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국가 지도자는 왜 人格神인가
20세기 공산주의 정권들은 왜 단 한 사람의 영도자를 그토록 흠모하고, 추종하고, 숭배하게 되었을까?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기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인권유린과 정치범죄를 저지르고도 권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인격신(人格神)이 될 수 있었을까?
캐나다 맥매스터대학 송재윤 교수(역사학)가 저서 <슬픈 중국>에서 던진 질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20세기 만민평등을 내세웠던 유라시아의 레닌(러시아)과 마오쩌둥(중국), 호치민(베트남), 김일성(북한) 부자는 비록 디스토피아(dystopia) 건설에 그쳤지만 죽어서도 방부 처리되어 성지에 안치돼 있습니다. 카스트로(쿠바), 페론(아르헨티나) 부부, 차베스(베네수엘라) 등도 한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 부부는 1989년 크리스마스 날 국민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공개 총살을 당했습니다.
일극 체제로 독선·독단의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인민의 광신적 지지를 얻은 공산국가 지도자들은 영도자의 영웅적 카리스마 때문일까? 계급투쟁, 인민 해방, 민족주의 등 이념 때문일까? 아니면 미디어의 선전·선동 때문일까? 억압과 통제 때문일까?
송 교수는 아무리 자료를 훑어보고, 현장을 답사하고, 석학들 강연을 듣거나 대화를 나눠보아도 정답은 없었다고 고백했습니다.
# 편 가르기와 계급 학살이 권력 구축 기반
중국 현대사를 집중 탐구한 그는 특히 마오쩌둥(毛澤東) 정권 성립 기반은 △철저한 편 가르기와 계급 학살 △혁명이란 이름의 대민 테러 △민중 이름으로 자행한 정적 제거 등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사실 20세기 공산 정권의 계급 학살은 반혁명분자, 부르주아, 제국주의자, 수정주의자, 우경 분자, 친일파, 친미파, 주자파 등 다양한 이름의 적대세력에 대한 대량 학살의 연속이었습니다.
미국 사회학자 마이클 만(Michael Mann 1942~)은 20세기 전체주의 정권이 자행한 정치범죄는 특정 계급이나 종족이 전체 국민(혹은 인민)을 사칭한 후 소수를 비국민(혹은 비인민)으로 몰아 제거한 ‘어둠의 민주주의’였다고 분석했습니다. 히틀러의 제3제국, 스탈린의 대공포, 마오쩌둥의 문화혁명, 폴 포트의 킬링필드, 보스니아의 인종 청소 등이 사례입니다.
이들의 정치범죄 중에서도 ‘무식한 놈이 나대면 큰일 저지른다’는 옛말을 되새겨주는 독재자가 차우셰스쿠(1918~1989) 부부입니다. 둘 다 초등학교도 못 나왔지만 남편 니콜라에는 일찍이 공산당에 입당해 정치 야망을 키웠고, 한때 ‘루마니아의 희망’이었으나 국민과 군이 등 돌린 독재자로 전락했습니다. 초등 4학년 중퇴인 부인 엘레나는 물(H2O) 분자 기호도 모르면서 명예박사 학위를 74개나 받은 자칭 ‘화학박사’였다고 합니다.
# 21세기 한국에도 신격화 바라는 사람 있어
김일성을 흉내 내 신격화한 주석 자리를 만든 차우세스쿠는 자신을 신, 아내를 여신으로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루마니아를 선진국으로 만들겠다는 명분으로 상품 수입을 일절 금하고, 모든 여성에게 4명 이상 아이를 낳도록 강요하고, 별거 중이거나 성관계를 거부한 부부에게는 소득의 25%를 세금으로 부과했습니다.
그들 부부에게 마지막으로 돌아온 것은 180발의 총탄이었습니다.
한국과 이웃한 공산국가 중 종신 대통령을 보장받은 푸틴, 황제의 지위를 꿈꾸는 시진핑(習近平)과 3대 세습 14년에 이른 김정은도 인민의 우상(偶像)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나라 안팎의 불안 요소를 안고 있지만 무소불위의 철권을 휘두르고, 국제사회에 핵 위협을 공공연히 외치고 있습니다. 왕좌의 머리 위에는 ‘다모클레스의 검’이 걸려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21세기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도 우상화, 신격화된 지도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입니다. 본인이 부인하지 않는 걸 보면.
“이재명은 하늘이 내린 사람”(김용옥) / “이재명은 민주당의 아버지”(강민구) / “(이재명은) 신의 사제”(이해식) / “민주당은 신의 사도들이고, 이재명은 재림(再臨) 예수다”(출처 불명).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에 새겨졌다는 참언(讖言)인가 싶었는데, 이 대표 주변에 얼찐거리는 아첨꾼들의 아당(阿黨 비위를 맞추려 알랑거림)이라니 기가 막힙니다. 정치는 허업(虛業)이라는데….
왕좌의 머리 위에는 ‘다모클레스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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