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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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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니 7시30분이다
어제 저녁 6시부터 잤으니...
어머나! 13시간30분 동안 잤네!!!
그래도 더 자고 싶다...
그러나 일어나야만 한다... 왜?
어제 숙소 주인한테 8시에 아침식사를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거울을 보니 눈이 팅팅부었다
대충 눈꼽만 떼고 밖으로 나가니 아래층에서 남자들 목소리가 들린다
계단 아래로 내려 가니까 주인아저씨가 주방에서 내다 보더니 들어오라고 손짓을한다
주방으로 들어가니 아저씨가 내 식사를 준비해 놓았다
외국여행을 다녀보면 대부분 남자들이 손수 식사준비를 해준다
뜨거운 커피와 함께 세고비아 마트에서 사 먹었던
가운데 초코렛이 들어있는 보름달처럼 생긴빵이다
너무 달아서 식사대용으로는 먹기가 좀 그렇다
나는 단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주인아저씨에게 바게뜨빵은 없느냐고 물으니 식빵을 보여주길래
좋다고하니 토스트기에 두장을 구워준다
몇 명의 남자들이 나가고 나자 주인아저씨가 식사를 거실에서 하겠냐고 묻길래 좋다고했다
거실은 가정집처럼 꾸며 놓았다 한쪽으로는 8인용 식탁이 있는데
조금전에 나간 사람들이 식사한것으로 보인다
주인아저씨가 한쪽으로 치우고 내 식사를 옮겨다 주었다
주인아저씨 보고 팬션이 너무 아름답다고 하니까
나보고 따라오라고 하면서 현관 옆 문을 열쇠로 열고 나간다
나가보니 작은 정원인데 나름데로 예쁘게 꾸며놓았다
나무의자같은 곳에 토끼가 한마리 앉아있길래 모형인줄 알았는데 진짜 토끼다
*여행팁 하나 - 여행을 다니면서 터득한것 중에 하나는 말을 예쁘게 하는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가식적이면 안되겠지만 좋게 말해서 손해보지는 않는다
다시 거실로 와서 빵 몇 개를 가져가도 되느냐고 하니까 흔쾌이 그러란다
11시쯤에 체크아웃 하겠다고 하고 방으로 왔다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정신없이 그냥 자버렸는데
방안을 찬찬히 둘러보니 침대옆 탁자위에 촛대가있네
아깝다...어제밤에 촛불을 켜고 분위기를 느껴볼 수도 있었는데...
*여행팁 둘 - 호텔이나 식당에 갔을 때 공짜로 할 수 있는 서비스는 다 찾아먹자 주의다
아주 좋은 호텔이 아니면 욕실에 욕조가 없는데 이 욕실에는 욕조가 있다
욕조에다 뜨거운 물을 가득 받아서 몸을 푹 담그고 있다가 나왔더니
어제 피곤했던 몸의 피로가 확 풀려서 날아갈듯이 가볍고 기분이 상쾌하다
하루종일 걷고나면 오후에는 발목이 많이 아픈데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말짱하다. 어쨌던 너무나 감사하다
11시쯤 배낭을 메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주인아저씨의 부인으로 보이는 나이가 좀 든 여자가 있는데 참 곱게 나이가 들어보인다
호텔비를 지불하고 또 다시 다음 목적지를 향해서 출발!!!!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너무나 아름다운 길이였는데 오늘길은 더 멋진것 같다
어제 호텔 주인이 일부러 가르쳐준 지름길을 가지않고
원리원칙대로 노란화살표를 따라갔다
내가 빠르고 편한길을 가려고 머나먼 한국에서 12시간 비행기를 타고 왔겠는가!
오늘도 솔밭길인데 어제의 길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여러가지 꽃들이 만발하고 한쪽으로는 깊은 계곡아래로 강물이 흐르고
"The river in the pine" 이라는 팝송이 생각난다 흥얼거리면서 걷는다
그 노래 내용은 사랑하는 연인들의 죽음이지만...
오늘 내가 걷는 이길은 너무나 아름답다
시리도록 파란하늘에 하얀 솜같은 뭉게구름, 새소리,
부드러운 바람에 실려오는 싱그러운 솔향기...
한쪽은 빽빽한 솔밭, 다른 한쪽은 넓고 푸른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경들...
길옆으로는 핏빛같이 새빨간 양귀비꽃들...
