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7승85패 NL 동부 2위) : 겨우내 최대 목표는 마무리 구하기였다. 아롤디스 채프먼과 켄리 잰슨에게 접근했지만, 더 많은 금액을 불렀음에도 퇴짜 맞았다. 그동안 입맛대로 팀 운영을 한 것이 선수들 사이에서 이미지 추락을 불러왔다. 결국 특급 마무리 영입은 실패. 브래드 지글러(2년 1600만) 다자와 준이치(2년 1200만) 여기에 더스틴 맥고완과 재계약을 했다(1년 175만). 16번이 떠난 자리는 그 누가 와도 채울 수 없었다. 그래도 마냥 넋놓고 있지는 않았다. 에딘손 볼케스에게 지난 겨울 가장 큰 계약을 안겨줬으며(2년 2200만) 유망주 세 명을 주고 댄 스트렐리를 받아왔다. 타선은 큰 변화 없이 있는 선수들 가지고 승부를 보기로 했다. 그런데 3년 40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받은 마틴 프라도가 WBC 대회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5월 마지막 4경기를 모두 승리하긴 했지만, 21승30패는 리그 12번째로 나쁜 성적이었다. 마이애미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6월부터. 6월4일 애리조나전에서 볼케스가 노히터(2볼넷) 경기를 만들어냈다. 작년부터 보기 힘들어진 노히터는 올해도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말린스 구단 역사에서는 6번째 노히터. 볼케스는 하늘에 있는 호세 페르난데스, 요다노 벤추라와 노히터 영광을 함께 했다(이 날은 벤추라의 생일이었다). 6월 14승13패로 5할 승률을 넘긴 마이애미는 7월 안방에서 88번째 올스타전을 치렀다. 홈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지안카를로 스탠튼은 홈런 더비 타이틀 수성에 나섰다. 애런 저지와의 맞대결 성사가 관심을 모았지만, 1라운드에서 개리 산체스보다 하나 적은 16홈런을 때려내 탈락했다(우승 애런 저지).
홈런 더비에서 체면을 구긴 스탠튼은 8월에 대폭발했다. 29경기 18홈런을 몰아쳐 9월이 오기도 전에 50홈런을 돌파해버렸다(51홈런). 단일시즌 홈런 신기록을 세웠던 2001년 배리 본즈(73개) 이후 50홈런에 가장 빨리 도달했으며, 8월 18홈런은 1937년 루디 요크와 타이 기록이다. 사람들은 오랜만에 청정 60홈런 타자가 등장할 수 있는 기대감에 부풀었다(스탠튼도 목표를 1961년 로저 매리스의 61홈런으로 잡았다). 스탠튼이 하루가 멀다하고 홈런을 쏘아올린 마이애미는 8월을 리그 3위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마감했다(17승12패 .586). 포스트시즌은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2009년 이후 첫 5할 승률은 노려볼 수 있었다(66승67패).
두 가지 볼거리를 남겨둔 9월에는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던 스탠튼은 9월29일 애틀랜타전에서 홈런 두 방을 날려 59홈런에 안착했다. 하지만 남은 세 경기에서 더이상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다(돈 매팅리 감독은 최종전에서 스탠튼이 가장 많은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리드오프에 배치하기도 했다). 마지막 홈 4연전에 앞서 쿠어스필드 원정을 12타수1안타(2루타)로 마친 것이 아쉬웠다. 마이애미도 5할 승률을 넘기지 못했다. 4연패, 6연패를 당하는 등 9월 28경기에서 11승17패로 부진했다. 17패 중 끝내기 패배가 5번. 9월10일부터는 세 경기 연속 끝내기 패배로 헛심을 썼다. 1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현재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긴 기록이다. 8년 연속 5할 승률 실패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길다.
Good :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그 누가 스탠튼에게 돌을 던지리오. 그동안 상상으로만 그려봤었던 건강한 스탠튼을 드디어 실제로 목격했다. 2015년 88경기, 2016년 43경기를 놓쳤던 스탠튼은 올해 단 두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출장했다(.281 .376 .631). 59홈런은 2001년 배리 본즈, 새미 소사(64개) 이후 메이저리그 최다홈런. 역사상 스탠튼보다 한시즌 더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5명 뿐이다(루스 매리스 맥과이어 소사 본즈). 팀 역대 첫 홈런왕과 타점왕(132)을 차지한 스탠튼은 시즌 후 MVP와 실버슬러거까지 휩쓸면서 개인 최고 시즌을 보냈다.
스탠튼이 시즌 중반 파괴왕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은 스탠스 조정이다. 예전보다 스탠스를 좁힌 것이 몸 회전을 부드럽게 만들었고 그 결과 타구에 파워를 더 동반할 수 있게 됐다. 프랭크 메네치노 타격코치는 스탠튼이 타석에서 접근법도 달라졌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서두르는 모습이 있었는데, 이제는 버릴 공은 과감히 버린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공이 오기까지 기다리는 법을 알게 된 것이 의미있는 변화(볼넷률 10.6→12.3%, 삼진율 29.8→23.6%). 스탠튼은 우익수 수비도 4년 연속 디펜시브런세이브 플러스 점수(+10)를 이어가면서 내셔널리그 야수 최고 승리 기여도(6.9)를 기록했다. 참고로 이보다 더 높은 승리 기여도로 시즌을 끝낸 말린스 야수는 핸리 라미레스밖에 없다(2008년 7.5, 2009년 7.1).
