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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조선시대의 배경을 사용했을 뿐, 역사와는 무관합니다.※
<제 2장>
포구에 들어 선 배가 들어섰다.
꼬박 다섯 시간을 멈추지 않고 달려 온 배에 탑승해 있던 몇몇 사람들은 배 멀미로 인해 구토를 하기도 하고, 비틀거리며 바닥에 철퍼덕 쓰러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구경하기 바빠 멀미라는 걸 느끼지도 못한 이희는 너무도 멀쩡한 모습으로 배에서 뛰어 내렸다. 그리고 배에서 내리자마자 이희는 크고 동그란 눈을 연신 깜빡이며 소리쳤다.
"한양이구나! 여기가 한양이야!"
이희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스물이 넘도록 한 번도 인천을 떠나보지 못했던 이희였기에, 그녀의 눈에는 인천의 장시가 가장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은 곳이었다. 그러나 장시도 아니요, 그저 그런 포구임에도 불구하고 인천의 장시보다 더욱 더 화려한 낯선 풍경에 입도 다물 지 못하고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희는 서둘러 가방을 고쳐 메고선 걸음을 재촉했다. 보폭은 무척이나 짧았지만 작은 몸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구경을 하는 이희는 꼭 다람쥐 같아 보였다.
포구에는 장시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짐을 꾸리고 나오는 장사치들로 가득했다. 그들의 사이를 헤집고 간신히 빠져나온 이희는 손등으로 이마를 쓸어내리고선 혀를 날름거리며 다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 때였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나동그라진 이희. 반대편의 사내 역시 비틀거리며 간신히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발가락에 힘을 잔뜩 주고 있었다. 다행히도 사내는 이희처럼 넘어지지 않았다.
바닥에 앉아 부딪힌 엉덩이를 손으로 문지르며 고통을 표정으로 나타내는 이희. 사내는 이희를 자신의 팔뚝을 주무르며 이희에게 물었다.
"괘, 괜찮소?"
꽤나 좋은 목소리였다. 이희는 고개를 들어 사내를 바라봤다. 깔끔하게 올린 머리와 살짝 그을린 피부. 하지만 사내다운 게 멋있어 보였다. 이희는 순간, 가슴이 콩닥거리는 게 느껴졌다. 서둘러 고개를 저으며 이희는 바닥을 짚고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서둘러 사내에게 놀랄 만큼 큰 목소리로 외쳤다.
"예! 괜찮습니다!"
사내는 그런 이희의 모습에 황당하다는 듯 미소 지어보였다. 이희는 배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선 사내에게 인사를 한 뒤, 다시 빠른 걸음으로 사내를 지나쳤다. 이희의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뒷머리를 긁적이는 사내는 이희의 얼굴을 떠올리며 넌지시 감탄을 연발했다.
"와, 사내자식이 되게 예쁘게 생겼네."
그리고 이내 씨익 웃어 보이는 사내, 그의 이름은 김유민이다.
유민은 떠돌이 역마꾼으로 한양에는 세 번째 정착한 것이었다. 올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었지만 참으로 희한한 사람들이 많은 곳이 한양이었다. 난생 처음 계집처럼 예쁜 사내도 보았으니 말이다.
코를 찡긋거리며 이내 돌아선 유민은 멈춰 서 있던 자신의 발을 움직였다. 그런데 몇 발짝을 걸었을까.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걸음을 멈춰 섰다.
"이야. 사내가 이리도 고울 수 있냐?"
"그러게. 피부 좋은 것 좀 보소!"
다시 뒤를 돌아본 유민의 눈에는 멀대 같이 큰 사내들에게 둘러 싸여 모습조차 희미한 이희의 모습이 들어왔다. 한 사내의 손에 붙들려서는 가지 못하고 있는 이희의 모습은 영락없는 계집과도 같았다.
"왜, 왜 이러시오! 이거 놓으시오!"
유민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돌아섰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그 모습이 계속 반복되었고, 결국 다시 몸을 돌려 사내들과 이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유민은 그대로 사내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이희의 손목을 붙잡고 서있던 한 사내는 뒤뚱거리며 뒤로 물러섰고, 다른 사내들 역시 그렇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뭐, 뭐야, 넌!"
몸을 웅크린 채로 사내들의 틈에 서있던 이희는 고개를 들었다. 이희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분명 반대쪽으로 걸어가던 유민의 모습이었다. 이희는 큰 눈으로 유민을 바라봤다. 뒷짐을 진 채로 서있는 유민은 고개를 돌려 이희와 사내들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사내들 중 풍채가 좋은 놈이 유민을 향해 소리를 내질렀다.
"이 넓은 길을 납두고 왜 여기로 지나가!"
그 말에 유민은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면서 살짝 고개를 틀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들을 향해 다가왔고, 이내 두 눈을 깜박거리며 사내에게 물었다.
"이보쇼. 그러는 댁들은 널리고 널린 게 계집인 마당에, 왜 사내놈을 가지고 놀려 하시오?"
