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신학년도가 시작되는 첫날입니다.
집 부근 초등학교에서 입학식을 하는 모양인지 교사의 구령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애국가가 울려 퍼집니다.
지난 22일 퇴임후 학년말 휴가가 바로 이어졌고 내가 퇴직했다는 기분을 느낄 여유도 갖지 못하다가 오늘에야 내가 이 시간에 집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와 닿습니다.
‘지금 쯤 한내초등학교에서도 새로 부임한 교장 선생님의 주관 하에 시업식과 입학식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겠구나.. 모두들 정신없이 바쁠 텐데 나는 이렇게 한가롭게 여유를 만끽(?)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에 <제1회 내셔널 스펠링 비. 한국대회>에서 토익 만점을 받은 초등생 서지원 양(고양한내초등학교 5학년)의 우승기사가 대문짝하게 실렸습니다.
초 중학생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영어철자 말하기대회를 앞두고 치루어진 한국대회에서 치열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참가한 내 노라 하는 전국의 쟁쟁한 재원들을 누르고 그것도 바로 엊그제까지 내가 교장으로 있던 학교의 초등학생이 한국을 대표하는 우승을 따내었다는 사실에 감격하며
이 반가운 소식을 얼른 알리고 싶어 학교에 전화를 걸었는데 모두 바쁜지 아무도 받지를 않아 약간은 허탈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만 한가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원이와는 1년 전에 학년말 우수 일기장 수상 대상자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영어일기를 대학노트에 빼곡하게 써나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놀라워서 불러다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지요.
해외에서 살다 온 줄 알았더니 살기는커녕 비행기조차 타 본 일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였습니다. 친구들이 해외 연수 가는 걸 보면 부럽고 자기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소망, 그리고 토익점수를 꼭 만점을 받겠다는 야무진 결심을 하는 모습을 보고 뭔가 해낼 아이로 짐작은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큰 꿈을 이루다니 너무 놀랍고 자랑스러워 이 소식을 전교생과 학부모들이 다 알도록 한내교육 소식지에 실어줘야 할 것 같아 전화기를 들었던 것입니다.
40여년동안 몸에 베어온 습관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아직도 내 학교라는 마음을 떨쳐 버릴 수 없는 걸 보면..
‘아쉬움보다는 내가 아무런 구속도 받지 않고 이런 여유를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며 좋은 점만 생각하자.’ 하며 얼른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내가 아니어도 잘 굴러가고, 아니 더 잘 굴러 갈 텐데 말입니다.
방금 새로 부임한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남교장 선생님 자리에 자기가 앉아 있노라고.. 축화분을 일일이 되돌려보내고 있노라고..
그리고 앞으로 학교의 조그만 일도 일일이 자문을 구할 것이라고..>
청렴하시고 소신이 뚜렷하시며 전임 교장을 깍듯이 예우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후임자가 너무 잘 오셨다는 생각에 맘이 놓입니다. 그 분과는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어왔지요.
오늘은 막내 딸의 생일날이랍니다.
3월 3일이면 학교로서는 가장 분주한 날이기에 그동안 단 한 번도 생일상을 차려준 적이 없었지만 오늘은 호기있게
“은주야, 오늘 네 생일 축하한다. 엄마랑 같이 점심 먹자. 뭐 먹고 싶니?”
하고 물어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작은 딸 역시 교사이다 보니 더 시간이 없었지만 마침 휴직 중이라 이나마 가능했지요.
‘지금쯤 선생님들은 얼마나 바쁠까? 그리고 교장 선생님은 많은 학부모 상대하느라 얼마나 피곤할까?’
그동안은 잘 몰랐었는데 내가 어깨에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왔다는 사실이 지금에사 잘 알겠습니다. 게다가 지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어깨의 짐이 두 배로 무겁게 와 닿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라고 하나 봅니다.
저의 퇴임식은 후배인 종각 교감선생님의 지극한 정성과 배려로 훌륭하게 치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남들에게 민폐 끼쳐가며 퇴임식을 해야 하나 하는 부담감에 썩 내키지 않았었지만 교직의 첫발을 대딛는 신규교사들에게 교장인 제가 취임식을 치뤄 주었듯이 퇴임식 또한 교직의 후배들이 떳떳하게 나가는 퇴임식의 절차가 있음도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취임식을 한 신규교사들이 교단에서 자긍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퇴임하는 사람에게도 그런 기회를 줌으로써 제2의 인생의 힘찬 출발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누구에게나 닥칠 퇴직/우리의 자리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교사들 모두 공감할 줄 믿었습니다.
동생같이 느껴지는 김종각 교감 선생님 덕분에 마음의 부담을 덜 느끼며 퇴임식을 치를 수 있었던 점 또한 제겐 큰 행운이었습니다.
김종각 교감선생님은 선배인 저의 퇴임식을 잘 치러준 후 곧바로 김포교육청의 장학사로 발령이 났지요.
또 한명의 후배가 전문직으로 진출하게 되어 후배선생님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습니다.
퇴임식에 먼 길을 마다않으시고 참석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선배님들 고맙습니다.
