로 지난 1월 17일 조선일보의 보도내용을 보자. 중국동포들이 모여사는 곳을 ‘차이나타운’으로 규정짓고 이곳을 시끄럽고 지저분하고 위험한 곳처럼 묘사했다. 심지어 지역민 상인들과 중국동포들 상인 간에 갈등이 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부각시켜 보도했다.
필자가 이 보도를 보고 지역민과 동포상인들을 만나 들어본 바에 의하면 이는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흥행성 보도가 아니었나 싶다. 현재 중국동포들이 모여 살면서 활성화된 지역으로 변모한 곳은 불과 몇년전만 해도 어두컴컴하고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는 지역이었고 슬럼가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쓴 기사였다.
중국동포들이 모여들면서 오히려 죽어있는 거리를 생동감있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지금의 중국동포들이 쏘옥 빠지고 나면 지역경제도 크게 휘청거리고 말 것이다.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살려놓았더니 '너네 나가라'는 식으로 기사를 쓰는 것은 과거 이곳이 어떤 지역이었는지 모르고 지금 현재 상황만 보고 그런 것이 아닌가 해서 안타깝기만 하다.
이런 저런 상황들을 볼때, 최근 중국어선에 의한 한국해경 사망사건과 북한 김정일 사망 후, 한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소원해진 틈을 타 그 여파가 중국동포들에게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사회의 反중국동포 정서가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
앞뒤를 따져보지 않고 모든 문제를 나약한 중국동포들에게만 떠넘기고 실적만 부풀리려고 하는 행정 때문에 그동안 쌓아왔던 중국동포들의 親(친)한국정서에 또다시 금이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이어 영등포구 대림동은 중국동포의 ‘명동’이라 불리울 정도로 번화한 지역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이런 지역 내에 있는 특수성과 잠재력을 발견하지 못하고 시끄럽고 지저분한 것만 본다면 우리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중국동포와 지역민과의 갈등만 부각시킨다면 이것은 또다른 동족간의 갈등만 조장하게 될 것이다.
눈을 중국으로 돌려보자. 중국에는 한국인과 중국동포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코리아타운이 여러 곳에 많이 생기고 있다. 우리는 이곳을 한국에 형성된 중국동포 거리와 연관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필자는 강조하고 싶다.
@동포세계신문 제262호 (2012. 2. 1일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