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일본에 일시적으로 몇 년간 머무는 사람들 가운데, 학령기의 아이들이 있는 사람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의 하나는 아이들을 한국학교에 보낼 것인가, 일본학교에 보낼 것인가 하는 것일 것이다.
물론, 돈이 많거나 또는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어 영어로 수업을 하는 이른바 인터내셔날스쿨에 보내는 것은 예외이다.
일본학교와 한국학교의 장단점
나의 경우는 아이들이 둘 있는데, 일단 일본학교를 보냈다.
일본학교를 보내는 장점은 일단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의 공립 초중학교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수업료, 입학금 등이 무료이고,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또 한가지는 일본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
미국중심의 국제화시대여서 일본어를 아는 것이 앞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남들은 커서 돈주고 배워도 어려운 일본어를 학교 다니면서 거저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매력임에 틀림없다.
일본학교에서는 학교마다 조금씩 사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외국인학생들이 학교수업을 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3개월 정도 일본어를 가르쳐주는 전문 교사 또는 강사가 있다.
또 일본학생들과 학교생활을 하면서 일본문화나 생활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일본학교는 사는 곳에서 걸어서 5분 내지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기 때문에 다니기가 쉽다.
반면, 한국학교는 보내고 싶어도 어려움이 많다. 일단 학교 수가 적다.
민단계의 학교는 오사카에 두 개, 교토에 한 개, 도쿄에 한 개 등 모두 4개가 전부이다.
총련계 조선학교는 일본 전역에 120개정도 있으나 북한식 정치 이념교육 등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이 보내는 경우는 극히 적다.
다만, 주거지 주변에 민단계 한국학교가 없는 민단계 동포들 가운데서도 한글교육을 시키고 싶은 사람들은 조선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또 한국학교는 비싸다. 사립이고, 학교에 대한 기부금에 대해 일본 정부가 면세혜택을 주지 않기 때문에 그 부담이 학부모에게 전가된다. 따라서 입학금과 수업료가 상당히 비싸다.
최근 일본 정부는 외국계 학교 가운데, 영어로 수업을 하는 구미계 학교에 대해서만 기부금을 면세해주는 특혜를 부여했다.
또 학교가 적다보니 학교를 보낼 수 있는 주거지가 한정돼 있다.
때문에 도쿄의 경우에는 한국학교 통학권의 주거지만을 주택을 소개해주는 전문 부동산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학교 주변의 주거지는 다른 곳에 비해 임대료가 한 달에 몇 만원씩 비싸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한국학교는 비용이 많이 든다.
한국학교도 좋은 점은 있다.
한국과 같은 교과과정의 교육을 하기 때문에 몇 년 있다가 한국에 돌아가려는 사람들에게는 한국의 교육상황에 적응하기 편리하다.
또 학교에서 일본어도 충실하게 가르치고 있어 한국어 일본어를 동시에 잘할 수 있다.
일본학교에 다녀도 마찬가지이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들의 경우 다른 나라말을 쉽게 배우는 능력도 있지만, 안 쓰는 말은 쉽게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즉, 한국말 구사능력이 점차 퇴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한글의 뿌리가 제대로 안 박힌 저학년의 경우는 일본어가 모국어인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물론, 일본학교를 보내더라도 집에서 한글교육을 제대로 시키면 문제가 없지만, 매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교육을 시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일본학교를 보낼 때 주의할 점도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나의 경험에 비춰보면, 일단 아이들의 성격이 중요한 것 같다. 외향적이고 적극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아이라면, 일본학교에 보내도 잘 적응을 하지만, 내향적이고 소극적인 아이는 일본사회 특유의 음습한 분위기를 받아들이기가 어렵지 않은가 생각한다.
한국학교와 일본학교의 차이
나의 임기는 일년도 채 남지 않았다.
아이들도 1년 뒤면 한국에 돌아가 한국학교를 다녀야 한다. 그래서 올해부터 두 아이 모두 한국학교로 옮겼다.
일본학교와 한국학교의 교과과정과 분위기가 너무 달라 1년 정도는 한국 분위기에 적응을 위해서라도 한국학교에 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란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위의 아이는 올해 중학교에 진학했다.
일본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 중학교를 간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 일본 초등학교의 졸업식과 한국학교의 입학식을 동시에 경험했다. 두 행사를 보면서 한국학교와 일본학교의 여러 차이를 확연히 느끼고 볼 수 있었다.
첫째 일본학교는 행사의 절차가 매우 세심하고 철저하다. 분위기도 엄숙하다. 예를 들어 졸업식이 시작되면, 행사장의 문이 전부 닫혀 행사장 출입이 금지되고, 행사장 안의 학생도 부모도 내외빈도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간간이 사진기와 비디오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부모들이 있지만 행사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모습이 확 느껴진다.