허를 찌르는 유민의 말에 뜨끔한 사내들의 표정은 너무도 웃겼다. 유민은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고 다시 한 번 눈을 가늘게 뜨면서 사내들에게 물었다.
"혹시, 사내를 좋아하는 것이오?"
"뭐, 뭐?"
단지 예쁘장하게 생긴 사내여서 가지고 놀아보려던 것뿐인데, 자칫하면 계간(鷄姦:사내끼리 성교하듯이 하는 짓.)하는 놈이 되게 생겼으니 사내들은 어이없고 억울하다는 듯 유민을 노려봤다. 유민은 사내들의 눈빛을 보고 더욱 더 약 올려야겠다는 심보로 두 손을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아이고! 생긴 거는 힘 좀 쓰게 생겨가지고는…… 쯧. 안 됐소, 참."
주변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유민의 말에 사내들의 모습을 한 번씩 훑어보고 가기 시작했다. 그 눈빛들은 하나같이 멀쩡한 사람들이 안 됐다는 식의 표정들이었다.
"가, 가자!"
얼굴이 붉게 물들어서는 사내들은 서둘러 그 곳에서 벗어났다. 빠른 걸음으로 점점 멀어져가는 사내들의 모습을 보면서 유민은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식들."
그리고 손을 탁탁 털며 한 번 콧바람을 불더니 이내 돌아서서 멈춰있던 걸음을 떼었다. 멍하니 서서 사내들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희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유민을 바라봤다. 뒷짐을 진 자세와 팔락거리는 걸음걸이를 보며 이희는 조심스럽게 유민에게 외쳤다.
"고, 고맙습니다!"
유민은 분명 이희의 외침을 들었다. 그러나 이희를 바라보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갈 뿐인 유민을 보고 이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시 한 번 소리를 내질렀다.
"고맙…… 다니까요!"
하지만 돌아보지도 않았고, 대답도 없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배우길, 감사 인사에는 빈말이어도 내뱉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을 구해준 저 작자는 벌써 몇 번째 감사 인사를 무시한 채 걸어가고 있는가? 이희는 입을 삐죽 내밀더니 살짝 앞으로 다가가 작게 중얼거렸다.
"대답도 안 해주냐. 씨이, 뿡이다!"
한 쪽 손을 들어 올리며 유민의 뒷모습을 향해 혀를 날름거리는 이희. 그런데 때 마침이었다. 눈살을 찌푸리며 가장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유민을 바라보고 있는 그 순간, 그가 돌아봤다.
화들짝 놀란 이희는 서둘러 자신의 손을 등 뒤로 감췄다. 그리고 날름거리고 있던 혀도 원래의 자리에 돌려놓은 뒤 굳게 입을 다물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유민의 눈빛을 피하며 이희는 혹여나 이 장면에 대해서 묻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유민이 점점 이희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희는 이를 꽉 깨물며 그가 자신에게 질문을 하면 곧장 미안하다고 말해야겠다고 머리를 세뇌시켰다. 그러나 이희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녀에게 날아 온 질문은 다른 것이었다.
"근데 진짜 사내 맞소?"
"죄송해…… 네?"
"아니, 궁금해서. 정말 사내이오?"
유민의 깜박거리는 두 눈은 이희의 두 눈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희가 침을 꿀꺽 삼키고선 그 시선을 회피하며 대답을 하려고 입을 벌리는 순간, 유민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 그, 그럼……."
그리고 더듬거리며 제대로 대답을 못한 그 짧은 순간, 유민의 손이 이희에게로 뻗어졌다. 대답을 하기 위해 입을 벌린 채로 유민을 바라보고 있던 이희의 시선이 점점 아래로 옮겨져 갔다. 유민의 손이 뻗어진 곳은 다름 아닌 이희의 가슴이었다.
이희는 초점 없는 시선을 들어올렸다. 멍한 표정으로 대답을 잇지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도 못했다. 이희의 가슴에 올려진 자신의 손을 천천히 내리고선 반대편 손으로 뒷머리를 긁적이는 유민. 그리고 살짝 웃어 보이며 이희를 바라보며 유민은 말했다.
"미안, 꼭 진짜 계집 같아서 물어봤소."
유민의 말이 들리지도 않았다. 이희는 아직도 멍한 표정으로 유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유민의 말이 반 박자 늦게 이희에게 전달되었다. 그제야 이희의 눈썹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 지, 유민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자신의 두 손을 허리춤에 포개 뒷짐을 진 자세를 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좀 전의 그 느낌을 되살리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맞네, 사내 맞아."
男女相悅之詞
집에서 뛰쳐나와 환이 갈 곳이라곤 아무 데도 없었다. 갈 곳이 없다는 것에 더욱 더 화가 난 환은 아까보다도 빠르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환이 걸어가는 곳과 반대편인 골목에서 환과 비슷한 체격에, 듬직한 얼굴을 한 사내가 한 명 걸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겉치장을 봐서는 환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라는 게 한 눈에 들어왔다.
