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사로바호수 온천
사가
5일동안의 자신의한계를 넘나드는 힘든 산행을 마치고 우리가 몸을 담갔던 반대편쪽 마나사로바 호숫가 초대소에서 호수처럼 고요한 휴식을 가졌다. 그 어느때도 맛보지 못했던 달콤한 휴식이었다. 초대소 대문을 벗어나 몇 발자욱이면 호숫가다.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을 담은 호수는 더욱 깊고 푸르게 빛났고 일렁임도 없이 고요한 잔물결이 천상의 평화로움같았다. 오른쪽으로는 히말라야의 설산이 둘러서 있고 왼쪽에는 수도없이 많은 수행자들의 수행터인 토굴이 있는 거친 산이 호수를 들여다보고있다. 수행자들은 대자연의 웅대함을 거칠게 뿜어내는 히말라야의 준령들과 모든것을 담아버리고도 고요할 수 있는 깊은 호수와 끝이 없어 눈이 시린 창공에 넋을 내주고는 그 넋을 다시 찾아 그리 시름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것도 없는 곳. 산과 호수와 하늘과 바람만이 있는 곳에서 인생의 비밀을 찾아, 자신의 무엇을 버리고 날려 거듭나는 자신을 발견하려 고행의 길을 간다. 이상하게도 우리는 배고프고 다 버리고 고통스러워야만이 자신의 모습를 인식하게되고 진지하게 삶을 되짚어 보게된다. 여기는 버릴것도 취할 것도 없는 원시 그대로의 모습이니 저절로 자신이 놓여지게 되는걸까? 많은 수행자들의 자취와 시름이 있다.
아름다웠다. 산에 나무한그루 풀 한포기도 없고 훼~ㅇ 하니 거칠고 마르고 투박한 곳에 바람만이 뽀얀 먼지에 자신을 실어 나르는, 절제된 공간의 미라해야하나...온갖 아름다운것들로 가득채워진 포만감이 아니라 절박하고 애절하고 절절한 깊은 그리움이 있는 아름다움이었다.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는 사원에 갔다. 적막함이 어디나 베어 호수에 일렁이는 금빛 물결이 또르르르 또르르르 소리라도 질러 주기를, 바람소리라도 귓가에 멤돌기를 ....나는 그 적막함에 귀가 멍해졌다. 우리 일행의 웅성거림과 호수에 돌을 던져 돌의 뜀뛰기를 환호하는 소리에 멀리에 선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깨어 좌르르 내려올것 같았다.
온천을 갔다. 참 희한한 일이지. 온천이 다 있네. 물이 귀한 곳에 호숫가라서 있을 수 있는 축복인가....얼마만에 씻어보는 일인가. 끝까지 버텨 네팔의 인류호텔에서 씻겠다는 독한 친구도 있었지만 이런곳에 온천이라니 호기심도 나고 오랫만에 정말 씻고싶어서 따라 나섰다. 평소 온천이라든지 찜질방이나 사우나를 나는 거의 가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이런 기회를 놓치고싶지 않았다.
차를 타고 작은 마을에 갔다. 기사는 한시간 뒤에 오라고 하고 온천장에 내려갔는데 우리네의 온갖 호화로운 목욕문화에 익숙한 우리는 깜짝 놀랐다. '어머. 이게 뭐야' '어휴. 지저분해' 속으로만 삼키었으면 좋았을것을 수미산을 돌고 안코라를 다녀왔지만 몸에 밴 무엇이 거침없이 나온다. 어떤 도반님은 '도저히 더럽고 지저분해 온천 못하겠으니 돈을 환불해 달라'며 기겁을 하는데 난감했다.
내 살림살이 궁색해 그러지 않아도 힘겨운데 누군가 그런 내 모습 보고 손사레를 치며 기겁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비애를 느낄 것 같다. '뭐. 괜찬고만' '아. 더이상 무엇을 바래요.' '좋네' ' 아이고 그냥 해요'
오랫동안 사람이 없었는지 검은 비닐을 뭉쳐 물이 나오는 파이프를 막아 놓았는데 비닐을 빼니 우선 입구에 있던 이끼가 까맣게 나왔다. 그럴 수 있다 생각했다. 욕조는 다 깨지고 가난함이 묻어 있지만 물은 뜨겁게 나왔고 정말 전혀 가감이 없는 온천수, 천연 온천수, 100%진짜 온천을 만났다.
