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 댓글 산책
김 난 석
오산에서 클래식 연주회가 있다기에 들려봤다.
어느 관현악단이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곡 중 송어를 연주했더니
이를 감명 깊게 감상하였다는 한 관객이
송어 한 마리를 사들고 지휘자에게 갔다고 한다
“ 이거 약소하지만 연주회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드리렵니다 ”
그랬더니 악단장이 하는 말이
“ 다음엔 황소를 연주하니 미리 대비하십시오” 그러더란다
물론 웃자고 한 소리였겠지만
송어라고 일컬어지는 피아노 5중주곡 A 장조는
슈베르트가 최초로 쓴 실내악 분야의 걸작이라 일러진다.
아인슈타인은 음악을 무던히도 좋아했던 모양인데
어떤 사람이 아인슈타인에게 묻기를
“선생님은 과학천재이신데
죽음이란 게 도대체 무엇입니까? ” 하자
아인슈타인이 대답하기를
“그것은 모차르트를 못 듣는다는 것이라오 ”
라고 했단다.
그렇게 음악을 좋아하던 아인슈타인이
슈베르트의 송어를 듣고는
“이 곡에서의 슈베르트는 그 위대한 슈베르트가 아니라
우리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슈베르트였다” 라는 말로
예찬했다니
많은 이들이 이 음악을 좋아함을 알 것 같다.
송어가 물살을 가르는 시늉을
제1바이올린으로 연주하도록 한 부분은
음악에 문외한인 사람으로서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묘사음악의 진수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오늘의 연주회는
기악곡으로 슈베르트의 송어를 포함하여 6곡과
미국 거슈윈의 재즈 풍의 성악곡 5곡 등 모두 11곡이었는데
음악당을 나오면서 흐뭇한 감정 외에
서글픈 느낌이 일부 들었던 것은 왜일까?
오산은 시쳇말로 기지촌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상당수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따라서 직업여성들이 많이 모여들어있는 곳이다.
이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오늘의 레퍼토리에 재즈 풍의 성악곡을 넣어 짠 것은 아닐까싶었다.
재즈는 1910년대 미국의 동부 해안도시인 뉴올리언스를 중심으로
빈민층인 흑인들의 정서를 바탕으로 태동한 음악이라 일컫는다.
당시의 어려웠던 생활과 고난을 이겨낸 잔잔한 환희 등이
음표를 타고 오선지에 나타난 것이 재즈인데
바로 이러한 재즈는 오산 기지촌의 정서를 대변하는지도 모른다.
음악은 기호로 창작되지만 음악인의 연주나 창에 의해 재현된다.
그래서 음악 전문가는 기호만으로도 그 음악을 이해하겠지만
보통사람들이야 연주나 창이 있어야 비로소 음악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기호 뒤에, 또는 음악인의 연주나 창 안에 담겨있는 혼을
느끼고 감동해보도록 시각과 청각을 집중해봐야 한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은 경탄한다는 것 일세.
근원현상을 보고 감탄되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것 일세.
그 이상으로 높은 것은 인간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네.
그 이상의 것을 그 배후에 찾아서는 안 되네.
그런데 사람들은 근원현상을 본 것만으로는 흔히 만족치 않고
그 앞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하네.
거울을 젖혀놓으면 뒤쪽에 무엇이 남는가?
그것을 보고 싶다고 곧 거울을 뒤집어 보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라네.
(‘괴테와의 대화’ 중에서)
음악이나 다른 예술에 있어서 근원현상을 보고 감탄하는 외에
그 이상의 것을 그 배후나 주변에서 찾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그 이하의 것을 찾거나 즐기는 것도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그저 음악은 음악으로 즐기고 스포츠는 스포츠로 즐기고
카페의 본글은 본글로 즐기고 댓글은 댓글로 즐길 일이다.
*슈베르트의 음악에 나오는 그 어류는 우리와 달라서
우리의 숭어도 송어도 아니라 한다.
그럼 슈웅어일까?
첫댓글 ㅋㅋ 송어도 숭어도 아닌 그 물고기보러 독일에 다시 한번 가야겠습니다.
그거 배달시키면 될 텐데요..
아직도 코로나가 위세라서.
아닌가?
회는 간장에 와사비를 풀어서 찍어먹어야...숭어는 봄에 먹어야 살이 토실 토실...아침부터 처음처럼 눈앞에 아른 아른...
보리이삭 팰 때의 보리숭어가 일미라던데
음유시인은 보리숭어 찾아 영암으로
심미안여사는 슈웅어 찾아 독일로
나는 입맛이나 다시며 이리갈까 저리갈까 하네요.
@석촌 영암까지 안가도 수원에도 수산시장 있어요.ㅋ
@음유시인 그럼 내년에 거기서 수원숭어 번개를~
@석촌 오늘 꼼장어 번개나 오십시요
심미안님과 합동으로 송어 번개를 올리신 줄 알고 급히 달려왔다가
음악 과외만 실컷 받았습니다.
평소 음악에 문외한이지만 특강을 듣노라니 귀가 좀 뚫리는 것 같습니다.
무소불통의 박학다식함에 머리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그럼 무어라도 꺼내봐야 할거 같은데
가진게 010 뿐이니
일단 휴가 잘다녀오세요.