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
로고스서원의 희망의 인문학 이야기 84
일시 : 2019년 10월 4일
장소 : 새빛센터
1.
두 명이 보이지 않는다. 한 녀석은 아르바이트, 다른 아이는 전국 기능대회에 출전 준비하느라 안 보인다.
2.
오늘의 최고상은 ‘다’다. 저번 주에 너무 터무니없는 글을 그대로 베껴온 요 놈은, 다른 새 책을 읽지 말고 못 다 읽은 그 책을 읽고, 스스로 글을 쓰라고 했다. 이게 웬일인가. 괜찮다. 글로 잘 나타나지 않는 녀석의 수고가 보인다. 그래서 쓸 때 어땠냐고 물어보았다.
1) 두세 번 읽으니까 좀 쉬워졌어요.
2) 글 쓸 때 기억이 잘 안 나면, 기억을 되살리려고 머리를 잡고 생각하고 어떻게 쓸까를 오래 고민했어요.
3) 그랬더니 좀 써지더라고요.
은빛 연어처럼 자신의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대처하겠단다. 고맙다.
‘모’는 「모모」의 줄거리를 자기 언어로 편안하게 술술 잘 읽히도록 요약했다.
‘명’은 글의 제목을 “행복한 극장”이라고 했다. 「모모」의 초반부, 그러니까 50쪽 정도 읽고 요약했다. 문장 쓰는 능력이 좀 있는 녀석이다. 제목에 맞게 요약했고, 마지막 문장도 여운이 남는다. “모모가 또 어떤 얘기를 들을지, 조그마한 극장에서 또 어떤 행복이 찾아올지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래, 저 말이 너를 향한 말이 되기를 바랄게.
‘허’는 창비에서 나온 「식탁 위의 세계사」를 읽었다. 초반부의 두 에피소드, 포테이토칩과 소금 부분만 읽은 모양이다. 그 둘을 요약했다.
마지막은 ‘철’이다. 이태석 신부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글을 썼다. 첫 문장이 괜찮다. “한 나라의 슬픔을 다큐멘터리 한 작품의 영화로 찍은 ‘울지마 톤즈.’” 길고 구체적으로 잘 요약했다. 가난한 삶에서 가난과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도리어 가난한 사람을 돕는 신부가 되었듯이, 자신도 이신부와 동일한 그런 삶을 살았는데, 이신부처럼 가난했듯이, 이신부처럼 가난한 사람을 도우면 살고 싶단다. 아름다운지고!!
마치고 개인 면담을 아주 잠깐 했다. “너도 너의 삶의 이야기를 써보면 좋겠는데, 어때?” 간단한 설명을 들은 녀석은 흔쾌히 좋단다. 네 스토리를 글로 쓰면 좀 힘들 거야, 라고 미리 주의를 주었다.
3.
‘철’이가 “울지마 톤즈‘를 한 문장으로 쓴 것처럼, 너희들도 한 문장으로 저 다큐를 묘사해 보라는 숙제를 주었다.
추상적이고 어디에나, 아무데나 적용할 수 있는 그런 표현이 많다. 그냥 톤즈 사람들이라고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말해 보라고, 그냥 이태석 신부라고 하지 말고 어떤 이태석 신부인지, 한 두 단어, 또는 두 세 단어로 묘사해 보라고 했다.
글을 쓰는 것, 그리고 연습하는 것이 인생을 쓰는 것, 인생을 연습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전에 없던 문장이 내 손끝에서 생겨나듯이, 이전과 다른 생활이 너희의 손끝과 생각에서 시작되기를 기도한다.
4.
오늘 저녁은 풍성하다. 오리 백숙이다. 아, 백숙은 아니구나. 백색이 아니니까. 여러 가지 약재를 넣어서 색깔이 대추와 팥 색깔 중간이다. 아무튼 죽과 고기를 실컷 먹고, 텃밭에서 따온 고추도 염치불구하고 된장에 찍어서 대부분을 먹어치웠다. 지난 주에 너무 많이 먹어서 저녁 내내 힘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좀 적게 먹어야지, 나름 다짐했거늘 허사로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다고 했다. 즐겁게 먹으면 그게 최고의 건강식이다. 아, 오늘도 즐거운 하루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글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