지붕이 유리로 되서 하늘에서 햇살이 뜨겁게 내리고 물이 또한 기분 좋게 뜨거워 그야말로 몸이 익는 것 같았다. 오랫만에 불어 나오는 때가 끝이 없는데 물을떠서 몸에 끼얹으며 때를 미니 더디고, 시간을 정해 놓았는데 가는 시간 알 수 없으니 마음은 급했다. 자연그대로의 시설이니 물이 조절이 잘 안돼 '여기 물이 잘 안나온다. 물좀 막아봐라' 어쩌구 하며 모래바람 금방 다시 뒤집어 쓸망정 모두 시원해하며 결국은 환불하는 일 없이 마쳤다. 불평하는 사람은 늘 불평거리가 주어지고, 어느 환경에서건 만족하는 법이 없다.
욕조에 물 가득 받아놓고 몸을 담그고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면 그만 그 행복에 넋을 놓았을 것 같다. 피곤했던 몸. 긴장했던 마음 다 풀어놓고 그 뜨거운 물에 잠시 노곤한 휴식을 가졌다면 자리털고 일어날 기운이 없었을 것 같았다. 다행히 적당히 부실한 시설에 물 끊기지 않게 비눗물 씻어내야지 하는 긴장으로 부산히 끝냈다.
휴~ 하늘을 날것 같네. 우선 머리카락이 부시시 바람에 날리고.....
돌아와 식사 준비를 하는데 사장님께 ' 저 온천 했어요' 했더니 옆에 호희와 나를 번갈아 보시더니 '별 차이 없네'하신다. 뜨아~악.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문질렀는데, 그리고 오랫동안 안씻던 얼굴 씻었는데. 세수 한 얼굴이나 안 한 얼굴이나 차이가 없다 고라고라고라~~ 잠시 삐짐. 흐미. 그리 보이신다는데...내탓이지...못생긴 내 탓이지 싶어 마음을 풀고 저녁을 함께 준비해서 모처럼 다들 편하게 느긋하게 식사를 했다.
원장님께서 모두에게 돌맹이 하나씩 줏어주셨는지 자랑들인데 생각해보니 나는 없어 궂이 호숫가에서 한가로이 계시는 선생님께 ' 저도 돌맹이 주워 주세요'했더니 금방 멋진 돌 한쌍을 찾아 주시는데 기가 막히게 돌 두게가 서로를 감싸 안듯 딱 들어 맞다. 하나는 크고 하나는 조금 작고...'윤경이 아빠, 윤경이 엄마가 수미산을 바라보는 모습' 하시며 수미산을 닮은 돌까지 세개를 주워 주셨다. 우~와....감사합니다. 정말 맘에 쏙 들었다. 따로 따로 주우셨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맞을까 신기했다. 모두는 기념이 될만한 돌맹이를 갖기를 원했고 선생님께서 주워주시는 돌에 특별한 의미를 주며 소중히 여겼다.
긴 여정동안 선생님의 보살핌과 인도가 모두를 안전하게 했고,그럼으로 아무도 힘든길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많은 가르침들도 주셨다. 난 진심으로 더욱 감사드렸다. 두 아들을 허락하신것. 염려해 주시고 격려 해 주신것. 이런 순례를 경험하게 해 주신 것에 감사를 드렸다. 정말 행복한 휴식이었다.
해냈다는 안도와 험한 길 안전했음에 가슴을 쓸어 내리며 모두는 고행하는 동안 만난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며 순례길 끝에 와 있는 여정에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으리라.
여럿이 함께 한 길을 가다보면 다른 생각. 다른 시선. 다르게 즐기는 여흥도 만나지만 다름을 만나는 것 또한 함께 하는 맛이리라.나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수용하는게 결국 수행이고 아름답게 삶을 살아가는 방편이 될 것이다.
본의 아니게 날을 새야하는 불편을 경험했다. 수행하며 날을 새면 몸이 상쾌하고 기운이 나는데 그렇지 못하면 몸은 어딘가에 통증을 낸다.
