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를 사는 여섯 살 먹은 아이가 그 귀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온종일 푹 빠져 있는 잃어버린 장난감 생각
김중일
여섯 살을 살며 여섯 살을 먹은 거 말고는 특별히 해본 적 없는 아이가 오늘도 잃어버린 장난감 생각에 빠져 있습니다. 말하자면 일종의 혼수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섯 해를 뺀 영원을 살아온 아이의 사려 깊음. 무엇인가 말했다가 자칫 가난한 부모가 새것으로 사주는 것을 찰나라도 망설이게 될까 봐 그 때문에 평생 죄책감을 가질까봐 함구하는 것인가요. 솔직히 오래 못 가지고 노니까요 아깝잖아요. 그건 사실이잖아요. 대신 영원토록 가지고 놀다 여섯 해 전에 잃어버린 장난감 생각에나 푹 빠져보는 것입니다. 링거액이 노크하듯 떨어집니다. 똑 똑 혹시 내가 네가 잃어버린 장난감이니? 병동으로 들어온 참새 한 마리가 작은 소요를 일으키던 어린 새 한 마리가 아이의 머리맡까지 날아들었습니다. 아니야 너는 아니야 미안. 참새는 공기처럼 사라졌습니다. 하얀 세면대 속에 피규어 같이 귀여운 빨간 열대어가 묻습니다. 혹시 저를 잃어버렸나요? 아니야 아니야 미안. 열대어는 물결처럼 사라졌습니다. 혹시 말이야 아이야, 가난한 너희 집에서 유일한 장난감처럼 마음껏 가지고 놀았던 엄마의 웃음이니? 울음이니? 지금까지 가만히 엿듣던 베개가 아이의 꿈속에서 찾아낸 울음과 웃음으로 저글링하며 묻습니다. 아이는 대답 대신 깊은 ‘잠’에 듭니다. 여섯 해 전에 잃어버린 ‘장난감’을 되찾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가지고 노는 것처럼, 잠듭니다. 그만 놀고 들어와 밥 먹자, 말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2024『시산맥』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