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천역 산타마을의 상징은 루돌프가 끄는 산타 썰매다.
한겨울에는 폭폭 연기 뿜고 달리는 기차 여행이 제격이다. 경북 내륙의 첩첩산중 승부역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보자. 눈이 오면 금상첨화다. 톡톡 차창을 두드리는 눈이 내려앉으면 세상은 겨울 왕국으로 변신한다. 분천역에 도착하면 무조건 내리자. 핀란드 로바니에미 산타클로스 마을이 유명한데, 우리나라에도 분천역 산타마을이 있다.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탄 산타클로스와 기념 촬영하며 동심으로 돌아간다.
청송 얼음골 빙벽장을 등반하는 산악인
한겨울 청송 얼음골에는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얼음골이 꽝꽝 얼어붙으면 갈고리 같은 아이스바일을 손에 들고 크램폰을 발에 차고 빙벽을 오른다. 해마다 1~2월에 열리는 청송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에 세계 ‘빙벽 스파이더맨’이 총출동해 얼음골을 달군다.
경북 내륙 오지에 있는 승부역. 기차가 그려진 승부역 스탬프를 찍어보자.
승부역은 경북 내륙의 오지다. 석포면에서 승부역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있지만, 겨울에는 노면이 얼어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다. 겨울철 승부역 일대는 기차가 지배하는 숨은 왕국처럼 느껴진다.
한겨울이면 서울역에서 승부역까지 ‘환상선 눈꽃열차’가 운행한다.<사진 제공·봉화군청>
승부역으로 가는 관광열차가 그 유명한 ‘환상선 눈꽃열차’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겨울이면 한시적으로 운행한다. 일반 열차를 타려면 영주역으로 가야 한다. 영주역에서 영동선 무궁화호를 타면 봉화역, 춘양역, 현동역, 분천역 등을 거쳐 승부역에 닿는다. 분천역-승부역-철암역 구간을 왕복하는 V-train(백두대간협곡열차)과 서울역에서 출발해 분천역과 승부역 등을 거쳐 제천에 도착하는 O-train(중부내륙순환열차)을 타는 방법도 있다.
분천역에 정차한 V-train. 산타 복장을 한 승무원이 함께 탄다.<사진 제공·봉화군청>
기차를 탔다면 우선 분천역에 내리자. 분천역은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무인화가 진행되다가, 2013년 V-train과 O-train이 개통하면서 환골탈태했다. 산골에 있어 눈이 많고 춥다는 점을 고려해 ‘산타마을’로 테마를 정하고, 주민들이 아기자기하게 마을을 장식했다.
분천역 산타마을 개천에서 썰매를 즐기는 가족<사진 제공·봉화군청>
분천역 앞에는 루돌프 네 마리가 끄는 썰매가 반긴다. 산타 옆자리에 앉아 사진 찍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다양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북극곰 조형물 등이 겨울 축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아이들은 썰매를 좋아한다. 특히 꽝꽝 얼어붙은 개천에서 지치는 썰매는 요즘 아이들에게 생소한 놀이다. 코 흘리며 썰매 타던 추억을 간직한 어른들은 연방 넘어지면서도 즐거워한다.
승부역에서 걸어 나오면 수려한 강변 풍경이 펼쳐진다.
이글루소망터널에서 새해 소망을 적었으면 승부역으로 이동하자. 덜컹덜컹 흔들리며 차창 밖으로 눈 덮인 산하를 보는 맛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다. 승부역에 내린 사람은 필자와 할머니 한 분이 전부다. 평일이라 더 한적하다. 할머니는 역사를 서성거리다가 간이 대합실로 들어선다. 따라가 슬쩍 말을 붙여본다. 나물 팔러 석포에서 왔다고 한다. 대합실에 앉아 무작정 V-train을 기다린다. 기차가 오려면 두 시간 이상 남았다. 할머니 보따리의 나물이 전부 팔렸으면 좋겠다.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 이어진 ‘낙동강 세평하늘길’
할머니와 헤어져 설렁설렁 주변을 산책한다.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 걸어갈 수도 있다. 걷기 여행자에게 인기를 끄는 ‘낙동강 세평하늘길’이다. 강줄기를 따라 조금 걸어본다. 꽝꽝 언 강물에 눈이 살짝 덮였다. 앞쪽으로 수려한 절벽이 우뚝하다. 마치 동강의 석회암 절벽, 뼝대를 보는 기분이다. 겨울 강물은 사람을 차분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뼛속까지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승부역으로 돌아온다.
