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모스 >를 읽으며/ 전 성훈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말씀이 계셨다.’라고 성서는 말한다. 이와는 달리 과학계에서는 태초에 어둠의 혼돈(chaos)이 있었고, 어느 순간 대폭발(Big Bang)이 일어나 우주(cosmos)가 생겼다고 한다.
수많은 사진과 그림을 포함하여 550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분량과 보통 책보다는 크기가 훨씬 큰 < 코스모스 >는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인내와 고난의 계절인 한여름을 어떻게 지내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 코스모스 >가 떠올랐다. “그래,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를 그리며 이번 기회에 < 코스모스 > 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재래드 다이아먼드 교수의 < 총, 균, 쇠 >와 함께 이 시대 대학생의 필독서로 뽑힌 < 코스모스>, 오래 전 고등학교 친구가 더 늙기 전에 꼭 읽어보라고 권했던 책이기도 하다. 늘 다니는 도봉문화정보도서관에서 큰마음 먹고 < 코스모스 >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옭김)를 빌렸다. 저자 ‘칼 에드워드 세이건(Carl Edward Sagan, 1934년 ~ 1996년)은 미국의 천문학자, 천체화학자, 천체물리학자이며 작가로 자연과학의 대중화에 힘을 쏟았다. 세이건은 외계생물학의 선구자이자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계획의 후원자였고 미국 항공우주국의 자문위원으로도 참가했다. 세이건은 매리너 계획과 파이어니어 계획 그리고 바이킹 계획에 참가했고, 하버드 대학교 강사, 코넬 대학교 교수, 행성연구소 소장, 칼텍 초빙연구원 등의 다채로운 경력을 가졌다. 1980년의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시리즈 <코스모스>(Cosmos: A Personal Voyage)의 제작자이자 공저자로 명성을 얻었고, < 코스모스 >는 다큐멘터리와 함께 출간했다.
< 코스모스 >는 전체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저자는 인류는 이제 막 코스모스의 바닷가 지구에서 대우주로의 항해를 시작한다. 지구의 둘레를 처음을 측정한 에라토스테네스 이래 우주를 알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을 소개한다. 4장 ‘천국과 지옥’에서는, 지구는 아주 작고 연약한 세계이다. 지구는 소행성의 충돌, 공전 궤도의 미세한 변화와 같은 우주로부터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으며 인류의 자기 파멸적인 행동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지구를 천국으로 만들지, 금성 같은 지옥으로 만들지는 우리하기 나름이다.
6장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에서, 보이저 우주선은 태양계라는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다. 결코 돌아오지 않을 방랑자, 보이저호가 인류에게 준 선물 즉 태양계의 감춰진 모습과 천문학의 발달을 전해준다. 8장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여행’에서, 우주여행을 실현할 수 있을까? 우주여행은 인간을 무한한 우주 공간과 영원한 시간 속으로 안내한다. 우주여행의 지침이 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 설명한다. 9장 ‘별들의 삶과 죽음’에서, 별들도 태어나고 자라고 늙고 죽는다. 별들의 삶과 죽음 사이에서 생명이 태어났다. 인간과 다른 생명을 구성하는 물질은 어디에서 왔는가? 별의 일생과 생명의 기원을 추적한다. 10장 ‘영원한 벼랑 끝’에서, 우주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우주는 대폭발 이후 끊임없이 팽창해 왔다. 우주의 장차 운명을 어떻게 될까? 우주의 시작과 종말에 얽힌 비밀을 밝혀준다. 13장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에서, 인간은 끊임없는 분쟁 속에 살고 있다. 인간은 지구를 수백 번도 더 파괴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인간의 미래, 인간의 과학, 지구의 미래를 위한 길을 과연 무엇일까?
‘칼 세이건’은 < 코스모스 >의 머리말에서 로마의 명상가이자 철학자인 ‘세네카’의 말을 인용하였다. “ 인간이 여러 세대에 걸쳐 부지런히 연구를 계속한다면, 지금은 짙은 암흑 속에 감춰져 있는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거기에 빛이 비쳐 그 안에 숨어 있는 진리의 실상이 밖으로 드러나게 될 때가 오고야 말 것이다. 그것은 한 사람의 생애로는 부족하다. 누가 자신의 일생을 하늘을 연구하는 데만 온통 바친다고 하더라도, 우주와 같은 엄청난 주제를 다루기엔 한 사람의 일생은 너무 짧고 부족하다.
수없이 많은 발견이 먼 미래에도 끝없이 이어질 것이며, 그 과정에서 결국 우리에 대한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말 것이다. 우리 후손들이 끊임없이 연구해서 밝혀야 할 그 무엇을 우주가 무궁무진으로 품고 있지 않다면, 그리고 우리 우주가 혹시라도 그러한 우주라면, 우리는 그것을 한낱 보잘것없고 초라한 존재로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자연의 신비는 단 한 번에 한꺼번에 밝혀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언제가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꿈이 있다면, 비현실적이고 허황된 듯 한 그 꿈을 향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꿈이 현실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지구상의 유일한 생명체가 인간이다. 그런 인간의 꿈을 향해서 고대 철학자 ‘세네카’의 말을 인용하여 머리말을 쓴 ‘칼 세이건’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세네카’의 “ 자연의 신비는 단 한 번에 한꺼번에 밝혀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는 말은 < 코스모스 >의 근원을 찾아가는 인간에게 무한한 용기와 인내 끊임없는 도전의식을 갖으라고 격려하는 말 같다. 중도에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 코스모스 >를 읽고 나니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상상할 수 없는 큰 우주의 태두리 안의 보일 듯 말듯 작디작은 하나의 점인 지구, 그 지구인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과 이 땅의 다른 생명체와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나? 인간은 지구상의 생명체 중 유일하게 생각할 줄 아는 존재이다. 인간은 생각할 줄 아는 독특한 생명체이며 그 생각 속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야누스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예수님이나 부처님처럼 살지 못한다. 다만 닮아가고자 노력하는 인간이 있을 뿐이다. 이 근원적 딜레마 속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내 땅, 내 고향, 우리나라라는 좁은 울타리만을 고집해야 할까 아니면 하나뿐인 지구 공동체라는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까? 인간과 이 땅의 모든 생명체가 몸담고 있는 지구는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지구는 반드시 소멸한다. 인간의 머리로는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영겁의 시간이라 인간의 선택에 따라 지구는 영원하리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무한 광대한 우주를 향해 나아가려면 인간은 서로 돕고 나누며 함께 공존해야 한다. 어떠한 어려움과 장애물이 닥쳐오더라도 끝임 없는 도전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비록 그 일이 먼 훗날, 아주 먼 훗날, 지금 숨 쉬는 모든 생명체 그 누구도 기약할 수 없고 기억조차 없는 미래의 일이라 할지라도. 어딘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외계 생명체인 우주인을 만날 꿈을 꾸며 긍정적이고 도전적이며 공존하는 인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8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