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구청장은 주민들 편이어야 한다
달맞이언덕 관광버스 주차장과 장산 체육공원 옆 애견공원 건설은 이미 취소된 바 있다.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시행하려다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힌 결과다. 물론 해운대구청에서도 그 필요성에 대해 오랫동안 검토하고 분석했겠지만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 부족으로 미처 문제점을 살피지 못해 계획을 취소한 것이다.
금번 해운대초등학교 사태는 또 어떤가? 사태의 발단은 한 부동산 시행사가 해운대초등학교 앞 부지에 지상 36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2개 동과 15층 오피스텔 1개 동을 짓겠다고 행정절차를 밟으면서 시작됐다. 학교의 일조권과 통학안전은 깊이 고려되지 않았다. 그리고 시행사가 제출한 사업계획은 부산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학부모들과 주민들은 부산시 건축위원회가 해당 지역이 상업용지라는 이유만으로 교육청과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제출된 건축계획안을 통과시킨 사실에 무엇보다 분통을 터뜨렸다. 게다가 해운대구청장은 학부모들의 뜻을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시행업자가 적법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허가를 반려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다 다행히 지난 16일 해운대구청이 사업자의 허가신청서를 반려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왜 애초부터 해운대구청이 초등학교 옆에 고층건물이 건축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해 부산시 건축위원회 심의 단계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일조권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의 통학안전을 위협하는 문제점이 분명하게 보이는데도 단순히 건축 관련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없는지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면 이는 행정 편의주의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해운대구청은 기초 지방자치단체이고 그 수장인 해운대구청장은 선출직 공무원이다. 중앙정부나 부산시의 행정적 판단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해운대구청의 임무라면, 해운대구청장은 주민이 뽑을 이유가 없고 해운대구청은 지방자치단체일 필요가 없다. 또한 대형 건축물의 허가를 심의하면서 건축 관련 법규에 부합하는지만 살필 뿐 주민의 안녕과 안전을 살피지 않는다면 우리는 구청공무원을 여러 명 채용할 필요 없이 법률가를 공무원으로 채용하면 된다.
물론 해운대구청의 인력은 한정되어 있어 이런저런 구정을 세심하게 살피는 데 한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민의 안전과 기본적인 주거환경 보호 문제는 보다 세심하고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을 꼭 알아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