비록 스탠튼에게 가려지긴 했지만 오수나의 발전은 또 다른 수확이다. 37홈런 124타점은 모두 개인 기록으로, 타점은 스탠튼과 놀란 아레나도(130)에 이은 메이저리그 전체 3위다. 조정득점창조력(wRC+) 142는 폴 골드슈미트와 같은 수준. 달리 말해 올해 마이애미 타선에는 스탠튼과 골드슈미트가 같이 뛴 셈이다. 한 팀에서 35홈런, 120타점 타자가 두 명이 나온 것은 2005년 보스턴(데이빗 오티스, 매니 라미레스) 이후 12년만. 스탠튼과 오수나 두 명의 코너 외야수와 더불어 크리스찬 옐리치(.282 .369 .439)가 중견수로 나선 마이애미 외야진은 단연 메이저리그 최강이었다. 외야 ops(.887) 조정득점창조력(132)은 1위, 승리 기여도(16.1)는 양키스(16.2)에 이은 2위였다. 디펜시브런세이브(12) UZR/150(8.5) 같은 수비지표도 모두 상위권이었다.
디 고든은 타선의 재간둥이였다(.308 .341 .375). 팀 득점이 리그 13위(655)에서 5위(778)로 급등한 것은 고든이 리드오프 역할을 잘해준 덕분이었다. 고든은 올해 200안타를 친 타자 넷 중 한 명(201개). 빌리 해밀턴이 부상과 부진에 허덕이는 틈을 타 도루 타이틀을 탈환했다(60개). 마이애미는 시즌 중 스탠튼을 2번 타순으로 옮겼는데, 고든의 스피드/스탠튼의 파워 조합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냈다(스탠튼이 60홈런에 성공했다면 둘은 60홈런-60도루를 달성한 최초의 팀 동료가 될 수 있었다). 200안타/60도루/100득점 시즌을 선보인 타자는 고든이 8번째. 참고로 고든 직전 달성자인 2003년 후안 피에르도 말린스 소속이었다(204안타 65도루 100득점).
저스틴 보어는 108경기에서 25홈런 83타점을 올리는 생산력을 보여줬다(.289 .366 .536) J T 리얼뮤토는 3년 연속 홈런을 늘렸다(10→11→17개). 스즈키 이치로는 불혹을 넘긴 나이(43)에도 쏠쏠하게 활약했다(.255 .318 .332). 이치로는 최고령 선발 중견수(43세246일) 비 미국인 최다안타(3080개) 단일시즌 대타 안타 2위(27개) 같은 다양한 기록도 세웠다.
무엇보다 가장 기쁜 일은 제프리 로리아(사진)에게 벗어난 것이다. 2002년 1억5800만 달러에 구단을 사들인 로리아는 비상식적인 운영으로 팬들을 고통스럽게 했다(실제 로리아가 쓴 돈은 3000만 달러). 지난 2월 <포브스>는 로리아가 구단 매각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세 개 그룹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새로운 구단주 그룹이 정해졌다. 뉴욕 억만장자 브루스 셔먼이 최대 주주(46%)로 있는 그룹은 12억 달러에 구단을 인수했다(당초 언급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 젭 부시는 중간에 손을 뗐다). 이로써 로리아는 엄청난 재산을 축적하고 구단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구단을 넘긴 이유는 "개인적인 일이다.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다"고. 팀을 정리한 것에 대해서도 "슬프지는 않다"고 솔직히 밝혔다.
Bad : 일당백이었던 에이스가 사라진 선발진은 여파가 상당했다. 선발 평균자책점이 4.32(리그 6위)에서 5.12(리그 13위)로 치솟았다. 꽤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데려온 스트렐리는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넘겼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지만(10승9패 4.26)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루이스 카스티요 3승7패 3.12). 노히터를 달성한 볼케스(4승8패 4.19)는 단 하루만 빛났을 뿐 무릎 부상에 시달려 100이닝도 못 던졌다(92.1이닝). 팔 상태가 온전하지 않았던 천웨이인도 선발로 5경기밖에 나오지 않았으며, 9월에는 불펜으로 뛰었다(2승1패 3.82). 2016-17년 1500만 달러를 챙긴 천웨이인은 선수 옵션으로 걸려있던 2018-20년 5200만 달러 계약을 선택했다. 애덤 콘리(8승8패 6.14) 톰 콜러(1승5패 7.92)가 모두 퇴보한 가운데 호세 우레냐가 두 자리 승수, 3점대 평균자책점을 해냈다(14승7패 3.82). 그러나 우레냐는 세부 성적에서 허점이 많았다. 수비 배제 평균자책점(FIP)은 5.28이었으며, 승리 기여도는 0.2에 불과했다(bwar 2.1).