이번 여행에는 내가 좋아하는 양귀비꽃을 원없이 본다
한시간 반 정도 걸으니 다음 마을이 보인다
아주 작은마을이다 그래도 정보에 의하면 알베르게가 있다고했다
마을로 들어가서 광장있는 쪽으로 가니까 바bar가있다
스탬프도 찍을 겸 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주인으로 보이는 빨강머리 여자와 딸인지 여자아이 하나가 있다
스탬프를 찍어 달라니까 찍어 주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거꾸로 찍혔다^^
시계를 보니 아직 2시도 안됐다 바쁠것도 없고해서 포도주를 한 잔 시켜놓고
알베르게를 물었다 그랬더니 빨강머리 여자가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기다리랜다
그리고는 여자애보고 뭐라고 하니까 그 애가 밖으로 나갔다
잠시후 머리가 긴 여자와 함께 바로 들어오더니 나를 보고 따라가랜다
빨강머리 여자에게 고맙다고 인사를하고 배낭을 메고 그 녀를 따라 나섰다
그 녀는 자전거 페달을 천천히 밟으며 나의 걸음 속도를 맞추면서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알베르게는 큰 창고 옆에 달아서 지어놓은 건물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시설이 아주 깨끗하고 잘 꾸며져 있다
사실 한 번 보고 알베르게가 별로이면 다음 마을로 갈 생각이었는데
알베르게도 마음에 들고 마을이 작지만 마음에 들어서 이곳에서 하루 쉬기로 결정했다
호스탈리오(알베르게 봉사자를 이렇게 부른다)는 이것저것 사용 설명을 해주다가
온수기 스윗치를 올렸는데 전원이 안들어 온다
여기저기 만져 보더니 밖으로 나갔다
그 사이에 발가락 물집 잡힌 곳이 아파서 양말을 벗고 들여다 보고 있으니까
그 녀가 들어와서 한 쪽 벽에 붙어있는 변압기 박스를 열고 스윗치를 올리니 온수기 전원이 들어왔다
그러고는 내 앞으로 와서 발가락을 보더니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면서
"메디신?"하고 묻길래 내가 반창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아침에 떠날 때 알베르게 열쇠를 자기집에 갔다 주고 가야 하니까
자기집를 가르쳐 줄테니까 따라 오란다
그 녀의 집은 별로 멀지 않았다 동네가 작아서 한 100가구 정도 살고있는것 같다
가면서 이름을 물으니 "바올라"라고한다
그녀의 집에 도착했는데 대문위로 장미덩쿨이 올려져있고
빨간 장미꽃이 한창 피어 있는것이 첫눈에 집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이 보이는 조그마한 정원에는 하얀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마침 아까 바에서 본 두남자가 지나 가길래 불러서 그녀랑 사진을 한장 찍었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 가더니 대일밴드를 열개 정도 가져와서 준다
고맙다고 인사를하고 돌아 나오려다가 열린 현관문 사이로 집안이 살짝 보였는데
너무 예뻐보여서 집안 구경을 좀 하고싶다니까 좋다면서 들어오란다
* 여행팁 셋 - 나는 현지인 집을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 않는다
들어가 보니 이 여자 보기에는 수수하게 생겼는데 재주가 아주 다양하다
집안 구석구석에 있는 소품들을 십자수를 놓아서 만들어 놓았고
그림도 손수 그려서 액자에 넣어 걸어 놓았는데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게다가 나무조각도 장난이 아니다 나무조각으로 옷걸이도 만들어 놓고 액자도 만들어 놓았다
창문마다 커텐도 손 수 수를 놓아 만들어서 걸고 벽에 페인트까지 자기가 다 칠했단다
집안을 오밀조밀하게 그러나 구질구질 하지가 않고 너무나 깔끔하고 예쁘다
내가 감탄사를 연발 터뜨리면서 사진을 여기저기 찍으니 쑥스러워 하면서도 자랑스러운 얼굴이다
구경 잘 했다고 인사를하고 알베르게로 돌아 오면서
