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적 조건부로
도입된 자사고, 이제 정리할 때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일주일 전 상산고 사태로 전국이 떠들썩할 때 ‘이영광의 발로 GO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 자사고 문제를 들여다봤다. 지난 7월 2일자 고발뉴스에 실린 인터뷰 내용을 대폭 편집해서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독자들과 공유한다.
인터뷰어 이영광 기자가 질문하고 필자가 답했다.
질문) 지난 20일 전북교육청이 전주 상산고 자사고 지정을 취소해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보고 계세요?
답변) 자사고의 명운을 건 진검승부가 진행 중이라고
할까요. 큰 싸움꾼의 기본원칙은 제일 센 놈과 한판 붙어 나머지는 저절로 이기는 거잖아요. 상산고는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자사고의
대표주자이자 입시교육의 끝판 왕입니다. 누가 봐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것 같았던 슈퍼헤비급 자사고를 김승환 교육감이 단칼에 지정 취소한 걸 보면
큰 싸움꾼이 틀림없어요. 지금까지는 정원미달 자사고 몇이 지정취소를 받아 일반고로 전환됐는데 이번에는 제일 잘나가는 상산고마저 위기에 내몰렸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달라요. 아직도 정치권과 언론은 대체로 자사고 편을 들지만 이번 재평가 국면을 거치고 나면 자사고 시대가 완연한 퇴조기로 들어갈
겁니다.
질문) 먼저 자사고가 어떤 학교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신다면?
답변) 먼저 초중등교육법 제61조의 문언을 그대로
옮겨볼까요? 자사고는 “교육제도의 개선과 발전을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초중등교육법의 8개 조항을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아니”하기로 결정한 “학교 및 교육과정운영 특례”학교라고 돼있어요. 그러니까 자사고의 특례인정은 처음부터 교육제도의 개선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동안만 한시적으로 주어지도록 설계된 거지요. MB집권 시절에도 이렇게 하지 않고는 공부 잘하는 부자 집 아이들을 위한 특례학교를 만들어낼 수
없었던 겁니다.
법의 취지에 충실한 자사고는 학생선발특권과 등록금책정특권, 교육과정편성특권 등
일정한 학교운영특권을 누리는 조건으로 수준 높은 교육과정을 제공해서 교육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한시적 특례학교예요. 더 풀어내자면, 첫째,
중상위층 집안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선발해서, 둘째, 비싼 등록금을 받아서라도, 셋째, 교육발전에 도움이 될 명품교육과정을 운영하되, 넷째,
교육발전에 꼭 필요한 기간만 한시적으로 해보라는 거예요. 요컨대, 자사고는 학생선발권과 운영자율권, 비싼 등록금, 질 높은 교육과정, 한시적
존속을 4대 특징으로 삼아 출범한 평준화체제 밖의 고등학교입니다.
질문) 자사고는 왜 매5년마다 교육감 평가를 받아 지위연장 여부가
결정나는 방식으로 입법되었지요?
답변) 위에서 요약한 자사고의 개념지표 중 비싼
등록금은 중하위층 학부모 배제효과가 분명하고 학생선발권은 성적중하위권 학생 배제효과가 분명해서 교육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수용하기 어려운
발상이었습니다. 그래서 고교평준화체제 비판론자들은 고교평준화체제에서는 학교 간 경쟁이 없어서 교육과정이 너무나 획일적이고 교육발전이 안 된다는
점을 파고들었지요. 자사고 주창자들이 내세울 거라곤 일반고와 질적으로 차이 나는 선진교육과정을 선보여서 한국교육에 신선한 자극을 주겠다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약속을 누가 믿겠어요? 그래서 ‘정 못 믿겠다면 교육감이 5년마다 평가해서 취소하면 될 것 아니냐’며 한시적인 제도
형식으로 간신히 도입된 거지요.
질문) 자사고의 한시적 특례성을 강조하시는데 그런다고 상황이 달라질 게
있나요?
답변) 나는 우리 교육 현실에서 자사고가 한시적 제도로
입법되었다는 사실이 현재의 국면에서 두 가지 중요한 실천적 의미를 갖는다고 봐요.
