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근처에 야생 고양이가 살아요.
내가 식사 준비를 하면 부엌문 앞에 와서 앉아 있곤 합니다.
그래서 먹다 남은 빵도 주고 생선도 있으면 주고 돼지고기도 한 점씩 주고 그랬죠.
이제는 식사준비하다가 문을 열어 봅니다. 고양이가 와 있나 하고요.
5번 열어보면 3번은 와 있더라구요.
얼마 전에 닭고기가 많이 싸졌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그래서 마트에서 닭 1마리 손질한 거 5500원에 사 왔어요.
혼자 먹으니까 반마리를 닭볶음탕 만들어서 그걸 또 2끼 반찬으로 나워 먹었습니다.
저는 소식하거든요... 반마리는 아직 냉동고에 있어요.
그런데 닭뼈가 있잖아요.
닭뼈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부엌문을 열어보니 고양이가 있길래 주었지요.
아주 맛있게 먹더군요. 잘 씹어서.
그렇게 닭뼈를 잘 먹은 고양이가 돌아간 후 며칠째 안 보이는 거예요.
왜 그럴까. 하고 많이 궁금해 했죠.
그러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고양이에게 닭뼈를 주면 안된다는 글을 봤어요.
닭뼈가 날카롭게 조각나기 때문에 내장을 다친다네요.
저는 그제야 고양이가 닭뼈를 먹고 무슨 탈이 난 것 아닐까 하며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틈만 나면 창문으로 내다보고 문을 열어봤습니다. 계속 안 보이더군요.
그렇게 안 보이기 시작한 지 5일째 되는 날 저녁식사 준비를 하는데 딱 나타났어요.
얼마나 반갑던지... 그것 참...
그냥 먹을 거 조금 나눠준 것뿐인데 정이 들었나?
아무튼 아주 반가웠어요.
근데 가만히 보니까 배가 홀쭉해졌어요. 새끼를 낳은 것 같아요.
3일 동안은 계속 저녁에만 나타났습니다.
빵을 주니까 얼른 물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데요. 전에는 거기 앉아서 먹었는데...
근데 제가 쓰다듬어주려고 하면 멀찍이 도망가곤 해요.
뭐 그래도 괜찮습니다. 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거니까요.
고양이 평균 수명은 15년 안팎이라네요.
야생 고양이는 살아가는데 있어서 여러 가지 위험 요소 때문에 그보다 짧답니다.
아무쪼록 이 고양이가 오래도록 잘 살았으면 합니다.




돼지고기 한 점을 줘도 제가 앞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와서 먹지 않습니다.

빵 한 조각 물고 저를 경계하며 얼른 멀어집니다.


첫댓글 눈이 부시게 봄기운 도지는 아침입니다.
예전의 사람들이 하시던 말씀중에 계륵이라는 말이 기억나네요.
취하자니 그렇고 버리자니 그렇고...^^*
물론 닭뼈로 바늘도 만들어 쓰고요, 단지속에 닭뼈를 넣어 땅에 묻으면 지네도 잡고요...^^*
각설하고 저도, 우리애들(까망이,까륵이)에게 가끔씩 취하는 닭도리탕(?)을 먹이곤 하지요.
12년 넘게 아무탈 없습니다. 문제는 인간과 달리, 위액이 엄청 독하다하더군요. 큰 개들이 못 먹던 시절 대충 씹어 삼키는 게 문제라면 문제가 된 듯...참고로 압력솥에 요리를 하니 살살한 뼈가 되어 괜찮습니다. 길었네요.
정이 느껴집니다.
고양이가 다시 나타난 것 보니까 닭뼈 먹어도 괜찮은 것 같아요.
봄이 오고 있습니다.
겨울에 가꾼 것 봄에 거두는 형상이랄까
지난 겨울에 뭐 하나 시작했더니 끝이 보이네요.
따뜻한 교감을 느끼네요....못난 인간도 거둬줄 수 있는 세상으로 되돌아가야하는데 ..... 우리집엔 자기 버리고가면 혼자 앓는 소리내는 푸들 "단추'가 5년째 쉬는 날 꼼짝 못하게 하네요...... 지 버려놓고 나다니지 말라고.........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게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어쩜 저와 참도 비슷하네요.고기남은거와 밥남은거 마당가에 마련해 둔 고양이 밥그릇에 주었더니 덩치 큰녀석이 자기보다 조금작은 고양이가 다 먹을때까지 보초를 서 주던데요.오래 키운 닭뼈는 정말 주지마십시요. 그건 대나무처럼 옆으로만 부서집니다.
아, 닭뼈가 안 좋긴 안 좋은 거군요.
집 나간 고양이가 야생고양이지요, 도둑괭이이지요, 정이 들면 집고양이가 됩니다.
야생 고양이는 경계심이 대단합니다.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시가 떠오릅니다. 가르릉거리는 봄의 소리가 들리는데 성난 고양이처럼 봄이 성큼 달려들면 어쩌지요?ㅎ
봄이 성큼 달려들면 그 속에 푹 빠져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