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금융 암세포...스스로 보호하자!
현대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했음에도 정복하지 못한 질병이 있다. 바로 암 세포다. 암이 무서운 이유는 보이지도 않은 채 다른 장기로 빠르게 전이 시켜 이상 징후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한다는 거다. 금융계에도 암 세포가 존재한다. 바로 보이스피싱을 통한 사기 및 대포통장 유통 등이다. 개인정보를 빼내어 악용할 수 있는 곳에는 죄다 악용하고 있다는 데 그 문제가 심각하다. 점점 더 교활해지고 지능화 돼 가고 있는 금융범죄로부터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
'2016년 상반기 대포통장 발생현황 분석' 금융감독원 결과에 따르면 상반기 보이스피싱에 이용돼 지급 정지된 대포통장은 2만1555개로 지난해 하반기(2만2069건)보다 2.3%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은행권 대포통장이 1만6830건에서 1만5932개로 5.3% 감소한 것과 달리 상호금융권에서는 2796건에서 3173건으로 13.5%나 늘어났다.
대포통장이 다시 늘어나는 건 사기범들의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는 데다 은행 통장 개설 심사가 강화되면서 상호금융 등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규 계좌 개설 시 금융거래목적 확인 등 심사 기준이 강화되자, 신규 계좌 대신에 장기간 사용하던 기존 계좌를 모집하여 대포통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금융권역별 대포통장 발생건수 비중

대포통장 사기유형
상반기 대포통장 명의인(12,807명) 중 남성은 20대(2,099명, 16.4%), 여성은 40대(1,190건, 9.3%)가 가장 많은 비중 차지하고 있다. 특이점은 대포통장을 직접 양도하는 경우 이외에, 20대는 취업사기, 40대는 대출빙자 사기에 속는 경우가 많았는데 피해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악용했다.
#취업사기
신학기를 앞두고 학자금 대출을 좋은 조건으로 해 주겠다며 접근 해 신분증과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정보, 통장 등을 요구하는 유형이다. 서류만 제출하면 대출에 장학금까지 준다고 하니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건네진 개인정보들은 대포통장, 허위대출 등을 받는데 이용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본인에게 전가된다. 세상에 대출도 해주고 학자금까지 주는 경우는 없다. 이런 허황된 말에 현혹되지 말자. 제3자가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으라는 제안에는 즉시 거절해야 하며, 개인정보자료를 직접 제공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대출빙자 사기
직장인 이씨는 어느 날 ‘서민금융지원센터’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통장(현금카드)을 만들어 보내주면 거래실적을 쌓아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대출로 전환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이 금융사기 수법은 대출주선을 이유로 고금리 대출을 받게 한 후 미리 확보한 대포통장으로 돈을 가로채는 방법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본인 계좌가 다른 범죄의 수취계좌 등으로 악용되어 통장 명의자로 이용되는데 대포통장 명의자로 처벌까지 받을 수도 있다.
#공개모집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구직자를 대상으로 대포통장을 공개 모집하거나 유령 법인 서류로 법인통장을 개설하면 건당 얼마씩 주겠다는 아르바이트를 제안하여 범죄에 필요한 대포통장을 수급하고 있다. 통장을 건네주거나 아르바이트에 가담했던 이들이 설령 범죄인지를 인지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신용등급 상향 미끼
대출을 원하는 피해자에게 신용등급 상향을 미끼로 각종 개인정보와 체크카드, 통장 등을 요구하는 경우다. 은행 신용등급을 올리는 것이 어렵지 않다며 대출이자를 날짜에 맞춰 꼬박꼬박 갚으면서, 통장 거래규모를 키우면 개인신용등급은 금방 상향 조정된다고 속인다. 은행은 숫자로 판단하기 때문에 은행이 혹할 정도로 숫자를 만들면 된다는 말이 그럴 듯 했던 피해자들은 돈 갈취는 물론 대포통장으로까지 이용당해 회복불능에 빠졌다.
누가 들어도 솔깃한 제안은 경계
신분증, 보안카드 번호, 문자메시지 인증번호, 통장사본 등 개인 신용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사기업체의 대출광고일 확률이 높다. 대출여부는 대출 당시 고객의 신용등급·채무내역·연체이력 등을 고려하여 금융회사가 결정하는 것이다. 저금리 대환대출을 이유로 금전을 요구한다면 대출사기로 의심해야 한다. 정상적인 대출업체는 수수료 등 어떠한 명목으로도 대출과 관련해 금전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금전 요구 시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
진화하는 사기수법과 절박한 상황을 교묘하게 파고드는 사기꾼들을 당해내기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농간에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누군가에게 솔깃한 제안을 받는다면 침착하게 숨을 고르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