나도 집에 돌아가면 그녀처럼 집안을 좀 꾸미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 초에 수원에서 15평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작은 집이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미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억울하게도 내 성격이 와일드하게 보이고 남편이 곱상하고 자상하게 생겨서
우리집에 오는 여자들이 하나같이 남편이 집안을 꾸며 놓은지 안다
"천만에 말씀!' 이라고해도 못 믿는 눈치이다 그래서 나는 남편보고 "전시용 남편"이라고 불렀다~ㅎ
그러다 아이들하고 씨름하고 살다보니 편한게 좋고
서울의 집 값도 비싸지만 살림이 한번 무너지는 바람에 넓은 집 살 팔자는 못되나보다 하면서
감히 "무소유"를 추구한다는 이유로 꼭 필요한것만 남기고 거의다 버렸다
사실 마음이 홀가분하고 좋다 집도 작아서 요즘처럼 바쁜생활(?)에 청소하기도 좋고 ㅎㅎㅎ
알베르게 앞의 현판도 그녀가 조각한 것이다
굉장히 멋진 여자를 만나서 기분이 참으로 좋다
TV를 켜놓고 바게뜨빵을 점심으로 뜯어먹고 있으니 춥다
바깥은 햇빛이 비추어서 따뜻한데...실내는 춥다
요즘 스페인은 낯 시간이 16시간 정도 된다
아침 6시30분 정도에 해가 뜨면 저녁 9시30분은 되야 해가 지니 정말로 긴 하루다
그러다보니 스페인 날씨는 흐리고,비 오고,해 나고를 몇 번을 반복할 때도 있다
그런데 오늘은 날씨가 대체적으로 맑고 상쾌하다
해가 질려면은 아직 멀었다 그래서 슬슬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려고 밖으로 나갔다
마주치는 사람도 없고 마을은 정말 작다 이 마을은 오래된 집들은 얼마없고 새로 지은 집들이 3분의2는 된다
성당이나 오래된 집들은 몇 백년은 된것같지만
그래도 새로 지은 집들도 오래된 집들과 비슷한 모양으로 지어서 잘 어울린다
마을 밖으로 난 길을 돌아 보는데 마늘 모종해 놓은것도 있고
사방으로 비옥한 넓은 들이 있어서 그런지 마을이 가난해 보이지 않는다
빵을 좀 사려고 빵집을 찾아 보았지만 보이지 않네...할 수 없이 바로갔다
안으로 들어 갔더니 TV를 고치는지 기술자로 보이는 남자와 빨강머리여자가
탁자 위에 올라서서 TV를 붙들고 있다 그 앞에는 두 남자가 그 모습을 쳐다보고있다
다 고쳤는지 TV를 제자리에 놓고 빨강머리가 카운트로 와서 커피를 마실거냐고 묻는다
고개를 흔들고는 좀 앉아있다가 한 남자가 생맥주를 시키길래 나도 생맥주를 한 잔 시켰다
생맥주를 홀짝거리다가 빨강머리에게 빵집이 어디있느냐고 물으니까 이마을에는 빵집이 없단다
물론 레스토랑도 당연히 없겠지 하는 표정으로 물으니 없단다 어떡해 저녁을 굶어야하나...
난감한 얼굴로 바게뜨빵을 사야하는데 있느냐고 물으니
다행히도 있다면서 안으로 들어가더니 기다란 바게뜨를 하나 가져다준다
물도 1.5리터짜리 하나 달라고 하고는 계산을 하니 물 값만 받고 빵 값은 안받네^^
사람들이 너무나 착하고 순박하고 친절하다
사실 난 스페인을 여행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산티아고 가는 길이 없었다면 물론 스페인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각종 스페인 여행정보를 보면 치안이 나빠서 집시 소매치기도 많고
게다가 칼을 든 강도까지 있다고 해서...
사실 불안에 떨며 배낭을 두손으로 움켜쥐고 긴장 속에서 여행을 하고싶지가 않았다
내 경우에는 그건 지나친 과대 정보에 불과했다
나... 아무래도 스페인과 사랑에 빠질것같다~
오늘은 7.5km만 걸었다
펜션 주인 아저씨~
펜션 안 주인~
뒤돌아본 코카마을...
마을이 가까워 진다는걸 알 수 있다...
바bar 주인 빨강머리와 함께...
호스피탈리오 "바올라"...
알베르게...
바올라가 꾸며놓은 알베르게...그녀처럼 깔끔하다^^
마늘밭...
동네 한바퀴~ 이길을 걸어면서 보니까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다 몇 백년씩 된 성당과 건물들이 있더라...
*일일경비 - 포도주 한잔: 1.00 생맥주 한잔: 1.00 물1.5리터: 1.00 합계 - 3.00유로
첫댓글 혼자 여행 하셨어요?...
대 단 하시네요..몇년전 까지만 해도 산티 아고 가보고 싶었었는데...
이젠 포기 했어요.체력이 안따라 주니...(참고로 영어도 못한답니다...)
사진으로 대신 하렵니다...
어딜가나 양귀비
대단한 둥근돌 당신은 멋져부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