그 자는 바로 성균관 동기생, 최무열이었다. 무열은 이조판서 최문적의 첫 째 아들이며, 석 달 전에는 사헌부의 장령(掌令:사헌부의 세 번째 벼슬로 감찰 업무를 담당하던 관직.)으로 임명되었다. 환과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공부하며 지내 온 동무였지만, 뭔가 미적지근한 관계였다.
무열은 환의 모습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나 환은 빠른 걸음으로 무열을 지나쳐버렸다. 무열은 환의 자신을 신경도 쓰지 않고 지나간 것에 자존심이 상해, 할까 말까 망설이던 말을 내뱉었다.
"소식 들었어."
무열의 말에 환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돌려 무열이 서 있는 곳으로 바라봤다. 무열 역시 몸을 돌려 환을 응시했다. 시원스럽게 벌어진 무열의 미소. 그러나 환은 아무런 표정도 지어보이지 않았다. 무열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선 환에게 말했다.
"우리 사헌부에 들어온다 하지?"
"………………"
"헌데 겁도 많은 놈이 무슨 대사헌이라고, 안 그래?"
그 말에 아무렇지도 않았던 환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환은 매서운 눈으로 무열을 응시했다. 평소와 같았더라면 환이 무서워 아무 말도 하지 못할 무열이었지만, 오늘은 작정을 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건 사실이었다. 성균관에서 함께 공부하던 시절부터 줄곧 무열은 환에게 열등감을 느껴왔다. 같은 양반의 신분으로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환이 부럽기도 했고, 재수 없기도 했다.
그런데 환이 사헌부에 들어온다는 것을 알았을 때, 무열은 왠지 모를 쾌감을 만끽했다. 적어도 환보다 일찍 사헌부에 들어온 것은 자신이었고, 아는 것도 더 많다는 자부심 때문이었다. 거기에 무열은 환이 사헌부에서 오래 있지 못하고 금방 나가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
무열은 환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환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 있는 힘껏 주먹을 쥐었다. 그 것을 본 무열은 이 때다 싶어 환의 속을 더욱 더 박박 긁기 시작했다.
"피만 보면 덜덜 떠는 대사헌이라……."
"그만해라."
"싫은데?"
무열의 비아냥거림에 환은 순간적으로 끌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해 결국 주먹질을 하고 말았다. 환의 주먹에 맞아 땅바닥에 철퍼덕 쓰러진 무열. 무열은 자신의 볼을 손으로 감싸며 고개를 쳐들고 환을 노려봤다.
"이, 이 자식이!"
환은 자신의 주먹에 묻은 무열의 피를 보고선 미간을 찌푸렸다. 그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고,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무열이 볼까 싶어 몸을 돌려 계속 그래왔듯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남주는 환이인 것 같은데..자꾸만 유민이에게 더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ㅠ^ㅎ능청스러운 모습이 참 귀엽게 느껴진다는?~
& 헤헤. 너무 유민이에게 빠지시면 안 돼요ㅠㅠ..... 이거슨 저의 불찰입니다!! 그래두 환이에게도 따듯한 눈길과 애정을 주시길 바랍니다~ㅎㅎㅎㅎㅎㅎ 댓글 감사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 다행입니다^^! 사실, BGM 중에서 이 곡을 어디에 쓸 지 걱정 제일 많이 했었는데ㅠㅠ ...... 헤헤. 환이.... 사연이 있는 아이지요~ 앞으로 그 사연이 무엇인지는 차차 나올 예정이랍니다^^ 댓글 감사해여!
남열사★
우와 드디어 유민이가 나왔네요>< 너무너무 귀여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환이가 피를 무서워하나보죠? 무슨 사연이 있을듯? 기대할꼐요 ㅋㅋㅋㅋㅋㅋ
& 네^^! 유민이가 등장을 했답니다~~!! 환이에게는 피에 관련된 사연이 있어요.... 그 사연은 뒤에서 나올 예정이랍니다!! 댓글 감사해요>_<
남열사★ㅋㅋㅋ우와짱재밋어용 ㅋㅋㅋㅋㅋㅋ
& 헤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남열사 사랑해주세요♥
남열사★ 쿠에에에에엥!! 이거이거 점점 흥미로워 지는 구만요요요!! 근데... 피만 보면 덜덜떤다믄서 꽤 터프한뎁쇼?ㅋㅋ 아 우리 환이 귀여워 죽겠다 진짜!! 근데... 이희가 예쁘게 생겼어도 그렇지.. 저시대에도 게이가 있었군효..??
아.. 단발머리 신사 레고에서 엠소로 바꿨어용!! 이뻐해줴요..ㅋ
& 환이에게 유일한 컴플렉스라고 하면 될 것 같네요^^ 헤헤헤헤. 저 시대에도 동성애자들은 존재했답니다. 특히 궁에서 사는 궁녀들이나 내시들 중에 많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얼른 3편을 보러...! 고고!
&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