첫째, 자사고라는 특권학교 범주 자체가 한시적 필요성을 인정받아 간신히 입법됐기
때문에 정치권은 자사고 제도를 운영할 한시적 필요성이 다했는지를 판단해서 자사고 제도 자체의 존폐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거고요. 둘째,
교육감이 개별 자사고를 평가할 때에도 특정 자사고의 구체적 교육과정 및 운영실태가 “교육제도의 개선과 발전을 위하여 특히 필요”한 지를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거지요. 만약 ‘특별한’ 필요성까지는 없겠다 싶으면 당연히 특례지정 취소로 이어져야죠.
초중등교육법상 자사고가 영속적 학교유형이 아니고 한시적 특례학교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교육감이 5년마다 엄격한 평가를 통해서 자사고 특례지정을 취소하고 일반고로 전환시키는 것은 처음부터 예정된 자연스런 일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렇게 볼 때 개별 자사고의 한시적 특례 취소 여부를 놓고 국가적으로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닌 거 같아요. 현행법에 따르더라도
교육개선과 발전에 이바지하지 못하는 입시학원형 자사고에 대해서는 망설이지 말고 특례지정을 취소해서 일반고로 전환해야 맞습니다.
질문) 우리나라는 여전히 학벌이 존재하잖아요. 근본 원인을 건드리지
않고 자사고만 폐지하는 건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있어요.
답변) 자사고 폐지는 학벌사회 폐지로 가는 필요조건의
하나일 뿐이지요. 고교평준화 이전까지 우리나라 학벌은 명문고-명문대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고교평준화 이후엔 명문대 학벌만 남았어요. 그러다 외고와
자사고가 들어오며 다시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외고와 자사고를 중심으로 다시 명문고-명문대 이중 학벌이 형성 중이지요. 대원외고, 용인외고,
민사고, 상산고 등이 그런 예죠. 그래서 자사고를 폐지하면 학벌 사회 완화에도 적잖은 기여를 할 수 있죠.
질문) 어차피 대학은 남아 있잖아요?
답변) 명문대 학벌을 완화하려면 별도의 대학정책으로
승부를 봐야죠. 외고와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지금의 학벌문제가 다 해소되는 건 아니지만 필요조건의 하나인 건 틀림없죠.
질문) 자율형 사립고의 취지는 교육의 다양성으로 알거든요. 그래서
커리큘럼도 자유롭게 짤 수 있다고 들었어요. 취지대로 획일화된 교육이 아닌 교육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건 진보 쪽에 가까운 거 같은데 진보진영의
반대가 많잖아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변) 진보진영은 교육의 다양성을 우려하는 게 아니라
학교서열화와 그에 따른 학교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우려하는 거지요. 아이 하나하나의 소질과 재능이 다 달라서 개인맞춤형 교육이 제일 바람직하지만
고비용 때문에 거기까지 가긴 어려워요. 학교가 최대한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해서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교마다 교육과정이
다양해져도 학생 입장에서는 자기학교 교육과정 안에 선택권이 없으면 별 차이가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학교 안에 선택과목이 많아야, 즉, 학생
개인의 과목선택권이 강화돼야 좋은 거지요.
진보 쪽에서 우려하는 건 자사고가 학생선발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일반학교에 비해 우월한 학교가 된다는 거지요. 원인이 무엇이든 일단 학교서열화가 뿌리내리면 상위학교의 부익부와 하위학교의 빈익빈이 진행돼
전체적으로 보면 득보다 실이 커지는 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어디서나 고등학교의 학생선발권이 교육적으로 필요한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진행되지만
자사고는 비싼 학비 때문에 중하위층 집안 학생들은 원천 봉쇄된다는 점에서 교육적으로는 수용하기 어렵지요.
질문) 그럼 교육청이 지원해서 등록금 차이를 없애면 되지
않나요?