그러나 한국학교의 입학식은 좀 심하게 말하면 난장판이다. 식이 시작한 뒤 한참 됐는데도 문을 열어제치고 들어오는 사람이 부지기수이고, 자기 아들딸의 기념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행사장의 여기저기를 누빈다.
둘째는 일본학교의 행사는 철저히 학생 중심의 행사, 특히 전체 학생 중심의 행사인데 비해, 한국의 내빈이나 일부 특출한 학생을 위한 학생이란 느낌이 강했다.
일본학교 졸업식의 하이라이트는 학생들이 하나하나 단상에 올라가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졸업장을 받는 것이다.
이것이 거의 행사의 반 이상이다.
물론, 이것은 일본의 학교가 한 학년 2반 정도의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것이다.
또 연단에 올라가 말을 하는 사람도 교장선생과 사친회 회장 단 두 사람이었다.
교육위원회 관계자 등 내빈들도 많이 왔지만, 학교 주변의 유치원 원장과 선생 등 평범한 사람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었다.
축전도 많이 왔지만, 그 중에서 읽어준 축전이 졸업하는 학생들의 1학년 때 담임 선생(다른 학교에 전근) 들의 것이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또 졸업식의 답사도 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졸업생 전체가 일어나 1학년 때부터 6학년까지의 추억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조금씩 얘기하도록 한 것도 눈에 띄었다.
반면, 한국학교 입학식은 입학생 중심이라기 보다는 내빈 중심, 학생 전체보다는 일부 학생 중심의 인상이 강했다.
특히 입학식에 참석한 대사가 식을 끝내지 않고 중간에 나갈 때 학생을 모두 일으켜 세워 환송하도록 하는 것은 꼭 수업시간에 들어와 방해한 교장선생을 모든 학생이 일어나 배웅하는 것과 다름없이 보였다.
참석 학생들은 교장 선생님이나 내빈이 연단에 올라갈 때마다 일어났다가 앉아야 하는 것이 몇 번인지, 마치 성당에서 미사를 하는 것보다 훨씬 횟수가 많은 것 같았다.
입학식 때 입학시험에 1등을 한 한 학생을 불러 장학증서를 주는 것도 일본의 집단 답사를 봤기 때문인지 조금은 거슬려 보였다.
일본학교는 졸업행사를 졸업식만이 아니고 좀 길게 하는 데 졸업 전에 아이들이 학부모와 선생들과 다과회를 하면서 노래와 집단 무용을 보여주고 자기의 꿈을 말하는 행사가 인상적이었다.
꿈을 들어보면, 미용사, 야구선수, 음식점 등 평범한 것이 많아서 실현가능성 보다는 좋고 높은 것만을 얘기하는 한국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졸업식만으로 달랑 끝나는 것보다는 아이들에게 많은 추억거리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자기 꿈을 발표하는 비디오를 집에서 보고 있는데, 집 아이가 다른 얘가 발표도 하기 전에 발표할 얘의 꿈을 다 알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얘는 꿈 발표 연습을 3번인가 4번했는데 할 때마다 꿈이 바뀌었다고 알려줬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맞아, 이게 일본의 한계야"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 보는 데서는 완벽하고 순진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것이 전부 연출되고 연습된 것이라는 허탈감이라고 할까.
마지막 행사까지 아이들이 모두 지쳐 떨어질 정도의 반복이 그 과정에 있었던 것이다.
체육대회를 할 때도 "더운 날씨에 똑같은 연습을 너무 많이 해 미치겠다"고 불평하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남들은 즐겁지만, 정작 주역은 불만 가득한 행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한국학교의 행사가 좀더 정제되고 치밀해지고 아이들 중심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생각과 함께, 일본학교는 학생의 개성을 존중하고 보여주는 것보다 아이들을 즐겁게 하는 방향으로 바꿨으면 하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일본학교에 다니다가 한국학교로 옮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가 도시락을 쉬는 시간에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등의 해방감이라고 한다. 한국학교 일본학교가 서로 참고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첫댓글흠. 이 글을 읽으니깐.. 저도 이중성격인것같네요 모르는사람들한테 예의있는척하고 남의 눈을 굉장히 의식하는데.. 쩝 흠 그리고 꿈얘기는 자기마음이죠.. 아차피 꿈이니! 아이들은 저는 마술사가 되고파용~라고하면 얼마나 순진하고 귀여워요..근데 일본초등학생들은 어릴때부터 경제관념이 투철한가;아님 경제교육을 미
첫댓글 흠. 이 글을 읽으니깐.. 저도 이중성격인것같네요 모르는사람들한테 예의있는척하고 남의 눈을 굉장히 의식하는데.. 쩝 흠 그리고 꿈얘기는 자기마음이죠.. 아차피 꿈이니! 아이들은 저는 마술사가 되고파용~라고하면 얼마나 순진하고 귀여워요..근데 일본초등학생들은 어릴때부터 경제관념이 투철한가;아님 경제교육을 미
리 시키는것인지.. 어릴때부터 먹고살궁리를; 태클아님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