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유난히도 힘든 한 해 였어요.
코로나도 그렇고, 그로 인한 경제적인 면도 그렇고. 그 중 가장 힘들었던 건 아이들 여럿이 별이 되어 버린 거에요. 아무리 경험해도 절대 익숙해 지지 않는 일...
우리집 안방 마님. 올해 13살 되셨어요. 십여년을 같이 한 내 새끼들 모두 다 떠나고 혼자 남았어요. 심바 떠난 후 충격을 받았는지 급 노화가 와 갑자기 허리도 굽고 밥도 안 먹고 해서 걱정 시키더니 요즘 좀 나아졌어요. 내가 그랬네요. 너마저 급하게 떠나면 엄마 어떻게 사냐고. 건강하게 엄마랑 좀 더 있다가 천천히 가라고. 알아 들었나봐요.
주로 하는 일: 잠자기
거의 3년전 뒷마당에서 키우던 강아지들을 중성화를 안 시키고 새끼를 빼 팔고, 무료로 나눠주고 하다 감당이 안되니 눈도 안 뜬 24마리(두 집에서 옴) 새끼들을 구조구룹에 넘겼었어요. 그때 23마리는 모두 입양가고 이쁘지 않다는 뭣같은 이유로 혼자 남겨져서 2달을 지내다가 제가 데려와 키우고 있어요.
그런데 키워보니 천재견이네요. 쓸데없이 안 짖음, 차 타면 도착할 때까지 얌전히 옆좌석에 앉아 있음, 개 고양이 사람 누구라도 사교성 짱, 대소변 잘 가림. 이런 아일 못 알아보고 사람들도 참...굳이 장점같은 단점을 말하라면...ㅎㅎ 누굴 불러도 자기가 젤 먼저 오네요.
순종 치와와에요. 역시 새끼 빼 파는 것들에게 이용당하다가 아프고, 나이 많으니 버려졌어요. 제게 왔을 때 뼈만 남아 있었더랬죠.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새끼 낳느라 영양 실조로 피부도 엉망, 온 몸에 털도 하나도 없었어요.
이런 종은 20살까지도 산다는데 이 아이는 16살이에요. 현재 림프종과 유선종양을 앓고 있어요. 얼마전 한달 정도 시한부를 받았었는데 잘 버텨주고 있네요. 수술을 할 수가 없어서 음식조절과 암이 있는 아이들에게 먹이는 특수 영영제를 먹이고 있어요.
크기를 비교해 보시라고.
아주 천천히지만, 좋아지고 있어요.
키워주던 엄마가 죽고 난 후 다른 가족들에 의해 버려졌어요. 지금도 가끔 연락하면서 이 아이가 잘 지내는지 묻는다는데...그럴꺼면서 왜 버렸을까요...제게와서 얼마후부터 백내장과 눈 질환으로 장님이 됐어요. 나이 많은 노견을 감당 못하겠었던 걸까요...13살이 됐네요.
이 아이가 하반신 마비였다가 엄마의 도움으로 나아지고 입양도 하셨다는 아이에요. 엄마를 24시간 쫒아 다녀요. 엄마 스토커에요.
처음 미용을 해 주며 보니 하반신을 못 쓰니 대소변을 다 보고 그 자리에 그대로 눌러 앉아 있어서 배 부터 하체 피부가 다 독이 올라 염증이 생겨 썩기 직전이었어요.
아직도 뒷다리는 완전하지 않아서 걸을 때 자꾸 끌어 발톱이 다 닳아 없어졌어요. 그래서 신발을 신겨요.
주인이 6년을 키우다가 애를 셋 낳아 더 이상은 돌볼 시간이 없다며 버렸어요. 아토피 피부병이 심해서 매달 주사를 맞고 있어요.
그래도 깨발랄하고요, 간식 주고 다른 애들이 제때 안 먹으면 전부 이 아이가 모아다 놓고 밤새 지켜요.
8년을 사람들 과자만 먹고 옷장에 갇혀 살았던 아이. 지금은 11살이 되었고, 살도 제법 올랐어요. 평생 갇혀 살았던 트라우마 때문일까요...물기도 하고, 맘도 잘 안 열고, 있던 자리에만 있고, 산책도 제대로 못해요. 그래도 내가 함께하는 엄마라고 저는 거의 안 무네요.
나이가 많아지니 없던 암도 생기고, 간과 폐도 안 좋은데 내가 더 이상 뭘 할 수가 없어요. 시간에 떠밀리듯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무너져가는 새끼를 보는 것도 참 가슴 아픈 일이네요. 답답한 맘에 특수 영양제 먹이고는 있는데 올해도 잘 버텨 주겠죠?
구조해 우리 뒷마당 케이지에서 몇달 지내고 풀어줬어요. 사실 입양 보내고 싶었지만 여름에 넘쳐나는 애기냥이들로 인해 실패... 울 집 뒷마당 냥이가 되었네요. 문을 열어주면 들어와 조용히 돌아 다니다가 나가요.
뒷마당에 구조한 냥이 6마리가 살았는데 어느 날 치즈냥이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한 마리는 어느날 다쳐서 집에 왔어요. 정황상 코요테한테 쫒겨 궁둥이 쪽을 물렸는데 천만다행으로 도망쳐 온 것 같아요.
