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1944년 10대 중반 나이에 일본에 끌려와 미쓰비시중공업에서 노동을 강요당한 한국 근로정신대 138명 중 생존해 있는 8명이 1998년 제기한 후생연금 탈퇴수당 지급 청구에 대해 최근 1인당 99엔을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 돈으로 1300원쯤이다. 소송을 냈던 양금덕 할머니는 "월급을 받지 못해 회사에 물어보면 '연금을 들어줄 테니 걱정 말라'고들 했다"고 증언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작년 11월 근로정신대 동원 피해 소송을 기각했었다. "1964년 한·일 국교 정상화에서 나온 청구권 합의로 일괄 정산됐다"는 일본 정부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후생연금은 별개 문제로 다뤄져 일본 정부가 이들의 근무기록을 찾아야 한다며 11년을 끌어왔다. 일본 정부는 연금 탈퇴수당을 지급할 수밖에 없게 되자 65년 동안의 화폐 가치 변화에 맞춰 돌려주는 게 아니라 당시 원금대로 달랑 99엔을 지불했다. 1945년 무렵 황소 한 마리가 50엔이었고 요즘 시세로는 630만원쯤이니 당연히 99엔의 1만배쯤 되는 액수를 지급하는 게 옳다.
일본 정부는 "후생연금 보험법에 시가 환산 규정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10대 시절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일제의 회유에 넘어가 강제노역을 하며 임금도 제대로 못 받았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자존심을 뭉개버리는 짓이다. 일본인들조차 이런 일본 정부 태도를 납득하지 못한다고 한다.
지난 9월 일본 민주당 정권이 출범한 뒤 하토야마 총리는 "과거 역사를 직시할 용기가 있다"고 했고, 최근 방한했던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도 "일본이 (한국인에게) 사죄하지 않으면 안 될 역사적 사실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과의 우애를 주요 외교 과제로 내걸고 있다. 민주당 정권은 입만 열면 '관료제의 벽'을 넘겠다고 해놓고선 이번 99엔 지급 사건이 터지자 과거처럼 전례와 규정이라는 관료적 핑계를 내세워 넘어가려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5일 발표하는 고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간접적으로 주장하는 표현을 포함시켰다고 한다. 민주당 역시 과거 자민당 정권처럼 독도 영유권 주장을 계속해왔다. 그렇다 해도 스스로 공약했던 재일동포 참정권 확대 같은 일은 뒤로 미룬 채 한국인들의 정서적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는 일부터 하는 것을 보면 과연 한·일 과거사 극복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