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회장 김구)가 병·의원 진찰료 인하에 이어 총액계약제 카드를 꺼내들고 나서면서 의료계에 대한 공세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약사회는 지난 달 30일 병·의원을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재정절감을 위해 의사 진찰료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는 건의서를 복지부에 공식 전달한 바 있다.
8일 약사회는 건강보험 재정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으로 총액계약제를 제시하고 도입 여론 확산을 위해 가입자단체를 상대로 한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이미 약사회 핵심 관계자들은 경총, 민노총 등을 직접 방문해 총액계약제 등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약사회의 이 같은 행보는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에 약국 조제료 인하, 일반약 약국외 판매 등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약사직능 죽이기에 나섰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의료계의 최대 아킬레스건 가운데 하나인 총액계약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의협에 대한 역공을 가하겠다는 것이 약사회의 복안이다.
의약분업 하에서 진료행위를 발생시키는 의료기관과 달리 약국은 상대적으로 제도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도 약사회가 의협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총액계약제를 꺼내든 원인 가운데 하나다.
약사회 관계자는 "총액계약제 도입이 의료계를 자극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조제료 인하 등을 요구하는 의협의 행태는 약사들의 밥그릇을 깨자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의협에 대한 공세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진흙탕 싸움이라도 감수할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 공동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협이 이럴 수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부터 복지부, 공단이 총액계약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거론한 상황에서 약사회까지 가세할 경우 제도 도입에는 속도가 붙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총액계약제는 상당기간 전부터 현행 행위별 수가제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돼 왔지만 의약단체의 반발로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총액계약제는 건강보험 재정의 예측 가능성과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이라며 "향후 총액계약제 도입 추진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