다 나을 때까지 한달을 안에서 지내다 놔주니 지금도 쒼나게 돌아다녀요. 성향이 얌전히 한곳에서 있는 아이가 아니예요.
이곳이 제가 밥 주러 다니는 곳이에요. 여름에는 새끼들이 넘쳐나 다른 구조 하시는 분들과 함께 잡아다 중성화 시키고 해서 많이 줄었고, 코요테가 자꾸 사냥을 해서 줄기도 했어요.
같은 곳에서 새끼 때 잡혀 온 아이들. 애기 때 와서 입양 보내려고 하다가 실패하고 그냥 눌러 앉아 버렸네요.
중간 흰둥이, 룰루. 가출의 달묘.
또 나갔다 와서 시커멓게 됐네요.
그래도 멀리 안가고 집주위만 빙글빙글 돌다가 문 열어 놓으면 밤되어 스스로 들어와요.
뒷마당 구조냥이들. 앞마당에 밥 먹으러 오는 애들 셋.
6월에 별이 되어버린 울 심바. 3살 때 에디슨병에 걸렸지만 10년을 잘 버텨주고 내 곁에 머물렸던 순하디 순한 내 새끼. 한달에 한번 맞는 주사 바늘에도 깽소리 한번 없었고, 온갖 약을 달고 살며 합병증에 시달렸지만 그래도 활기찬 모습으로 살았던 내 아이.
평생 못난 엄마 땜에 여러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양보하고 살았던 내 새끼...참 보고싶다 심바야.
우리 아띠, 일년 전 딱 이맘 때 폐암 진단받고 2주만에 덜렁 나를 떠나버려서 얼이 빠져 지냈는데 울 심바가 아픈 몸으로 1년을 내곁에서 지켜줬죠.
이 집으로 이사한 후 얼마되지 않아 집앞에서 만났던 아이. 길거리를 떠돌다 나를 만나 우리 집 앞마당에 자리잡고 살기 시작하며 내 첫정 냥이가 된 아이. 멀리 있어도 내가 부르면 답을 하며 달려오던 아이.아무리 편하게 누워 자다가도 내가 나오면 내게 다가와 애교를 피던 아이.
그런 아이였는데...심바 떠나고 한달쯤 후 어침에 코요테한테 온 몸을 찢긴채로 내게 발견된 내 새끼. 집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머리, 다리, 몸...다 걷어 장례치뤘죠. 그리고 이틀을 먹지도 자지도 못했어요. 며칠을 집앞에 나가질 못했어요. 아직도 자책하며 혼자 스스로에게 묻죠. 왜 내 새끼가 그리 험하게 가야했을까...
하늘로, 고양이 별로 가버린 우리 공주.
나중에 트라우마로 인해 심리상담(?)을 했어요. 그 때 우리 공주가 나한테 남긴 말이 가슴에 새겨져 잊혀지지가 않아요.
과정중에 내가 공주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고, 공주가 나한테 보내는 편지가 있어요.
내가 공주한테 쓰는 편지는 첨부터 끝까지 단 한단어, "미안해" 뿐이었는데, 공주의 편지는 이러 했어요.
엄마, 때가 되어 떠나요. 엄마가 있어서 행복했어요. " I love my mama"
밥 주던 곳에서 구조했던 첫 냥이. 밀키라 이름 짓고 서로 사랑했드랬죠. 동생이 첨으로 스스로 엄마가 되어 키웠는데 올해 2월에 1년만에 복막염으로 떠났어요. 나갔다 올 때마다 다가와서 안아 달라하고, 안아주면 얼굴을 한없이 비벼대며 살갑게 굴던 아이...
감정 표현 잘 안하는 동생인데 이러더군요.
'내가 고양이를 좋아한게 아니라 밀키를 좋아한 것 같애'
꼬리가 아주 일품이었던 밀키.(중간) 내가 아무래도 저건 여우꼬리 같다고 했었어요.
옆에 서 있기만 해도 온몸에서 썩어 들어가는 냄새가 났던 아이, 조지. 주인이 미용하러 데려와서 하는 말이..., 더 이상 돌볼 자신이 없어 미용해서 9년전 이 아이를 데려왔었던 보호소에 다시 데려다 놓으러 간다고...
제게 놓고 가라고 하고 데려왔어요. 엄마가 자기를 버리고 가는 뒷모습을 뚫어져라 보던 아이. 항문쪽에 지방종을 달고 있었는데 입양가고 2달만에 암으로 발전해 새 아빠랑 좋은 새 집을 미쳐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떠났어요. 나랑 약 6개월을 살았는데 내 방 가득 썩은 내로 한동안 힘들었어요. 발가락 모두가 썩어 들어가고 있었거든요. 귀는 다 꽉 막혀 귀가 제대로 덮히지도 않았었는데. 비명 질러가며 치료하고 갔는데 2달이 뭐냐.
치료가 힘들었구나... 버려진게 아팠었구나...미안해, 정말 미안해. 더 잘해주지 못해서...
우리 뒷마당에 냥이 밥을 먹으러 자주 오던 애기 파섬. 밤에 봤는데 아침에 나와보니 떠났어요. 피가 나거나 한 흔적도 없었는데.
동생이 묻어주고 있는 중. 우리 집은 안팍으로 동물 무덤이...길냥이, 다람쥐, 쥐, 파섬, 새, 도마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