그리고 비록 참석은 못했지만 축화분으로 또는 축전으로 축하해 주신 선후배님들,
선배의 교단 마지막 떠나는 길을 축하해 주기 위해 바쁜 일정임에도 참석해준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동문들이 있어 저의 자리가 더욱 빛났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전문직과 관리직으로 이어지면서 후배들이 성장해 나가고 있어 앞으로도 더욱 빛날 것입니다.
일선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쟁쟁한 후배들을 보면 마음이 그리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교육계에서 실력을 갖춘 대구교대 후배들이 많이 배출될 것이며 존경받는 인물로 발돋움하리라는 확신을 합니다.
저는 퇴직했기에 누릴 수 있는 여유를 누리면서 그동안 소홀했던 부분을 메워 가려 합니다.
퇴직을 대비해서 작년에 제천에 작은 보금자리도 하나 준비했습니다.
예쁘게 가꾸면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가 되고자 합니다.
달구벌의 영원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첫댓글퇴임사를 읽으면서 이렇게 고결한 삶도 있구나 하고 감탄하였습니다. 글의 곳곳에서 묻어나는 香이 마치 한 그루의 蘭을 바라보 듯하였습니다. 혼탁하지 않은 공기 속에서 한 줌의 작은 돌들 사이로 흘러 지나가는 맑은 물을 머금어 그토록이나 단정한 모습의 꽃을 피우니 그 香이 그리도 연푸르고 조용한가 봅니다. 결코 요란하지 않은 線, 마음을 그윽히 한 가운데로 좌정하고서야만 느낄 수 있는 은은한 香氣, 지나가는 소슬바람에도 微動하지 않는 과묵함, 언제나 청아하고 언제나 꼿꼿한 님의 香은 백년을 이어 갈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저를 축하해주고 격려해 주시는군요. 부족함이 많은 저를 두고 너무나 과분한 칭찬을 하시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선배님을 알게 된 것을 크나큰 행운으로 여기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선배님 주위엔 참 많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언젠가는 지루한 일상이 되겠지만 당분간은 자유를 만끽하며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운 선배님! 미국가면 선배님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어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남혜란 교장선생님과 함께한 2년이 너무 짧게 지나간것 같아요. 언제나 동생처럼 아껴주시고 부족함이 많은 저에게 큰소리 한 번 안하신 교장선생님, 이제 제2의 인생은 더 멋진 날이 될 거예요. 부지런함, 세심함, 자상함은 그 누구도 따르지 못할 거예요. 오늘은 교육청 첫 근무라서 정신이 없네요. 열심히 노력하여 선배님의 훌륭한 본보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첫댓글 퇴임사를 읽으면서 이렇게 고결한 삶도 있구나 하고 감탄하였습니다. 글의 곳곳에서 묻어나는 香이 마치 한 그루의 蘭을 바라보 듯하였습니다. 혼탁하지 않은 공기 속에서 한 줌의 작은 돌들 사이로 흘러 지나가는 맑은 물을 머금어 그토록이나 단정한 모습의 꽃을 피우니 그 香이 그리도 연푸르고 조용한가 봅니다. 결코 요란하지 않은 線, 마음을 그윽히 한 가운데로 좌정하고서야만 느낄 수 있는 은은한 香氣, 지나가는 소슬바람에도 微動하지 않는 과묵함, 언제나 청아하고 언제나 꼿꼿한 님의 香은 백년을 이어 갈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저를 축하해주고 격려해 주시는군요. 부족함이 많은 저를 두고 너무나 과분한 칭찬을 하시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선배님을 알게 된 것을 크나큰 행운으로 여기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선배님 주위엔 참 많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언젠가는 지루한 일상이 되겠지만 당분간은 자유를 만끽하며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운 선배님! 미국가면 선배님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어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선배님의 훌륭한 업적을 기릴 수 있는 후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영예롭고 아름다운 퇴임을 축하드립니다.
후배님과는 별로 접촉은 없었지만 제가 평소에 존경해 마지않던 분이시지요. 너무 멋진 후배라고..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남혜란 교장선생님과 함께한 2년이 너무 짧게 지나간것 같아요. 언제나 동생처럼 아껴주시고 부족함이 많은 저에게 큰소리 한 번 안하신 교장선생님, 이제 제2의 인생은 더 멋진 날이 될 거예요. 부지런함, 세심함, 자상함은 그 누구도 따르지 못할 거예요. 오늘은 교육청 첫 근무라서 정신이 없네요. 열심히 노력하여 선배님의 훌륭한 본보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김종각 교감선생님. 너무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진실하고 진솔한 성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교감선생님을 존경하고 잘 따르고 있지요. 앞으로 축복 가득하리라 믿어요.
축하합니다,. 건강하세요. 그리고 자주 오세요.
한 동안 먼 곳을 헤매고 다니다가 이제 집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주변 사람들로 인해 제 자신을 찾을 겨를이 없었지요.컴퓨터도 이제야 열어보고..훌륭하신 선배님,정말 존경합니다.사랑합니다.제2의 인생을 멋지게 시작하십시오.멋지게 사는 방법 제게도 살짝 가르쳐 주시길..
선배님의 큰 후원에 힘입어 백성운 조카께서 당선되심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