다시 출발이다. 이제 돌아가는 길이다. 이제는 이별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주방에서 일을 보아주시던 주방 식구들과 큰 트럭과의 이별이 있었다.
다시 각자 뽑은 차에 몸을 실었다. 나는 1호차를 박정렬 선생님과 사장님과 함께했다.
꼬불 꼬불 비탈지고 덜커덩 덜커덩 험한 길. 하늘 높이 올라 몸을 비틀며 다시 비틀어 내리기를 열시간 훌쩍 넘게 ...몸부림을 치며 광야를 달렸다. 날씨는 구름이 짙어 간간히 비를 만났고 달리던 차에 타이어가 펑크도 났다. 3호차...다행히 사고는 없었다.
오랫동안 달려 어대메쯤일까 가늠 할 수 없는 어느 들에서 지워지지 않는 한 컷. 가슴 울컥하는 한 장면을 만났다. 여행이 끝나고도 지금까지 생각하면 눈물이 맺히는 한 장면.....구름이 낮게 드리우더니 비가 내렸다. 그리 세게 내리는 비는 아니었지만 부슬부슬 내리는 들녁에 한 무리의 양떼가 있었고 그 양의 무리 한쪽에 한 여인이 아기를 흙바닥에서 안고 있었는데 영낙없이 젖을 물리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랬다. 분명 젖을 물리고 있었다.....목이 메여왔다. 같은 세기를 살아가며 같이 아기를 낳아 키우는데......비를 가려줄 가녀린 나무 한그루 없는 황량한 벌판에 양들을 벗삼아 흙을 자리삼아 아기를 보듬고 앉아 젖을 물린 엄마의 마음은 무엇일까... 온갖 호사스런 아기용품과 풍족하다못해 질식할 것 같은 우리의 가진 것들이 너무나 미안하고 서로 공유하지 못하는 것들에 가슴 미어지고 안타까웠다. 내 기준이 아니라면 아기를 품에 안은 엄마는 분명 행복하다. 그 여인도 그 순간 행복을 느끼며 아이에게 빗방울을 가려주며 눈을 맞추고 있었을 것이다.그렇더라도 조금만 더 풍요롭다면 그 아이를 품에 안고 더 행복 할 수 있을텐데....아기를 품에 안고 젖을 물리고 눈맞춤을 해 본 엄마들은 다 알것이다. 아기에게 비는 축복과 은총을.....그리고 그 하늘을 닮은 행복을....그 간절하고 절절한 사랑을....
아기에게 양들과 대화하는 법을 가르치고 , 비를 몰고 오는 바람의 느낌을 가르치며 , 산의 생김새로 길을 찾는 법과 거친 땅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엄마는 가르치겠지. 그리고 살아 있는 만물이 행복해지도록 복을 비는 마음을 가르칠꺼야.......오래도록 보이지 않을때까지 그 여인의 바위 같이 앉아 있던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으로 치밀어 오르는 아픔을 느꼈다. 행복은 분명 가진것으로 얻어지는게 아닐것이다...아니 이런 말조차 갖고 있는 자의 교만한 일갈일것이다. 그 한컷으로 티벳이 몽땅 가슴에 들어왔다. 거칠고 항량함. 외롭고 쓸쓸함. 고되고 궁핍함. 절박함 속에 간절한 기도.....아! 이 땅을 축복하소서.
그렇게 길을 갔고 사가에 도착했는데 우리가 예약했던 호텔을 공안이 다 차지해버려 (무슨 일이 있어 공안들이 묵어야 할 곳이 필요했단다)우리는 좀 허름한 곳 초대소에 급하게나마 잘 자리를 마련하고 저녁을 들었다. 이제 돌아간다. 순례길 내내 최상의 컨대션을 가졌는데 지난밤 잠을 못잔덕에 몸에 불편자극들이 하루 종일 괴롭혔다.
하루 온 종일 차에 시달렸지만 한순간도 눈을 붙일 수 없었다...아쉽고 또 아렸다.
아....정말 집에 가는구나.....
마나사로바 호수에 뜨는 태양
첫댓글 장미와숲님 잘 읽었습니다...ㅎㅎ
거이 1년 전에 올리신 글인데 이제야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