답변) 그럼 자사고가 아니지요. 자사고의 기본개념은
국가의 지원을 안 받고 비싼 등록금 받아 좋은 교육을 할 테니 학생선발권과 자율운영권을 달라는 거거든요. 실은 지금 말씀하신 거처럼 등록금은
일반고와 똑같이 받으면서 색다른 교육실험을 해보라는 학교유형이 이미 초중등교육법에 들어와 있습니다. 자율형 공립고, 약칭 자공고가 바로
그겁니다. 열악한 지역의 학교나 학력이 뒤처지는 학교의 경우 교육과정의 일대 실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만든 학교입니다. 하지만 자사고는 탄생
배경이 완전히 달라요.
질문) 입시교육을 강화하는 게 문제
아닌가요?
답변) 자사고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미국의 입시명문
사립학교를 꿈꿨을 겁니다. 그런 학교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중상위층의 조기유학 열풍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 학교가 공립학교에도
자극을 줘서 학교 전체의 다양성과 질을 높일 것으로도 기대했겠지요. 그러나 이는 눈 가리고 아옹 한 자기기만입니다.
질문) 그러나 법은 교육의 다양성이 목표라고
했잖아요.
답변) 교육의 다양성을 여러 가지로 볼 수 있죠.
자사고를 도입한 2012년 이후 일반고의 학교자율성도 계속 강화되고 있어요. 지금은 일반학교도 국영수 등 수업시수를 30%까지 자율적으로 증감할
수 있고 자율학교로 지정받으면 50%까지도 증감이 가능합니다. 자사고와 차이가 없는 셈이죠. 참고로 혁신학교는 전부 자율학교로 지정받고
있습니다. 더욱이 과학 중점학교, 예술 중점학교, 사회 중점학교 등 중점학교로 지정받는 길이 생겼습니다. 일반고에 대해서도 이런 제도를 열어놓은
마당에 과연 자사고라는, 비싼 등록금을 전제로 한 특례학교를 통해서만 선보일 수 있는 교육의 다양성이 무엇인지, 그것이 일반고에 보편화 가능한
다양성인지 몹시 의문스럽습니다.
질문) 자사고라 하면 자율형 사립고의 준말이죠. 그런데 국민의 정부
말기 자립형 사립고가 있었죠, 이 둘의 차이는 뭔가요?
답변) 자립형 사립고로 2002년에 생긴 건 민사고,
상산고 등 7개고요. 여기는 학생을 전국단위로 선발합니다. 반면 자율형 사립고는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된 건데 시도단위로만 학생을 선발할 수
있어요. 또 하나는 사회적배려대상자(사배자) 의무배정에서 달라요. 자율형 사립고는 사배자를 20% 이상 뽑아야하는데 자립형 사립고는
면제되었지요.
이건 잘못입니다. 우리 사회가 자사고를 만들며 사배자 20% 선발의무를 부과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자사고가 좋은 학교가 될 텐데 등록금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가난한 집 아이가 원천 배제되면 되겠어요? 그럼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에 자사고의 사회책임으로 20% 이상 의무배정 요건을 수용하라고 설득했을 겁니다. 이런 취지를 감안하면 2002년 법에
따라 생긴 자립형에 대해서도 똑같은 요구를 했어야 하는 데 불이익 소급적용이라며 적용하지 않았어요.
질문) 교육과정은 어떤가요?
답변) 자립형 자사고건 자율형 자사고건 교육과정의
특례는 똑같이 적용받습니다. 지금은 자립형 7개교도 법적으로는 자율형 사립고지만 설립 당시의 전국단위 학생선발특권을 그대로 인정받고 사배자
배정의무도 면제받는 특권을 추가로 누리는 거죠. 일반 자사고와 달리 학생선발에서 성적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특권도 그대로입니다. 2002년
자립형 설립 당시에는 그런 제약이 없었기 때문에 소급적용을 안 한다는 건데 말이 안 됩니다. 대기업들이 설립 당시의 회사법을 적용받지 않고 현행
회사법의 추가규제를 적용받듯이 과거 자립형 사립고도 지금의 자사고법을 적용해야 맞습니다.
