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엽 시집 {박쥐우산을 든 남자} 출간
박쥐우산을 들고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을 들락거리는 이 불면의 영혼을 보라! 어두운 무의식의 동굴 속 그의 불안한 자아의 그림자가 박쥐처럼 떠돌아다닌다. 분열된 자아; 산산이 부서진 시간들; 산란散亂하는 이미지들; 몽롱해질수록, ‘벽틈에서 자라는 여자의 손톱’([안개구역 사람들])처럼, 더 강렬한 기억의 파편들; 파울 첼란의 시에서처럼 의미의 분절; 실비아 플라스의 시에서처럼 위협받는 자아가 자신의 경험을 탐색하고 고백하는 극적인 재현; 한 마디로 그의 시는 오실로스코프가 보여주는, 추락하는 자아의 ‘왜곡된 파형’이다. 그의 시학이 탄생하는 지점이다. 또한 과도한 주관의 표출에도 불구하고 초현실적 표현주의의 기법으로 감정을 입체적으로 다채롭게 처리함으로써 ‘눈이 나리네’, ‘사랑의 역사’ 등 추억의 노래를 소환하는 낭만 속에서조차도 낭만을 초월해 있다. 그의 시적 미학이 돋보이는 이유이다. 이 시집, {박쥐우산을 든 남자}는 우울증을 앓는 고통의 내면고백이자 눈물겨운 몸부림이다. 자기 구원을 향한 투쟁이다. 그의 말대로 “버림받은 것은 습관적으로 상처를 감춘다,” 그는 “병든 것을 너무 오래 소유하였다.” 이제 못으로 “슬픔이 부화하는 입구를 촘촘 박고” ([녹슨 장미와 십자가]), “헐거운 정신의 각도”를 맞추어 삶의 ‘축을 조정’([얼라인먼트])하기를 바라며, 그의 시 [태양의 지문]을 다시 읽는다. 나는 한때 요셉이었다가/ 요한이었다가/ 십자가의 나무였다가/ 노랑을 삼킨 장미였다가/ 잠자리였다가/ 끌려간 목수였다가/ 선녀를 감금한 사냥꾼이었다가/ 슬리퍼로 온 동네 돌고 온/ 구름이었다가/ 아나키스트였다가/ 푸른 포구였다가/ 암호였다가/ 가을 묻은 햇살이었다가/ 절벽 끝 중력이었다가/ 생각을 절개한/ 알타미라의 짐승이었다 ---시인 이윤훈
김평엽 시인은 2003년『애지』로 등단했고, 시집으로는『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있네』,『노을 속에 집을 짓다』등이 있고, 임화문학상(2007년)과 교원문학상(2009년)을 수상했다.『박쥐우산을 든 남자』는 김평엽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며, 그는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을 넘나들며, 우울증을 앓는 동시대인의 내면의식과 그 눈물겨운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내겐 두 개의 방이 있다/ 시간과 공간이 각각 다른/ 두 명의 내가 머물거나 갇혀있다/ 새벽이 잠들면 다른 방에선 노을이 깨어났다/ 한쪽이 여름이면 한쪽은 겨울이었고/ 하꼬방에서 잃어버린 수첩을 찾고 있으면/ 건너편에선 칸나꽃 피고/ 그 기억의 경계에서 수백 마리의 나비가 날았다/ 어머니가 중국산 수의를 입는 동안/ 발길이 멈춰 시간도 끊겼다/ 진료기록 속 봉숭아로 물든 방은 폐쇄되었다/ 갈 곳을 잃었다 고스란히,/ 어쩌다 난 녹슨 십자가의 못이 되었을까/ 쿵쿵 하늘에 박았던 못/ 후둑후둑 떨어져 땅에 꽂힌다,/ 음울한 삼십 년 결국 나는 나를 기소하기로 했다 ----[구름을 가둔 방] 전문
박쥐우산을 들고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을 들락거리는 이 불면의 영혼을 보라! 어두운 무의식의 동굴 속 그의 불안한 자아의 그림자가 박쥐처럼 떠돌아다닌다. 분열된 자아; 산산이 부서진 시간들; 산란散亂하는 이미지들; 몽롱해질수록, ‘벽틈에서 자라는 여자의 손톱’([안개구역 사람들])처럼, 더 강렬한 기억의 파편들; 파울 첼란의 시에서처럼 의미의 분절; 실비아 플라스의 시에서처럼 위협받는 자아가 자신의 경험을 탐색하고 고백하는 극적인 재현; 한 마디로 그의 시는 오실로스코프가 보여주는, 추락하는 자아의 ‘왜곡된 파형’이다. 그의 시학이 탄생하는 지점이다. 또한 과도한 주관의 표출에도 불구하고 초현실적 표현주의의 기법으로 감정을 입체적으로 다채롭게 처리함으로써 ‘눈이 나리네’, ‘사랑의 역사’ 등 추억의 노래를 소환하는 낭만 속에서조차도 낭만을 초월해 있다. 그의 시적 미학이 돋보이는 이유이다.
사람이 모였다 미학을 처방받기 위해/ 난해한 초현실 세계로 번호표를 들고 들어갔다/ 살기 등등 사내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의사는 청진기를 꺼냈다/ 찔레꽃 거친 주막에서/ 사내는 여인을 보았다 했지만/ 의사는 그럴 리가 없다 단언했다/ 떨어진 꽃잎에 대해/ 오실로스코프는 왜곡된 파형을 보였다/ 사내가 빼곡한 슬픔 속으로/ 과육처럼 스며갔다/ 달이 떠올랐다 사랑도 거품이라고 생각할 즈음/ 시간 안쪽에서 알약이 녹았다/ 지루한 문장이 흔들렸다/ 기억에 머큐로크롬을 섞는 건 통증이다/ 벽틈에서 자라는 여자 손톱/ 이제라도 사망신고를 해야 하나/ 신경외과 처방은 간호사보다 긴박하다 ----[안개 구역 사람들] 전문
이 시집, {박쥐우산을 든 남자}는 우울증을 앓는 고통의 내면고백이자 눈물겨운 몸부림이다. 자기 구원을 향한 투쟁이다. 그의 말대로 “버림받은 것은 습관적으로 상처를 감춘다,” 그는 “병든 것을 너무 오래 소유하였다.” 이제 못으로 “슬픔이 부화하는 입구를 촘촘 박고” ([녹슨 장미와 십자가]), “헐거운 정신의 각도”를 맞추어 삶의 ‘축을 조정’([얼라인먼트])하기를 바라며, 그의 시 [태양의 지문]을 다시 읽는다.
나는 한때 요셉이었다가/ 요한이었다가/ 십자가의 나무였다가/ 노랑을 삼킨 장미였다가/ 잠자리였다가/ 끌려간 목수였다가/ 선녀를 감금한 사냥꾼이었다가/ 슬리퍼로 온 동네 돌고 온/ 구름이었다가/ 아나키스트였다가/ 푸른 포구였다가/ 암호였다가/ 가을 묻은 햇살이었다가/ 절벽 끝 중력이었다가/ 생각을 절개한/ 알타미라의 짐승이었다 ----[태양의 지문] 전문
----김평엽 시집, {박쥐우산을 든 남자}, 도서출판 지혜, 값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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