신경을 쓴다고 쓴 불펜도 성적 하락은 피할 수 없었다(ERA 3.63→4.40). 세이브 성공률 56.7%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낮았으며(34세이브 26블론) 승계주자 실점률 36.9%는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나빴다. 안정성이 떨어진 A J 라모스(20경기 3.63)는 시즌 중반 메츠로 떠났다. 지글러(53경기 4.79) 다자와(55경기 5.69)도 안심하고 맡길 수준은 아니었다. 카일 배러클로(66경기 3.00)는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6.2마일에서 94.6마일로 떨어졌다. 패스트볼 피안타율도 덩달아 높아졌는데(.250→.290) 심심하면 볼넷을 주는 버릇도 개선되지 않았다(BB/9 5.18개).
지난해 마이애미의 취약 포지션은 유격수였다(wRC+ 59, ML 30위). 아데이니 에체바리아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성적을 올렸다(ops .594). 에체바리아는 올해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277 .288 .385). 마이애미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6월에 탬파베이로 트레이드 했다. 새로운 주전 유격수는 신인 J T 리들로 낙점. 그런데 리들이 주전 자리를 이어받고 나서 19경기만에 이탈했다. 이두근 건염인 줄 알았던 부상이 알고 보니 왼 어깨 관절와순 손상이었다. 결국 리들은 8월 중순 어깨 수술을 받고 시즌을 마감했다. 이후 미겔 로하스가 남은 56경기 .282 .354 .391로 버텼지만 장기적인 대안책으로 보기는 힘들다. 팀에서 가장 촉망받는 유격수 유망주인 조 듀넌드(21)는 내년에도 하위싱글A에서 시작한다(듀넌드는 알렉스 로드리게스 조카다).
마이애미는 메이저리그 뿐만 아니라 마이너리그에서도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트리플A(55승83패) 더블A(69승71패) 상위싱글A(67승68패) 팀들이 하나같이 저조했다. 모아둔 실탄을 아끼지 않고 소진한 것이 이 사태를 불러왔다.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자인 2012년 앤드류 히니, 2013년 콜린 모란, 2015년 조니 네일러를 모두 트레이드 카드로 썼다. 2014년 전체 2순위 우완 타일러 콜렉, 2016년 전체 7순위 좌완 브랙스턴 개럿은 토미존 수술. 여기에 올해 전체 13순위로 뽑은 좌완 트레버 로저스도 피로 증세로 인해 등판이 불발됐다. 메이저리그 불펜에 드류 스테켄라이더(37경기 2.34) 하린 가르시아(68경기 4.73)가 나타났지만, 더 큰 기대를 걸었던 우완 딜론 피터스(1승2패 5.17) 3루수 브라이언 앤더슨(.262 .337 .369)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전망 : 새 구단주 그룹을 대표하는 얼굴은 데릭 지터다. 지분은 4%밖에 되지 않지만, 팀 운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마이클 조던도 0.5% 지분이 있다). 취임 후 가장 먼저 팬들에게 편지를 쓴 지터는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미 팀 연봉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구단 인사들까지 모조리 교체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강압적인 행보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팀 특별 보좌관으로 있었던 네 명의 레전드(잭 매키언,토니 페레스, 안드레 도슨, 제프 코나인)와 오랜 시간 구단에 몸담은 스카우트를 일방적으로 해고한 것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스카우트 마티 스캇은 대장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에 있는데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했다.
마이애미가 당면 과제로 삼은 것은 스탠튼 트레이드다. [관련 기사] 내년부터 연봉이 2500만 달러로 오르는 스탠튼을 빨리 처리하겠다는 입장. 문제는 여러 측면에서 스탠튼 트레이드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가치가 정점에 있는 것은 맞지만, 남은 계약을 온전히 떠받들 팀이 제한적이다. 공식 제안을 한 팀은 샌프란시스코와 세인트루이스로, 변수는 스탠튼이 가지고 있는 트레이드 거부권이다. 그러자 새 구단주 그룹은 또 고압적인 자세로 대응했다. 만약 트레이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남은 장기 계약 선수들을 모두 내보내 혼자만 남게 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관계는 시작만큼 끝도 중요한 법인데, 오직 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새 구단주 그룹에게 이같은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벌써부터 곳곳에서는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리빌딩을 선언한 마이애미는 암흑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터는 "리빌딩이 꼭 패배를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막연한 희망고문으로 받아들여진다.
야수 fwar 순위
6.9 - 지안카를로 스탠튼
4.8 - 마르셀 오수나
4.5 - 크리스찬 옐리치
3.6 - J T 리얼뮤토
3.3 - 디 고든
2.2 - 저스틴 보어
1.5 - 데릭 디트릭
1.4 - 미겔 로하스
투수 fwar 순위
2.0 - 댄 스트렐리
1.0 - 에딘손 볼케스
0.7 - 오드리사메르 데스파이녜
0.6 - 카일 배러클로
0.6 - 드류 스테켄라이더
0.5 - 천웨이인
0.5 - 브래드 지글러
0.4 - 닉 위트그렌
0.4 - 데이빗 펠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