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친절하기(조용민, 요셉, 구글 코리아)
우리나라의 MZ세대에서 MBTI (성격유형검사)가 엄청난 유행을 오랫동안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테스트를 아주 오래전부터 여러 번 해보았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조금씩 변화가 있는 것에 비하여 제게는 한결같은 결과만 나오는 것을 보면, 저는 참 변하지 않는 캐릭터의 소유자인가 봅니다. 저는 ISTJ가 나오는데, 이는 갑작스럽거나 새로운 시도보다는 계획된 것을 좋아하고, 대중 속에서는 에너지가 소진되어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피곤해 하는 내향적인 성격이라고 합니다.
섬세하신 부모님께서 저의 이러한 성향을 진작에 간파하시고는 어린 시절부터 “용민아, 네가 좀 더 외향적이면 인생이 더 다채로워질 텐데 말이다”라고 여러 번 강조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시면서 저의 생각을 물어오셨습니다. “너도 ‘함부로 친절하기(?)’를 습관화하면 지금보다는 좀 더 외향적으로 되고, 다양한 경험들로 삶이 풍성해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하시면서 들려주신 이야기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있었던 실화입니다.
어느 맥도날드 승차 구매(Drive thru) 매장에서 한 여성 고객이 그날따라 기분이 좋았던 참에 본인이 주문한 내용을 결제하면서 뒤따라 주문한 차량의 주문 내역까지 한꺼번에 결제하고 출발을 해버린 겁니다. 여러분들이 뒤차에 타고 있었다면 어떠셨을까요? 네, 우선 기분이 좋으셨을 겁니다. 아마도 감사한 마음에 연달아 뒤차의 주문 건도 결제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뒤차가 바로 뒤차의 주문 건을 대신 결제했고, 그 차는 바로 다음 차를 위해 서로 결제해 주는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그 행렬은 결국 248대까지 이어졌습니다. 미국에는 이렇게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준다든지, 불특정 다수를 위해 가벼운 친절을 뜬금없이 베푸는 일들이 많습니다. 이를 “함부로 친절하기(Random Act of Kindness)”라고 하며, 이것은 미국 문화 정서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루카복음 12장 33절에 “너희는 가진 것을 팔아 자선을 베풀어라. 너희 자신을 위하여 해지지 않는 돈주머니와 축나지 않는 보물을 하늘에 마련하여라. 거기에는 도둑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좀이 쏠지도 못한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하느님이 강조하시는 베푸는 삶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외향적이냐, 내성적이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본질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내성적임에도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이 되느냐, 외향적임에도 같이 있으면 즐겁지 않은 사람이 되느냐를 좌우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통행료가 2000원인 남산1호터널을 지나면서 만 원을 조심스레 꺼내서 뒤에 있는 차량 4대도 같이 계산해 달라고 해봤습니다. 이런 작은 습관을 통해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고, 제가 진행하고 있는 직접 기부 활동도 더 자연스러워짐을 느낍니다. 즐거움이 마음 한켠에 솟아납니다. 하느님께 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