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제성소, 한국교회도 빨간불
사제 성소 위기는 성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1960년대 중반 사제 성소가 정점에 이른 후 급격한 하락세를 면치 못한 서구 교회와 비교할 때, 서구 교회와 비슷한 사회적 변화와 흐름을 보이는 한국 교회 역시 10년 이내에 성소자 수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소장 김남철 신부)가 의정부 호원동성당에서 개최한 ‘천주교 의정부교구 성소 계발의 현황과 전망 심포지엄’에서 사목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사제 성소 위기 전망에 우려를 나타내며 “성소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사제와 신자 가정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속화·개인화 등 영향으로 성소 감소
박문수(프란치스코, 사목연구소 초빙연구원) 박사는 서구 교회와 한국 교회 성소 동향을 분석한 발표에서 “서구 사회는 물질주의, 출세주의, 세속주의, 개인주의 경향이 강화되고 더는 부모가 자녀에게 신앙교육을 하지 않고 신앙생활에 소홀하면서 성소가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교회 역시 세속화, 개인화의 길을 걷는 사회 영향을 받으며 전례 참여자 수, 주일학교 학생 수가 줄어드는 현실”이라며 “교회 생활 전반에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사제 성소 위기는 이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박사는 또 “최근 15년간 통계를 봤을 때 한국 교회는 새 사제와 대신학교 신학생 수가 감소하는 추세인데, 앞으로 성소의 정체 또는 감소가 갑작스레 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별다른 대책이 없으면 피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김영남(가톨릭대 신학대) 신부 역시 사제와 수도 성소 감소 문제가 교회 전체 활력과 연관돼 있음을 지적하며 “교회를 위해 헌신하고 투신하는 핵심 그룹(사제ㆍ수도자)이 약해지면 전체가 약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특히 사제 노령화 문제를 강조하면서 “한국 교회도 20년 후면 사제 평균 연령이 60대 후반에 이를 텐데 그렇게 되지 않도록 교구 모든 구성원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제들이 성소에 모범 돼야
심포지엄 참가자들은 성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제들이 기쁘게 사는 모습으로 성소에 모범이 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또 교회가 성소 못자리인 가정이 기도하는 가정으로 거듭나도록 돕는 한편, 예비신학생 모임과 복사단 운영, 부모 교육 등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김영남 신부는 “기존 사제들이 ‘복음의 기쁨’을 진정으로 느끼며 보람차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사제 성소의 가장 큰 동기 유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은 훌륭한 성소 못자리
류달현(교구 성소국장) 신부는 “가정 안에서 기도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자녀가 부모로부터 성소에 대한 지지를 받으면, 가정은 훌륭한 성소 못자리가 된다”면서 “가정 중심의 신앙생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심포지엄 결과를 교구 구성원 모두가 숙지하고, 성소 계발과 발굴, 후원 등을 위해 힘을 모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특히 사제들이 젊은이들에게 사제직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멋진 사제상을 보여주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교구 사목연구소는 성소국과 함께 사제 성소 위기 징후를 미리 식별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2년에 걸쳐 성소 계발의 현황과 전망을 연구했다. 사제, 신학생, 예비신학생, 신학생 및 복사단 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고, 교구장 주교와 사제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도 진행했다. 의정부교구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 전체 성소 상황을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분석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