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마을마다 내려오는 전통주가 참 많이 있습니다. 당진시 면천에도 한국의 3대 명주 중 하나인 면천 두견주가 있어 두견주 전수 교육관에 방문했어요. 면천두견주 전수 교육관에서는 면천두견주의 제조 및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을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교육관 입구에 들어서면 두견주를 만들때 사용하던 커다란 항아리가 제일 먼저 보입니다. 면천 두견주는 100% 당진 쌀과 당진의 진달래, 당진의 물로 만드는 전통주로 국가문화재지정전통민속주이며 국가무형문화재 제 86-2호로 지정되었는데요. 4.27 남북정상회담 공식만찬주와 프란치스코 교황 솔뫼성지 방문 사제단과 기자 만찬주로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1층 두견주 제조실을 지나 계단을 따라 오르니 벽면에 담금주가 전시되어 있네요.
2층 홍보전시관에 도착하니 면천두견주 보존회 유재석 회장이 방문객을 반겨줍니다. 유재석 회장은 천년 명주의 맥을 이어 간다는 자부심으로 12년째 두견주를 지키고 있다고 해요. 유재석 회장이 면천두견주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면천두견주는 1986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고 해요. 당시 박승규 씨를 보유자로 인정했으나 2001년 사망해 전승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이에 문화재위원회는 2004년 면천두견주가 당진군 면천면 주민 대부분이 대대로 빚어온 점을 고려해 보존단체 구성을 의결했다고 하네요.
오순근 등 면천주민 16명도 면천두견주 보존회를 구성했다고 합니다. 문화재청은 보존회에서 일정한 제조기법과 형식, 계량법 등을 개발해 주질을 향상시키고, 고유의 맛과 향을 갖춘 술을 제조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해요. 그동안 무형문화재 예능종목에서 보존단체의 구성이 활발했으나 공예종목에서 보유단체를 구성해 무형문화재를 계승한 것은 면천두견주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천년명주 보존을 위한 면천주민들의 행보로 면천두견주를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어서 면천두견주의 제조 과정을 들려줍니다. 면천두견주는 면천지역에서 두견화(진달래), 찹쌀, 누룩을 재료로 담가 마시던 술로, 우리나라 최초의 가향주라고 해요. 4월이면 보존회 회원들과 진달래꽃을 따서 수술을 따고 건조해 진공포장 한 후 1년 동안 술을 빚는데 사용한다고 합니다.
면천 두견주는 두 번에 걸쳐 찹쌀로 지은 고두밥으로 빚고, 밑술 뿐 아니라 덧술에도 누룩을 넣고 잘 건조된 진달래꽃으로 술을 빚는데요. 고두밥과 함께 술로 빚으면 고운 빛깔을 내며 달달한 진달래 향을 품게 됩니다. 면천 두견주는 짧은 밑술 발효기간과 60일의 덧술 발효기간, 술밑과 진달래꽃을 켜켜이 안쳐 빚는 것이 여느 문헌에 수록된 두견주와 다른 점이라고 하네요. 두 달 반 정도의 숙성과 저장 과정을 거쳐 명주 주머니에 담아 걸러내고 2주 정도 숙성시킨 뒤, 다시 명주 주머니에 담고 그 위에 돌을 올려 술을 거르면 면천두견주가 완성됩니다.
특히 면천 두견주는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고 해요. 고려 개국공식 복지겸이 백약이 무효인 병을 앓았다고 합니다. 효성스런 복지겸의 딸 영랑이 백일 기도 끝에 아버지의 병환을 낫게 할 수 있는 약주를 구했다고 해요. 백일기도 마지막날 산신령이 복지겸의 딸에게 나타나 “아미산의 진달래꽃과 안샘물로 빚은 두견주를 담아 100일 후 먹이고 앞뜰에 은행나무 두 그루를 심고 정성을 드리면 낫는다”고 알려줬다고 합니다. 영랑은 바로 그 술을 만들어 복지겸의 병을 고쳤다고 해요. 면천 곳곳에는 영랑의 효와 관련된 전설과 더불어 복지겸 은행나무와 아미산 등 설화에 나오는 장소가 남아있어 천년전의 이야기가 어제일처럼 다가옵니다.
면천두견주 이야기를 듣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두견주 시음시간이 왔어요. 쌀과 누룩과 진달래 색이 만나 담황색을 띠는 두견주는 달짝지근한 맛이 돌며, 기분좋은 진달래의 향과 감칠맛이 입안을 감쌉니다. 맛만 보겠다던 일행들 모두 '아~맛있다'란 감탄사를 연발하며 자리를 뜨지를 않네요. 이래서 면천두견주를 앉은뱅이 술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두견주는 진달래꽃의 아지라인 성분이 작용하여 항상화 효과가 있고 진해작용과 신경통, 류마치즘 등 성인병에 좋고, 혈액순환촉진과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있다고 해요.
면천 두견주를 지키미 유재석 회장은 “면천 두견주는 자연이 만들어준, 자연의 섭리가 들어있는 물질이다. 천년을 이어온 두견주의 의미를 조금 더 생각해야 한다”며 “술의 어원이 물과 불이 합쳐져 수불이라고 발음 되다가 지금의 술이 되었고, 서로 다른 성분인 물과 불이 우리 조상들의 삶의 맥을 이어온 발효라는 과정을 통해 조화된 만큼 면천두견주의 전통을 지켜나간다는 책임을 가지고 술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전시관에는 면천두견주 제조 과정에 사용되는 다양한 전통 도구와 술을 음용할때 사용하던 생활용품들도 전시되어 있어요.
말, 체, 맷돌, 시루, 용수, 항아리와 같은 박물관에서 보던 익숙한 도구들도 보입니다. 술을 증류할때 사용하는 소줏고리 등 처음 보는 도구들까지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과 관람하며 조상들의 지혜를 엿보는 시간도 가졌어요.
계단 끝 벽면에 놓여있는 수많은 술 공병들도 인상적입니다.
전시관 관람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가니 일행들이 선물용으로 면천두견주를 구매하고 있네요. 남북정상회담 만찬주이자 문화적 가치가 높은 면천두견주가 궁금하거나 선물하고 싶은 분들은 면천두견주 전수교육관 방문을 추천합니다. 온라인 판매도 하고 있다고 하니 방문이 어려운 분들은 전화 문의도 좋겠네요.
● 방문시간: 평일(월~금)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 위치 : 충남 당진시 면천면 성하로 250
● 문의 : 041-355-5430
● 사이트 : http://www.면천두견주.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