질문) 그럼 대안학교와 차이는 뭔가요?
답변) 대안학교와 자사고는 둘 다 학생선발권을 갖고
있고 국고지원이 없어서 학비가 비쌀 뿐 아니라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한다는 점에서 얼핏 유사한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자사고 가운데
대안학교에 가까운 파격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를 보신 적 있나요. 둘은 탄생의 배경이 완전히 다릅니다. 대안학교는 입시경쟁교육에 근본적인
회의를 가진 학부모나 공립학교에서 다소 적응이 어려운 아이를 위한 제도권 밖 학교라고 할 수 있고요. 자사고는 처음부터 넉넉한 집안 출신으로
공부도 잘하는 아이들을 모아 입시명문고를 만든다는 확실한 목표로 탄생한 거지요.
질문) 교육과정의 자율성이 대안학교가 더 큰
거죠?
답변) 그렇죠. 훨씬 크죠. 대안학교는 설립목적이
입시경쟁교육에서 벗어나는 거거든요. 오디세이 학교 같은 경우 입시중심 교육을 전혀 하지 않아요. 그게 가장 큰 차이에요. 자사고는 자율성을 주되
입시교육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막지는 않았거든요. 그러나 대안학교는 학교에서 기존의 제도권 학교의 주어진 교육과정에서 답답함을 느낀다든지 문제를
느낀다든지 아니면 약간 적응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서 훨씬 더 자유롭고 개방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질문) 자사고 평가 기준이 다른 시도는 70점이지만 전북은
80점이잖아요. 상산고는 79.61점 받아서 문제가 되었는데.
답변) 자사고 평가는 교육감 권한이기 때문에 교육감이
합격점을 70점을 주건 80점을 주건 문제될 게 없고요. 5년 전 교육부가 합격점을 60점으로 낮췄을 때도 서울, 전북, 경기교육청은 70점을
고수했었습니다. 그때 문제되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에 교육부가 70점을 제시했지만 전북교육청이 80점을 제시한 것도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습니다.
실은 자사고가 특례학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자사고를 재평가할 때 굉장히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야 할뿐 아니라 한시성을 감안할 때 존속기간이 지나면서 합격점도 높여야 바람직합니다. 교육불평등을 초래하는 특권학교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제도 개선과 발전을 위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건데 6,70점 갖고 되겠어요? 이렇게 볼 때 전북교육감이 80점을 합격점으로 설정한 건
조금도 문제될 게 없습니다.
질문) 그러나 지역에 따라 점수가 다르면 형평성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답변) 자사고 지정과 취소는 처음부터 교육감
권한이었어요. 교육감의 교육철학과 교육정책에 따라 평가항목과 평가배점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봐요. 법령에 교육감이 자사고 지위 연장여부를
1차로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 이상 자신의 지역에서 자사고가 교육제도 개선과 발전의 취지를 못 살린다고 판단하면 특례인정을 종료시킬 수 있어야
하죠. 교육감이 17인이나 되기 때문에 공통의 평가항목과 배점기준, 합격점을 합의해서 적용하지 않는 이상 합격점이 다른 건 어쩔 수 없지요.
질문) 학부모님들은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하향평준화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 같던데.
답변) 공부 잘하는 학생을 한 군데 모아놓으면 공부하는
학풍이 형성돼 다들 열심히 할 겁니다. 그렇지만 다른 학교엔 공부 잘하는 학생이 그만큼 없잖아요. 고만고만한 학생들만 모여 있으면 상호 자극도
약하고 상호 배움도 약하잖아요. 그러니까 공부 잘하는 학생을 한 학교에 몰아 놓으면 그 학교 학생들을 뺀 나머지 학교 학생들은 하향평준화가 될
수밖에 없어요. 반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모든 학교의 반마다 두엇이라도 고르게 배치하면 전체적인 상향평준화가 일어나요. 이건 경험으로 볼 때
확실하지 않나요.
질문) 또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2,3학년은 자사고 교육을 받고
1학년은 일반고 수업 받으니 혼란스럽다는 건데.
