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하면 한국 정치인은 다 걸립니다"
엄상익(변호사) 2024-12-11, 20:29
‘K-민주주의’를 탄생시켰으면 좋겠다
대통령을 탄핵하고 수사하라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을 국회로 투입한 게 내란죄가 되어 국방장관이 구속됐다. 발단은 별 게 아닌 것 같았다.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를 시켰던 명태균이 그 비용 대신 김영선 의원의 공천을 받았다는 보도를 봤었다. 김영선 의원은 자신이 받는 세비의 반을 매달 명태균에게 전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내용을 담은 녹음이 폭로됐다. 국회에서 대통령의 여론조사와 공천 관여 등이 논의됐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명태균과 김영선이 구속됐다. 명태균은 자기를 건드리면 대통령이 몇 달 내에 탄핵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천십육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시위로 세상이 지글지글 끓어오를 때와 지금 상황이 비슷한 것 같다. 그 때도 거리 곳곳에 분노한 군중의 물결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당시 나는 종로의 조계사 앞의 시위 현장에 있었다. 세상의 흐름을 알고 싶었다. 시위대를 따라가는 한 스님이 뒤에서 혼잣말 같이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박근혜는 외국으로 도망가야지 국내에서는 못 살겠군.”
화가 난 군중들이 청와대의 담을 넘어 공격하려는 장면이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온갖 루머가 퍼지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결국 탄핵이 되고 구속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천 관여와 여론조사가 법정에서 거론이 됐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무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했었다. 검사가 물었다.
“2016년 20대 총선 무렵 대통령이 공천에 어떻게 관여했습니까?”
“정무수석을 통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를 직접 지시했습니다.”
“여론조사도 했죠?” “청와대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미리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역대의 관행이었습니다. 역대 정권이 쉬쉬하면서 여론조사를 했죠. 왜냐하면 그 자체가 문제되니까요.”
“위법이어서 그랬습니까?” “우리 한국 정치라는 게 굉장히 우습습니다. 지향하는 건 굉장히 유토피아적입니다. 깨끗해야 하고 비용도 쓰지 말아야 하고 실제와는 정반대입니다. 그러니까 법으로 하면 한국 정치인은 다 걸리게 됩니다. 걸리면 죽는 거죠. 그러니까 모든 일을 아주 비밀리에 합니다. 걸리면 불법이고 걸리지 않으면 합법이 되는 겁니다.”
“여론조사 비용은 어떻게 조달합니까?” “다른 예산을 허위 증빙을 하고 전용해 쓰거나 국정원으로부터 은밀하게 조달을 받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그런 사실들을 조사한 담당자 중의 한 명이 윤석열 검사였다. 그리고 그가 대통령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비용 문제로 명태균에게 발목을 잡혀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 같다. 여러 요인이 겹쳤겠지만 비상계엄을 선포해 바닥 없는 깊은 절벽으로 추락하는 운명이 된 것 같다.
우리나라는 지금 어떤 상태에 있을까. 나는 정보기관의 책임자와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중국은 시진핑을 중심으로 하는 일사불란한 사회주의 국가예요. 일본도 겉으로는 민주국가지만 전통적으로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단결력이 강한 나라죠. 그런데 우리는 뭉쳐지지가 않습니다. 광화문의 시위 현장을 가서 보곤 합니다. 국민들이 나뉘어져서 서로 얼음 같은 증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말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촛불민심은 순수한 민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시대정신이 화합이고 뭉치는 게 아닐까. 나는 한 원로 언론인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기도 했다.
“민주주의는 뒤집어 놓고 말하면 여론의 독재를 말하는 거죠. 그런데 오리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요. 방송에서 동영상 하나를 보여주면 국민들이 제대로 판단도 하지 않고 단순하게 믿어버리는 겁니다. 대통령이 어떻다 하는 소리가 들리면 국민들이 무조건 그렇게 생각하고 모여서 작살을 내려고 하는 겁니다. 그 배경에는 권력에 대한 야욕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죠. 굶주린 쥐를 독 속에 넣으면 서로 증오하고 잡아먹습니다. 한정된 권력과 자리 그리고 재물을 두고 싸우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그 비슷한 게 아닐까요”
돌과 돌이 부딪치듯 정치인들이 증오와 증오로 부딪쳐 파란 불꽃을 일으키고 있다. 그들의 증오에 감염된 사람들도 있다. 국가의 수준은 돈이 아니라 국민의 의식이 아닐까. 비상계엄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몰려나와 몸을 던질 정도로 의식이 높아졌다. 전국적으로 국가를 위한 기도가 올려지고 있다. 기도는 국민들의 마음을 모으는 행위다. 바른 판단을 담은 글들이 인터넷을 통해 세상에 퍼지고 있다.
높은 의식을 가진 시민들이 닻이 되어 국가를 바로 잡는 ‘K-민주주의’를 탄생시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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