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테니스 '간판스타' 다닐 메드베데프가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250 프랑스의 '오픈13 프로방스'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의 우승은 15일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세계랭킹 2위' 등극을 자축하는 듯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는 14일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 끝난 ATP 250 대회 결승에서 프랑스의 삐에르 위그 에베르를 2-1(6-4, 6-7<4-7>, 6-4)로 꺾고 우승했다. 지난해 ATP 파이널스를 포함해 그의 실내 하드 코트 우승은 이번이 6번째.
메드베데프, 마르세이유 ATP 대회서 에베르를 꺾고 우승/얀덱스 캡처
우승보다 더 기쁜 소식은 역시 ATP 세계랭킹 2위 등극이다. 메드베데프는 2005년 이후 처음으로 ATP 랭킹에서 빅4(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머레이)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15년 넘게 이어진 '빅4'의 아성을 깨뜨린 것이다. 그는 대회 시상식에서 "등급이 계속 오르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며 2위 등극을 자축했다.
남자 프로테니스계는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를 비롯해 라파엘 나달(스페인), 로저 페더러(스위스), 앤디 머리(영국) 등 ‘빅4’가 16년 가까이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체제를 형성해왔다. 2005년 7월 중순 '2인자'였던 레이튼 휴잇(호주)이 2위 자리에서 밀려나면서 '빅4'가 서로 주거나 받거니 ‘2강’ 자리를 지켜왔다.
그의 앞길은 탄탄하다. 1996년생인 그는 ‘빅4’ 가운데 가장 어린 조코비치, 머리(이상 1987년생)와 9살 차이가 난다. 지난 2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 오픈' 결승전에서 메드베데프를 꺾고 우승한 조코비치는 시상식에서 메드베데프를 향해 "그랜드 슬램(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치켜세우면서 "그래도 몇 년 더 기다려줄 수 있겠느냐"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메드베데프 경기 모습/사진출처:인스타그램
조코비치는 현재 기량으로는 부동의 랭킹 1위다. 페더러가 세운 역대 최다인 ‘310주 1위’ 기록을 넘어선 조코비치에 대해 메드베데프는 “그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400주 1위’도 확실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가 그 기록을 쉽게 달성하도록 누군가 가만히 지켜보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누군가가 자신을 뜻하는 건 아닐까?
메드베데프는 올해 국가 대항 ATP컵 우승, 호주오픈 준우승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아직 메이저대회 우승은 없지만 2019년 US오픈과 올해 호주오픈 등 두 차례 결승에 올랐다.
그는 지난 7일 동료 안드레이 루블레프가 우승한 ATP 투어 'ABN 암로 월드 토너먼트'에서 결승에 올랐다면, 이미 세계랭킹 2위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1회전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2위 등극 시기가 늦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