한겨울이면 청송 얼음골 인공 폭포와 주변 기암절벽에 빙벽장이 만들어진다.
경북 청송에는 승부역에 버금가는 오지 골짜기가 있다. 주왕산이 남쪽으로 흘러내린 지점이며, 청송의 동쪽 끝이다. 청송은 2017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었는데, 그중에 얼음골은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신비로운 곳이다.
청송 얼음골의 신비를 간직한 약수는 한여름에 차고, 한겨울에 차갑지 않다.
얼음골에 도착하니 바람이 매섭다. 얼음골은 오후 2시가 지나면 해가 산등성이 뒤로 넘어가 춥다. 얼음골에서는 우선 약수를 맛봐야 한다. 징검다리를 건너 얼음골약수터로 향한다. 약수는 의외로 미지근하다. 이곳 약수는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차갑지 않다. 얼음골의 신비를 간직한 약수로, 물맛이 부드럽고 깊다.
2017청송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 시상식<사진 제공·봉화군청>
약수터 옆에 자리한 높이 62m 인공 폭포는 시나브로 얼어붙었다. 얼음은 천의 얼굴을 보여준다. 사람처럼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얼었다. 인공 폭포와 기암절벽이 꽝꽝 얼어붙으면 거대한 빙벽장으로 변신한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청송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이 열린다. 2017청송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 난이도 부문에서 남자부 박희용 선수와 여자부 송한나래 선수가 동반 우승했다.
눈이 소복이 내린 대전사의 겨울 풍경<사진 제공·봉화군청>
얼음골을 즐겼으면 청송의 명소를 둘러보자. 주방계곡은 주왕산의 절경이 모인 곳이다. 대전사 보광전 뒤로 우뚝 솟은 기암(旗岩)은 주왕산의 상징이다. 생김새가 뫼산(山) 자 모양이라 웅장하고 당당하다. 주방천을 따라 걸으면 거인의 얼굴 같은 바위가 차례로 나타난다. 먼저 급수대가 오른쪽에서 고개를 쳐들고, 다음은 시루봉과 학소대가 차례로 얼굴을 내민다. 급수대가 험상궂다면 시루봉은 인자한 할아버지 같다. 설렁설렁 걷다가 용추폭포(제1폭포)에 이르러 발걸음을 돌린다.
신비로운 청송 꽃돌의 아름다운 무늬를 관찰할 수 있다.
주왕산에서 내려오면 청송수석꽃돌박물관이 지척이다. 이곳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청송 꽃돌과 수석을 전시한 문화 공간이다. 전시관에는 크기와 무늬가 다양한 꽃돌이 가득하다. 화산암 속의 광물질이 꽃처럼 아름다운 무늬를 그려내서 꽃돌이라고 부른다. 돌 속에 국화가 핀 듯하다.
소설 《객주》를 쓸 당시 김주영 작가의 육필 노트
박물관에서 나와 진보면으로 가다 보면 객주문학관을 만난다. 폐교된 고등학교 건물을 고친 객주문학관에서는 김주영의 소설 《객주》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김주영은 청송 두메산골에서 태어났고, 한국문학사에 남을 걸작 《객주》로 명성을 얻었다. 조선 후기 보부상의 삶과 애환을 그린 《객주》의 여러 장면과 깨알 같은 글씨로 노트를 가득 채운 작가의 육필 원고가 감동적이다.
<당일 여행 코스>
봉화 / 영주역→분천역→승부역→영주역(영동선 무궁화호)
분천역→승부역→철암역(V-train)
청송 / 청송 얼음골→대전사→청송수석꽃돌박물관→객주문학관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영주역→분천역→승부역→청송자연휴양림
둘째 날 / 청송 얼음골→대전사→청송수석꽃돌박물관→객주문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