답변) 지금까지 자사고 중 12개 학교가 거듭된 정원
미달로 자사고 지위를 스스로 반납해서 똑같은 경우가 발생했는데 문제 삼을 만큼 혼란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어요. 그건 염려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요. 이미 실증적으로 드러났어요.
질문)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시나요?
답변) 두 갈래 전망이 필요합니다. 이미 전북교육청은
상산고, 경기교육청은 안산동산고, 부산교육청은 해운대고를 지정취소하기로 했는데 이런 사례들이 다른 교육청, 특히 서울교육청의 반응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하나고요. 다른 하나는 교육부가 교육감의 지정취소결정에 대해 과연 동의권을 행사할 지 여부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지금처럼 5년 주기
자사고 재평가를 통해 자사고 취소여부를 정해야 하는지, 아니면 교육부가 근거법령의 개폐를 통해 일괄적으로 접근하는 게 더 바람직한지도
따져봐야겠지요.
전북, 경기, 부산교육감의 자사고 취소결정은 다른 교육청의 지정취소결정에 대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걸로 생각해요. 자사고가 22개나 있는 서울교육청의 경우 이번에 13개 자사고를 평가했다는데 다른 교육청의 예를 보건대
최소한 반수 이상이 탈락하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서울소재 자사고 상당수를 한꺼번에 지정취소하면 학부모와 동문은 물론 정치권과 언론의 반발이
상산고보다 더 강할 겁니다. 그렇지만 조희연 서울교육감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지난 10년간 일반학교의 교육과정 자율권이 많이 강화돼
자사고의 시대적 사명이 이미 끝났다고 인터뷰에서 발언한 걸 봤거든요. 그러니 평가결과 70점 미만이 나온 자사고에 대해서는 눈치 보지 않고
밀어붙일 거 같습니다. 저는 자사고의 시대적 사명이 끝났다는 조 교육감의 판단이 한시적으로만 자사고를 인정한 법의 취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탁견이라고 생각해요.
교육부는 교육감의 권한과 판단을 원칙적으로 존중하되 특별히 절차적 정당성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부동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데요. 굳이 자사고 등 폐지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라는 사실을 들먹이지 않아도
교육감의 지정취소 결정 과정에 결정적인 하자가 없는 이상 교육자치를 존중하는 차원에서도 동의할 것으로 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자사고란 게 한시적 제도로 간신히 입법되었는데 우리 사회는
이미 자사고를 10년이나 운영해봤어요. 만약 자사고가 비싼 등록금과 학생선발권을 이용해서 교육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한국교육의 개선과
발전에 기여해왔다면 이제는 법령을 고쳐서라도 한시적 성격을 없애주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렇지 않고 기껏해야 각종 특권을 이용해서 부유층을 위한
입시명문고 역할만 수행해서 교육 전체로 볼 때 득보다 실이 크다면 이제는 법령을 고쳐서 자사고를 일률적으로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이미 10년을 해봐서 자사고의 성격이 다 드러난 데다 일반고에도 자사고 수준의 학교자율성을 주고 있다면 답은 이미 나온 거 아닐까요. 아무튼
지금처럼 5년마다 개별 자사고의 지정취소여부를 놓고 사회 전체가 몸살을 앓게 하는 현재의 모습은 책임 있는 정부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끝으로 한마디 더 보탠다면 보수진영에서는 자사고를 학부모 선택론으로 옹호하지만
선택의 자유가 이기적으로 행사되면 공동선과 공익에 위배되는 결과가 나올 때가 많습니다. 자사고도 그런 경우라고 생각해요.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절대다수가 자사고 폐지에 찬성하였고, 이는 지난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의 공통공약이기도 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잖아요.
그리고 초중등교육법도 자사고를 매우 예외적이고 한시적으로 운영하라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우리 교육의 개선과 발전을 위해 예외적이고
한시적으로라도 자사고를 더 운영해야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지가 관건입니다. 정치권과 언론이 이런 관점에서 자사고 문제를 본격적으로 토론해서
해법을 내놓는 게 바람직합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